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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60화 (160/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60화-----------------

“앙, 양학 기모띠!”

어느 날, 밤 11시.

오늘도 김명수는 BJ 캐애액의 양학 방송을 보고 있었다.

사실 김명수는 방송보다는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22시 이후에 청소년은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게임 접속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법이 없었다고 해도 김명수의 나이는 12살, 초등학생이었으므로 부모님이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테지만.

때문에 김명수는 컴퓨터를 하는 대신 이불을 뒤집어쓴 채 BJ의 개인 방송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

-다이아도 별거 없어요. 내가 볼 땐, 다이아나 브론즈나 거기서 거기라니까?

-다이아에서 노는 애들은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르겠어.

전 프로 게이머 BJ, 캐애액의 원래 티어는 그랜드 마스터.

따라서 다이아 리그 현지인과 붙었을 때, 일방적인 킬을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방송을 재밌게 하기 위하여 현지 사람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일종의 조미료였는데, 아직 생각이 미숙한 김명수는 캐애액의 말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맞는 말임. 마스터 미만 잡인 듯. 브실골이나 다이아나 또이또이하지. 인정? 어, 인정.”

그런 말을 하는 김명수의 실력은 사실 브론즈 1이었다.

게임 안에서는 실버를 가니, 승급전에서 또 떨어졌니 하며 끙끙거리고 있는 그지만, 이렇게 방송으로 볼 때면 다이아도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역시 내가 실버를 못 가는 건 팀 때문이야. 앙, 거지 같띠. 나도 캐애액이랑 듀오 했으면 좋겠다. 심해 놈들이랑 하면, 나까지 수준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또 한판 눈 썩었네요. 그럼 다음 신청자 받겠습니다. 무조건 캐리 가능합니다.

다이아 리그라는, 상위 1%의 리그에서도 손쉽게 게임을 캐리한 BJ 캐애액이 다시 듀오 게임을 할 시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 말에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 수많은 사람 중에서 듀오를 할 사람을 고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듀오 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당연히 달풍선을 많이 쏜 사람이 될 것이니까.

그리고 캐애액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시청자와 파티를 맺었다.

그 사람은 달풍선 5천 개. 즉 50만 원 어치의 달풍선을 쏜 사람이었다.

-자, 그럼 밤도 늦었으니 막판 가겠습니다. 추천, 즐찾, 달풍선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그 후, 캐애액은 이번 판에서도 역시 쉽게 솔로 킬을 따내며 손쉽게 캐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캐애액이 솔로 킬을 세 번쯤 따냈을 때, 탑에서 미드로 로밍이 왔다.

계속 죽 쑤고 있는 미드를 지원 온 것이다.

와드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캐애액은 혀를 쯧, 찼다.

-뭐야. 버섯동자, 이 쓰레기 캐릭터는. 여러분들도 잘 알아 두세요. 이딴 캐릭터나 하고 있으니까 다이아를 못 벗어나는 겁니다. 아셨죠?

캐애액은 그렇게 비웃으며 마치 강의를 하는 말투로 자신의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멍청하게 와드가 있는 것도 모르고 버섯동자가 부시에 숨어 갱킹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네요. 그럼 저는 이렇게 궁을 써서 매혹을 맞추면? 어때요, 참 쉽죠…….

캐애액은 참 쉽죠? 라고 말하려고 했다.

버섯동자가 좌우로 화려하게 무빙하며 자신의 스킬을 전부 피하지만 않았다면.

-아, 시발, 잠깐만. 이 새끼 다이아치고는 좀 하는데?

애써 쿨한 척하며 발악을 해 보지만, 논 타깃 캐릭터라는 것은 스킬을 빗맞히면 팀을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캐릭터이다.

결국 캐애액은 뒤통수에 독침을 몇 번 맞고는 얌전히 킬을 헌납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 쓔벌. 여러분, 이거 제 탓 아닌 거 아시죠? 아오, 탑 똥만 아니었어도.

캐애액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팀 탓을 하며 정치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윽고 그와 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버섯동자는 근거리에서조차 캐애액이 날리는 스킬을 전혀 맞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그런 캐애액의 모습을 비웃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것은 브론즈 1인 김명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야, 그랜드 마스터도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나도 팀만 잘 만나면 그랜드 마스터까지 갈 수 있는 거 아냐?”

*

게임은 금방 끝이 났다.

남 탓을 하는 캐애액과 그 팀원들이 싸우는 탓에, 20분이 되자마자 항복 투표가 가결되었기 때문이다.

