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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잼스의 구세주 -->
기계화보병.
어떤 손바닥 짝짝 치는 연금술사 만화를 보면 나온다.
오른팔에 오토메일이라는 기계팔을 달고서 엄청난 괴력을 뽐낸다!
'최소 그 정도는 돼야 프로게이머들 상대로 비벼 볼만하지.'
당연히 농담이고 거기까지는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육군 장병들도 그렇게 개조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군인들한테 그렇게 돈을 쓸 일도 없다.
"리야야."
"……."
"리야야?"
"……왜용."
삐졌는지 대답을 짧게 한다.
하도 티가 잘 나는 녀석이라 뻔히 보인다.
근데 지금 니가 삐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야.
"동생 앞에서 어른스럽게 좀 행동해!"
"흐으응…. 선배 때문에 이미 체면이고 뭐고 없단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야가 제일 막내 같애
-정보)리야는 스물두 살이다.
-진짜? 믿기지가 않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동생은 옆에서 헤실헤실 웃는다.
끼어들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신경을 써줘야겠다.
"동생도 롤해?"
"그럼요~ 그러니까 팬이죠."
"하긴 내가 요즘 롤챔스에서 잘 나가긴 하지."
"카오스 때부터 봤었는데……."
-Do You Know 쓰뤠기?
-쓰뤠기 쓰뤠기! Amazing 쓰뤠기!
-하비 말투ㅋㅋ
-다 알고서 팬이 된 거면 민하도 정상은 아닌데;
유리야의 동생 유민하.
나도 종종 리야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오늘처럼 작정하고 몇 시간씩은 안 봤지만 가끔 심심할 때 보곤 했다.
이따금 남자 다리가 출현한다.
엄마가 떡볶이 사왔어.
진짜? 마시께땅!
유리야의 책상에 접시를 놓고 간다.
-아 그분이었구나
-어쩐지 잘생겼더라!
-목소리 좋은 남자는 얼굴도 훈남이야
-레전설은 그래서……
채팅창에 잡소리가 빈번해진 이유다.
얼굴이 반반하다 보니 여성 시청자가 불어났다.
방금 전 알림 탓에 따로 확인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BJ레전설님의 방송이 '그녀들이 원하는 쿨남BJ 방송' 1위에 등극!」
내 방송에서는 웬만하면 볼 일이 없는 알림이다.
시청자들의 절대 다수가 덜렁덜렁이다.
애초에 게임 방송이 다 그러하다.
맞다, 게임 방송이다.
"게임은 안 하고 하루웬종일 먹고 먹고, 또 먹고 연습 안 해?!"
"선배도 게임만 하잖아요 게임게임게임게임!"
-이 커플, 느낌 있다
-근데 프로게이머가 게임해야지
-리야도 BJ니까 먹방 괜찮다 ㅇㅈ?
-왜 싸우는 거야 대체ㅋㅋㅋ
아직까지도 컨셉인 줄 아는 시청자들이 있다.
심지어 다각도로 해석하는 시청자도 생겼다.
유리야를 멤버에 낀 건 연막 작전이다.
상대로 하여금 안심을 시키고 뒤통수를 쳐버린다.
혹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혼란을 시킨다.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야, 유리야."
"왜요옹!"
"너 요즘 실력 물 올랐다며? 아까 나한테 훈계도 하더라? 눈 크게 뜨고 보라고."
"씨이잉……. 선배가 잘못한 거에요."
마음 같아서는 저 불쑥 나온 입술을 손바닥으로 찰싹!
찰지게 때려서 들어가게 만들고 싶다.
나름 동생 앞인데 그럴 수는 없다.
"아무튼 유리야 너 열심히 해야 돼. 곧 경기 뛸 수도 있으니까."
"흥!"
"뭐, 흐응??"
-유리야 반항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출현 가능?
-여기서 찍을 기센데……
-레전설 빡침ㅋㅋㅋㅋㅋ
레벨이 오를수록 얘가 말을 잘 안 듣는다.
실제 대회 무대에서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유리야의 기계화 작전.
군인처럼 똑 부러지게 상관의 명령을 듣게 만든다.
겸사겸사 레벨도 가능한한 높인다.
오늘 유리야를 집까지 초대한 이유가 그래서다.
"그리고 유리야 너 당분간 먹을 거 통제야. 배 쏙 들어가게 만들어."
"흐으으응! 선배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에요!"
-일해라 절해라 하네;;
-군대냐? 통제하게?
-의경 짬찌때 담배 통제 오지게 당했는데……
까놓고 말해서 너 외모 빼면 시체잖아!
그런 녀석이 살까지 찌면 어떡하려고!
살 안 찌는 체질인 건 안다.
