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30화 (30/208)

# 30

30화. 영웅은 쉴 줄 모른다 (2)

[이거 눈보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질 않는데요?]

[아마 포르디에르 선수의 승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뭐라?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놈의 승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상을 와락 구기고 지팡이를 흔들어 대며 낄낄 웃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크흐흐흐! 죽어라, 죽어!”

마법을 조종하는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나이답게 부딪히진 못할망정! 조잘조잘 주문을 외고, 금화를 튕겨?

나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포- 르- 디- 에- 르!”

쇄애애앵- 차가운 바람 소리를 뚫고 포르디에르에게 닿았다.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린다.

“뭐, 뭐냐?! 어째서… 어째서 네놈은 멀쩡한 거야?!”

그 말에 씨익 웃었다.

“오딘께서 보우하시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포르디에르가 으드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어쩌랴? 사실인 것을.

“붙어 보면 알겠지! 승리를 주관하시는 오딘의 총애를 받은 게 누구인지!”

나는 바닥을 박찼다.

포르디에르가 황급히 금화를 꺼내 들고 주문을 왼다.

“상처의 바다를 헤엄치는 골짜기의 송어여! 퓌리스발라 프레!”

팅- 금화가 튕기고, 황금색 뱀이 튀어나왔다.

고작 뱀 한 마리? 헛웃음이 나왔다.

“뱀이라! 하하하하! 행군 도중의 간식거리였지!”

“흥! 이것도 먹어치워 봐라!”

팅팅팅!

금화가 연이어 허공으로 튕겨 올라갔다. 그것들이 모조리 뱀으로 변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돈을 얼마나 쌓아 둔 거냐!”

“흐흐흐, 너 같은 멍청이는 황금의 진짜 가치를 모른다! 네놈의 유명세가 얼마나 큰 황금이 되는지도!”

황금의 진짜 가치?

당연히 알 리가 없다. 내게 있어 황금은 반짝이는 쇳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로 부족민을 구할 수 있다.

그러면 충분한 거 아닌가?

그 빛나는 황금으로 마법을 부리든 뭐든, 내게는 부족민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마법보다 훨씬 대단한 일이다.

“죽어라!”

“흥! 이깟 뱀 새끼들로, 날 죽이겠다고?”

샤아아아!

황금 뱀들이 펄쩍펄쩍 튀어 올라 내 목덜미를 노렸다.

하지만 그까짓 뱀, 무섭지도 않다.

“꺼져!”

주먹으로, 팔꿈치로, 창대로 뱀을 쳐냈다. 마구잡이로 쳐내긴 했지만, 한둘이 아니다.

몇 마리 정도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윽!”

“크흐흐, 피를 빠는 황금 뱀이 어떠냐? 응?”

“흐흐! 까짓 거!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뱀들이 이빨을 박아 넣고 달라붙어 덜렁거렸지만, 눈보라와 마찬가지였다.

차갑다는 감각은 있지만, 얼어 죽을 것 같진 않았다. 물렸다는 감각은 있지만, 고통은 크지 않았다.

오딘께서 내게 내리신 총애는 아무래도…….

마법 저항.

전설 속의 사악한 마녀나 마법사를 때려죽인 영웅들이 지닌 것이다.

입을 나불거려 얻어 낼 수 있는 허접한 것들은 감히 나를 다치게 하지 못하리라!

“죽어라!”

창을 내질렀다.

견제하기 위해 내지른 창이 녀석의 옷을 스쳤다.

포르디에르의 동그랗게 떠진 눈에 내가 비친다.

흥분과 희열에 젖어 웃고 있는 내 얼굴.

“어째서 뱀에 물리고도… 설마? 마법 저항? 네깟 놈이 어찌……!”

“오딘께서 보우하사! 나의 승리로다!”

번쩍! 창을 치켜들었다.

창대를 꽉 쥐고, 수없이 내질러온 창격을 날렸다.

“빌어먹을!”

깜짝 놀라 바닥을 구르는 포르디에르.

이대로라면 빗나간다.

“끄으으읏!”

억지로 뒤틀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관절들이 꾸드득 뒤틀리는 느낌.

허나 상관없다. 이곳은 전사의 땅.

투지가 있다면, 한계 이상의 힘이 언제든 튀어나오는 곳이니!

푸욱!

“케엑……!”

창을 내리꽂았다. 바닥을 구르던 포르디에르가 작살에 박힌 생선처럼 펄떡였다.

