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TAC 코스프레 (3) >
4강전 당일.
팀원들은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전략 분석에 한창이었다.
“TAC 녀석들, 한경기 한경기 놓고 보니 아주 대박인데요? 지금까지 라인전에서 진 적이 없어요.”
“맞아. 질질 끌린 경기도 일부러 끌었다는 느낌이 강하지. 더군다나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대로 했고.”
“으음....우리 잘 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나만 믿어.”
잠시 후.
선수들이 4강전이 치러지는 무대에 도착했다.
사실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3시간이나 남아 있지만, 선수들은 이렇게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에 일찍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잠시 이야기라도 나눠 보고자 NHG의대기실에 접근했다.
“혹시 시간 되십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경기 준비하느라 조금 바빠서요.”
하지만 정명은 그 모든 접근을 거부했다.
특히 이번에는 정명과 몇 번 인사를 나눴던 북미의 해설자들이 왔음에도 잠깐의 인터뷰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쿠론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 시간 남았잖아. 인터뷰 하나 정도는 해 줘도 상관없지 않나?”
“아니, 정말로 바쁜데?”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정명은 정작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히히덕거리고 있었고, 쿠론은 그런 정명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할 말 있어?”
“옛날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임에도 가차 없이 까다니. 역시 넌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서 제일 성격이 더러운 녀석이야.”
“뭐야, 시비 거냐?”
그런데 시비 거는 것 치고는 눈이 웃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쿠론은 상당히 만족한 듯 보였다.
결국 정명은 작게 한숨을 쉬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사실을 정정하자면, 첫째로 난 성격이 참 좋은 사람이야. 둘째로는 걔네랑 별로 안 친해.”
“북미에 있을 때 얘기도 많이 하고 하지 않았나?”
“그거야 사회생활 해야 하니까 적당히 웃어준 거고. 친하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거든?”
정명이 말을 끝맺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소매를 잡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할 말 있어?”
“...오빠, 우린 ‘진짜로’ 친하지? 응?”
송하니가 불안하다는 듯 정명을 올려다봤고, 정명은 옅게 미소 지으며 하니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당연하지. 하루의 반 이상을 너희랑 같이 지내는데.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입고있는 속옷 색깔까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란 것의 위력은 대단했다.
약간 빵셔틀 느낌이 나는 석진과 양아치 느낌이 나는 쿠론,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약간의 친분을 쌓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루 열두 시간씩 매일 보다 보니, 안 친해질래야 안 친해질 수가 없더라 정말.’
정명은 물을 따라 마시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시간이 없는 건 맞아. 지금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거든.”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기실로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한국 리그에서 영어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전 팀원, 조시였다.
“어머 조시야! 너도 왔구나!”
“안녕하세요 누나.”
한국과 달리, 북미에는 해설자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때문에 정명은 조시에게 인터뷰거리라도 하나 던져 주자 싶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단독으로 정명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조시는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아마 형 이후일걸? 라인전에 사람들이 힘을 주게 된 게.”
“응? 무슨 소리야? 라인전 빡시게 하는 건 누구나 당연하지.”
“하하, 사실 그렇지는 않아.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조시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메타나 캐릭터의 유행은 각 지역마다 엄청 다르지?”
“그렇지.”
“때문에 조별리그에서는 한타 조합이니 뭐니 하면서 후반 캐리 조합을 만드는 사람도 많았단 말이야. 근데 그게 다 사라졌어. 왜인지 알아?”
정명은 계속 말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형을 상대할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야. 라인전이 워낙 빡시니까. 라인전에서 지면 후반 운영이고 뭐고 다 쓸모가 없잖아? 그것 때문에 초식 정글러니 왕귀형 캐릭터이니 하는 것들은 전부 멸종됐지. 형이 게임의 유행을 바꾼 거야.”
정명은 조시와 이야기를 나누며 북미 해설들이 있는 부스로 향했다.
북미의 PD를 비롯한 사람들은 정명을 어떻게 불러냈냐는 표정으로 조시를 쳐다봤지만, 조시는 머쓱하게 웃을 뿐이었다.
북미 해설들과의 간략 인터뷰가 끝난 후, 정명이 만나야 할 사람은 한명 더 있었다.
한국 해설에서 특별 게스트로 나온 현역 선수, 김준상이었다.
“뭐야, 너 여기 왜있어?”
“하하, 휴가인데.”
“휴가는 무슨. 한국으로 가서 특훈이라도 해. 월챔 진출전도 떨어진 것이.”
