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프로게이머-21화 (21/226)

7. 1부리그를 향하여 (2)

그 말을 들은 정명은 막연히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라고만 생각했으나, 다른 팀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무척 놀란 표정으로 올라와 정명을 번갈아보던 새비는 올라에게 재차 확답을 받았다.

“1부리그 팀하고 연습게임...그거 진짜죠? 나중에 섭외가 안 됐다고 무르면 안 됩니다?”

“어...그렇게 말하니 조금 부담스럽네. 내가 무슨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 무조건 된다! 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지간해선 부탁을 들어 줄 거라고 생각해. 뭐, 1부리그 팀 중에서도 요즘 SAO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니까.”

새비는 오늘 하루 종일 귀찮게 군 올라에게 조금 짜증이 나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는 마음속의 짜증이 사르르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1부리그 팀과의 대결을 대단한 기회라고 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GLG나 TBM 뭐 이런 팀들과는 힘들겠지만, 중하위권 팀 중에서는 아마 될 거야. 내가 슈퍼위크 끝날때 쯤 다시 연락 할게.”

올라가 연습실을 나가자, 다른 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정명 혼자만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멀뚱히 있었다.

“뭐야,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이에요?”

“당연히 좋지! 엄청 영광이다...라고까진 안 하겠지만, 이런 기회는 무척 드물다고. 우리 팀을 봐. 같은 2부리그 팀이라 할지라도 너무 성적이 안 좋은 팀하고는 연습게임을 안 해주잖아? 그런 거야.”

연습게임을 하더라도 급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전승을 달리고 있는 SAO가 전패를 달리고 있는 BOARD와의 연습경기를 할 이유가 없다. 시간낭비니까.

물론 연습게임을 한다면 BOARD 입장에서는 무척 도움이 되는 한 판이겠지만, SAO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장사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2부리그팀이 1부리그팀과 연습게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정명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았어요. 그럼 이만 쉬러 가죠. 1부리그 팀과의 연습경기 전에, 슈퍼위크라는 골치아픈 문제가 남아있으니까.”

@@

그리고 그 다음 주.

본격적으로 슈퍼위크가 치러지게 되자, 모든 북미 게임단들은 빡빡한 강행군에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게임단에는 SAO도 포함이었다.

“어휴, 힘들어. 대체 슈퍼위크 같은 건 누가 생각해낸 거야?”

“내 말이. 무슨 밀린 방학숙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후다닥 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뭐야?”

경기장 구석에 마련되어있는 선수 대기실.

팀원들은 대기실 안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잠을 쫒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불평을 했다.

“어제 경기를 했는데, 오늘도 또 경기가 잡혀 있네. 하지만 일요일은 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월요일에 또 경기가 있어. 이러면 마음 놓고 못 쉬잖아!”

다른 팀원들은 이런 룰을 만든 누군가를 씹으며 욕을 하고 있었지만, 정명만은 태연했다. 아니,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건...노다지구만 노다지.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50/100)

정신력 (50/100)

오더 (25/100)

판단력 (50/100)

[현재 포인트 : 3700]

스탯을 올리느라 포인트가 바닥까지 떨어진 게 엊그제 같건만, 슈퍼위크 시즌의 계속되는 경기 덕분에 다시 포인트 곳간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으면, 승강전 전에 피지컬을 60까지 찍을 수 있을지도...’

잠시 뒤. SAO의 대기실에 스태프가 찾아왔다.

“SAO 선수분들, 이제 경기 준비를 해 주십쇼. 30분 뒤 경기 시작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정명은 다른 팀원들과 같이 피곤한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백작 잡을 필요 없어. 바로 넥서스로 달려!”

“부활까지 30초, 타워에 몸 대. 몸 대!”

-경기! 끝났습니다! SAO, 팀 MUX에게 2:0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25분만의 완승이로군요. 팀 MUX, 아무리 SAO가 힘든 상대이긴 하지만, 조금 무기력해 보일 정도입니다.

[2부 정규리그에서의 승리! 3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2:0 완승 보너스! 300포인트가 추가로 주어집니다.]

[현재 포인트 : 4600]

포인트가 들어온것을 확인한 정명은 카메라를 보며 씩 웃었다.

‘후, 꽁승이네 꽁승. 잘 됐지 뭐. 가뜩이나 체력 떨어지는데, 빨리 끝나면 좋지. 그럼.’

하위권 팀과 붙으면 이런 게 좋다.

스콜피온즈나 팀 카카오랑 붙어서 영혼의 혈투 끝에 쟁취해낸 점수와, 승점 자판기이자 포인트 자판기인 하위권 팀과 붙어서 얻는 점수는 똑같았으니까.

경기가 끝나고 5분 뒤. 주최 측에서는 바로 방금 전의 경기경과를 반영하여 승패와 승점이 계산된 표를 띄웠다.

1위 : SAO 11승 1패 (+20)2위 : 스콜피온즈 10승 2패 (+16)3위 : 팀 카카오 8승 4패 (+11).......

11위 : BORAD 0승 12패 (-20)해설진들은 지금까지의 성적에 대해,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SAO, 역시나 단단하네요. 이로써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순위는 이대로 굳혀지는 분위기이죠?”

“슈퍼위크는 하위권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만, 결국 순위가 변하지는 않네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슈퍼위크가 끝나갈 무렵. 이번 시즌 순위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1, 2위는 모두가 예상했듯 SAO와 스콜피온즈였다.

중반부터 고정된 이 순위는, 슬슬 시즌이 마무리되는 지금 시점까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늘의 경기는 SAO와 MUX의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하나 둘 관객들이 빠져나가고, 정명도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올라가 정명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꽤 친해지게 된 올라는 정명에게 친근하게 말 걸었다.

