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75화 (475/500)

제 7장

그래, 나다 (2)

반역, 배임, 사기, 횡령의 법적인 책임 이 과거에 비해 강화되었다. 그에 대한 사례를 남기기에 이번 재판은 층분했다. 나 하나쯤은 해먹어도 된다는 비양심적 인 행태에 대한 단죄를 한 것이다.

“이제 우리들 세상입니다. 크크크크크 크크!”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나쁜 짓 한 거 같잖아.”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복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넌 이 상하게도 웃을 땐 간신배 같아.”

정우는 또다시 청와대로 불려와 이번 수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군대 들어와서 포상이란, 포상은 다 받고 있 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청와대로 출퇴 근하고 있었다. 만천하에 대통령과 공 고한 인맥을 맺고 있다고 광고 중이다.

어지간한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건드리 지 못할 철옹성이 되어 갔다.

“이번엔 한달로 끊어주세요.”

“내가네 휴가 주는 사람이냐.”

“이만큼 했으면 다 이해할 겁니다.”

“그냥 전역해.”

“만기전역할 겁니다.”

“대통령 부려 먹으면 지옥 같다는 소 리 못들어봤냐.”

그 말은 김 총관과 유 회장한테도 들 었다. 천생연분이신가, 레퍼토리가 달라 지질 않는다. 어차피 할 거 좋은 말 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 꼭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신다. 연세 도 있으신 분들이.

“역대 대통령 중 말년이 편한 경우는 없었죠.”

“이놈。] 꼭 말을 해도.”

불멸회를 무너뜨린 주요 목적은 공적 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닌, 논란을 잠재 우기 위해서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 선과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장막 뒤 에서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를 단순하게 보지 않았다.

불멸회와 연관된 자들이 이번 정부에

대한 여론을 좋지 않게 만들어, 흔들어 보려는 수작이었다. 이를 예상하고 있 었던 정우는 불멸회를 치면서, 연관된 핵심인물들까지 엮어 넣었다. 그 결과 국내에서 대통령을 반대할 세력이 완전 히 사라졌다. 정우가 우리 세상이라고 말한 게 결코 과장이랄 수 없었다.

“이제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냐?”

“그러세요.”

“그러다가 내가 독재하겠다면?”

“안 말립니다.”

이호극은 정우의 대범함을 넘어선 거 대한 무책임에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되었다. 이번 적폐청산 겸 정적 제거로 세상이 시끄러워졌지만, 떨어졌던 지지율은 원 래대로 돌아왔다.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한 거국적 결단이라는 개소리를 세상 이 믿어 준 것이다.

“휴가는 어따 쓰려고. 지금도 공간이 동으로 맘대로 나가 놀면서.”

“위험한 말씀을 하시네요. 전 마법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절차대로 휴가 와 외박, 외출을 쓸분입니다.”

놓은 휴가만 100일이 넘잖아.”

“그거야 제 순수한 노력의 결정체죠.”

정우는 휴가를 억지로 늘리거나, 만들 지 않았다.

대통령상을 받아서 차곡차곡 곳간에 저장을 하듯, 받아 놨을 뿐이다. 쓰지 않아 소멸된 휴가도 있었다. 지금은 없 어진 연예 사병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휴가를 내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진 않았 다.

“이번에 빼돌린 문서는 어쩌려고?”

“정리가 끝난 후에 쓸 예정이에요.”

“꿍꿍이가 있기는 있구나.”

“저쪽에서 먼저 건드렸거든요.”

악플보다 무플이 더 상처라는 말이

있다. 건드렸는데, 무대응으로 나서면 호구 인증이었다. 호구가 박멸되는 ‘아 름다운 세상 만들기 운동 본부’의 수장 으로서 나서야 했다. 물론 조국을 위한 거국적 결단으로 포장되겠지만.

사방이 폐쇄된 공간.

희미한 불빛 속에서 로브를 입은 자 들이 있었다. 그들은 시체를 내려다보 며 미간을 찌푸렸다. 원체 시체같이 말 라비틀어진 아르만이지만, 이토록 허무 하게 죽을 위인이 절대 아니었다. 가문 에서도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 으면, 청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 행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못할 분, 능력만 놓고 보면 굉장히 뛰어났다.

“라이프 배슬에 타격을 주다니, 보통 이 넘는군.”

“그래 봤자 황색원승이에 불과합니 다.”

“시끄럽다, 상대를 간과하지 말라고 누차 말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아버지.”

