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4화 (304/500)

제 2장 본선 ⑵

예선이 끝났다. 본선에 오를 인원이 속 속정해졌다

10단계를 거치면서 참여한 총 5천의 무 인 중 200명이 올라왔다. 본선 통과 확률 을 따지면 4%에 불과했다. 대회는 토너먼 트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예선을 통과 한 200명과 연합무문에 선별한 무인 52 명이 대결을 펼친다. 소속문파가 겹치지 않도록 본선에서는 같은 문파와의 싸움 은 피하도록 설계했다.

부전승은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예선전을 통과한 이들 중에 제비를 봅기 로 결정했다. 본선을 임의로 통과한 연합 무문이 부전승까지 챙기면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합의된 사안이었고, 이번 대회에 서 3명만 참가한 금강문이 적극 주장을 했기에 두말하지 못했다 심적으론 반감이 있었다. 타문파에 비

해서 금강문의 참가 숫자가 적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자신감의 발로처럼 비쳐졌 다 예선은7일이 걸렸다

최대한 짧게 진행을 하려고 했으나, 참 여한 무인의 수가 예상보다 많아 길어졌 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무인이라 해도 같 은 장면을 계속 보면 지루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실전 대결이었다. 물론 예선에서 돈을 건 관람객은 눈에 불을 켜 고 원하는 무인이 올라가기를 기원했다.

정우의 충고도 있고, 하라는 다른 스케

줄을 잡아 본선 공연에는 오지 않았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레드아이즈 가 컴백 공연을 무림대회에서 열었다. 일 전에 하라와 같이 한 공연은 특별출연 형 식이었고, 이번이 진짜 무대였다. 완전체 로 나선 레드아이즈는 모두를 주목시켰 다. 이번 콘셉트에서 각각의 개성이 잘드 러났다.

와 죽인다!

-설현은물이 올랐네.

-진짜 얼음여신이었어.

-유니크잖아

민설현은 상위 유니크이자 아이돌이다. 눈발을 휘날리며 허공으로 얼음계단을 밟 고 올라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내려온 레드아이즈는 나 름만족했다

민설현과 달리 멤버들은 유니크가 아니 기에 동선이 조금이라도 얽히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진 않 았다. 이전 앨범의 성적이 저조했기에 반 드시 성공해야 했다. 이름값이 있다고 해 도 연이어 앨범이 실패하면 주가가 떨어지 기 마련이다: 민설현이 정우를 찾아왔다.

“늘었네.”

“네 말대로 노력했으니까”

“그래도 하나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노력한 시간도 중요하지만, 집중을 해야 한다. 꼭 공부 못 하는 학생이 시간만잡 아먹고 집중하지 못하고선, 왜 노력을 하 는데 성적이 저조한지 원인을 찾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공부는 재능과 시간, 효율성, 집중력까지 요한다. 이것을 이루지 못하는 학생은 공부하지 않는 편이 낫다 괜한 시 간 낭비가 될 수 있으니까 하물며 설현은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었 다

“둘다포기 안해.”

“욕심이야”

“알아,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나만의 메리튼데.”

민설현은 방송국에서 만난 정우의 충고 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둘 다를 하려다 가 둘 다 망가지는 수가 있다는 어쩌면 가 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남 의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그게 자기 인생이면 그리 쉽게 말 못한다. 하는 일마다 쉽다면, 고뇌할 필요가 없듯 이.

“이번 엠티에서 보여주겠어.”

“아 엠티.”

“하아'! 너야말로 학교에나 좀 나오시지, 도통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민설현은 MM 설욕의 기회로 보고 있 었다. 학기 초 MT에서 어설프게 나대다가 마물에게 당할 뻔했을 때 정우가 아니었 으면 위험했을 것이다. 칼을 갈고 나온 오 늘의 무대처럼 MT에서 만날 걸 고대하고 있었건만, 정작 당사자는 MT가 있는 줄 도 모른다 아예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더 욱이 학교에서 얼굴을 좀 보려고 하면, 아 이돌보다 더 바쁜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다

“그때처럼 당하진 않아.”

“ 기원하마”

정우는 딱히 빚이라고 여기지 않았음에 도 불구하고, 설현은 2번이나 대회의 공연 에 참여해줬다. 주고받음이 확실해서 마 음에는 들었다. 하지만 그뿐. 지금은 대회 장 주변의 흐름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그 녀의 각오와 의지를 들어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칫,그냥가네.’