-님들, 바니걸 검사 리폿 좀. 저거 완전 트롤임-팀 탓. ㄴㄴ 제가 보니깐 님, 그냥 못함. 괜히 프로 팀에서 짤린 게 아닌 듯? ㅋㅋ

캐애액의 팀은 게임 안에서뿐만 아니라 결과 창에서까지 노골적인 비난과 패드립으로 싸우고 있었고, 정명은 그런 진흙탕 싸움을 잠시 구경하다가 자신의 채팅창으로 눈을 돌렸다.

김삐약: 정명 님, 원래 쓰던 아이디는 어디 갔어요? 다른 아이디로 하니까 캐애액이 프로인 걸 못 알아본 것 같은데.

“아, 팀명 붙어 있는 아이디요? NHG_DVA라든가, 뭐 그런 거? 그런 건 못 써요. 선점 당한 지 오래거든요.”

이것은 정명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겪고 있는 문제였다.

프로 선수들은 프로 생활을 하며 팀을 꽤나 자주 옮기게 되는데, 변경해야 할 아이디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점당하여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팡피린: 게임사에 말해서 돌려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님?

“아이디를 선점한 그분이 프로 게이머를 사칭하거나 이상한 짓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면 돌려달라고 하긴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게 보통이에요. 저는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정명은 그 답변을 마지막으로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기에, 송하니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하니야, 넌 매니저 언니 따라서 먼저 가라. 오늘 고생했다.”

“벌써? 오빠, 나이 먹으니까 약해졌구나? 내일 일요일인데 더 달려 보자구! 이얏호!”

“애들은 늦게 자면 키 안 큰다더라. 가서 자라.”

그 말에 송하니는 하품을 하며 자신의 매니저, 김민서를 불렀다.

“민서 언니! 빨리 가자. 정명 오빠가 그러는데, 늦게 자면 가슴이 안 커진대.”

“야! 그런 말은 안 했잖아!”

송하니가 미련 없이 떠난 뒤.

정명 또한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정명이 작별 인사를 하자마자, 어째서인지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졌다.

-BJ 캐애액이 님이랑 맞라인 섰으면 혹시 몰랐을 게임이라는데, 뭐 하실 말 없음?

-프로인 걸 몰라서 방심한 것뿐이라고 하더라. 정명아, 이런 말 듣고도 아무 말도 안 할 거냐? 고추 떼라.

정명은 채팅창을 보자마자 엥? 하는 반응을 보였다.

“캐애액이라는 분이 그런 말을 하셨나요? 허, 조금 거만하시네.”

시청자들은 유정명 TV, 그리고 캐애액 TV를 왔다 갔다 하며 서로 싸움 붙이기에 바빴다.

가장 재미있는 게 남의 싸움 구경이기에, 있는 말 없는 말 보태가며 어떻게든 둘을 붙여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평소 BJ 캐애액이 시청자들을 멋대로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거나 욕을 하는 등 건방진 태도를 보였기에, 시청자들은 캐애액을 엿 되게 하고 싶어서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정명은 그런 생각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적당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정명에게도 BJ 캐애액이라는 사람의 첫인상은 거의 최악에 가까웠으니까.

“그분이 그런 말을 했어요? 프로랑 아마고수랑 차이나는 건 팀워크뿐이라고? 흠, 솔직히 좀 가소롭긴 하네요. 아마추어가 솔로 랭크 열심히 해서 그랜드 마스터를 달았다고 해도, 프로랑 비교를 할 수는 없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시청자들은 즉시 그런 정명의 말을 퍼다가 날랐다. 그것도 무척이나 과장해서.

그리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캐애액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프로랑 아마가 라인전은 그렇게 차이 안 나잖아요. 저도 프로 팀 생활 해 봐서 알아요.

“아니요, 전혀 모르시는 것 같은데? 시청자들 앞이라고 해서 자존심 세우지 마세요.”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이 계속되었다.

캐애액은 캐애액 나름의 그랜드 마스터 부심이 있었고, 정명은 정명 나름대로 이렇게 양학 방송이나 하는 사람과 동급 취급받기는 정말 싫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결국 합의를 봤다.

새벽 1시가 되는 순간 동시에 게임 찾기 버튼을 누르자고. 여기서 상대로 만나면 게임을 하지만, 안 되면 잠이나 자자고.

정명은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새벽 1시가 되자마자 게임 찾기 버튼을 눌렀다.

사실 캐애액은 내심 저격이 실패하여 이번 대결이 무효로 돌아가길 원했다.

속된 말로 조금 쫄렸으니까.

