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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90화 (29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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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 대결 한중전 -->

한국 사회 특유의 세례라는 게 있다.

유명해지면 별 거 아닌 거로도 욕 먹는다.

유명한 사람을 까면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프로게이머 레전설 감자탕집에서 만취…….」

「국제 망신? 비역슨의 눈에 비친 한국의 술문화.」

'……이런 기사들을 쓰는 사람들을 기레기라고 하는 거겠지.'

아무튼 그럴 것이다.

나는 공인 프로게이머로서 건전한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비역슨도 나를 본받아 한국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됐다.

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어그로성 기사를 써내리는 이들.

딱히 별일도 아니고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그러려니 한다.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레전설 선전 포고. 도의를 벗어난 프로 징벌하겠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남자 레전설. 우즈 각오하라!」

「이이제이? 인성에는 인성으로! 폭풍전야 한국 천상계.」

'이이제이는 뭐야 이이제이는!'

요상한 제목의 기사들이 눈에 띄인다.

뭐,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내 방송이 원체 사람이 많이 본다.

본의치 않게 이슈거리도 많이 나온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가히 개꿀인 일.

기사가 뜨는 것이 하루이틀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두룩하게, 그리고 기억도 안 나는 내용이 뜨는 경우는 처음이다.

"고로 해장 방송 하겠습니다."

-방송 끈지 얼마나 됐다고 또 켰어?

-레이루~

-이 새끼는 방송이 인생이네ㅋㅋㅋ

-비역슨도 있어ㅋㅋ

비역슨과는 함께 살고 있다.

입국하기 전 거주하던 10평 남짓한 투룸하고는 다르다.

혼자 살기에는 차고 넘치는 20평대 아파트고, 한 명 정도 더 묵어도 전혀 부담이 안된다.

바로 집에서 나와 근처 해장국집.

나는 얼큰하고 칼칼한 콩나물 해장국을 시켰다.

비역슨은 어제 그토록 좋아하던 감자탕과 비슷한 뼈해장국을 시켜줬다.

"Delicious! 근데 똑같은 거 같다. 감자탕과 무슨 차이?"

"나도 몰라. 그냥 쳐먹어."

-인성……

-감자탕이랑 뼈해장국 비슷하긴 하지

-감자의 유무 아니야?ㅋㅋ

놀랍게도 정말로 딱 그 차이다.

그 외에 사리가 더 들어가나 덜 들어가나 정도.

비역슨은 안에 들어있는 등뼈 고기 위주로 먹으니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됐고.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작 하룻밤 사이에 어째서 기사들이 폭주한 것인지.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눠 보겠습니다."

나 빼고 전부 아는 이야기.

나만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

제보자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불과 5분이 되지 않아 대략적인 사태 파악에 이른다.

"근데 원래…… 술 먹고 얘기 하는 건, 술자리는 그냥 허세도 부리고 그러는 거고. 재밌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갑분싸 오지자너 얘들아."

-응 취중진담

-안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네, 기사 떴어요^^

저 새끼가 기자 아니야?!

옛날부터 살짝 마음에 안 들었던 아이디인데?

콩나물 해장국을 두어 숟갈 뜨니 속이 좀 풀린다.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을 면처럼 건져 먹는다.

실눈으로 채팅창의 반응을 살펴봤다.

여론이 살짝 거시기하네.

"하지만 But 나 레전설, 뱉은 말에 책임지는 남자다. 고로 오늘부터는 진짜로 솔로랭크 달린다."

-음주 없이죠?

-캬 레전설은 이래야지ㅋㅋㅋ

-어차피 달릴 거 생색내는 거 같은데……

이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 싫어.

모 연금술사 만화였다면 키메라로 만들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국가 연금술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개피는 괜찮잖아?

나는 비흡연자라서 피지는 않는다.

대신 조금 전파할 뿐이다.

"어제도 말했지만 한국은 따로 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Um…… What?"

-인성 ON!

-레부장님……

-저 새끼 어제 술 취한 거 아니었네ㅋㅋ

먹다 보니까, 해장 하다 보니까 떠올랐다.

원래 필름 끊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무튼 주목표에 부목표가 하나 추가됐다.

* * *

솔로랭크.

그것도 한국 서버의 솔로랭크.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5대 지역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견이 갈린다.

한국 실버, 골드가 다른 나라 간다고 다이아 찍는 건 아니거든?

아래 구간이야 다 고만고만한 게 맞는 말이지만 천상계는 이야기가 다르다.