마법사는 궁구하는 자로서 의심이 많 으며, 조심성이 강하다. 한국에서 절대 레벨의 마법사가 출현했다는 보고를 받 고,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과거에도 이런 식의 보고가’ 있었지만, 확인해 보 면 허위보고로 끝이 났었다. 아시아는 마법의 불모지로 7레벨의 마법사도 흔 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마법 사는 9레벨의 마법사가 확실했다.

“그렇다 해도, 아르만의 영혼을 단숨 에 뭉개 버렸을 줄이야.”

그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마법사에 대한 신상을 보고받기가 무섭게 대공녀 와의 관계를 그렸다. 같은 학교, 학과에 서 친구로 지냈었다. 대공자와 만났다 는 점도 공교로웠다. 말다툼으로 끝나 긴 했어도, 상대가 절대레벨의 마법사 라면 인과를 달리 봐야 했다. 만약 대공 녀와 은밀한 협약이 오갔다면 가문에서 의 입지에 영향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음 지에서 활동하는 아르만을 보낸 것이 다.

“자연스럽게 죽이려고 했거늘, 어렵게 됐구나.”

미국은 절대레벨의 마법사가 다른 국 가에서 탄생하는 걸 탐탁지 않아 했다. 왜냐? 마법사의 가치는 일반적이지 않 았다. 궁극에 이른 마법사는 다른 속성 능력자와 달리 파급력이 상당하다. 특 히 마도공학과 연계하면 미국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군수산업에 타격을 준다. 그 렇기에 가급적 싹이 자라나기 전에 은 밀하게 제거해 왔다.

“그러시면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안 돼.”

마법사는 대통령과 관련이 있고, 금강 문이 배후에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과 연 우연일 수 있을까? 대공녀는 금강문 과 협조하여 가문의 지부를 운용하고 있었다.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게 되었 다.

“마법사로서의 역량과 전투스킬를 종

합하면 가문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일 것이다. 신중히 행동하 지 않으면 오히려 대공녀에게 빌미를 제공할수 있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준비를 해야 했 다. 또다시 일이 실패하면, 무능력을 스 스로 입증하게 되는 꼴이다.

‘놈을 끌어들여야 한다.’

리차드 교수에게서 연락이 와서 마도 공학연구소에 들렀다.

“성공했다.”

정우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리차드 교수는 맥이 탁 풀렸다. 연구시간 대비 성공확률을 따지면, 놀라운 성과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거 한번 연구해 보 라고 던져 놓고 가고선, 저 무성의한 태 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까지 밤을 새워 가며 연구에 몰두했던 시간을 보 상받기는커녕, 쓰레기통에 처박힌 기분 이든다.

“너 그렇게밖에 대답 못하냐, 반응이 그게 뭐야?”

“성공할 줄알았으니까요.”

“내가 방망이만 두드리면 뚝딱 만들

어 내는 도깨빈 줄 아는 거냐?”

“아닌가요? 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얄미운 놈 롤러코스터 태우 는 재주는 여전하구나.”

사람을 들었다 놨다, 말 몇 마디로 가 지고 놀았다.

리차드 교수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싫으냐?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아니었다. 정우가 인정을 해 주니, 기분 이 좋아졌다. 그만큼 정우의 능력은 차 고 넘쳤다. 비교 대상이 없는 유일무이 한 존재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갱이의 수신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을 거다.”

“거리는요?”

“아직은 100킬로 내외다.”

“그 정도만 해도 괜찮네요.”

“100킬로마다 올갱이를 배치해 놓으 면 거리를 늘리는 것도 가능해.”

리차드 교수가 올갱이라고 하자, 올칸 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왕이었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었다.

“정부지원금을 받을 거예요.”

“그래서?”

“그걸로 생산시설과 기간트 창고를

만들어야죠.”

“정보가 새면 위험할텐데.”

“어쩔 수 없죠,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 까.”

“엥‘?”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

정부주도 비밀 프로젝트라면서 정보 가 새도 하늘의 뜻으로 맡기겠다니, 리 차드 교수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고 개를 혼들었다. 마법사의 직관 따윈 통 하지 않는 지나치게 특출한 제자였다. 오히려 제자에게 배우고 있으니, 스승 으로서 똥줄이 타고 있었다.

“제자를 질투하면 못씁니다.”

“스승을 무참히 짓밟는 제자는 괜찮

고‘?”

“4년 전 7월 28일 오전 10시 20분 37초에 마법사에게 겸손은 미덕이 아니 라고 하셨잖아요.”

“꼭 지 필요한 것만 인용하는구나.”

시간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서 더 답답하다. 무시무시한 놈이 아닐 수 없다. 말을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체 감하게 해 준다.

