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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프로게이머-111화 (111/226)

-----------------레벨업 프로게이머 111화-----------------

섬머 리그가 끝난 이후에는 곧바로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다.

섬머 리그에서 우승한 팀은 첫 번째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받게 되며, 시합을 치를 필요 없이 월챔에 직행한다.

두 번째 팀은 포인트가 높은 팀이다.

지난 1년간의 성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꾸준한 성적을 보여 준 팀이 두 번째로 티켓을 거머쥔다.

마지막으로 중국 대륙에 부여된 세 번째 티켓.

그것은 남은 팀들이 토너먼트를 통해 치열한 혈전을 펼친 끝에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이었고, 수많은 팀이 마지막 희망으로 노리고 있는 티켓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명 또한 그 티켓을 잡기 위하여 혈전을 치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도 힘들 것 같은데요. XTC, 전체적으로 체력 저하가 눈에 띌 정도입니다.

-GG! 스코어 2 : 0. XTC, 마지막까지 몰렸습니다.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컨디션이 한창 좋을 때 싸워도 장담하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이럴 때 붙었으니. 쯧.’

팀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경기를 치렀으니까.

XTC의 최종 섬머 리그 성적은 5위였다.

12개의 팀 중에 5위.

1부 리그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팀치고는 상당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것에 아쉬움을 느낄지언정, 낮은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월챔 티켓 쟁탈전에 참여할 수도 있게 되었고 말이다.

마지막 티켓 결정전.

처음에는 5위 VS 6위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한 XTC는 이틀 뒤 4위 팀을 격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5전 3선승제였으므로, 선수들의 피로감이 계속해서 쌓인다는 것과 여러 경기를 통해 전략이 노출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순위의 팀이 승리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4위를 꺾은 XTC의 다음 상대이자 마지막 상대는 섬머 리그 3위 팀, 로얄 패밀리아.

특이하게도 AAIG가 로얄 패밀리아를 기적적으로 꺾고 2위로 월드 챔피언십에 올라가는 바람에 로얄 패밀리아가 최종 결정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니까. 저 팀이 3위라니, 이게 대체 뭐야? 젠장.’

누구는 승부 조작이라 했고, 누구는 운이 엄청 좋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물론 소문일 뿐이었고, 지금 정명에게 중요한 것은 로얄 패밀리아라는 팀은 정말 까다로운 상대라는 것이었다.

최종 결정전.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XTC는 이미 2패를 한 상황이었고, XTC의 부스에는 패배의 감정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던 정명은 결단을 내렸다.

‘이게 안 통한다면 정말 답이 없지. 아꼈던 거지만, 더 이상 아낄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리고 정명은 시스템을 연 뒤, 원하던 아이템을 찾았다.

[C급 선물 상자를 여시겠습니까?]

언제 받았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 아이템이었다.

그만큼 아껴 뒀던 것이지만, 위기 속에서 정명은 망설임 없이 사용 버튼을 눌렀다.

[C급 선물 상자를 열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선물 상자에서 C급 스킬, 1초 용사를 획득했습니다!]

[이 스킬은 다음 경기부터 사용 가능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매뉴얼을 참조하십시오.]

‘C급 상자니까, C급 스킬이 나왔네. 정말이지, 정직하구만.’

혹시나 했던 대박은 아니었고, 딱 수준에 맞는 스킬이었다.

심호흡을 하던 정명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 정명 선수, 팀이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각성이라도 했나요? 감탄이 나올 정도의 컨트롤이었습니다!

-아니죠.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한 방 싸움이었으니까요.

소규모 국지전.

서로 HP가 바닥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정명은 아슬아슬하게 킬을 따냈다.

이 모습을 보고 한 해설자는 운이라고 단정 지었지만, 사실 운이 아니었다.

정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로 얻은 스킬을 떠올렸다.

[1초 용사-C급 액티브 스킬]

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용사가 등장했습니다! 단 1초뿐이지만.

*용사처럼 일반인의 배에 해당하는 집중력을 갖습니다. 단 1초 동안만.

