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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32화 (132/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32화-----------------

“흠, ‘어울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 고려는 해 둘게.”

벨라는 방금 메일을 보낸 사람의 영입에 대해 조금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는 없다.

정명은 이따가 관련된 것을 확인해 봐야겠다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야, 저기. 방송국 건물. 다 왔네.”

새비의 말을 들은 뒤, 정명은 곧바로 시드권 구매에 관해서 문의했는데 의외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 후, 약간의 심사를 거쳤고 주의 사항이나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그리고 오늘. 방송국 건물에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뒤, 1부 리그 전입에 대한 이야기를 확정 짓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시드권을 사는 게 편의점에서 초콜릿 사는 것만큼 쉬웠어?”

“쉬웠어. 뭐… 그것보다는 그쪽에서 심사를 거친다는 것 같더라고. 그 심사가 통과되니까 문제 될 것 없더라.”

보통은 이렇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자본이 진입하려고 하면 기존의 구단이나 기득권층에서 극심한 제동을 걸고는 하는데, 정명의 경우에는 그간 쌓아 온 명성과 인맥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린 경우였다.

‘물론 팀을 허술하게 운영하거나 한다면 그간 쌓아 온 명성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겠지만, 뭐 열심히 해 봐야지.’

방송국에 도착한 정명은 곧바로 실무자와 접촉했다.

그 후 몇 가지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잔금을 입금시킨 뒤, 서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간략하게 한다고는 해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자와의 인터뷰까지 마무리된다면 오늘의 일정은 끝이었다.

“감독 겸 선수로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혹시 이번 대회는 몇 위 정도를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우승이죠, 당연히.”

“하지만 정명 씨께서 테니스 선수를 기용하는 모습 등, 조금 장난스럽게 팀을 짠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거든요.”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다.

정명은 입술에 침을 살짝 바르며 준비했던 답변을 읊었다.

“물론 장난은 아닙니다. 그녀가 하겠다고, 해 보고 싶다고 꼭 부탁하기에 실력 테스트를 거쳐 뽑은 것뿐입니다. 저는 지원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피부색, 종교, 성별 따위가 어떤지 상관하지 않아요. 보는 것은 실력, 그리고 팀과 어울릴 수 있는 성격, 그 두 가지뿐입니다.”

미리 짠 것처럼 대답이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조금 거짓말을 섞긴 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벨라는 그런 인터뷰를 황당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런 시선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정명의 인터뷰가 끝이 났다.

“오늘 친절하게 인터뷰를 해 주셨으니, 제가 선물을 드릴게요.”

“선물이요?”

“소소한 정보입니다. 당신에게 들려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개가 있어요. 무엇부터 듣고 싶으세요?”

“음, 저는 좋은 소식이요. 무언가를 먹을 때 맛있어 보이는 것부터 먹는 타입이라.”

“이거 어디 가서 제가 얘기했다고 하지 마세요? 이건 얼핏 들은 건데, 정명, 당신의 첫 상대가 TBM이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시죠? 당신이 북미 리그에서 꽤 고전했던 상대요. 그게 흥행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는 것 같더라고요.”

TBM. 정명이 OMA에서 활동하던 시절, 좀 잘되는 것 같다 싶으면 번번이 나타나 정명의 연승 기록을 깨 버렸던 그런 기분 나쁜 팀이었다.

‘그때는 TBM이 부동의 1위였는데, 지금은 어떨지…….’

과거를 추억하던 정명은 불현듯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자를 쳐다보았다.

“근데 이게 왜 좋은 소식이에요?”

“복수를 할 기회잖아요? 분명 이기실 수 있을 거예요.”

기자는 ‘그쵸?’ 하며 귀여운 표정을 흉내 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소식 같은데. 그러면 나쁜 소식은 대체 뭐죠?”

“나쁜 소식은… 정명, 당신의 팀은 아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하셨죠? 팀 구성을 ‘조금은 천천히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계셨겠지만,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판매된 시드권은 한 개가 아니거든요.”

기자의 의미심장한 경고를 뒤로한 채, 정명과 벨라는 방송국 건물에서 나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꺼 둔 핸드폰을 확인한 정명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벨라,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다. 뭐 부터 들을래?”

“나쁜 것. 난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는 타입이라서.”

정명은 기자의 말을 따라 했고, 벨라 또한 정명의 답변을 흉내 냈다.

그 농담에 정명은 피식 웃으며 핸드폰 화면을 들어 벨라에게 보여 주었다.

“네가 별로라고 말했던 사람, 다시 메일을 보냈어. 안 온대. 다른 곳에 지원한다나 봐.”

“그래? 좋은 소식은?”