팔꿈치가 욱신거리며 쑤셨다. 부족한 훈련으로는 아직 해낼 수 없는 일격이었다.

“역시나… 부족하군.”

이라호드처럼 부드러운 곡선도 아니었다. 번개 치듯 급격하게 꺾이는 공격.

그럼에도 하계에서라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왜? 팔이 병신이 되었을 테니까.

나는 히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팔꿈치의 힘줄이 비명을 질렀다.

욱신거리는 팔꿈치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참 좋은 곳이란 말이야.”

무리한 짓거리를 해도 치료는 손쉽다.

싸움의 마무리에 약간 정도는 과격하게 굴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승리에 미친 전사들을 위해 안배된 땅.

“그렇지 않나?”

포르디에르에게 물었지만,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 칠 따름이었다.

나는 그를 보고 칫- 혀를 찼다.

“차라리 야른시다가 나았다.”

“끄으으… 커, 커억… 크어어…….”

피거품을 물며 입을 벙긋대는 요술쟁이.

이제는 편하게 해 주마.

퍼억!

그의 머리를 박살 냈다.

눈보라가 그쳤다.

[눈보라가 옅어집니다! 포르디에르 선수가 눈보라를 멈춘 걸까요?]

[엇! 아닙니다! 오디슨입니다! 오디슨 선수예요!]

[오디슨 선수가 거친 눈보라를 멈추고, 연승을 이어 갑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아! 승리의 달콤한 맛이란.

나는 히죽 웃음을 흘렸다.

* * *

[작성자: 헤르메스 일보]+11

[제목: O500 경기 결과, 파죽지세의 오디슨!]

[오늘 낮에 열린 O500리그 경기는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나 메인 이벤트로 열린 오디슨, 이그나르 VS 포르디에르, 야른시다의 경기는 눈을 뗄 수 없는 화끈한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는 그간 저평가되던 이그나르 선수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으며, 포르디에르 선수가 요술의 비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술의 비기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오디슨이었다.

오디슨은 요술의 비기 ‘겹쳐 쌓기’에 굴복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요술에 정면으로 맞부딪혀 승리를 손에 쥐었다.

파죽지세의 연승을 거듭하고 있는 오디슨을 멈출 사람은 없는가? 최단기간에 MID300ROOM으로 가는 투사가 될 것인가? 이에 O500 경기 관리자인 메르키는 ‘계속해서 연승할 경우, 승격도 생각 중이다’라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앞으로 오디슨의 행방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아레스: 응 그래 봐야 O500. 응 그래 봐야 하급 투사. 응 오디슨 거품^^]

[로키: 응 마확찢ㅋㅋㅋ]

[아레스: (차단된 댓글입니다.)]

[아폴론: 아레스 ㅉㅉ 아빠한테 혼나고 싶냐?]

[아레스: (차단된 댓글입니다.)]

[아프로디테: 제가 소문으로 들었는데요, 오디슨 선수 인성이 좀…….]

[손오공: 엌ㅋㅋㅋㅋㅋ 이것들이 쌍으로 지랄하넼ㅋㅋㅋ 우리 오디슨한테 이상한 소리 묻히지 마라!]

[에리스: 그냥 얼굴 잘생겼다고 좋아하고 그런 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싸움을 잘하는 투사가 인기 있어야죠.]

[손오공: 얘도 아레스 그거냐?]

[로키: ㅇㅇ 맞음. 아마 쟤가 정실일걸?]

[아프로디테: 아니거든요^^]

기사를 훑어본 아폴론이 쯧쯧 혀를 차며 게시글을 닫았다.

“…아레스, 이 자식은 아버지와 헤라 님의 말씀을 어디로 듣는 거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제우스는 아레스를 불러다 언동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오디슨은 분명 별것 아닌 하급 투사다. 하지만 미심쩍은 일이 있었다.

그런고로 아레스가 거기에 자꾸 얽히는 건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헤라 역시 제 아들 아레스를 욕하는 오디슨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올림포스 전체를 위해 화해를 하는 게 어떠냐- 하고 말하기도 했었다.

아레스는 그 말에 잔뜩 삐져서 회의장 문을 걷어차고 나갔지만.

하는 짓이 여전히 왕세자가 아니라 개차반이다.

“그나저나… 흠.”

아폴론은 오디슨과 한편을 먹은 이그나르에게 주목했다.

저평가된 선수였고, 실제로 실력이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스콜하티에’에서 극찬을 받을 정도.