*용사처럼 피지컬이 95로 늘어납니다. 단 1초 동안만.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피로감이 커집니다.

새로 얻은 스킬은 사용 시간이 1초밖에 안 되는 하급 스킬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할 수밖에는 없었고, 그 중요한 순간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판단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중요한 순간이 또다시 왔다.

그리고 정명은 스킬 사용을 준비하던 정명에게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과도한 능력 사용으로 집중력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뭐야, 이건? 지금 급한데…….’

‘적당히 사용하지 않으면, 피 볼 거다.’라는 신호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정명은 한 번 더 스킬을 사용해 버렸다.

-우오! 정명, 그걸 맞히네요! 미니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적중시킵니다!

-뭐, 운이 좋았죠. 이 급박한 상황에서 저런 것까지 계산하고 스킬을 날릴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와, 대박!”

“오, 쩔어요! 방금 그거 뭐였어요?”

팀원들은 정명의 슈퍼 플레이에 감탄하고 있었지만, 정명만은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을 수 없었다.

경고 메시지가 한 번 더 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정신력이 하락합니다.]

[조심하십시오. 더 이상 무리했다간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헉!’

정신이 번쩍 든 정명은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정신력 (73/100) / (79/100)

*정신력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상태입니다.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면, 단기간 내에 회복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능력치가 6 정도 하락해 있었고, 정명은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젠장,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어쩐지 집중력이 살짝 풀린 느낌까지 들었던 정명은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정명의 활약이 거슬렸는지, 상대측에서도 대응책을 꺼냈다.

이제는 스킬도 쓰지 않고 있건만, 정명의 눈앞에 경고메시지가 또 한 번 떠올랐다.

[*주의! 상대방의 오더가 운영법, ‘개싸움’을 명령합니다.]

[호전적인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하, 산 넘어 산이군. 쯧.’

그 이후, 상대방 선수들은 만나기만 하면 덤벼들었다.

마치 광전사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었고, 그것은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어쩐지 대응해 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10분 후.

결국 XTC는 로얄 패밀리아에게 3 : 0으로 패했다.

팀원들은 패배의 아픔과 지금까지의 피로가 겹쳤는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씨, 이거 진짜 승부 조작 한 거 아냐? 이만한 팀이 AAIG에게 졌다고? 말이 안 되잖아!’

사실 말도 안 되는 피해망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머무는 동안의 경험은 이곳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그만큼 중국 리그에 대한 정명의 신뢰도는 바닥이었다.

‘아니, 이건 좀 과대망상이군. 진 건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

제일 먼저 패배의 아픔을 극복해 낸 정명은 부스에서 나왔다.

그러자 눈앞에 짝퉁 기자가 보였다. 로얄 패밀리아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는 메이였다.

정명이 메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는 듯 시선을 내리깔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야, 쟨? 아는 척이라도 할 것이지.”

정명의 월드 챔피언십 도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월드 챔피언십 진출은 안타깝게도 실패했지만, 지금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올림픽에 나가서 동메달 땄다고 성적이 나쁜 게 전혀 아닌 것을 모두 알 듯, 처음 1부 리그에 출전한 것치고는 썩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떨어져서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기에, 선수들이 연습실의 짐을 정리하는 것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당분간 리그는 월드 챔피언십밖에 없었으므로 강제로 갖게 된 휴식기였다.

그리고 선수들 중에서 연습실을 가장 빨리 벗어난 것은 에리와 쿠론 모녀였다.

쿠론은 지긋지긋한 연습실을 벗어나는 게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준비 다 됐어. 집에 가자! 하, 마치 방학 같네. 우리 몇 개월을 쉴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다고 너무 쉬지는 마. 감을 끌어 올리는 것은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니까.”

“쳇, 꼰대 같은 말 하기는.”

그러자 에리가 쿠론의 볼을 잡아 살짝 꼬집으며 민망하다는 듯 말을 돌렸다.

“정명, 그럼 미국에는 아예 안 올 거야?”