아는데 요즘 너무 토실토실해졌다.
저번에 허리 잡고서 깜짝 놀랐다.
삼겹살 2인분을 두르고 있더라?
"생각해봐. 니가 대회에 나갔어. 근데 볼따구 탱탱하고, 이마 빤질빤질하고 배 톡 튀어나온 모습이 카메라로 찍혔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그건…… 무척이나 슬플 것 같아요."
"그지? 그러니까 살 빼."
얼마 후 열릴 SKY T1 K와의 경기.
우리 파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로 나갈 예정이다.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 몇몇 시청자들을 위해 한 마디 해준다.
"테이커 목 씻고 기다려라. 나 말고 우리 리야가 칼을 단단히 갈고 있으니까."
-이걸 떠넘겨?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야 어리둥절!
-대리 선전포고를 한다고?
-깜놀해서 입 뻥긋뻥긋하고 있어ㅋㅋ
나 말고 유리야다.
착각하지 않았으면 싶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미드라이너를 향해 리야가 당당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장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 * *
한 게임단에서 이루어지는 스크림이다.
파앗!
파앗!
순식간에 모니터 화면 저 건너편에서 나타난다.
르풀랑이 자랑하는 2단 대쉬.
던져진 표식과 함께 사슬 하나가 그어진다.
사앗…!
키잉!
1.5초가 지나 사슬이 팽팽해진다.
SKY T1 S의 정글러 호롱이 묶이고 만다.
물론 죽을 정도의 데미지는 아니지만 문제는 후속타.
상대 정글러 리심이 방호를 타며 음파를 던졌다.
사슬에 의해 묶여진 호롱은 피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킬도 르풀랑이 먹고 말았다.
─SKY T1 Taker님이 학살 중입니다!
SKY T1 게임단의 내부 스크림이다.
말하자면 내전이다.
지금껏 셀 수도 없이 해왔지만 그럼에도 늘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가 서로의 경쟁 상대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번 조별 리그에서 같은 A조에 속하지 않았는가?
물론 1대1로 주고 받으며 훈훈하게 끝났다.
아직 훈훈하게 청산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다.
다가올 파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가 이를 뜻한다.
"자!"
한 남자의 박수 소리가 신호탄이 된다.
경기 시간이 채 17분이 되지 않은 상황.
현재 시즌4의 롤은 20분이 돼야 서렌을 칠 수 있다.
경기를 끝내기에는 한참은 이른 시간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승패를 시인하고 접속을 종료한다.
연습 경기인 스크림에서는 으레 있는 경기 시간 단축이다.
"왜 중지시켰는지는 알지?"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끊겼어요. 집중을 못했습니다."
감독이 채 피드백을 하기 전부터 깨닫고 있다.
애초에 모를 수가 없다.
SKY T1 S의 선수들은 전원 한 명도 빠짐없이 챌린저 티어다.
전문가급 게임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솔로랭크처럼 자기만의 주장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SKY T1이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배우게 하는 바로 게 그것이다.
"뭘 하려고 하지 마! 너희팀 미드라이너 성향 몰라? 왜 자꾸 무리를 하니."
박다균 감독의 언성이 평소보다 높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얼마 전 파급을 몰고 온 파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
이후 불편해진 심정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 SKY T1 S는 형제팀인 K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다음에 치러질 경기를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그 염원은 비단 T1 K의 것만이 아니다.
"걔네 봇이 그렇게 세냐?"
"말도 마세요. 마음 같아서는 느낌이라도 보여주고 싶은데…… 알라리깔라리합니다."
T1 K의 원딜러 휘글렛의 물음에 황금수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지난 경기에서 패배 지분율이 높았던 봇라인이다.
당연히 감독과 코치에게 한 소리 들었고, 스스로도 많은 반성과 후회를 하고 있다.
"비원딜 조합이 꽝 붙는 교전에서 너무 세요. 그전부터 차근차근 갉아먹어야 했나 봐요."
이제 와서 후회를 곱씹는다 한들.
알고 있기에 더욱 사무치는 일이다.
형제팀인 T1 K는 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이유다.
'오바 떨긴. 제까짓게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지만 이를 듣고 있는 휘글렛은 한없이 거만하기만 하다.
성격부터가 거만 그 자체인 그다.
그런데 연이은 승리와 우승이라는 영예.
자신이 속한 T1 K의 위상과 함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물론 황금수염의 조언을 무시한다는 게 아니다.
그가 언급한 비원딜.
원딜 챔피언이 아닌데 원딜 포지션에 간다는 의미다.
제법 흥미도 있고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흥미거리.
질 거라고는 눈곱 만큼도 생각을 안 한다.
