# 31
31화. 영웅은 쉴 줄 모른다 (3)
방송국은 언제나 바쁘다.
특히나 발할라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방송 일을 배우며 일하는, 도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은 메스트 신계의 하급 신인 테탄(Thetan)들이다.
방송국 설립 초기에는 호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를 지닌 발할라인들이 테탄을 노리는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었다. 그런 만큼 메스트 신계에서는 방송국 안전 문제에는 편집증적 반응을 보였다.
그 덕일까?
방송국 앞에 자리잡은 경비원마저도 거인이다. 어마어마한 덩치가 철갑을 두르고, 건물 기둥 같은 할버드를 들고 있는 모습.
전문 방송인, 스노리 스투를루손은 그 광경에 늘 목을 움츠렸다.
“신분증!”
거인이 외쳤다.
‘신 에다’를 집필한 시인이자, 인기 예능 ‘싸움의 법칙’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뉴스인 ‘오늘의 발할라’에서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스노리다. 허나 거인들은 예외 따윈 두지 않았다.
언제나 방송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했고, 그게 아니라면 허가증이 필요했다.
스노리가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내밀며 슬쩍 말을 걸었다.
“다음에 ‘싸움의 법칙’에 나와 보는 건 어때요?”
“경비, 바쁘다.”
단호한 거절에 입맛을 다신 스노리가 신분증을 돌려받고 경비를 지나쳤다.
‘싸움의 법칙’ 스튜디오가 자리한 3층. 대기실에는 이미 함께 ‘싸움의 법칙’을 진행하는 괴르가 와 있었다.
“어, 아저씨, 왔어?”
과자를 오독오독 씹으며 말하는 그녀. 스노리는 그녀를 보는 게 아직도 약간 어색했다.
아스가드르의 가장 위대한 신이신 오딘의 수족이며, 전사들을 이끄는 여전사인 발키리가 이렇게 느긋하다니.
만일 스노리가 다시 하계로 내려가게 된다면, ‘신 에다’의 내용을 싹 바꾸리라.
“늘 빠르네.”
“난 뭐, 발키리니까. 그냥 날아서 오면 되거든.”
어깨를 으쓱이는 괴르.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 뒤로 청동 날개가 튀어나와 있다.
예전, 스노리는 저 청동 날개가 갑옷의 일부인 줄 알았다. 실상은 갑옷에 장착하는 부분이라, 떼어 그것만 쓸 수도 있다고.
“그나저나, 오늘은 루키 특집이랬던가?”
“응, PD가 너무 컨텐츠가 획일화된 거 같다고 야심 차게 준비했더라고.”
“흐음… 어디 보자… 다들 뉴스에 한 번쯤 나온 사람들이네.”
스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 하면 떠올리는 세 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 PD의 캐스팅 능력 하나는 굉장하다 싶었다.
“용병계의 샛별인, 할랴헤랴르(Haljaherjar)의 단장……. 그리고 사냥꾼 중에서 최근 전사 계급을 10마리 연속 사냥한 신인, 거기다…….”
스노리가 흠- 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오디슨을 데리고 온다고? 방송, 되겠어?”
“뭐… PD 나름 생각이 있겠지. 우리는 그냥 하라는 대로 하잖아?”
괴르의 말에 스노리가 한숨을 푹 쉬었다.
생방송으로 이뤄지는 투기장 경기에서 대놓고 신성모독을 던지는 놈이다.
아직까지 발할라의 분위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신입 중의 신입.
스노리는 어쩐지 오늘 녹화가 불안했다.
“출연진 모두, 스텐바이 해 주세요!”
그의 불안함과는 별개로 녹화가 시작되었다.
* * *
“방송이라는 게 이렇게 만들어지는군.”
신기하다.
광고모데르 일을 할 때에 본 카메라라고 하는 커다란 마법 물품이 주변에 그득했다. 그걸 다루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다.
광고모데르 일보다 훨씬 더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내 곁에 있는 녀석들은 뭐…….
“으으으음.”
“그래, 나 방송 촬영하고 갈 테니까……. 음? 뭐? 음… 그럴까 그럼?”
딱히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명 용병단의 대장이고, 찌꺼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녀석이라고 들었건만.
왜 이리도 약한 느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어두컴컴한 이쪽과 달리, 밝은 쪽에서는 스노리와 괴르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괴르는 이전 투기장 매표소에서 본 귀엽게 생긴 발키리다. 투기장 매표소뿐만 아니라 이런 일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는 ‘싸움의 법칙’을 잘 안 봤으니까.
