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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187화 (187/325)

# 187

냉철한 거하고 냉정한 건 다른 거야!

나와 양 차장은 박 이사를 모시고 회의실로 올라가기 위해 먼저 박 이사의 사무실부터 찾았다.

10시 45분.

내가 직접 발표를 할 때보다 신경 써야 하는 게 더 많았다.

박 이사에게 오늘 차 팀장이 하게 될 발표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해야 했고, 차 팀장의 컨디션도 계속 떠올려야 했으니까.

“재무리스크팀에서 1등급 판정 났으면 뭐…”

박 이사는 여유로웠다.

“근데 유통 판들이 가지고 있는 편집샵들이랑 겹치는 브랜드는?”

“브랜드는 겹쳐도 컬렉션이 다르니까요. 아예 안 겹치도록 컬렉션 포지셔닝을 완벽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정도는 유통 판 입장에서도 그냥 넘어가 줄 겁니다. 어차피 저희가 유통 판 매출을 뺏어 오겠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저기 잘나가는 브랜드들을 동시에 노출시켜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건데, 거기서 태클을 걸지는 않을 겁니다.”

프로젝트 내용 자체도 좋았거니와 재무리스크팀으로부터 받아낸 사업 1등급 판정만으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렇게 박 이사를 모시고 올라간 회의실.

이미 재무이사와 재경부장이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내가 그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동안 차 팀장이 박 이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차 팀장의 상태는 멀쩡했다.

살짝 긴장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전무님이 참석하시는 자리에서 첫 임원 상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건데, 그 정도 긴장은 너무나 당연한 거다.

그때부터 차 팀장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각 부서장들과 임원들이 하나둘씩 회의실 안으로 모여들고 있었고, 장 본부장이 상무님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임원진들의 입장 때와는 달리, 전 임원, 부서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 전무님이 들어오셨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자리에 앉으시며 전무님이 말씀하셨다.

“안녕하십니까. 영업 기획 1팀장 차석훈이라고 합니다.”

“아니, 자네 말고. 자네야 자네 지원팀 있을 때도 몇 번 봐서 알지. 팀장들 이름까지 다 외우지는 못해도 내가 설마하니 얼굴까지 모를까.”

“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쁘띠토널 본사에서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영업 기획 1팀, 대리 이지혜입니다.”

“아!”

전무님은 손가락을 튕기며 말씀하셨다.

“그때 모리엘츠 건으로 파리 갔다가 본사 파견 근무자들이랑 다 같이 하는 식사 자리에서 한 번 봤었네. 맞지?”

“네.”

“자네가 그거지?”

“네?”

“그거, 저기… 아, 왜 갑자기 브랜드가 기억이 안 나? 아, 그래. 나크리스! 거기 본부장이 그러더만. 나크리스 담당하다가 CGM으로 옮겼다던 친구가 자기 디렉터 데리고 쁘띠토널 본사 찾아왔다가 파견 나온 직원한테 된통 당하고 갔다고. 그 친구한테 쫑크 준 주인공이 자네 맞지?”

“아… 하하하… 네, 맞습니다.”

“머리를 잘랐구나. 이렇게 보니까 모르겠네. 일단 알았어. 앉아.”

이지혜는 다시 한번 전무님을 향해 허리를 숙인 다음 노트북을 올려놓은 간이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작하자.”

전무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지혜는 차 팀장과 눈빛을 한번 주고받은 뒤 회의실 조명을 조절했다.

조명 자체가 버튼식으로 껐다 켰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터닝 형식이다.

스크린 근처 조명만 모두 죽인 다음, 그 어둠 속에서 차 팀장과 이지혜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나와 양 차장은 숨을 죽인 채 차 팀장의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데…

“시작하자고.”

한참 동안 이지혜 쪽으로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있던 차 팀장.