하지만 첫 밴이 나온 순간, 시청자들은 달풍선을 아낌없이 쏴 댔다.

-대결 성립. ㅋㅋㅋ

-아마 고수 캐애액이 현 프로랑 붙는다!

-싸움은 미드 싸움이 재밌지. 미드전 ㄱㄱ.

캐애액이 고른 것은 스파르탄 전사.

초반에 강하고 후반에는 약한 전형적인 유통기한 캐릭터였는데, 최소한 라인전에서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리고 그에 맞서기 위해 정명이 고른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비주류 캐릭터, 대갈박사였다.

-저거 뭐냐. 신종 트롤이냐?

-랭크에서 대갈박사 하는 사람 처음 보는 것 같네.

-쓰레기 캐릭터 왜 꺼내 듦? 나중에 쓰레기 캐릭터 해서 졌다는 변명하려고?

대회 픽률 0%.

포탑을 설치하며 싸우는 대갈박사는 솔로 랭크는커녕 일반 게임에서도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주류인 캐릭터였다.

시청자들은 저게 대체 뭔 짓이냐, 하는 반응이었지만 정명은 실실 웃고만 있었다.

“이 정도로도 가능하죠. 양학 정도는.”

정명은 포탑을 깐 채, 라인을 쭉쭉 밀면서 상대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미니언을 치려고 다가오면 포탑과 함께 공격을 퍼부었다.

“어딜 감히 미니언을 먹으려고. 허락받고 먹어야지!”

-잔인하다. 정글러보다 CS가 낮아…….

-스파르탄 전사 고르고 라인전 평범하게 가면 유통기한 훨씬 짧아지는데. 끝났네, 이미.

그러다가 스파르탄 전사가 이를 악물고 덤벼들면, 재빠르게 탈진을 걸고 궁포탑을 박아 버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returner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헤헷, 재밌네, 양학.”

마치 캐애액이 다이아 사람들을 상대했던 것처럼, 정명은 그야말로 캐애액을 가지고 놀았다.

딱히 빡세게 집중하여 플레이한 것도 아니다.

그저 정명이 캐애액 정도의 BJ가 감당하기엔 너무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정명이 세 번째 솔로 킬을 따낸 후, 정명은 슬슬 상대방의 멘탈이 나갔을 것임을 직감했다.

인기 BJ였던 캐애액과 싸웠기 때문인지 정명의 방송 랭킹도 수직 상승한 상태.

기분이 좋아진 정명이 시청자들과 대화도 해 가며 여유롭게 게임을 해 나가고 있던 중,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참이 지나도 아까 죽었던 캐애액의 스파르탄 전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캐애액이 탈주와 함께 방송 종료. 일명 빡종을 했다는 것을 알렸다.

“말도 없이 탈주라니, 보기 좋은 꼴은 아니네요. 아무튼 여러분들은 앞으로 BJ들이 프로급의 실력을 가졌다거나 하는 그런 과대 광고에 속지 마세요. 아셨죠?”

정명은 그렇게 말하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추천, 즐찾, 달풍선 감사합니다. 음… 이렇게 말하는 거 맞죠?”

*

그로부터 며칠 뒤.

연습 게임 일정을 끝낸 정명은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송하니와 함께 랭크 게임을 돌리고 있었다.

다이아 리그는 금방 벗어날 수 있었다.

연승을 하면 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까.

마스터 리그에 올라가기 위하여 몇백 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게임을 캐리한 후, 송하니는 기지개를 쭉 켰다.

“오빠, 그런데 우리가 지난번에는 5위까지 올라갔던가?”

정명은 기억을 한참 동안 뒤적거리고는 말했다.

“그렇지. 5위.”

“흐흐, 잘도 거기까지 올라갔었네. 그런 실력으로”

그 말에, 정명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심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정명과 송하니는 팀워크에 의존해서 힘겹게 5위까지 올라갔었다.

그리고 당시, 진짜 대단한 팀워크 듀오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다른 프로들까지 몰려들어, 정명이 랭킹을 올리는 것은 더욱 더 고달픈 일이 되어 있었다.

“그때는 프로들 안 만나고 싶어서 일부러 정규 리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게임하거나 했었지. 참… 추억이네.”

“히힛. 그랬지.”

“그런데 이제는 뭐, 프로를 만나도 별로 감흥이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이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데, 뭐.”

정명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솔로 랭크 점수를 확인했다.

점수를 조금만 더 올린다면 쉽게 프로들을 만나는 점수대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럼 이번에도 달려 볼까? 이번에는 5위 이상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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