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04화 (204/226)

< 70. 달라진 풍경 (3) >

새로운 연습실에 정착한지 일주일.

정명은 여전히 연습실에 착실히 나가고 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포인트를 조금씩이라도 벌어놔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명은 그 생각에 대하여 조금씩 회의감이 들고 있었다.

정명은 이미 첫 회차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포인트를 벌어들이고 있었으니까.

[히든 퀘스트 No. 131]

*당신만의 팀을 만드십시오.

*이미 달성한 퀘스트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벌었지. 내 팀이라는 것은 꼬마들 네 명을 모아서 동네 대회에 잠깐 다녀왔던 것뿐이지만.’

정명은 지난 일주일동안 완료했던 퀘스트를 살펴보았다.

[당신만의 팀을 만드십시오.] - 달성

[캐릭터 선택률 3% 이하의 비주류 캐릭터로 랭크게임 10연승을 달성하십시오.]

[가장 먼저 OP 캐릭터를 발굴하십시오.]

‘나도 참 예전에는 별 짓을 다 하고 다녔네.’

사실 일주일동안 해결한 대부분의 퀘스트가 그랬다.

발견하는 조건은 꽤 까다롭지만, 그러한 퀘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쉽게 해결할 할 수 있는 그런 퀘스트들.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한 정명은 그러한 숨겨진 요소를 거의 대부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여 당장 할 수 있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라 이건가.’

정명은 처음에는 운 좋게 편법으로 포인트를 번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것을 의도하여 히든 퀘스트를 배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고 있었다.

물론 의도가 어찌되었건 정명으로써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 정명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시간부로 자신은 2군 급의 선수가 아니게 될 거라는 것이었으니까.

자신의 잔여 포인트를 바라보던 정명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올려보자. 단번에 2군 탈출이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포인트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냥 한 번에 올리는 게 더 쾌감이 클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정명이 스탯을 올리려던 그 때, 김필성 코치가 정명에게 다가왔다.

코치는 감독 대신 팀 2군의 전체적인 생활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약간 꼰대 기질이 있었기에 정명과의 사이가 점점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주말동안 연습 열심히 했냐?”

“네, 뭐....”

“열심히 했어야 할 거야. 오늘은 중요한 연습게임이 있으니까.”

“중요한 연습게임이요? 누구랑요?”

“그건 금방 알게 될 거다. 그런데 오늘은 감독님도 오시니까 주변 청소도 좀 하고그래라.”

그런데 항상 정명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코치의 태도가 오늘따라 차분하다.

정명은 그런 코치의 변화에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이요? 알겠습니다.”

팀 CL의 감독은 1군 연습실에만 붙어있지 2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고, 코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꽤나 어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정명에게는 그냥 아저씨일 뿐이었지만.

코치가 자리를 떠나자 정명은 하고 있던 작업을 계속했다.

[피지컬을 1 올리시겠습니까?]

*3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잔여 포인트 : 25450]

‘뭐지, 이 귀여울 정도의 포인트 필요량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정명은 피식 웃어버렸다. 피지컬을 올리는 데 필요한 포인트가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괜히 신이 난 정명은 피지컬 구매 버튼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피지컬이 올랐습니다!]

[피지컬이 올랐습니다!]

[피지컬이 올랐습니다!]

[피지컬이 올랐...........]

피지컬이 속 시원할 정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정명이 버튼을 연타할수록 정명의 시야에 피지컬이 올랐다는 메시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잠시 뒤, 신나게 버튼을 누르던 정명은 포인트가 모두 떨어지자 피지컬을 올리는 것을 멈추고 스탯창을 띄웠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65/100)

정신력 (62/100)

오더 (30/100)

판단력 (41/100)

[잔여 포인트 : 450]

‘음, 너무 피지컬만 올렸나?’

하지만 이 정도로도 이미 2군의 실력을 뛰어 넘었다.