그때까지도 난 설마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올라왔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압박은 아직 시작도 안 됐고, 오히려 전무님은 내가 팀장이었을 시절에 비해 발표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평소와 달리 무척 인자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 팀장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차 팀장은 그런 이지혜의 손길을 막아 세우며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왜 그래? 뭐야?”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회의실.

양 차장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여기저기에서 회의실 불을 밝히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거 차 팀장 왜 저래?”

박 이사가 고개만 살짝 돌려 내게 물었다.

양 차장이 임원들 자리를 빙 둘러 발표 자리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지혜가 다시 밝힌 회의실.

차 팀장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양 차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기에게 다가오지 말란 뜻으로 손을 뻗은 거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괜찮으니까 안 와도 된다는 사인 같았다.

“뭔가?”

결국 전무님이 미간을 찡그리시며 딱딱해진 음성으로 물으셨고, 몇 차례 숨을 고른 차 팀장이 마이크 상태를 확인한 다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뭐야? 방금 그거 뭐였어? 불 켜, 불 켜. 불 다 켜. 다 켜라고. 뭐였냐니까? 어디… 불편해? 몸이 안 좋아?”

하얗게 얼굴이 질린 이지혜는 결국 회의실 조명을 모두 밝혔고, 양 차장은 안절부절못한 상태로 차 팀장 주위를 맴돌았다.

“제가….”

나도 모르게 회의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말아 쥘 수밖에 없었다.

“제가 실은… 공황장애가 있습니다.”

전무님의 미간은 더 크게 찡그려졌고, 그사이 주름은 더 깊게 생겨있었다.

상무님은 입맛만 다시며 인중을 긁고 있었고, 다른 임원들 대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 올라오기 전에 약을 먹었는데도…”

“지금은… 괜찮아?”

마이크를 입술에 바짝 가져다 놓고 전무님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차 팀장은 이리저리 눈치만 볼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양 차장.”

“네, 전무님.”

“데리고 나가라.”

“…!”

“아, 데리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하라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좀 기다리면 되잖아.”

“아, 네.”

“그… 상태 많이 안 좋은 거 같으면 그냥….”

“아닙니다!”

차 팀장이 거의 발악에 가깝게 마이크를 입에 대고 크게 말했다.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

“지금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그….”

전무님은 뭔가 말을 하시려다 말고 입맛을 다셨고, 옆에 앉아 있던 상무님이 스탠드 마이크를 들어 말씀하셨다.

“진짜 괜찮아요, 차 팀장?”

“…네,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아닙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우리도 괜찮으니까, 전무님이 시키신 대로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다시 들어와요.”

양 차장이 차 팀장을 데리고 회의실을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공 부장.”

“네, 이사님.”

재무이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저 친구 원래 저랬어?”

“그게…”

“원래 저랬냐고.”

“….”

“왜 대답을 안 해? 전무님까지 모셔놓고 뭐 하는 거야, 지금? 애들 장난해?”

평소였다면 박 이사가 한 번 정도는 되받아쳐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상황 자체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네 눈엔 아까 그게 장난하는 걸로 보였어?”

“…!”

그리고 박 이사를 대신해서 전무님이 재무이사를 향해 날카로운 한마디를 날리셨다.

“난 숨넘어가나 싶어서 식겁을 했구만….”

“아니, 그니까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애초에 그런 장애가 있는….”

“장애라니. 무슨 장애?”

“공황장애라고 아까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 한마디로 우리 직원 장애인 만들어 버리면 기분이 좋아? 아니 또 장애 좀 있음 뭐 어때? 그럼 우리 직원이 우리 직원이 아닌 게 되는 거야? 그런 직원들은 프로젝트 만들어서 직접 발표도 하면 안 돼? 말 같은 소릴 좀 해라.”

전무님의 날카로운 말보다 재무이사를 쳐다보는 상무님의 눈빛이 더 날카로웠다.

