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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잼스의 구세주 -->
유리야의 방송을 보고 있다.
원래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사실 몰라도 승률 100% 찍기는 하는데 궁금해졌다.
'그냥 보기만 해도 꿀잼이여.'
양파를 깐다는 느낌이다.
까면 깔수록 계속 나온다!
나중에 꼬투리 잡을 부분이 2만 가지 나올 거라 고려는 하고 봤지만.
〈이거 봐봐. 맛있겠지? 엄마가 점심으로 먹으라고 만들어줬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면 꼭 논쟁이 인다.
누구네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엄마는 아니었던 거 같다.
'그냥 쳐먹으면 되는 걸 참 별걸 가지고 싸웠지.'
은근히 자존심 싸움이라서 물러설 수 없었다.
우리 엄마는 달걀 두 줄 넣어줬다~.
너네 엄마는 속을 터트렸구나!
각 집마다 김밥 속이 가지각색이라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김밥 제치고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건 유부초밥이긴 하다.
아무튼 그 아른아른한 추억이 현재 방송에서 재생되고 있다.
〈속 빵빵 하지? 그치? 이거 한 입에 두 개 먹으면 짱 맛있다~ 흐으으으응! 우웅! 너무 마시썽!〉
김밥을 눈깔 위에 대며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난 아직도 유리야가 나보다 한 살 어리고, 달래보다 한 살 많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유리야가 손에 든 두 김밥을 입안에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저걸 한입에 다 먹네ㅋㅋㅋ
-볼따구 미어 터지려고 하는 거 보소
-너무 욕심 내서 먹는 거 아니야? 천천히 먹자
〈맛있는 걸 어떻게 천천히 먹어~ 입안에 계속계속 넣고 싶고 가득가득 씹고 싶은 걸!〉
꿀꺽!
김밥을 삼킨 유리야가 떠들어댄다.
컨셉이면 좋겠지만 쟤는 정말로 저런다.
같이 한두 끼를 먹어본 게 아니라 잘 알고 있다.
-거 적당히 좀 쳐묵쳐묵하고 게임 좀 하시면 안돼요?
-롤충 수준;;
-말 좀 곱게 합시다
-밥 먹을 땐 강아지도 안 건듭니다^^
와, 열혈 수준!
바르고 고운 말 쓰시는 거 보소.
내 방에서 저번에 별풍선 쏴주신 분이라 뭐라 하진 않겠다.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일단 부캐로 간을 봐야지.'
과연 이 소녀, 어디까지 나를 설레게 만드나.
처음에는 살짝 빡쳤는데 이제는 흥미가 진진해지고 있다.
20분이 넘게 쳐묵쳐묵 하더니 아직 코스 요리가 남아있었다.
〈짠! 아까 동생이 스무디 사오면서 쪼꼬만 케이크도 사왔지롱~! 배 불러서 못 먹었는데 지금 먹어야지.〉
-리야 배 터져ㅋㅋㅋㅋ
-리야 점심 든든하게 먹네?
-아침에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고 하지 않음?
-햄버거도 먹었대!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고운 법이지.
먹을 수 있을 때 마음껏 먹어두렴.
흐뭇하게 바라본다.
'근데 과연 누가 동생일까?'
그리고 동생은 과연 누나라고 생각할까?
리야 집에 자주 찾아가다 보니 만난 적이 있다.
동생은 유리야보다 두 살 어렸다.
그런데 딱 보기에는 오빠 같다.
얼굴도 키도 훤칠하고 성실하게 생겼다.
혹시 얘도 외모만 정상이고 소프트웨어가 맛이 간 건 아니겠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조금 놀라버렸다.
막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경우는 흔하지만 누나가 저러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언제 술 한 번 같이 해야겠다.'
유리야도 못 마시는 술을 말이다.
아무튼 행복한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새 후식으로 입가심을 하고 쪼그맣게 딸꾹질 같은 트림도 하더니 다시 게임을 한다.
-방장님, 진짜 더럽게 못하시네요
-씨알도 안 먹히는 어그로ㅋ
-응 리야 골드야^^
-그님티?
'네, 저 챌린저요.'
당연한 말이지만 골드가 됐어도 유리야는 유리야다.
옆에서 어깨를 주물러주며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답답해서 한 마디 하니 터렛들이 줄지어 미사일을 날린다.
옛날부터 고정 시청자 비율이 높았지만 더욱 두터워졌다.
나름 중견 기업이 되셔서 시청자도 나름 많다.
나도 웬만하면 기를 살려주고 싶은데.
'앵간히 못해야지이!
심지어 서포터도 아니고 미드.
CS를 정말 신기할 정도로 못 먹는다.
킬각 하나도 안 잡고 라인전만 해도 골드 차이가 쩍쩍 벌어질 것이다.