“슈퍼위크 동안 수고 했어. 오늘은 꽤 쉽게 이겼네?”

“예. 상대팀에서 연습을 많이 안 한 것 같더라고요.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연습을 많이 하면 경기에서 그 티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별로 안 보이고.”

“어쩔 수 없지. 시즌이 끝나갈 즈음에는, 아예 포기하는 팀들도 많아. ‘억지로 경기는 나오긴 한다만, 연습은 안 할 거야‘ 라는 느낌이지.”

“그래요? 승점만으로 1, 2위를 정하니까 나중에는 역전이 불가능해서 그런가? 차라리 다음 시즌부터는 4, 5위 팀에게도 승강전으로 갈 기회를 주는 건 어때요?”

“그게 좀 어려워. 만약 1부리그 플레이오프처럼 승점 4, 5위가 상위권 팀하고 붙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전에 해 봤는데, 결과는 어차피 똑같더라고. 하위권 팀이 상위권 팀을 도저히 이기질 못해.”

2부리그는 1부리그보다 실력 차이가 극명하다고 한다.

때문에 승강전 경기를 하나마나 승점 1, 2위가 승강전에 진출하게 될 확률이 100%니까 괜히 힘 빼지 말고 승점 1, 2위를 바로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4, 5위는커녕 지금 3위팀인 팀 카카오가 SAO나 스콜피온즈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

“그건 그러네요. 팀 카카오가 SAO랑 스콜피온즈를 한 번도 못 이겼으니...”

“그치?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전해줄 말이 있어. 그 왜, 전에 말 했던 1부리그 팀하고의 경기. 내가 얘기 했는데, 다음 주 목요일에는 괜찮대.”

“오, 그래요? 그 때는 우리도 한가해요. 그럼 그 때 보는 것으로 하죠.”

......

그로부터 5일이 지났다.

1부리그와의 연습경기가 약속되어있는 목요일.

SAO가 대단한 일을 벌인다는 소문을 들은 스콜피온즈는 아침부터 SAO의 연습실에 찾아와 구경하기 시작했다.

“뭐야, 염탐하러 왔냐? 어서 너희 연습실로 돌아가.”

“아, 구경 좀 합시다. 리플레이 파일 달라고 하면 안 줄 거잖아요.”

“당연하지. 그럼 너희들 이따가 밥 사. 그럼 여기 있는 거 허락해 줄게.”

스콜피온즈와 SAO 사람들은 꽤 친해진 상태였다.

2부리그 하위권 팀들과는 연습하는 의미가 없고, 중위권 팀들은 의욕을 잃은 상태다. 그렇다고 1부리그 팀들과 연습게임을 하자니, 붙어주질 않는다.

결국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상대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콜피온즈 정도였고, 두 팀간 교류가 활발해지다 보니 어느새 연습실에 놀러올 수 있는 정도까지 친해진 것이다.

“뭐야, 정명. 어디가? 우리 곧 준비해야 하는데?”

“잠깐만요. 까먹고 온 게 있어서.”

상대는 1부리그 중하위권팀 울라비.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 SAO의 전력으로는 이기기 어려운 상대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런 팀을 상대하는 SAO의 마음가짐은 ‘꼭 이기겠다’ 라기 보다는, ‘최대한 배워가겠다’ 정도였다. 상대방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명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1부리그 팀은 포인트를 남겨둔다 어쩐다 하며 여유부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나도 최선을 다 해야 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정명은 조용히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현재 능력치]

피지컬 (50/100)

정신력 (50/100)

오더 (25/100)

판단력 (50/100)

[현재 포인트 : 5200]

[피지컬 스탯을 5 구입하시겠습니까?]

가격 : 4500 포인트

‘구매한다.’

[스탯 구입을 완료했습니다.]

[잔여 포인트 : 700]

‘좋아. 그럼...가 볼까.’

모두가 의욕이 충만한 상태로 팀 울라비를 기다렸다.

하지만 팀 울라비가 코빼기도 비치질 않자, 새비는 의아한 듯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 됐는데? 얘네 왜 안 들어와?”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이 동네에서 칼같이 시간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났는데도 울라비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새비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연락 해봤어? 뭐래?”

“곧 들어온다는데요. 조금만 더 기다리래요.”

그로부터 1시간, 2시간이 지났다. 울라비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3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는 대답은 바로 옆에서 나왔다.

“어? 이 사람들, 지금 방송중인데요?”

바빠서 늦는다던 팀 울라비는 지금 트이치TV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모니터로 몰려들어 방송을 보니, 바빠서 조금 늦는다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명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개새끼들이 진짜...이놈들이 이따위로 나오는데, 우리 참고 있어야 해요?”

“참아야지 어쩌겠어. 승강전에 대비하려면 1부리그 팀과의 연습이 절실하잖아. 이번만 눈 딱 감고 하자.”

그로부터 잠시 뒤. MUX는 약속시간으로부터 4시간이 지나서야 방송을 종료하고 하나 둘 접속하기 시작했다.

-미안합니다. 좀 바빠서 늦었네요.

-죄송요 죄송~

그 채팅을 본 정명은 다시 열이 뻗치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냥......무시하고 하죠. 더 화내다간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경기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울라비가 빨리 저녁을 먹어야한다, 어쩐다 하며 협조를 잘 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게임.

상대방이 고를 수 있는 캐릭터를 금지 하는 단계에서부터 정명은 어이가 없어졌다.

“뭐야, 저 쓰레기 캐릭터들은 왜 금지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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