지금 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현석조차 피지컬이 45밖에 안 되는데, 정명은 그걸 한참 뛰어넘어 65가 되었으니까.

사실 이 정도면 2군을 넘어 곧장 1군으로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능력치라고 할수 있었다.

‘그럼 다 올렸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그런데 그 순간, 메시지가 하나 더 떴다.

[능력치가 나이에 비하여 대단히 높은 상태입니다!]

[유망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1500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유망주?’

정명은 방금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유망주]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특급 유망주입니다.

*팀원들은 당신의 특별한 재능을 질투하고 부러워할 것입니다.

포인트를 썼는데 포인트가 더 들어왔다.

정명은 포인트를 아껴둘 것 없이, 이번에는 판단력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판단력이 올랐습니다!]

[판단력이 올랐습니다!]

[판단력이 올랐습니다!]

.....

[현재 능력치]

피지컬 (65/100)

정신력 (62/100)

오더 (30/100)

판단력 (61/100)

‘흠, 이 정도면 1군하고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뭐가 바뀐 게 있나 싶어 손을 쥐락펴락 해봤지만 별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역시 게임을 해 봐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듯 했다.

“다들 자리에 있나?”

“예. 다들 개인연습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항상 1군 연습실에 살고 있던 감독이 오랜만에 2군 팀의 연습실로 들어왔다. 코치가 미리 말했던 대로였다.

정명은 감독이 그냥 연습실이 잘 돌아가고 있나 보러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님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연습실로 들어오는 감독의 뒤로, 한 사람이 더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다들 주목해요! 오늘부터 우리 팀에 새로운 가족이 오게 되었습니다. 다들 박수로 맞아주도록 합시다!”

‘가족...?’

그와 동시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와서 인사했다.

김필성 코치가 추천한 팀 CL 2군의 새 연습생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찬승이라고 합니다. 멘토스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고, 탑 라이너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 멘토스라면 트롤킹 플레이로 유명한 그 사람이요?”

옆에 있던 현석이 아는 체를 하자, 코치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아는구나? 하긴, 요즘 솔랭에서 되게 유명하니까. 몇 안 되는 고등학생 유망주라고 해서 데려오는 것도 꽤 힘들었어.”

“하하, 과찬이십니다.”

재능 있는 유망주라는 사람이 들어와서인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정명은 아침부터 코치의 기분이 왜 좋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탑 라이너라. 나랑 경쟁을 시키겠다는 건가?’

정명은 자신의 입지가 꽤나 불안정해졌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실 그러건 말건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금방 미국으로 떠날 것이니까.

10분 동안 새로 온 팀원을 소개하던 감독은 코치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소개는 이쯤 하면 됐고, 이제 실력 검증 해 봐야지? 새로 온 신참이 정말 유망주인지 한 번 확인해 보자고. 뭣들 하고 있어? 연습경기 준비하지 않고?”

신입은 연습실에 오자마자 곧바로 연습게임을 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라인이 중복되는 정명은 빠진 채로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업계에서 자자한 유망주라던 이찬승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대로 제법 괜찮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캬, 지옥의 라인 프리징 좀 보게. 유정명, 저건 너도 보고 좀 배우는 게 어떠냐?”

“아, 예...”

코치는 이찬승이 자신의 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고, 감독 또한 이찬승의 플레이를 보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새로 온 신입은 정명이 보기에도 유망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와, 이정도면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되겠는데?”

“이 팀에 있을 실력이 아닌데. 금방 위로 올라가겠다 넌.”

이찬승과 같이 경기를 한 팀원들이 새로 들어온 팀원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리고 그때, 1군 팀의 선수 중 한 명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감독님. 저희 슬슬 연습해야 하는데요, TBM 애들이 들어오질 않는데요?”

이 시기는 한국보다 북미의 팀들이 더 실력이 좋을 때였다.