일본에 도착한 정우는 네즈미가의 귀

빈 전용 세단에 몸을 실었다. 사전에 연 락을 해 놨더니, 모든 코스가 딱딱 맞아 떨어졌다. 공항에서 내리자마마 풍겨 오는 방사능의 진한 향기를 맡으니, 일 본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일본의 전대물이 유명한 이유를 알 것도 같네.”

“예?”

“신경 쓰지 마, 그냥 그런 줄 알아.”

“알겠습니다.”

정우에 대한 네즈미가의 대접은 국빈 그 이상이었다. 하던 일 올 스톱 하고, 물심양면으로 쏟아부었다. 한국의 귀빈 이 왔다고 동네방네 광고를 하는 격이 되었다.

파괴되었던 네즈미가는 원래대로 돌 아와 있었다. 정문에서부터 길게 늘어 선 행렬은 정우가 차에서 내리기를 기 다렸다.

네즈미가의 가주인 유우신이 나와 있 었다.

“어서 오십시오, 진심으로 환영합니 다.”

“에이, 나오지 말라니까. 나 이런 거 부담스럽다고.”

“제가 나오고 싶어서 나온 겁니다.”

“그러면 내가 미안하잖아.”

유우신은 정우의 뻔뻔함에 속으로 혀 를 차야 했다. 대접이 시원치 않으면 알 아서 하라고 협박했으면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다. 그 러나 입도 뻥끗 못했다. 이 인간의 무시 무시함을 겪어 본 사람만 알았다. 수틀 리면 가문의 수장이라는 타이틀로도 보 호받지 못한다.

“자, 들어오시지요.”

“그럴까.”

가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응?’

내 눈이 잘못됐나.

피트니스 모델 심사복을 입은 여인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 록한 허리, 소녀의 얼굴을 가진 여인이 달려 들어왔다.

출렁, 출렁!

흔들리는 육덕이 시선을 잡아챈다. 일 본 특유의 간살맞은 애교는 덤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알 것 다 아는 것처럼.

“주인님一~W”

앵앵거리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저 몸은 거짓말 같지만, 그렇게 생겨 먹었 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사분히 날아 정우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휙!

안길 대상이 사라지자, 시즈나는 허공 에 대고 팔질을 한 후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어찌나 탄력이 좋은지 스펀지를 깔아 놓은 듯 퉁퉁! 튀기더니 발딱 일어섰다. 돌아선 시즈나는 울먹이며 안쓰럽게 엉 덩이를 비볐다. 그 일련의 과정을 정우 와 모두는 망연히 지켜봐야 했다. 시선 집증은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너무해요, 주인님. 제 맘도 모르시

고.

“시끄럽고, 그 복장은 뭐야?”

복장에 대해서 물어보자, 언제 울먹였 는지 모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대꾸 한다. 여자의 심경은 기상청 날씨 예보 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이거 제 전용 예복이에요.”

“평소에도 그걸 입고 돌아다니는 거 야?’,

일본의 자유분방함을 잠시 잊고 있었 나보다.

시즈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주인님 올 때만요.”

“시원해서 좋기는 하네.”

“그럼 더 시원하게 입을까요?”

여기서 더 시원하게 입으면, 입은 거 라고 할 수 있나? 예복이란 격식을 갖 추어서 입는 옷을 지칭한다. 저 옷을 전 용 예복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제정신 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 신성을 지나치게 짓밟은 후유증 같았다.

“됐어.”

아!

주변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 다.

왤까?

정우는 가주실의 상석에 앉았다.

그 옆에 다소곳이 앉은 시즈나가 차 를 따르고 있었다. 앉는데 굉장히 불편 하고, 시선집중이 잘되었다. 그러나 누 구도 감히 시즈나를 빤히 쳐다보진 못 했다.

-눈 깔아, 너희들 보라고 입은 거 아 냐.

신녀의 전언이 뇌리를 쿵쾅쿵쾅 울린 다. 잘생김과 못생김의 차이로 시선의 불쾌지수가 달라지는 것처럼, 내 남자 이외의 시선은 원천봉쇄했다.

‘그러면서 저딴 옷은 왜 입은 거야.’

‘누군 보고 싶어서 보나.’

‘자기만족이면 집에서나 입으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는 자가 아예 없다곤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신성의 영향을 받 고 있었다. 찰나간의 불미스러운 감정 은 사라지고, 온전히 복종했다.

“본가를 제외하고 다른 가문은 찬성 했습니다.”

“욕좀 봤겠어.”