“돌아가라니. 나 여기서 작두 탄 것 같은 해설로 인기 많거든?”
정명은 김준상과 잠깐의 잡담을 나누고는 곧장 헤어졌다.
두 명을 만난 것으로 오늘의 외부 일정은 끝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너도나도 정명을 만나보겠다며 찾아오기 시작했고, 결국 정명은 대기실 문을 굳게 닫아야만 했다.
‘어휴, 괜히 만났나? 옛 동료들 챙겨주기도 힘들다.’
그런데 정명이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정명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정명이 고개를 돌리자, 송하니가 정명의 손을 잡아끌며, 대기실 가장 구석에 있는 소파로 정명을 이끌었다.
“으으, 오빠는 우리들 껀데 너무 인기가 많아. 그만 바람피워...”
송하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며 끙끙대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팀원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기에, 정명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만 돌아다니려고 했어. 이제 가만히 있을게.”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로 한 정명이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창에는 이번 4강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월드챔피언십 4강전]
‘다른 자질구레한 설명은 읽을 필요 없고, 보상이...’
정명은 퀘스트의 설명은 건너뛰고 곧장 보상이 적혀있는 곳으로시선을 옮겼다.
*보상
-50만 포인트
50만이면 한국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하면 벌 수 있는 포인트 쯤 되었다. 피똥싸는 노력을 해야 겨우 얻을 포인트인 것이다.
정명은 보상에 적힌 50만 포인트를 보며 실실 웃었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붙잡았다.
‘김칫국 마시는 것은 여기까지. 50만이고 500만이고, 이겨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4강전이 시작되었다.
......
“뭐야, 라인스왑했네?”
정명이 말을 끝맺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소매를 잡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할 말 있어?”
“...오빠, 우린 ‘진짜로’ 친하지? 응?”
송하니가 불안하다는 듯 정명을 올려다봤고, 정명은 옅게 미소 지으며 하니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당연하지. 하루의 반 이상을 너희랑 같이 지내는데.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입고있는 속옷 색깔까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란 것의 위력은 대단했다.
약간 빵셔틀 느낌이 나는 석진과 양아치 느낌이 나는 쿠론,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약간의 친분을 쌓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루 열두 시간씩 매일 보다 보니, 안 친해질래야 안 친해질 수가 없더라 정말.’
정명은 물을 따라 마시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시간이 없는 건 맞아. 지금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거든.”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기실로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한국 리그에서 영어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전 팀원, 조시였다.
“어머 조시야! 너도 왔구나!”
“안녕하세요 누나.”
한국과 달리, 북미에는 해설자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때문에 정명은 조시에게 인터뷰거리라도 하나 던져 주자 싶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단독으로 정명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조시는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아마 형 이후일걸? 라인전에 사람들이 힘을 주게 된 게.”
“응? 무슨 소리야? 라인전 빡시게 하는 건 누구나 당연하지.”
“하하, 사실 그렇지는 않아.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조시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메타나 캐릭터의 유행은 각 지역마다 엄청 다르지?”
“그렇지.”
“때문에 조별리그에서는 한타 조합이니 뭐니 하면서 후반 캐리 조합을 만드는 사람도 많았단 말이야. 근데 그게 다 사라졌어. 왜인지 알아?”
정명은 계속 말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형을 상대할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야. 라인전이 워낙 빡시니까. 라인전에서 지면 후반 운영이고 뭐고 다 쓸모가 없잖아? 그것 때문에 초식 정글러니 왕귀형 캐릭터이니 하는 것들은 전부 멸종됐지. 형이 게임의 유행을 바꾼 거야.”
정명은 조시와 이야기를 나누며 북미 해설들이 있는 부스로 향했다.
북미의 PD를 비롯한 사람들은 정명을 어떻게 불러냈냐는 표정으로 조시를 쳐다봤지만, 조시는 머쓱하게 웃을 뿐이었다.
북미 해설들과의 간략 인터뷰가 끝난 후, 정명이 만나야 할 사람은 한명 더 있었다.
한국 해설에서 특별 게스트로 나온 현역 선수, 김준상이었다.
“뭐야, 너 여기 왜있어?”
“하하, 휴가인데.”
“휴가는 무슨. 한국으로 가서 특훈이라도 해. 월챔 진출전도 떨어진 것이.”
“돌아가라니. 나 여기서 작두 탄 것 같은 해설로 인기 많거든?”