그런 가게에서 칼리돈을 판다면? 사정이 좋지 못한 아르테미스 축산도 확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무리겠지.”

쓴웃음을 머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오디슨에게 광고를 맡기는 거다.

결자해지다. 오디슨이 계기가 되어 망했으니, 오디슨이 되살리는 것도 쉬우리라.

“아무래도 단순한 일은 아니겠지. 칼리돈 문제는 로키가 관여한 느낌이 들어.”

오디슨의 뒤를 봐주는 것이 바로 펜리르다. 늪지머니의 광고 모델이니까. 그런데 그 늪지머니는 로키스 패밀리 그룹에 속한 회사다.

로키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게 맞으리.

게다가 U500으로 유독 낚시를 즐기던 로키를 생각하면… 진작부터 오디슨을 눈여겨봤다 해도 틀리지 않다.

“…그래도,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순 없지.”

아르테미스 축산은 여동생인 아르테미스가 야인 생활을 벗어나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이다.

그녀가 사냥의 여신이라고 하지만, 홀로 숲속에서 지내는 걸 보는 오빠는 불안했다.

“다 큰 처녀가, 쯧쯧.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감히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게 무슨 짓을 벌일 간 큰 작자는 없겠지만…….

여동생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아폴론이다. 그는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경계했다.

“일단 메르키에게 말이라도 전달해 달라 해야겠군.”

아폴론이 메일을 작성했다.

* * *

승리! 그 달콤한 이름이여!

이번 승리 수당은 무려 1,575만 크로나. 이그나르와 750만씩 나누고, 내 몫인 비다르의 후원이 75만 더 붙었다.

총 825만 크로나.

1천만 크로나에 가까운 수당이 날 기쁘게 했다.

이런 식으로 모으면 금방 토르손을 발할라로 데리고 올 수 있으리라!

기쁨에 껄껄 웃고, 이그나르의 가게에서 축배를 들었다.

“꺅! 오디슨! 승리 축하해요!”

“어머머, 이 팔뚝 실한 것 좀 봐!”

이그나르의 가게에서 일하는 여직원과 주방 아줌마가 연신 호들갑을 떨어 댔다.

이그나르는 그 모습에 투덜댔다.

“이봐, 나도 오늘 이겼거든? 그리고 내 팔뚝이 이놈보다 굵어!”

흡- 하고 팔에 힘을 주는 이그나르.

어지간한 여자 허리만큼이나 굵은 알통이 씰룩였다.

나는 감탄했지만…….

소녀티를 막 벗은 여직원은 질색하고, 주방 아줌마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그나르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사장님, 사장님은 그… 유부남이잖아요? 아무래도 젊은 총각한테는 그…….”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디슨 이 자식, 손가락에 반지 낀 거 안 보여?”

이그나르의 외침에 나는 눈을 끔뻑였다.

반지가 뭐가 어쨌단 거지? 유부남 이야기가 왜 이리 튀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

문득, 헬께서는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했다. 내 승리를 보고 기뻐하셨을까?

부족민들도 내 승리를 보았을까?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주근깨가 선명한 여직원이 볼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는… 두 번째도 괜찮은데…….”

두 번째? 뭐가 두 번째란 거지?

이그나르가 질색했다.

“야, 야!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이 자식이 얼마나 무식한데.”

이마를 구겼다.

“겁 많은 녀석보다는 낫다.”

“허! 내가 겁이 많다고? 엉? 한번 붙어 볼까?”

눈을 크게 떴다.

싸움? 싸움이라고?

그러고 보니, 내 힘이 이 녀석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니, 이그나르가 잽싸게 내 어깨를 눌렀다.

“노, 농담이지! 이 친구야. 하하하하!”

“흠, 그나저나 내일 또 싸울 수 있는 건가? 메르키에게 싸움을 주선해 달라고는 했는데…….”

내 말에 혼자 술잔을 홀짝이던 이라호드가 어이없다는 듯한 눈을 해 보였다.

“…오디슨.”

“음? 왜 그러지?”

“…보통 O500부터 전업 투사인 거 알죠?”

고개를 끄덕였다.

U500은 수당이 적어 전업 투사가 굉장히 드물다고.

O500부터는 수당이 상당히 느는지라, 전업 투사가 꽤나 있다 한다. 뭐, 그것도 승리가 많을 때 이야기지만.

“그 전업 투사가 보통 한 달에 몇 번이나 싸우는지 알아요?”