설현은 정우를 잡지 않았다 MT에서의 첫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하라와 공식적으 로 교제한다는 걸 알면서도 관심이 갔다.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하다. 주변에 잘해주 는 남자들이 많지만 정우 같은 남자는 처 음이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혼히 사용 하는 뻔한 레퍼토리 ‘나한테 이렇게 대하 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는 건가. 손발 이 오글거려 안드로메다로 사라지는 기분 이든다.

‘아니거든.’

그녀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만남이라고 해 봤자 고작 몇 번의 마주침 이었고, 매번 다투었다. 치기 어린 감정이 었고,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래서 확인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우를 봤을 때 또 어떤 감정이 될지를

‘절대.’

그래도 그땐 꽤 멋있었다. 치근대던 아 이돌도 치워주고. 자신이 직접 나섰으면 꽤 소란스럽게 번졌을 일이었는데.

‘머리를 아주 굴렸어.’

기감이나 마나탐지로도 구별이 되지 않 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들이 많 은 데다가 공력을 사용하는 무인들도 있 었다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긴 어렵다. 사 전에 대회장 일대의 부동산을 구입하길 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꽤 골치 아팠을 고도의 지능적인 암계다.

‘주사위는 던져졌겠다, 누가 더위에 있 는지를 알게 될 때지.’

정우는 변수를 최대한 줄였다.

곳곳에 흑금단을 배치시키고, 무문연 합의 무인과 공조했다. 혹금단이 배치된 구역은 단순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회장의 여러 입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굳이 지키 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그러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는 어렵다. 입구 주변은 금강문이 아닌 무문연합의 무인이 지키고 있었다. 거리를 충분히 감안을 한 계산된 공간이다.

‘반은 보냈으니, 준비는 되었겠지.’

무림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혹금단의 절 반을 따로 빼서 휴가를 보내주었다. 명목 상은 휴가지만, 이후를 위한 물밑 작업이 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금강문주와 함 께 제대로 놀아볼 심산이다.

사박사박

균형이 잘 잡힌 안정적이면서도 깃털처 럼 가벼운발걸음 두 여인이 정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 다. 주변에 배치된 혹금단이 제지하지 않 았다.

정우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진장로님을 뵙습니다?”

“표리부동은 여전하구나.”

반듯하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정석적인 예의다. 일문의 장로에 대한 예법을 잊지 않았음에도 받아들이는 입장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정우는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마치 그럴 줄알았다는듯

“누구나 가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민낯은 부끄러운 법이지 요.”

“그렇기는하다만, 참고로 난쌩얼이다” 기초화장만 간단히 했다는 그녀.

무화; 진영화다.

그녀는 정우의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 다고 해도 믿는 반면, 혹금단주는 달랐다 수작에 휘말린 건 둘째 치고, 호되게 당한 걸 상기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진 않았다. 언제고 한번 살풀이를 해야만 화목을 다 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혹금단주에 게 악감정이 남아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무 인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을 분이 다

“얘는 말이지.”

“알고 있습니다?”

무화의 옆에 선 여인.

신룡문의 유일한 여성 참가자 청화(靑

花) 이신경이다 동양인답지 않은 하늘처럼 푸른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기운이 안정 적이며, 차분하다. 무화와는 정반대의 기 질을지녔다.

“이신경이에요. 명망높은혹금단주님 을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악명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다행이 군.”

정우는 그녀의 기질이 가볍지 않음을 읽었다. 청화라는 별호와 아름다운 외모 아래 가려진 기운이 수집한 자료와 달랐 다. 약점을 극복하면서 새롭게 경지를 개 척한 듯하다 무인으로서의 완성이 노력의 세월로 이루어지기는 하나, 어느 순간 단 계를 뛰어넘을 때가 있었다. 이를 기연이 라고 부른다 이신경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기운 아 래 투지가 넘친다. 청순한 외모만 보고 섣 부른 판단을 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었 다

‘강해.’

이신경은 본인보다 뛰어난 자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확인한 혹금 단주는 금성철벽과 같았다. 어디를 공략 해도 통하지 않는 비슷한 또래에 이런 자 가 있을줄은 몰랐다. 마치 진 장로님을 마 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만할자격이 있어.’