언제 봐도 대견한 아이가 아닐 수 없다.
어느새 성장했는지 말대꾸도 따박따박 해온다.
자신감 넘치는 골드의 표정으로 손가락을 흔들어온다.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보시면 아실 거에요. 골드는 라인전이 굉장히 힘들어요.〉
-어떤 게 힘든데요?
〈어~~~~ 그러니까 정글도 생각해야 되고 상대도 엄청 잘해요.〉
아~ 그렇구나!
모르는 정보 알아갑니다^^
제가 골드가 아니라서 차마 몰라 뵀네요.
'딱 봐도 상대 움직임이 우리팀 정글 RPG하고 있어요가 눈에 보이는데.'
골드께서 말하신다면 아마 맞는 정보겠지.
이래 봬도 나는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편이다.
나중에 책임만 지면 된다.
콜라베어(2/0/0): 미드야 작작 죽어라
"어디서 정글 따위가 미드한테 떽!"
화면 너머 캐릭터한테 소리를 치며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미드 부심이 있는 듯 정글러를 무시한다.
정글러가 백정이라는 걸 어디서 듣기는 했나 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챌린저 유리야(럭키)님이 사라졌다고 알림!
"콜라곰 개쫄보야~ 덩치만 산만해 가지고!"
『유리야 Lv.10』
그녀는 진작에 정치 스킬을 터득했다.
차마 채팅은 치지 못하고 입으로만 아옹다옹한다.
미드에서 일어난 2대2 교전.
유리야가 워낙 못 큰 탓에 싸움이 안된다!
콜라베어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방송으로 보이는 유리야는 시련의 연속이다.
솔킬 따이고, 갱에 따이고 훌쩍훌쩍.
볼따구를 부풀린 채 열심히 한다.
'내가 전부터 누누이 말했지만 열심히 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잘하는 거다.
대충 해도 잘하면 그게 장땡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고진감래 꽃이 핀다 그런 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거 쓴 사람도 위에서 쪼니까 어쩔 수 없이 썼겠지.
자신보다 훨씬 못하는 사람이 인맥빨로 상사고.
한 가지 다행인 건 유리야가 인맥은 좋다.
〈오늘 엄청 열심히 했어~ 30포인트나 올렸어!〉
-오~ 유리야 역시 하면 되는 아이!
-중간에 연승한 게 컸다
-이러다 솔랭으로 플래각?
'응 절대 못 가.'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반나절 가량.
쭈욱 유리야의 방송을 지켜봤다.
스토커 같은 변태 취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호기심도 일었고 분석도 했다.
솔직히 오늘 이긴 건 팀운빨이 컸다.
그리고 중간에 저격러도 있었다.
누나! 멘탈 잡고 열심히 해봐요!
웅…… 미안해 이제 더 안 죽을게.
정확히 15초 후 자드한테 EQ평평 맞고 죽었다.
바보 같이 부쉬 앞을 걸어가다 의문사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격러가 캐리해서 이겼다.
'원래 리야 같은 애들이 팀운이 좋긴 해.'
한 5데스 하면 나 안 해~ 시전하는 애들이 솔로랭크에는 비일비재하다.
유리야의 유일한 장점.
아무리 죽어도 꾸역꾸역 하니 가끔 비벼지는 판이 생긴다.
〈저 이제 밥 먹으러 갈 건데…… 뭐 먹을까요? 짜장 먹을까요~ 카레 먹을까요?〉
시청자들한테 메뉴도 묻고 앉았다.
개인적으로는 짜장.
점심은 카레가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아침이랑 저녁은 속이 편한 게 좋다.
〈둘 다 먹어야지~ 카레반, 짜장반!〉
"다 먹을 거면 물어보지를 마아!!"
기껏 생각해서 대답해줬더니 사람 빡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짜증난 바람에 그만 전화를 걸고 말았다.
전화를 받은 유리야가 깜짝 놀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물어물 버벅인다.
〈서, 서, 선배 왜요오! 전화 잘못 거셨어요….〉
"제대로 건 거 맞아. 니 방송 보다가 빡쳐서 걸었어."
-???
-누구?
-설마…… 아니겠지?
-아아, 그분이 강림하셨다
채팅창에는 벌써 눈치를 챈 사람이 있다.
깜짝 놀란 유리야의 뇌에 버퍼가 걸렸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나 보다.
좀 더 알기 쉽도록 축약해준다.
-야, 빡대가리야 나다. 오빠다.
-진짜 레전설?
-어그로 끌던 그 사람이네
-유리야 감시 당하고 있었어……
채팅을 치며 방송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보던 시청자들이 알아본다.
나보고 티어 물어봤던 사람.
흡족한 대답이 되었다면 좋겠다.