휘글렛은 패배라는 두 글자를 알지 못한다.
무적함대 SKY T1 K에게 패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팀이 지더라도 나는 안 져.'
그것이 휘글렛이라는 선수가 가진 자긍심이다.
지금까지 한 번 도 어긋나지 않고 지켜져 왔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감독님."
"왜 이커야?"
이는 SKY T1 K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테이커에 대한 경쟁 심리에서 기인됐기도 하다.
그 테이커가 입을 열었다.
박다균 감독이 달갑게 반응한다.
"상대팀 미드가 바뀌었답니다."
"뭐? 나는 그런 말 들었는데? 어디서 나온 찌라시니?"
게임단의 감독이란 자리는 바지가 아니다.
중요한 정보는 박다균에게 가장 먼저 올라온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테이커가 딱히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타입이진 않은데.
'달래가 나온다는 언급을 들은 걸지도 몰라.'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레전설을 제외하면 가장 경계하고 있는 선수다.
곱상한 외모는 방심을 불러일으키는 함정.
어지간한 1류 선수에 준하다는 걸 박다균 감독은 진작에 눈치챘다.
공교롭게도 테이커의 모니터에 레전설의 개인 방송이 띄워져 있다.
눈을 가늘게 뜬 박다균이 그 화면을 바라본다.
얼마 전 봤던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테이커 목 씻고 기다려라. 나 말고 우리 리야가 칼을 단단히 갈고 있다.〉
-김정은급 도발인데?
-요즘은 핵탄두에 폭죽도 장착함?
-폭죽이 뭐야 콩알탄이지ㅋㅋ
-ㅁㅊ콩알탄이래ㅋㅋㅋㅋㅋ
영상에 보이는 아리따운 소녀.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 나이다.
하지만 한 번 스치듯이 본 기억이 있다.
'비장의 카드를 숨겨두고 있었나?'
파프리카 프릭스의 멤버 중에 있었던 듯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었을 뿐.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박다균 감독은 흠칫 움츠러들었다.
이미 달래라는 선례가 있다.
저 얼빵해 보이는 얼굴도 함정일지 모른다.
그토록 드문 여류 고수가 주위에 뭐 저리 많은지 의구심은 들지만.
'챌린저 유리야라니…….'
아이디부터가 범상치 않다.
서둘러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핸드폰으로 검색해본 박다균은 깜짝 놀랐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전적.
아이디- 챌린저 유리야
전적- 328승 317패
티어- 골드4 39P
럭키(1/6/5) 승리 5시간 전
럭키(2/5/2) 패배 5시간 전
럭키(3/8/9) 승리 6시간 전
헤이클린(3/2/5) 승리 7시간 전
'…….'
미국을 향해 도발하는 김정은을 보는 기분이다.
어처구니 없는 도발에 박다균이 뒷목을 잡았다.
* * *
「BJ레전설님의 방송이 실시간 핫이슈에 선정되었습니다. 건전한 방송문화를 위해 규제 대상에 해당되는 방송은 선정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요 며칠 1대1로 전담 코칭을 하고 있다.
실력과 더불어 조련.
유리야 길들이기는 좋은 느낌으로 이미 진행이 됐다.
"야, 유리야!"
"흐으응…… 왜용."
반항기는 한풀 꺾인지 오래다.
유리야 상대로 공격력 1000%의 패시브는 여전히 요긴하다.
흐느낀다고 봐줄 내가 아니다.
"키보드 작작 두들겨. 마나가 없는데 스킬이 나가겠냐? 이 빡대가리야!"
"히잉……."
-으악ㅋㅋㅋㅋㅋ
-리야렐라 서러워!
-짧은 반항이었습니다 ㅠ.ㅠ
사춘기도 고쳤고, 레벨 또한 제법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
박차를 가할 필요성이 아직 있다.
"소리…… 안 지르시면 안돼요? 소리 지를 때마다 가슴이 팔딱팔딱 뛰어가지고 수명이 하루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목숨이 아까우면 말을 들어."
"저……, 저 열심히 하는 건뎅!"
누누이 말했지만 열심히 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상대는 니가 일평생을 쏟아부어도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비타민매니아님, 별풍선 23개 감사합니다.
귀여운 애가 내가 좋아하는 롤 열심히 하네~ 근데 CS 보는 순간 이즈궁을 명치에 날리고 싶어짐;;
-유리야 CSㅋㅋㅋㅋ
-최소 대포는 먹자 리야야!!
-파밍도 못하는데 롤챔스를 뛴다고……?
-이게 다 연막 작전이야 쉿!
여전히 늘지 않는 유리야의 기본기.
당연히 인지하고 있음이다.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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