비록 말로써 전무님의 지적을 거들지는 않았지만, 상무님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재무이사의 실수를 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잡을 때 안 잡을 때 좀 가려가면서 하자. 어? 아니, 나는 한 번씩 자네가 그렇게 말 생각 없이 툭툭 내뱉을 때마다 소름 돋아. 내가 봤을 땐 방금 나간 차 팀장보다 자네 장애가 더 심각한 거 같아?”

“…네?”

“자네 인격 장애 있어. 몰랐지?”

“…!”

“사람들 다 발표자 상태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 툭툭 내뱉는 거 보면 틀림없어. 병원 한번 가 봐. 내 말이 맞을 테니까. 냉철한 거하고 냉정한 건 다른 거야, 이 사람아! 사람이 숨을 못 쉬어서 바로 눈앞에서 헉헉거리는 거 빤히 다 봐놓고, 괜찮은 거 봤음 큰일 안 생겨 다행이라고 해야지, 지금 여기서 그게 할 소리야?”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예견된 것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상무님이 물으셨다.

“공 부장님.”

“네, 상무님.”

“차 팀장 공황장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 일할 때도 아까처럼 갑자기 호흡곤란 일으키고 그래요?”

“아닙니다. 얼마 전에 팀장 미팅 자리에서 한 번 그런 일 있고 나서는 또 한동안 괜찮았습니다.”

“저거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상당히 고통스러워요. 옆에서 주위 사람들이 케어 잘해줘야 돼요. 저도… 회사 나와서 사람들 만나고 있을 땐 괜찮은데, 밤에 잘 때만 되면 한 번씩 저거 때문에 꽤 고생을 하거든요.”

상무님의 말에 재무이사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경련까지 일어나고 있었고, 그런 재무이사를 쳐다보며 상무님이 한마디 더 날리셨다.

“혼자 있을 땐 힘들어도 그냥 꾹 참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들킬까 봐 항상 조마조마해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신경이 쓰입니다.”

“….”

상무님은 다시 한번 재무이사를 향해 물으셨다.

“왜? 저도 제가 제 입으로 공황장애 있다고 했으니까 저도 장애인입니까?”

“아, 아닙니다, 상무님!”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 사정에 의해 빠른 승진 몇 번 하게 되면서, 또 그 승진에 맞는 업무 능력을 갖추려다 보니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

“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가 얻게 된 질병일 뿐입니다. 주위에선 괜찮다, 천천히 해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는 책임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발표는 하겠다고 허둥지둥하는 거 못 보셨습니까? 안 고맙습니까?”

“….”

“난 마음이 짠하고 그래서 괜히 아리고 또 제 모습을 보고 있는 거 같아 미안하던데, 재무이사님은 그냥 어떻게든 영업부 물어뜯을 기회가 생긴 거 같고 그래요? 다행인 줄 아세요. 사장님 계신 데 그런 말실수 하셨음 부서장들 있건 없건 바로 쌍욕 얻어먹었을 겁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상무님도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회의실 안으로는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전무님은 스마트폰을 꺼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셨고, 상무님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던 장 본부장을 자기 쪽으로 불러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 이사가 내게 귓속말로 ‘나한테 미리 귀띔이라도 좀 해주지.’라며 차 팀장의 상태를 자신에게 비밀로 했던 날 야속하게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본인이….”

“됐어. 이유야 있었겠지.”

“…죄송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투로 그렇게 말한 후 박 이사 역시 스마트폰을 꺼내 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뒤 양 차장과 차 팀장이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차 팀장과 함께 발표 자리로 걸어간 양 차장.

그는 차 대리 대신 발표자 마이크를 손에 잡고 고개를 숙였다.

“오래 기다리시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그 옆에 서 있던 차 팀장도 양 차장과 함께 고개를 꾸벅하고 숙였다.

“아무래도 원래 발표자였던 차 팀장이 발표를 진행하는 게 힘들겠단 판단이 들어서 뉴 편집샵 관련 프레젠테이션은 차 팀장을 대신해서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누가 해도 상관은 없는데… 왜? 도저히 안 되겠어요?”

상무님이 물으셨다.