─???: 이제 힘의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이것이 타국과 한국의 [눈. 높. 이]다

└(음성 지원)

└씨발 아저씨가 또……

└절대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마!

└외국 프로들 한국 마챌들한테 정신 못 차리네ㅋㅋㅋ

한국 마스터 티어 이상의 천상계.

그보다 위인 챌린저들의 극천상계.

외국과는 메타도 다르고 게임의 진행 방향 또한 상이하다.

스피디한 게임이 주를 이루며 보통 10분 내외로 승패가 결정된다.

느긋한 성향인 북미와 유럽 프로들은 문화 충격으로 와 닿는다.

막싸움이 주류인 중국 프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프로들은 진짜 하나 같이 피지컬은 좋아

다이아 구간은 그냥 박살내며 올라오고

마스터 구간에서도 나름 빠르게 올리는데

챌린저 근처만 가면 벽이 있는 것처럼 막혀버리네

└챌린저쯤 되면 게임 운영이 겁나 빠듯해요

글쓴이-와, 잘 아시나 보네. 님 혹시 티어가?

└마스터는 물론 챌린저…… 유저들의 경기를 자주 보는 브론즈 2티어입니다!

└크~ 자주 보면 알 만도 하지ㅋㅋㅋㅋ

한국의 챌린저는 두 가지를 다 잘해야만 올라갈 수 있다.

피지컬은 베이스고, 운영에 대한 조예도 깊어야 한다.

외국 프로게이머들이 고전하는 것도 그럴 만하다.

서양권을 대표하는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프로와 관계자들도 이용하는 래딧에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한 프로게이머가 챌린저를 달성하고 후기를 올렸다.

이에 대한 반응이 가히 신세계다.

프로게이머가 직접 경험하고 느꼈으니 색다르다.

한국 롤 커뮤니티에도 해당 글의 내용이 번역되어 떴다.

─갬빗 게이밍의 정글러 다이아몬드 프록시가 래딧에 쓴 한국 솔로랭크 글 번역입니다.

플레이어들 피지컬이 진짜 좋다

게임의 스노우볼이 매우 심하게 굴러가는데 이건 한국 따라올 지역이 없다

- 만약 니가 2킬을 미드/정글/봇에게 따였다면, 그 라인을 지키면 안돼. 적팀 3-5명이 시도 때도 없이 다이브 칠 거임

하지만 스노우볼이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10킬 앞서있어", 팀 전체의 뇌가 없어진다

- 적팀 포탑에 다이브쳐서 마무리 당하고 게임을 던져. 팀원에게 퇴각핑을 계속 찍지 않으면 정말로 매 게임마다 일어나는 일이었어. 하지만 퇴각핑을 찍어도 걔네가 빼는 건 50/50의 확률이야. 난 10-0(스코어) 팀의 오더를 따르다 말도 안되는 양의 게임을 졌어. 아마 EU에서 던진 총합보다 많을 걸?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텔레포트를 든 플레이어들이 즉시 텔포를 쓴다

- 종종 2초 안에 취소하거나 텔포 탄 후 바로 죽거나 하기도 하지만 텔포를 아끼지 않아

게임 외의 얘기는 음식이 맛있었고 일산 호수 공원이 특히 좋아

내 고향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랜 시간을 살아보고 싶은 곳이야

└주모오오오오!!!

└마! 김치 무봤나? 디진다 아이가!

└팀 전체의 뇌가 없어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롤 이해도 100점!

└한 때 세체정이었던 남자의 혜안은 죽지 않았구나……

이렇듯 외국 프로게이머라고 저 두 가지를 못 갖춘 게 아니다.

메타의 적응 때문에 다소 더뎌질 뿐 올라갈 사람은 올라간다.

모든 것은 결국 만류귀종이기 때문이다.

─유명 프로들 한국 솔로랭크 현황.jpg

북미 C9 미터스 220판 챌린저

유럽 얼라이언스 프로즌 230판 챌린저

유럽 포나틱 네클레스 280판 챌린저

대만 AHQ Club 서문갓 240판 챌린저

중국 ECG 클린러브 190판 챌린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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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정 받는 프로게이머들이다.

한국 사람들도 알거나, 최소 들어는 봤을 정도의 슈퍼 스타들.

한국 솔로랭크에서도 보란 듯이 활약하며 챌린저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유명한 프로들은 유명한 이유가 있네 있어

└미터스, 프로즌…… 다 기라성들이네

└클린러브는 탈중국인 ㅇㅈ

└ㅇㅇ 클린러브는 한섭에서도 민심 좋지

한국 서버에서 활동하는 외국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하지만 좋은 예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

최근 솔로랭크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두 글자.