12지신가의 가주가 모여 일전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항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원찬성을 해 야 의제가 통과되는데, 네즈미가의 반 대로 불발되었다. 그로 인해 다른 가문 의 날 선 견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주군의 의지를 받들 뿐입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 주니, 기분은 좋 네.”

네즈미가는 현재 공공의 적이 되어 갔다. 다른 가문과 정부가 주도해 네즈 미가의 사업체에 압박을 가했다. 일본 국민들도 반일가문이라는 꼬리표를 달 고 질타를 해 왔다. 한국에 지원한 자금 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준비는?”

“지시하신 대로 마쳤습니다.”

이 대통령이 각국 정상회담에서 발언 하기 전에 네즈미가에 전언을 보냈었다. 한국에 대한 제재 의견에 반대표를 던 지라고 했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어선 안 되었다. 이성적, 객관적 지표 를 바탕으로 했다.

“올 것 같으냐?”

“과거의 저라면 움직입니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정우도 유우신 과 다르지 않은 생각이다. 인간은 쓴맛 을 보지 않으면, 스스로 변하지 않으려 고 한다. 이는 힘과 세력이 강할수록 더 더욱 도드라진다.

“빨리 와야 하는데.”

“어째서요?”

“휴가거든.”

“예?”

휴가는 애인과 함께, 라는 불효의 정 석을 기대하진 마라.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어둠이 짙어지는 시각, 일단의 무리가 네즈미가를 앞에 두고 있었다. 날카롭 게 곤두세워진 예기가 번뜩인다. 토리 가와 이누가의 정예 무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수가족히 1천에 달했다.

“금강문과 협상을 하다니, 유우신이 제정신이 아니군.”

“갈 데까지 가자는 거겠지.”

토리가와 이누가의 가주인 사카모토 와 고로는 네즈미가의 행보에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12지신가의 결정 에 반대해 고립되었다고는 해도, 한국 무문과 협상을 벌이다니. 일본무가의 자존심을 버리는 반역행위였다.

그러나 토리가와 이누가의 입장에선 작금의 흐름이 좋지만은 않았다. 계획 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가문에서 네즈미 가를 정벌할 것이다. 용신가의 입김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네즈미 가까지 먹히면 두 가문의 입지는 더더 욱 좁아진다.

“오늘 네즈미가를 지운다.”

사카모토와 고로가’ 눈짓을 보내자 무 력단이 네즈미가의 담벼락을 넘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자들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침투, 침입에 최적화된 무인 들을 선발대로 내세운 결과다.

사삭

밤도둑들답게 고요함은 깨지지 않았

다.

침입은 수월했다.

토리가의 정예 홍검대, 청검대와 이누 가의 정예 천명단과 지혈단의 뛰어난 역량이 이루어 낸 결과라고 보기엔 무 리가 따랐다. 수월함을 넘어 지나칠 정 도로 방비가 허술하다.

사카모토와 고로의 뇌리로 좋지 않은 기분이 스쳤다.

‘함정?’

감각을 극대화했다. 함정이라면 뭔가 있어야 한다. 단순 추측만으로 포기하 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여기서 포기해 버리면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사카모토와 고로는 고개를 저었다.

가문의 주력을 데리고 왔다. 네즈미가 가 함정을 팠다고 해도 충분히 무너뜨 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 과 달리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없습니다!”

“ 없다고?”

네즈미가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인기 척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가문을 지키는 소수의 무인을 제외하고 증발해 버렸다. 가문의 심처 에 들어섰음에도 제지하는 자가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웠다.

“유우신, 대체 무슨꿍꿍이냐?”

“혹, 역습을?”

본가를 역으로 공격한다?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기는 하나, 주력 이 여기에 있었다. 역공이 성공한다 해 도 네즈미가는 지켜 낼 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지간한 전력 으론 본가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이 참기 힘든 고요함이 불안감을 증 폭시켰다. 벌어져선 안 되는, 최악으로 흐르는 짙은 피 냄새가 흘렀다.

“물러서는 게 좋겠네.”

“자네 미쳤나.”

사카모토의 결정에 고로가 반기를 들 었다. 전력을 기울였음에도 소득 없이 물러선다면 천하의 비웃음거리로 전락 하게 된다.

“이대로 돌아가면 소문이 나고도 남 지, 암암.”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누군가로 인해 사카모토와 고로의 시선이 돌아섰다.

주변을 장악하고 있던 무인들도 그제 야 누군가가 섞여 있음을 인식했다. 존 재감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해선 안 될 만큼 ‘무W존재’였거늘, 의식하기가 무 섭게 전체를 가득 채운다. 그야말로 이 자리의 주인공은 나라고 외치고 있었 다.

“혹금단주?”

“그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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