“그 사람의 실력이 내 눈에 찰 만큼 별로 좋지 않다는 거지. 아까 쉴 때 플레이를 확인했는데, 일명 북미잼이었어. 다른 곳에 가도 아쉽지 않은 지원자라는 거지.”

“그건… 따지자면 두 가지 모두 좋은 소식이로군. 안 그런가?”

*

며칠 뒤.

정명은 기자가 한 경고가 무슨 의미인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금방 될 것 같던 선수 영입이 제대로 막혀 버린 것이다.

[안 읽은 메일: 0건]

‘망했네, 이거. 더 이상 메일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척이나 명확했다.

정명은 커뮤니티 광고 배너에 올라간 선수 모집 공고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팀 라드온 선수 모집 공고]

*연봉

-연습생: ~50,000$

-경력자: 상의 후 결정

팀 라드온과 함께 도전할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습니다.

지원은 양식에 맞춰 [email protected]으로 부탁드립니다.

?finn: 지원합니다. LA, 20 남, 포지션 원 딜, 현 마스터 리그.

?namu: 지원합니다. 18 남, 포지션 미드, 현 그랜드 마스터.

?레오: 여기서 댓글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메일로 지원하라고, 이 멍청이들아.

‘이곳에서 이력서를 다 빨아들이고 있어. 다른 팀에도 물어봤을 때 이력서가 거의 안 온다고 했던 것을 보면 이곳에서 다 먹고 있는 거겠지, 아마도.’

다른 스포츠에도 후원을 하며 유명 메이커를 뒤에 업고 있는 팀이 드디어 e스포츠 판에도 뛰어들었다.

그런 이름값에 걸맞은 파격적인 연봉은 선수, 그리고 선수 지망생의 환심을 사기에는 충분했고, 덕분에 정명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 또한 손가락을 빨며 구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만약 연봉 차이가 없다 할지라도 지원자가 대기업에 입사 원서를 넣을지, 중소기업에 넣을지는 꽤나 예측하기 쉬운 일이므로 정명은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다른 팀들은 연봉을 올려 볼까 생각 중이던데, 내가 줄 수 있는 연봉에는 한계가 있다.’

정명은 돈으로 승부가 안 된다. 반대편에서 연봉을 올린다면 저쪽에서도 올릴 것이다.

머니 싸움으로 가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했다.

정명은 ‘나라도 저쪽에 이력서 넣겠다.’ 하며 웃고는, 자신의 팀 정보를 띄워 보았다.

[현재 팀 정보]

*팀 등급: 아마추어 Lv1

*팀원(1/1)

-팀원을 추가로 등록하려면 팀 레벨을 상승시켜야 합니다. 명성 점수와 포인트를 소모하여 팀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팀 레벨이 올라갈수록 특수 효과가 늘어납니다.

*더블 샷: 획득 포인트가 두 배가 됩니다.

‘아마추어라니, 돈 받으면 프로 아니냐? 하긴, 난 지금 돈을 안 받지. 오히려 주는 입장이지.’

정명이 띄운 것은 팀 정보창.

그동안은 무척 바빴기에 한가해지면 건드리려고 했던 것인데, 정명은 본의 아니게 한가해졌다. 그리고 정명은 팀 정보를 다시 열어, 이번에는 정말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팀 레벨 1이라고 적혀 있는 것. 이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명은 화면을 이것저것 건드려 보았다.

그리고 팀 등급을 건드리는 순간, 무언가가 나타났다.

*팀 레벨 2로 올리기 위해선 명성 수치와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팀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필요 명성 수치: 100

-소모 포인트 100

‘쌍으로 100, 100이네. 지금 내 명성은… 4,511. 남은 포인트는 19,200이군. 100 정도면 귀여운 정도다.’

정명은 왜 이렇게 포인트 요구량이 적은가 생각했지만, 금방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내 팀을 만들어서 하겠다!’ 식으로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겠지만, 단 한 곳. 한국만큼은 돈 없이도 구단을 만드는 게 가능하니까. 한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이지.’

닭장과도 같은 연습실에 컴퓨터 정도만 차려 놓고,

‘게임 구단 같이 만들어 나갈 사람? 안타깝게도 월급은 없습니다. 나중에 실력 쌓아서 스폰서 구하게 되면 드릴게요.’

따위의 말을 해도 사람이 모이는 게 현실이었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요구량이 이해되는 일이었다.

‘그럼 올려 보자.’

[팀 레벨이 올랐습니다!]

*팀 등급: 아마추어 Lv2

*팀워크가 3% 보정치를 받습니다.

[팀 레벨이 올랐습니다!]

[팀 레벨이 올랐습니다!]

[팀 레벨이…….]