“예, 오늘 ‘싸움의 법칙’!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특별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오늘은 떠오르는 별! 루키 특집이죠?”
“하하, 요즘 떠오르는 루키하면 누가 먼저 생각이 나시나요?”
“저는 음… 역시나…….”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벌써 지루하다. 이렇게 지루하니 그냥 입만 터는데도 돈을 듬뿍 주는 거겠지?
근처에 대기 중인 녀석들은 긴장한 듯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뭘 저리 긴장하는지.
쯧쯧.
그때, ‘피디’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이곳의 최고 책임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방송 주의 사항은 작가들한테 이미 들으셨죠?”
피디의 말에 옆에 있던 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온갖 잔소리를 하던 녀석들이 떠오른다.
“일단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신성모독은 절대 안 됩니다. 알겠죠, 오디슨?”
날 대체 뭘로 보는 건지.
“난 신실한 오딘의 전사요, 피디.”
“…알겠습니다. 뭐, 잘 해 주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어쩐지 안 믿는 눈친데?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그가 연이어 말한다.
“전쟁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타이밍을 놓쳤다.
입맛을 다시고 물었다.
“전투는 괜찮소?”
“네, 뭐. 그냥 싸움이라면야.”
그렇다면야.
고개를 끄덕이자, 잔소리가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수익적인 부분도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돈 문제라.
뭐, 난 그닥 황금에 연연치 않는 사람이다.
황금이야 부족민을 구할 정도로 모으기만 하면 그만이니.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용병, 사냥꾼, 투사. 각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루키들을 모셨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와아아아! 짝짝짝!
그와 함께 피디가 ‘지금 나가시면 됩니다!’ 하고 말했다.
천천히 걸어 나가자, 어두컴컴하던 뒤쪽과 달리 과한 빛이 내리쬔다. 눈살을 구기고 슬쩍 주변을 보니, 무대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열렬한 박수에 연신 허리를 굽히는 앞의 두 놈들과 달리, 나는 그냥 나갔다.
“와, 정말 쟁쟁하신 분들이네요!”
“하하, 제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한 번쯤은 이름을 불러 본 분들을 이렇게 만나네요.”
“진짜 그렇네요! 꺅! 오디슨 선수! 팬이에요!”
괴르가 꺅꺅 이상한 소리를 내며 폴짝폴짝 뛰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 그녀에게 말했다.
“이전에 나더러 꺼지라고 하지 않았소?”
“어…….”
괴르가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결국 시선을 피했다.
스노리가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오디슨, 나오자마자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좀 갑작스럽지만 혹시 투사로서 목표가 있다면, 뭔가요? 역시 챔피언인가요?”
참피, 뭐?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
“그게 뭔지 모르오. 하지만 언젠가 돈을 잔뜩 모아 부족민 모두를 발할라로 데리고 올 생각이오.”
“아, 그렇습니까? 부족민 전체를 데리고 오겠다니… 부족이라 해도 한둘이 아닐 텐데요?”
“그거야 그렇지만… 전사로서 부족민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역겨운 제국 놈들의 비겁한 독에 죽었으니… 그 의무를 뒤늦게라도 질 생각이오.”
제국을 운운하는 데서 스노리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한마디 덧붙였다.
“아, 제국 놈들이 모시는 마르스 새끼를 찢어 죽이는 것도 목표 중 하나지.”
그와 동시에 피디가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커어엇!”
내 꿈이 좀 크긴 하지.
* * *
PD는 확신했다.
‘저 새끼는 미친놈이다.’
잽싸게 컷을 외치고, 카메라를 껐다. 그리고 오디슨에게 다가가 외쳤다.
“아니, 외교적 분쟁이 될 수 있는 이야기는 참아 달라니까요! 그런데 대뜸 제국이니 마르스니… 신성모독 않겠다면서요?!”
“외교적 분쟁? 신성모독? 그 작자가 신이오? 허!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대체 뭐가 문제요?”
“…아레스가 신이 아니면 대체……. 으으! 어쨌든 이건 자르겠습니다!”
이걸 자르면서 오디슨도 같이 잘라 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D는 한숨을 푹 내쉬고 물러서며 손짓했다.
카메라가 다시 켜졌다.
“네! 이렇게 세 분을 만나니 너무 좋네요. 안 그런가요, 괴르 양?”
“네? 네… 차, 참 좋네요.”
“하하하, 괴르 양이 요즘 핫한 루키를 만나 긴장하셨나 보네요, 하하하!”