“모르겠어요. 일단 한국에서 쉬려고요. 한국 들어간 지도 꽤 오래됐거든요. 미국은… 뭐, 생각나면 갈 수도 있고요.”

잠깐의 대화 후, 쿠론은 피곤하다는 듯 휘적휘적 연습실을 떠났다.

그리고 30분 뒤, 정명 또한 세 달간 신세를 졌던 연습실을 나섰다.

한국에 도착한 정명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방 안에 누워 아는 사람들에게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날린 그는 자연스레 TV를 틀며 과자를 집었다.

그런데 TV를 틀자마자 꽤나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중국에서는 하루 전에 끝났던 마지막 월드 챔피언십 결정전이 한국에서는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아 씨, 기분 더럽게. 안 봐!”

평소라면 할 게 없어서라도 봤겠지만, 정명은 지금 월챔에서 떨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

때문에 지금 본다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으므로 정명은 리모콘을 들었다.

-윈터폭스, 와드를 철저하게 박았군요. 시야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응? 저것들은…….’

그런데 화면에서 선수들이 나온 순간, 정명은 손을 멈췄다. 아는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양쪽 팀 모두 다.

‘허, 윈터폭스……. 이 녀석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혹시 한국 팀들 수준이 낮아진 건가?’

윈터폭스는 XTC와 한동안 연습을 했었던 팀이었다.

물론 그들이 꽤 잘하기는 하지만, 월드 챔피언십 최종전까지 비빌 만한 팀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정명은 꽤나 황당해했다.

-김성무 선수가 빠지자마자 이런 저력을 발휘하다니, 김성무 선수가 섭섭해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김성무 선수가 억제기였다는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건 매너가 아니겠죠.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 온 에이스였는데요.

해설들의 말을 들어 보면, 김성무가 빠진 이후로 윈터폭스의 실력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정명은 곧바로 몇 달 전 나타났던 메시지와 뭔가 관계가 있음을 눈치채고는, 메시지 로그를 찾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고용 안정]

*윈터폭스 선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성무의 출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들은 죽을 각오로 경기에 덤벼들 것입니다.

-김성무의 방출이 결정되는 순간, 팀 윈터폭스 선수의 모든 능력치가 일주일간 대폭 상승합니다.

‘그러니까 뭐야, 그 능력치 버프 때문에 저 녀석들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지금까지 정명의 경험으로는, 공짜로 주어지는 능력은 단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저들은 능력의 반동이든, 비용이든 무언가를 치러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한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파워업 한 녀석들을 상대로 정말 잘도 싸우는군. 이거 꽤 재밌다.’

정명이 보기에 정말 막상막하의 경기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능력치 버프가 아니었다면 정말 쉽게 윈터폭스가 졌을 거라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했다.

정명은 괜히 기분이 떨떠름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잘못이야? 아니지?’

누가 봐도 명 경기를 펼쳤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결국 승패가 났다.

윈터폭스의 팀을 상대로 초 장기전 끝에 패배한 것은 송하니의 팀이었다.

-승자는 윈터폭스입니다! 정말 명승부였어요!

-GG!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은 윈터폭스입니다. 축하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지, 송하니는 키보드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진 것이 무척이나 분한 듯했다.

반대로 윈터폭스 선수들은 무척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면서도, 무척이나 기쁜 모습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리포터가 다가갔다.

하지만 정명은 승자 인터뷰를 보지 않고, 채널을 돌렸다.

‘이것까지 본다면 정말 화병 걸릴 것 같다. 채널 돌리자.’

그리고 잠시 뒤.

예능 채널을 보고 있던 정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방금 전, 정명이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들 중 하나인 이동호였다.

-정명, 백수 되었다면서요? 축하합니다.

“백수 아닙니다. 재충전 시간이에요.”

-하하, 농담입니다.

“그런데 거기 어디예요? 굉장히 시끄러운… 아.”

정명은 말을 하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깨달았다. 이동호는 아까 월챔 최종전 해설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직은 무대인 게 당연했으니까.

-아 참, 그런데 방송 출연 생각 없으세요?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오랜만에 얼굴 좀 비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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