“음? 최대한 많이 싸우는 거 아닌가?”

“어후.”

이라호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그나르가 쯧쯧- 혀를 찼다.

“발키리 아가씨가 고생이 많구만.”

“…후우, 뭐 그렇죠.”

지금 이 녀석들이 뭐라고 하는 거지? 투사는 싸우는 사람이다. 그런데 최대한 많이 싸우질 않는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잘 들어요, 오디슨.”

“음, 듣고 있다.”

“보통 전업 투사들은 많아야 한 달에 3번, 적으면 한 달에 한 번도 안 싸워요.”

충격적인 말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게 사실이냐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그나르와 주방 아줌마, 여직원까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적게 싸운다고?

이라호드가 말을 잇는다.

“게다가 이번에 너무 파격적으로 이긴 탓에 상대가 한참 안 나올걸요?”

“…나와의 싸움을 피한단 말인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라호드.

“이전에 중위권 둘을 압도적으로 박살 냈잖아요? 게다가 이번에는 장기전일 경우, O500 승률 100%를 자랑하는 요술사를 박살 냈구요.”

다른 투사들이 보기에 어떻겠어요? 그냥 얼른 승격하길 바랄걸요?

버럭 짜증을 냈다.

“이 겁쟁이들 같으니!”

제길. 이래서 돈을 언제 모은단 말인가!

토르손을 불러다, 울프헤딘 재건의 효시를 쏘아 올리려 했거늘…….

“…난 아직 돈이 필요한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말에 입술을 달싹이는 일행.

쓰게 웃었다.

“빌릴 생각은 없다. 지금도 이자가 상당하니.”

그들의 호의 혹은 불안을 단숨에 지워 냈다. 그러자 내 등 뒤에서 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익숙한 목소리다.

얼굴을 굳히고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았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펜리르.”

“뭐야,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응?”

“또 광대짓을 시킬 셈이오? 이번 달은 이미 계약대로 한 걸로 아는데?”

“아니, 계약서에 적힌 좋은 기회를 쓰게 해 주려고 왔지.”

좋은 기회? 눈살을 구기자, 펜리르가 선그라스를 벗으며 히죽 웃었다.

“갑은 을에게 계약 기간 중 홍보 목적으로 최대 5회의 방송 출연을 요구할 수 있다. 단, 방송 출연 기회는 갑이 제공한다.”

잊었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펜리르.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또 광대짓이라니!

내 표정을 본 펜리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싫어하지 말라고. 나름 인기 프로니까.”

“인기 프로?”

고개를 갸웃하자, 펜리르가 손가락으로 티브이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이그나르가 좋아하는 방송이 한창이었다.

[자, 오늘 ‘싸움의 법칙’에서 모실 투사분은…….]

이그나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자식이 ‘싸움의 법칙’에 나간다고요?! 하지만… 저긴 최소 조건이 Mid300Room인데…….”

“너무 컨텐츠가 몰리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한다더군. 최근 주목 받는 루키들을 모아서 편성할 거라고 하던데… 뭐,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흥분해서 우아악 소리치는 이그나르.

으음, 괜찮을까?

나는 전에 저 방송에서 본 거인처럼 진짜 기술을 감추고 비겁하게 싸구려 기술을 늘어놓는 짓을 할 줄 모른다.

내 실력이 낱낱이 공개되면?

“…도전자가 더 생길지도 모르겠군.”

인상을 살짝 풀었다.

굉장히 좋다. 날 분석해 잡을 생각을 한다?

아주 흥미진진한 싸움이 되리라.

아! 하고 펜리르가 덧붙였다.

“방송 출연을 해서 해 줄 말은 딱 하나다. ‘늪지머니의 지원을 받았다.’ 딱, 그 소리만 하면 돼. 나머지는 그냥 알아서 해.”

“…그거면 되는 거요?”

펜리르의 조건에 인상을 풀었다.

엉덩이를 더 흔들라거나 어색한 몸짓을 시키거나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면야……. 싸움 상대를 모으기 위해 얼굴이 팔리는 건 감수할 수 있다.

펜리르가 덧붙였다.

“촬영은 대충 2시간 정도고, 출연료는 500만 크로나다.”

“어허! 얼른 앉아, 고기 좀 드시오. 하하하, 이그나르가 요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오.”

저 말부터 했어야 할 게 아닌가!

나는 좋은 건수를 들고 온 펜리르에게 자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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