아직까지 방송에 익숙지 않은 괴르가 볼 살을 부르르 떨며, 오디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의회 의장 경험도 있는 스노리는 역시나 노련했다.
재빠르게 수습하고 곧장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본래 대본에는 오디슨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작하자마자 폭탄을 던진 오디슨에게 많은 분량을 내어 줄 순 없다.
만일, 그랬다간 녹화의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스노리는 대본을 자의적으로 바꿔 질문을 던지며 진행했다.
그 광경을 보며, PD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이 새끼들아! 정신이 있어, 없어? 저 새끼가 저런 꼴통이면 분량을 잘랐어야 할 거 아냐?!”
“아니, 저희는 저게 컨셉인 줄 알았죠. 방송에서 대뜸 저럴 줄 알았어요? PD님도 오디슨 페이스가 좋으니까 오디슨 위주로 가자면서요?”
PD가 답답해 가슴팍을 퉁퉁 쳤다.
잘생긴 데다, 화끈한 경기로 인기도 많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또라이였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는 타입이다.
“어후. 진짜… 돌겠네, 이거. 스폰서 측에서 넣은 거라 뺄 수도 없고…….”
“스노리 씨, 잘하고 있는데요 뭐. 그냥 스노리 씨한테 맡기죠?”
“…일단 그래야지. 쯧. 이번에 보너스라도 좀 넣어 줘야겠어.”
“예산 괜찮을까요?”
PD의 약점을 찔러 들어오는 작가.
PD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든 안 괜찮든, 작가나 PD가 해야 할 일을 죄다 스노리 혼자 하고 있으니 줘야 맞는 일이다.
발할라의 유명인들이 대부분 전사 출신인 걸 생각했을 때,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스노리 스투를루손은 놓칠 수 없는 사람이다.
만일 그가 대뜸 하차한다면?
‘이 방송을 맡을 만한 사람은…….’
없다.
전사 출신을 데리고 오면? 게스트를 불러다 싸움에 대해서 듣는 장면에서 시비를 걸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PD가 처음으로 생각했던 이는 파일럿 방송에서 대뜸 게스트에게 ‘겨우 그것뿐이오? 나는 무려~’ 하고 으스대던 멍청이였다.
하계의 자기 업적이 얼마나 대단하든 뭐든, 발할라에서 술이나 퍼마시던 양반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스노리의 진행은 꽤나 부드럽게 이어졌다.
“용병단의 이름이 독특한데요. 할랴헤랴르. 어떤 의미가 담겼습니까?”
“니플헤임의 여주인이신 헬의 곁으로 최대한 많은 놈들을 보내겠다는 포부가 담긴 것입니다.”
“아, 정말 무서우신 분이죠.”
“네, 그러니…….”
간간이 편집해야 할 장면이 나왔다. 모두가 오디슨이 끼어든 부분이었다.
“음? 헬께서는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오만? 니플헤임에 갔을 때에 궁전으로 초청해 머물게 해 주신 분이오. 아름답고 위엄 있으신 분이지.”
스노리가 쩔쩔 맸고, 톨킬드가 인상을 구겼다.
그가 얼굴을 붉히고 헛숨을 터트렸다.
“허! 헬께서 당신 같은 하급 투사를 초청해? 허언이 심하군!”
“뭐라? 내가 초청을 받았건만, 네놈이 뭐라고 거짓으로 치부하는 건가!”
“그야…….”
“나는 야른시다와의 경기에서 그 비열한 작자의 항복을 받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니플헤임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헬의 초청을 받았고, 찌꺼기를 처리했지.”
톨킬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때, 최근 사냥꾼들 중 두각을 드러낸 하랄다가 허-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하랄다는 투사들의 인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애쓰는 게 사냥꾼이다.
그런데 고작 쇼를 벌이는 투사들이 더 인기 있다?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고작해야 무 계급이나 병사 계급 찌꺼기를 잡았겠지. 듣자 하니 창을 쓴다며? 그런 무기로는 그게 한계지.”
오디슨이 이를 갈았다.
“불독처럼 생긴, 팔이 넷 달린 녀석이었소. 내 발키리가 말하길 전사 계급이라더군.”
“말도 안 되는 소리! 불독처럼 생긴 데다 팔이 넷? 더크리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나 보군? 응? 곧 대전사가 될 거라던 ‘학살자’ 더크리프! 그놈이 죽었다? 그렇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이유가 없지!”
“허! 당신도 날 거짓말쟁이로 모는 겐가!”