정명은 김준상과 잠깐의 잡담을 나누고는 곧장 헤어졌다.
두 명을 만난 것으로 오늘의 외부 일정은 끝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너도나도 정명을 만나보겠다며 찾아오기 시작했고, 결국 정명은 대기실 문을 굳게 닫아야만 했다.
‘어휴, 괜히 만났나? 옛 동료들 챙겨주기도 힘들다.’
그런데 정명이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정명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정명이 고개를 돌리자, 송하니가 정명의 손을 잡아끌며, 대기실 가장 구석에 있는 소파로 정명을 이끌었다.
“으으, 오빠는 우리들 껀데 너무 인기가 많아. 그만 바람피워...”
송하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며 끙끙대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팀원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기에, 정명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만 돌아다니려고 했어. 이제 가만히 있을게.”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로 한 정명이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창에는 이번 4강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월드챔피언십 4강전]
‘다른 자질구레한 설명은 읽을 필요 없고, 보상이...’
정명은 퀘스트의 설명은 건너뛰고 곧장 보상이 적혀있는 곳으로시선을 옮겼다.
*보상
-50만 포인트
50만이면 한국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하면 벌 수 있는 포인트 쯤 되었다. 피똥싸는 노력을 해야 겨우 얻을 포인트인 것이다.
정명은 보상에 적힌 50만 포인트를 보며 실실 웃었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붙잡았다.
‘김칫국 마시는 것은 여기까지. 50만이고 500만이고, 이겨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4강전이 시작되었다.
......
“뭐야, 라인스왑했네?”
“악마 사냥꾼이 라인전 약하기는 하니까. 반대로 근접 챔피언한테는 지옥을 선물해줄 수 있는 캐릭터이고.”
조별리그에서 유행하던 전략과 전술 따위는 이미 구식이 된지 오래다.
두 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리그에서 유행하는 전략과 밴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고, 이번에 TAC가 다시 한 번 변화를 줬다.
-아니, TAC가 저렇게 잘 했나요? NHG와의 라인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어요!
NHG와 대등이 맞서는 TAC의 모습을 본 해설들이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지만, 딱한 명. 이 상황을 예측했던 사람이 있었다.
-제가 이미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엄청 팽팽하게 진행될 거라고.
-역시 현직에 있어서 그런지 통찰력이 대단하네요. 김준상 선수, 오늘 완전 작두 타셨는데요?
정명이 미리 귀띔해준 것이었지만, 상관없다. 이렇게 써먹으라고 말 해준 거니까.
김준상의 해설에 대한 고평가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라인전은 점점 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으아, 이건 진짜 이건....오빠, 지금 나 욕해도 되는 거 맞지?”
“하고 싶으면 해. 팀 보이스가 새어 나가서 아이돌로써의 이미지가 망가질 지도 모르지만.”
“끄아아아...메테오! 나 헬푸! 지금 내 악어는 쓸모가 없어!”
라인 스왑을 했기에 2:1로 두드려 맞던 송하니가 정글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사자 캐릭터를 고른 메테오도 근접 캐릭터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고통 받는 사람이 1명 더 늘었을 뿐이었다.
[팀원 송하니, 메테오가 디버프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레이지 모드 1단계]
*자제심이 소폭 감소합니다.
-판단력 1 감소
-집중력 5% 감소
‘음....이건 또 뭐지?’
살짝 놀랐지만 상관없었다. 이럴 줄 알고 쓴 것은 아니지만 이것에 대응하는 아이템을 이미 사용했으니까.
[패시브 스킬, 정신무장의 효과로 레이지 모드가 상쇄됩니다.]
‘좋아, 이젠 징징대지 않고 잘 버티고 있군.’
고통 받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하니와 메테오가 버텨 줘야 한다. 상대의 타워를 먼저 깨야 상황을 좋게 만들어갈 수 있으니.
-제가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저 상황에선 진짜 싸움 걸고 싶거든요. 그래도 잘 참았네요.
-그렇죠. 그래도 잘 버틴 덕분에 NHG측에서 타워를 먼저 깼어요. 이제 정상 라인으로 돌아가겠네요.
솔로킬 같은 슈퍼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명은 조금씩 분위기가 넘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확실히 하기 위하여 바텀 라인에 알아도 못 막는다는 4인 다이브를 감행했다.
정명은 바텀에 걸어 도착하자마자 석진에게 콜을 내렸다.
“석진, 네가 선이다. 채찍질 좀 해봐.”