─우즈도 결국 챌린저 입성했네ㄷㄷ

200판 만에

이 정도면 외국 프로 중에서 ㅅㅌㅊ인가?

└지가 갖다 던진 거 빼면 훨씬 더 빨리 올라갔을 듯

└포지션도 원딜이라 올리기 힘들 텐데 실력은 있어

└어휴, 롤은 인성 안 좋은 애들이 꼭 실력 좋더라

└혹시 레전설 이야기?ㅋㅋ

우즈에 관한 파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외국 프로가 한국 서버에서 깽판을 친다.

심지어 고의적으로 게임을 지기까지 했다.

게임사에서도 입장을 발표하긴 했지만.

「중국 유명 프로게이머 우즈 벌금 2000$ 부과돼.」

「솜방망이 처벌? 롤 게임사의 봐주기식 판결 논란!」

「프로게이머의 트롤? 문화 차이로 보긴 힘들어…….」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비슷한 선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처벌이 가볍다.

물론 2000$의 벌금이면 가벼운 액수라고는 보기 힘드나.

└우즈 연봉이면 껌값일 듯ㅋㅋ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진짜…… 돈으로 해결했다

└대리+막말+트롤인데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구나^^

└앞서 징계 받은 선수들은 저것보다 더 무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 대리 게임과 관련됐던 선수들은 최소 사회 봉사에서 최대 출장 정지의 징계가 내려졌다.

다른 말썽도 함께 일으켰으니 가중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다.

벌금형이 의아함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당연하다.

─로드 으브 로드가 중국 게임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중국 선수가 말썽 일으키는 건 이렇게 커버쳐주네

우즈가 출전 정지 먹으면 중국이 롤드컵 우승 못하니까 어휴;

└중국 게임은 아닐 걸? 주식 먹고 있는 텐젠트가 다국적 기업이라

글쓴이-중국 회사 아녔음?

└텐젠트 최대 주주가 놀랍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럼 뭐해. 결국 사원들 대부분이 중국인인데

중국계 기업이 중국인 선수의 치부를 감싸준다.

떠오르는 의혹을 부정을 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

사람들은 바라기 마련이다.

누군가 저 얄미운 우즈에게 심판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때마침 믿기지 않는 속보가 들려온다.

「레전설 선전 포고. 도의를 벗어난 프로 징벌하겠다.」

일련의 이야기가 사실임이 밝혀진다.

레전설의 방송이 또다시 태풍의 눈이 된다.

* * *

-우즈 징계 벌금 2천 달러 땡!

-2천 달러가 적은 건 아닌데……

-억대 연봉 프로한텐 우스운 액수지

-돈만 있으면 걍 막장짓 하고 다녀도 되겠네?ㅋㅋ

채팅창이 어수선하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논란은 나도 확인했다.

징계 수위가 의아할 정도로 가벼워 유저들이 뿔이 났다는 것도.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돈만 있으면 막장짓 해도 된다고? 그거 조금 솔깃하긴 하네."

-아니, 님은 좀;;

-레전설 버프 메타ㄷㄷ

-사탄: 교수님 강의 들으러 왔습니다^^

-잠깐만. 소름 돋았잖아……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인 건 맞다.

하지만 게임사도 나름의 처벌 기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여론 보고 판단하는 국내 E-스포츠 협회보다는 낫지!

내가 걸즈데이 관련 파동 때문에 얼마나 서운했는 줄 알아?'

심지어 걸즈데이는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그때 걔네들이 오또케스트라만 안 찍었어도 경고 처분 따위 안 받았을 텐데.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은 그렇다 치고 중요한 건 현재다.

"하지만 나 레전설! 솔로랭크에서 결코 트롤 따위 하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신뢰감 너무 있자너~

-혹시 우즈 다음은 레전설이 입후보 하나요?

아니다.

남이 아쉬운 짓 좀 했다고 자신까지 그러면 안된다.

설사 법이 가벼워도 준법 정신을 지키면서 살아야지.

'반대로 말하면 준법 정신만 지키면 되는 거지.'

법과 규칙이 허락하는 선에서 저지르면 그만이다.

========== 작품 후기 ==========

#제가 중국어를 몰라요!

중국어 번역기도 실효성이 없어서 어떻게든 조합해서 썼는데 중국어 잘하는 분들에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 다이아몬드 프록스 선수가 쓴 글을 인용했습니다

#수빈 같은 경우는 모티브 삼은 분이 메이저가 아닙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다 밝히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지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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