오디슨은 분노했다.
분명 더크리프는 오디슨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그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이 꽤나 은밀했다.
헬과 강글라티, 강글로트가 손을 써 준 덕이었다.
더크리프를 오디슨이 죽였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찌꺼기들이 오디슨을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디슨이 부족민들과 편한 시간을 보내는 걸 방해할 사냥꾼들을 경계한 탓이기도 했다.
“거짓말일 수밖에! 녀석의 사(四)검술은 수많은 사냥꾼도 이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창을 가지고 그걸 파훼해 죽여? 웃긴 소리!”
하랄다의 말에 오디슨이 이를 악물었다.
“으득! 창은 최고의 무기요! 멀리서 활만 쏴 대는 비겁자에게 무시 받을 것이 아니란 말이오!”
“뭐? 비겁? 허! 쇼를 하는 투사들은 원거리 무기의 대단함을 모르지! 함정을 깔고 활을 쏴서 이뤄 내는 사냥의 예술을 모르는 작자란!”
“함정? 쯧쯧, 비겁하기 그지없는 작자로군!”
“내가 비겁하다? 허황된 가짜 쇼로 인기를 끄는 연약한 네놈보단 낫지!”
“내가 가짜라고? 전사를 모욕하는가!”
오디슨이 벌떡 일어나 하랄다에게 달려들었다.
하랄다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지만 곧이어 몸을 날려 피신했다.
그러고는 소리를 꽥 하고 질렀다.
“무식한 놈!”
“허! 남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야비한 놈이……!”
오디슨이 부르르 떨며 살기를 풍길 때, 괴르가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 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스튜디오의 모두가 귀를 막았다.
방송은 개판이 되었다. 하지만 PD는 웃고 있었다.
그가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오디슨 선수가 정말로 전사 계급을 사냥하는지 확인하면 될 거 아닙니까? 게다가 니플헤임에 도착하면 죽음의 여왕님과 안면이 있는지도 곧장 확인될 거구요.”
스타의 몰락일지도 모르지만, PD는 시청률의 노예였다.
거짓? 혹은 진실? 어느 쪽이든 PD에겐 상관이 없었다.
오디슨이 눈살을 구겼다.
“…니플헤임? 으음… 아무래도 헬께 폐가 되지 않을까 싶소만…….”
그 말에 톨킬드와 하랄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확인해 보면 되는 거지! 감히 신의 이름을 팔고서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
“그래! 만일 확인해 보고, 거짓말이라면 당장 투사도 그만둬라!”
그 말에 오디슨이 ‘허!’ 하고 헛숨을 토했다.
PD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뭐, 저야 상관없습니다만…….”
오디슨이 얼굴을 붉히며 톨킬드와 하랄다에게 물었다.
“그래, 내 말이 거짓이라면 투사도 그만두지. 하지만… 내 말이 진실이라면 너희들은? 네놈들도 대가를 짊어져야 할 것 아닌가!”
그 질문이 너무 구차해, 톨킬드와 하랄다는 콧방귀를 뀌었다.
만에 하나를 걸고넘어져, 없던 일로 하시겠다?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수작이다.
“만일 그렇다면, 내가 이끄는 할랴헤랴르를 3번 부릴 수 있는 권한을 주지!”
“흐흐흐, 나는 활을 내놓지. 1억 5천만 크로나나 주고 만든 활이다! 공방거리의 유명 대장간, 베르&에타 정품 인증도 붙어 있는 물건이라고!”
그들의 판돈에 오디슨이 PD를 보았다.
여전히 분노한 표정이었다.
“찍었소?”
“네?”
“찍었냐고 물었소.”
“아, 네, 뭐… 지금도 찍히고 있습니다.”
그에 오디슨이 씩 웃었다.
낙장불입이다.
“한 입으로 두말할 종자들 같으니. 증거가 있으니 발뺌하지는 못하겠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가지. 내 증명해 보이고, 저 멍청한 자식들의 사과를 받아야겠소.”
PD가 흠칫 놀랐다.
“지금 당장요?”
“전사는 싸우는 도중에 쉬지 않는다오.”
오디슨의 투지가 맹렬하게 타올랐다.
그렇게 ‘싸움의 법칙’ 촬영팀이 니플헤임으로 향했다.
그 와중, 오디슨이 PD에게 말했다.
“…원래는 2시간에 500만 크로나였지만, 지금은 더 주겠지?”
그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한시라도 더 빨리 부족민들을 발할라로 데리고 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