그리고 콧대 높은 북미의 팀들은 연습게임 약속을 어기기 일쑤였고, 코치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오, 그 새끼들 또 지랄이네. 그럼 일단 얘네들하고 하고 있어. TBM애들 오면 방 깨고 가야지 뭐...”

“이번에도 제가 하나요?”

이찬승이 코치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감독에게서 나왔다.

“아니. 아직은 팀워크 문제도 있으니 블루 팀이랑 내전 할 때는 기존 멤버로 가겠습니다.”

블루 팀은 CL의 1군 팀이었고 레드 팀은 2군 팀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같은 팀이라고 해도 1군 2군 부르긴 좀 노골적이니, 보통 블루팀이니 레드팀이니하며 나누어서 부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럼 돌진조합으로 부탁합니다. 다음에 상대할 팀이 요즘 그걸 밀고 있어서...”

1군 선수는 그렇게 말하며 연습실을 나섰고 부담스럽게도 코치와 감독, 새로 온 신입은 2군 선수들의 뒤에서 경기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밴픽이 시작되었다.

북미 팀이 나타나면 곧바로 끝나게 될 그런 연습경기였다.

‘음, 탑 라인의 캐릭터는 많이 안 해봤는데. 뭐로 하지?’

잠깐 고민하던 정명은 가로등 도둑을 올려놓았다. 요즘 메타에서 무난하다고 평가받는 픽이었다.

그런데 정명의 그런 모습을 보던 코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뭐야, 또 그거야? 정명이도 슬슬 캐릭터 풀 늘렸으면 좋겠는데.”

‘과거의 내가 이걸 자주 했었나?’

하지만 정말로 할 만한 캐릭터가 없다.

물론 다른 캐릭터도 대충 다룰 줄은 알지만, 숙련도가 Lv 5인 탑 캐릭터는 가로등도둑이 유일했으니까.

[숙련도가 Lv 5인 캐릭터입니다.]

*피지컬이 +1 증가합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캐릭터 숙련도는 그대로다.’

모든 것이 초기화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캐릭터 숙련도는 여전했다.

때문에 미드라인에 선다면 할 만한 캐릭터가 넘쳐나지만, 탑 라인이 아직도 어색한 정명으로써는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몇 개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1군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아우, 비천어검류를 저때 쓰면 안 되지! 어차피 회피에 다 막히잖아!”

코치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런데 코치가 훈수를 두고 있는 대상은 2군 팀이 아닌, 1군 선수들이었다.

정명의 가로등 도둑이 1군 선수의 사도류 검사를 상대로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저저 김호성이, 연습 똑바로 안 한 거 아냐? 딜교환을 뭐 저리 못 해?”

코치가 뒤에서 훈수를 두고 있지만, 아래층 방에 있는 1군 사람들에게 그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필성이 점점 시끄러워지자 결국 감독이 한 마디 하고야 말았다.

“조용히 좀 봅시다. 아니면 블루 팀 연습실에 가서 보시던가.”

“아, 옙.”

다른 팀원들은 역시나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특히 좋은 상성을 붙여준 미드에서 솔로 킬을 내주는 것은 눈뜨고 봐주기 힘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탑 라인만큼은 달랐다.

정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고 미니언 빅 웨이브가 밀려오는 것과 동시에 타워 다이브를 시도했다.

그리고 결국 일을 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어!”

“하!”

2군 선수인 정명이 1군 선수를 솔로킬 내버렸다.

귀환 스킬을 사용하여 집으로 가는 정명에게 메시지가 떴다.

[히든 퀘스트 No. 34 청출어람]

*2부 리그, 혹은 2군 라인업에 속해있는 상태에서 1군 선수를 잡아냈습니다.

*보상으로 30000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어, 이거 스탯을 너무 올렸나? 1군이라기에 긴장했는데 쉽네.’

전체적으로 볼 때 게임은 지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

연습실은 무척이나 조용해졌고, 정명은 머쓱하게 웃었다.

ⓒ 추어탕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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