*팀 등급: 아마추어 Lv9

[잔여 포인트: 3,200]

처음에는 포인트 소모량이 적어, 팀 레벨을 연타로 올려 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부산물을 얻을 수 있었다.

*분노 상승량이 3% 감소합니다.

*스트레스를 2% 덜 받습니다.

*선수가 느끼는 편안함이 3% 증가합니다.

‘별 잡스런 것들이 다 뜨네.’

레벨을 올리며 얻게 된 것은 있으면 확실히 좋을 것 같으면서도 그 증가폭이 낮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그런 애매한 능력들이었다.

‘나오는 능력들을 보면 그것도 나올 것 같은데. 그건 안 나오려나? 슬슬 남은 포인트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이 시도는 못 해 본다.’

원하는 능력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정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레벨을 올려 볼 생각이었다.

곧이어 정명이 팀 레벨을 아마추어 Lv10으로 올리는 순간, 원하던 능력이 나왔음을 깨닫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팀 레벨이 아마추어 감별사 Lv1로 올랐습니다!]

*패시브 스킬, 초보 감독의 카리스마를 얻었습니다.

*초보 감독의 카리스마

-가진 건 없지만 열정은 많은 열혈 감독입니다.

만약 제시한 연봉이 적어도 게이머의 판단력 스탯이 50 이하라면 높은 확률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이 스킬은 당신의 오더 수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오더: 89(매우 높음)

‘됐다, 아슬아슬하게 얻었어! 나올 줄 알았다니까, 선수 영입을 도와주는 무언가가.’

정명이 찾던 것은 영입에 도움을 주는 스킬, 혹은 스탯이었다.

영입 성공률을 높여 준다거나, 이력서를 더 많이 받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을 기대했었는데, 딱 필요할 때 좋은 스킬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난 오더 스탯이 89인데?’

그러나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다리고 눌러 봐도 변하는 건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여 창을 껐다가 다시 켜 봤더니 스킬의 이름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베테랑 감독의 페로몬

-‘이 사람과 함께라면 우승 또한 가능할 것 같다.’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심어 주는 페로몬을 퍼뜨립니다.

낮은 확률로 소위 S급 선수들의 이력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수를 쉽게 뽑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맞는 거겠지……? 일단 다시 광고를 내 보자. 연봉도 좀 올려서.’

그 후,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은 높은 연봉에 혹하여 팀 라드온 쪽에 지원을 넣었지만, 정명의 팀에도 제법 이력서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명은 그러한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며 커뮤니티의 한 게시물을 클릭했다.

-거기는 물론 연봉이야 많이 주지만, 검증이 안 되어 있음. 그에 비해 정명은 구제 불능이던 수많은 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전적을 갖고 있지. 실력을 쌓고 싶다면 어느 팀에 가야 할지는 명확한 거 아니냐?

?이 글에 동의함.

?맞아, 맞아!

?네, 다음 경쟁자 제거.

?일정이 겹쳐서 여러 곳 지원할 수도 없고… 진짜 고민된다.

정명은 이 게시물에 맞아, 맞아, 라고 댓글을 단 뒤, 벨라와 함께 이력서를 살피는 일을 계속해 나갔다.

“정명, 한국인 자리가 다 찼다는 얘기 분명히 적었어? 왜 이렇게 한국인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지?”

“몰라, 한국에서 취업이 잘 안 되나……. 아, 테론토 그 사람은 안 돼. 폼이 재작년에 정점을 찍었다가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거든.”

“이 사람은? 연봉 안 받고도 열심히 할 테니까, 뽑아만 달래.”

“너도 알겠지만, 연봉을 안 받겠다고 해서 정말 안 주면 나 잡혀가. 여기 한국 아니거든?”

사실 벨라가 한 것은 한국인 이력서와 같은, 조건이 안 되는 이력서들을 빼는 일이 전부였다.

그 이외의 선수 실력 검토라든가 하는 것은 전부 정명의 손을 거쳤다.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정명이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한 개의 메일과 한 개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문자는 새 연습실이 막 정리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메일에는 차석진이 곧 한국을 떠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앞으로 있을 면접은 연습실로 오라고 해야겠어. 차석진도 연습실의 숙소로 밀어 넣으면 될 것 같고.’

오늘은 오랜만의 휴일이었다.

대충 핸드폰을 확인한 정명이 다시 베개에 머리를 기댄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명망 있는 선수가 페로몬에 이끌려 당신의 메일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세요!]

‘드디어 하나 낚았나 보다. 그런데 굳이 표현을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휴일이라 한숨 더 자고 싶었지만, 호기심이 수면욕을 이겼다.

정명은 꾸역꾸역 일어나 노트북을 침대로 가져온 뒤, 메일함의 이력서를 확인했다.

[읽지 않은 메일: 16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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