혹금단주의 위명, 악명이라 불려도 손 색이 없는 유명세에 대해서는 귀에 따갑게 들었다 하나, 과연 그 나이에 일문의 문주 와 비견되는 무력을 가지고 있을까 의구심 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직접 마 주한 흑금단주는 명성에 어울리는 역량이 있었다. 그의 오만이 이해되었다.

“간극을 재는 솜씨가 제법이야.”

“?…죄송해요.”

이신경은 급히 사과를 하면서도 덜컥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지니고 있는 속성 중에 하나가 바로 기량을 탐지하는 진실 의 눈 혜안眼)이다 문파의 문주님과 장 로님을 제외하고는 알지 못했다. 이를 꿰 뚫어 보는 혹금단주의 예리함에 섬뜩함을 느꼈다. 마치 잘 갈아 놓은 칼 아니 그 이 상의 날카로움이었다 한편으로 그를 상대 해 보고 싶은 무인으로서의 호승심도 들 었다. 왜 그가 풍파를 일으키고 다니는지 를알아보고 싶은

“아서라, 그리고 너도 그만해.”

“이런, 장로님은속일 수가 없군요.”

혹금단주의 인정에도 무화는 코웃음을 쳤다. 청화가 젊은 무인답게 호기심을 갖 는 건 좋지만 상대가 나빴다. 본인 딴에는 간극을 쟀을지 몰라도, 저놈이 고의적으 로 드러낸 기량에 불과하다 읽힌 건 오히 려 청화다. 본선에 나가야 하는 청화의 약 점이 탈탈 털려봐야 좋을 게 없었다 문주 가 사실을 알면서 ‘또또!’라고 지적할 게 분명하다. 한창 장로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시점에 긁어 부스럼은 사양이다.

“그딴 식으로 입에 발린 말을 한다고 넘 어갈 성싶으냐.”

“아니면 하는수없지요.”

혹금단주와 진 장로님의 대화에 이신경 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진 장로님의 성 향이 걸걸하기는 해도, 이런 식으로 대놓 고 도발을 할 만큼 교양이 없지는 않았다. 마치 일생일대의 호적수를 만난 사람인 양 전의가 가득하다. 투지를 불태워야 할 쪽이 뒤바뀐 느낌이다

‘설마’

이신경은 쓸데없는 상념을 지웠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흑금단주가 비록 대단 한 위명을 지녔다 해도, 진 장로님은 신룡 문을 대표하는 무인이다. 비교할 대상으 로 놓는다는 것 자체로 진 장로님에 대한 불경이다

“신룡문엔인재가많군요.”

“비꼬는게냐.”

무화는 결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 았다 신룡문에 인재가 많다고 하면, 금강 문은 인재가 발에 차인다고 해야 하나. 이 번 대회에 최소 인원을 참여시켰다곤 해 도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대회장 주변에 배치된 흑금단만 해도 범상치 않은 놈들이었다. 개개인의 전투력 이야 자신에 비해 부족할지 몰라도 수가 모이면 어지간한 자가 아니고선 대적하기 벅차다. 저들이 전부 예선을 치렀으면 절 반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기대가 큽니다. 맘 같아서는

저도 출전하고 싶지만 내뱉은 말이 있어 자중할 분입니다. 이래서 사람은 말을 하 는데 신중을 기해야 하나 봅니다.”

“그놈의 주둥이는.”

진영화는 혹금단주를 볼 때마다 느낀 다. 보면 볼수록 판단하기 모호한 녀석이 다. 조카를 이용해 자신을 끌어들였을 때 의 치밀함 뒤를 돌아보지 않는무모함 단 호한 결단력, 능청스러움까지. 어느 것이 진면목인지를 파악할 수 없게 했다. 작금 의 이 모습만 봐서는 악명처럼 대단해 보 이지 않는다.

“장담은못 해도, 금강문뜻대로만 되지

는 않을거다”

“본선이 시작되면 답은 나오겠지요.”

정우는 무화와의 언쟁을 감추지 않았 다. 사방에 지켜보는 눈들이 있음에도 드 러냈다. 마치 서로가 얽히지 않는 물과 불 처럼.

‘때론 연기도 필요하지.’

화천문과의 친분은 공개되었지만, 신룡 문과 금강문의 접점은 비공개였다. 이를 알고 있는 건 정우와 무화뿐이다 굳이 친 분을 과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로 간 에 경쟁심을 불태우는 관계가 이로웠다. 그래야 다른 문파에서 의심을 하지 않는 다

‘번외 경쟁은 이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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