반나절을 쏟아부어 유리야를 탐구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절대로 스트레스 풀려고 꼬장 부린 게 아니다.
안 그래도 최근의 나날은 바쁘다.
장난으로 원대한 계획을 펼치는 건 지난 저격 사건으로 족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조금은 더 사람이 될지.
탐구 생활의 결과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유리야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킨다.
* * *
내가 그렇게 비인도적인 사람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유리야의 집에 쳐들어가진 않는다.
밤도 늦었고 해서 우리집으로 불렀다.
"왜 볼따구가 니 똥배 마냥 튀어나왔냐?"
"저 똥배 안 나왔거든요!"
"방송 보니까 그냥 하루~종일 먹기만 하던데 안 나오고 배겨?"
-유리야 똥배ㅋㅋㅋㅋㅋㅋ
-요즘 많이 먹긴 하더라
-리야 프로필 수정해야 하지 않음?
-ㅇㅇ 최소 세 근은 더 붙었을 거라 생각한다
안 온다고 대들길래.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라 쿵짜~ 한 번 들려줬더니 택시 타고 득달같이 왔다.
물론 혼자 온 건 아니다.
'학부모 참관 수업도 당연히 아니고.'
내가 아무리 뻔뻔해도 거기까지는 하지 못한다.
지난번에 술에 뻗은 리야를 데려다 줬을 때도 솔직히 좀 쫄았었다.
이 결혼 반댈세!
혹은 책임지라고 하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하면서 갔다.
그런 만큼 오늘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단단히 준비했다.
방송으로도 나가고 있는 만큼 더더욱이다.
리야와 함께 한 번 보고 싶었던 이가 찾아왔다.
"님들 이분 누군지 알아요?"
-누구임?
-잘생겼네. 남캠인가?
-BJ얼굴 웬만하면 아는데 모르겠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무려 남자다.
남자인 시점에서 답은 정해져 있다.
믿기지 않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아……, 유리야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립니다. 이분이 진짜 유리야 남친이에요."
-????????
-진짜로?
-여캠이 여캠…… 리야가?!
-(속보)유리야 또 남친!
최근 시청자가 폭주하고 있는 내 방송이다.
중대 발표라는 표어까지 붙이자 순식간에 2만 명.
초당 수십명씩 계속 들어오니 최소 4만 명까지는 무난하게 불어날 것이다.
나도 안타깝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은 속일 수는 없다.
유리야가 제대로 삐진 듯 볼따구랑 입술이 대빨 나왔다.
"는 뻥이고 유리야 친동생입니다."
-응 안 믿어~
-수습 안되죠? 역겹죠?
-유리야 동생이 저렇게 정상적일 리가 없잖아!
-누가 봐도 훈남에 잘생기고 옆에 있는 레전설이 따까리 같은데?
이 자식들이 말이 심하네!
유리야 동생이 잘생긴 건 맞다.
하지만 나도 다른 느낌의 훈남이다.
타입이 다른 거지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우세라고 점치면 안된다.
-투표 ㄱ?
-공개 처형해야 하나……
-아니, 남절이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진짜로 동생이야 남친이야?!
'……취향이 탈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
원래 남자들이 생각하는 미남과, 여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는 갈리는 법이다.
내 방 시청자들 절대 다수가 덜렁덜렁일 테니 표가 갈리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아무튼 유리야의 대빨 나온 입을 가라앉혀야 할 듯싶다.
"늦은 저녁 시간에 제 집에 부르면 리야 부모님이 걱정하실 수도 있고 해서 동생과 함께 불렀습니다."
구면이고 언제 한 번 보기로도 했다.
당시에는 내가 BJ남절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시선이 달갑진 않았다.
약간 의심의 눈초리.
솔직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냐!
누나가 워낙 띨빵하기 때문이다.
'나 같아도 걱정돼서 잠이 안 오겠다.'
당시 나의 이미지가 애매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동생도 이러저러 사건들을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제가 레전설형 팬이라 누나한테 부탁했어요. 리야 누나 동생 유민하입니다."
어쩜 이리 예의 바른지!
입이 대빨 나온 누구랑은 다르다.
방송이 처음일 텐데도 캠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다.
우리나라 사회가 특히 그런 게 있다.
잘생긴 사람의 말은 웬만하면 통한다.
심지어 같은 동성끼리도 신뢰도가 쌓인다.
-진짠가?
-저 쓰레기의 팬이라고?
-1000개로 죽빵 부탁할랬는데 까비
-열혈 성님 클라스ㅋㅋㅋㅋ
'…….'
채팅창의 반응을 보니 수습은 된 듯하다.
걱정 없이 바로 유리야의 기계화 작전을 실행한다.
========== 작품 후기 ==========
오늘 화는 잔잔한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