“그게…”

“차 팀장한테 물은 건데…”

“아, 죄송합니다.”

양 차장은 서둘러 마이크를 차 팀장에게 전달했다.

“지금은 괜찮은데 발표 중간에 또… 아까처럼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해서 안 될 거 같습니다.”

“그럼 또 조금 전처럼 잠시 쉬어가면 되지 않나?”

“…!”

“오디션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발표를 얼마나 능숙하고 막힘없이 하는지, 그걸 보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전무님을 포함해 이 자리에 모이신 임원진, 부서장들은 차 팀장이 얼마나 발표를 잘하는지 그걸 확인하겠다고 모인 게 아니에요. 차 팀장님과 차 팀장님의 팀원들이 준비한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 그걸 들어보기 위해 모인 거예요.”

“….”

“프로젝트 내용이야, 여기 이것만 봐도 대충 답 나오잖아요.”

차 팀장과 이지혜가 프레젠테이션 시작 전에 전 좌석에 미리 하나씩 올려놓았던 PPT 서류를 흔들어 보이며 상무님이 말씀하셨다.

“괜찮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차 팀장이 직접 발표해 봐요.”

“….”

“힘들 거 같음… 그냥 발표를 다음으로 미뤄요.”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마이크를 가린 채 양 차장과 차 팀장이 몇 마디 주고받았고, 이내 양 차장이 자리로 돌아와 내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뭐라고 손에 땀이 다 날까 싶었다.

그리고 차 팀장의 발표가 어렵게 출발을 하고, 불안하게 이어지다가 다행히 안정이 되는 순간, 난 스스로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됐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저렇게 절실하고, 아니 저것보다 더 치열했었을 텐데… 그 몇 년 사이 저 절실하고 치열한 감정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원래 난 그런 사람이었던 듯, 원래 쿨한 사람이었던 듯 홍성을 절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치열하게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고 그게 진리인 것처럼 말을 하고 다녔다.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다 알면서도 난 내가 부릴 수 있는 여유만 강조하며 여유 없는 사람들을 더 압박해 왔던 게 아니었을까….

“이상입니다.”

차 팀장의 발표가 끝나는 순간 가장 먼저 박수를 친 건 상무님이었다.

원래 박수가 나오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박수를 받을 만큼 완벽한 발표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상무님은 발표자를 향해 박수를 치셨고, 상무님을 잠시 쳐다보시던 전무님 역시 가슴 앞으로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함께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리고 애를 쓴 차 팀장의 발표에 우리 모두는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공 부장은 잠깐 나 좀 보지.”

“…네.”

전무님의 단독 호출.

전무님은 차 팀장에게 전달하라시며 자신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장지갑에서 자신의 법인 카드를 뽑아주셨다.

“발표점수 빵점.”

“…!”

“전 상무가 작정하고 커버를 치니 어쩔 수 없이 별말 안 하고 넘어갔지만… 난 상당히 실망했다. 발표자한테 실망을 한 게 아니라 이렇게밖에 준비를 못 시킨 공 부장 자네한테 말이야.”

“…죄송합니다.”

“최대한 사업 내용만 봐주려고 애를 썼다.”

“…감사합니다.”

“내가 애를 써야 되냐?”

“…!”

“자네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내가 애를 써야 되는 거냐고.”

“…아닙니다.”

“누가 대충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게끔… 그렇게 발표를 하는 게 자네들이 해줄 일 아냐?”

“네, 맞습니다.”

“소꿉놀이하는 거 아니잖아. 우리끼리였으니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거지, 거래처 사람들 있는 자리였음 어쩔 뻔했나?”

“…네.”

“신경 좀 쓰자.”

“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절실함은 백 점이었다. 결국은 뭐 그게 전부지만. 그 상태로 아까 그 정도 발표를 해내려면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 싶어서… 더 이상은 별말 안 한다. 비싼 거 먹으라고 해.”

“….”

“그래도… 애썼다. 내려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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