타워 다이브를 할 때는 당연히 타워가 때리는 것을 감수 할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타워에 맞는 사람을 돌아가며 바꿔 줘야 깔끔한 타워 다이브가 되는 것이었다.
[어그로 핑퐁]
*남은 HP를 계산하여, 타워에 맞아 죽기 전에 캐릭터를 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C등급 패시브 스킬
*모든 팀원에게 적용됩니다.
‘이건 진짜 내가 생각해도 별 것 아닌 스킬이다.’
일반적으로라면 D등급 스킬이지만 전 팀원에게 적용되니 겨우 C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허접한 스킬이다.
그런데 이런 별 것 아닌 스킬이 종류별로 8개쯤 중첩되니, 이건 이것 나름대로 상당히 괜찮은 효과를 만들어 냈다.
[패시브 스킬, 새크리파이스가 활성화됩니다.]
*서포터가 딜러진을 보호하기 위하여 슈퍼플레이를 만들어낼 확률이 증가합니다.
싸움이 합류전으로 흘러가자, 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싸움이 열리자 상대 딜러진이 원딜러를 향해 달려들던 순간, 석진이 채찍으로 상대 미드 라이너와 탑 라이너를 동시에 붙잡았다.
“이건...제법인데?”
“그래? 헷, 헤헷...”
쿠론이 정말로 오랜만에 석진을 칭찬했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에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슈퍼플레이를 만들어 낸 석진의 얼굴을 카메라에 비췄지만, 바보같이 웃고 있었기에 곧장 화면을 돌렸다.
-스노우볼 많이 굴러 갔네요.
-당장 항복 선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TAC 선수들은 이를 꽉 깨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라인전 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라인전에서 완패를 해버렸으니까.
1경기에서는 졌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잘 해보자 으쌰으쌰하며 멘탈을 잡은 것도 잠시.
곧바로 시작된 2경기에서는 좀 더 심하게 스노우볼이 굴러갔다. 정명이 이번 경기서부터는 아껴두었던 스킬을 전부 끌어내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정신력이 높으니까 한 경기에 두 번쯤 사용할 수 있으려나.’
서로 눈치만 보다 열린 용 한타에서 정명은 1경기에서 쓰지 않았던 스킬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5초 영웅들을 사용합니다.]
*게임을 하는 파티원 전부 5초 영웅의 효과를 받습니다.
*피지컬이 일시적으로 95까지 상승
*집중력 대폭 증가
한타의 승패가 정해지는 데는 5초면 충분하다.
팽팽하던 싸움이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원딜 점사.”
“오키.”
[더블 킬]
[트리플 킬!]
-이야, 한타 구도가...질 수가 없는 구도네요.
-저는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역시 한국 1위팀다운 경기력이었다 라고요.
1경기보다는 2경기가 쉬웠고, 3경기는 더 쉬웠다.
TAC는 멘탈이 무너졌는지 3경기에서는 정말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현지 대만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도 3:0이라는 초라한 스코어로 경기를마감해야만 했다.
-GG!
-한국 팀! 한국 팀이 결승에 진출합니다!
-전승 진출입니다! 월드챔피언십 역사상 최초 아닌가요 이거?
숫자로 보면 3:0의 압승이지만, 내용으로 보면 상당히 힘들게 이겼다.
그래서인지 팀원들은 기뻐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명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반대편 부스로 시선을 옮겼다. 이상한 짓을 하고도 결국 패배한 TAC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음...생각보다 덤덤한 것 같네.’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그들은 무표정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후, 정명은 4강전에서의 승리에 기뻐할 새도 없이, 결승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keke11 : 전승으로 결승 진출이라니,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냐.
mukza91 : 이번 월챔은 수준이 참 높은 듯. 눈 호강 중.
커뮤니티에서는 NHG의 경기력이 역대 팀 중 최강이라며 칭찬을 아까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번 월챔에서는 그런 평가를 받는 팀이 하나 더 있었다.
“정명! 빨리, 빨리 와 봐!”
“이번엔 또 뭔데 그래? 불안하게.”
‘데자뷰인가. 지난번엔 NAV가 졌다고 석진이가 달려왔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쿠론은 정명의 손을 잡고는 모니터 앞으로 정명을 이끌었다.
“왜? 4강전 끝났어? 누가 이겼어?”
“보면 알아.”
쿠론의 말과 달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팀원들이 모여 있는 모니터에 다가갈수록 허탈해 하는 한국 해설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고 있었으니까.
-GG.....아쉽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 했으니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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