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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3) (266/268)

외전4. 3회차 회귀 직전, 세계를 구한 하빈은 어떻게 지냈는가 (3)

“제가 레몬 뷔페에 왜 나가요!”

당황해서 외치는 황레몬. 그러나 하빈은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황레몬이 나간대? 레몬 말고, 진짜 ‘황색’, 그러니까, 노란색 리얼 과일 레몬이 생으로 등장한단 의미지!”

“아, 아닌 것 같은데……?”

분명 은근슬쩍 황레몬 이름을 넣어 장난 친 것 같았는데?

레몬이 의심스럽단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하빈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황레몬이 직접 사장으로 있으면 정말 완벽한 레몬 뷔페가 될 것 같긴 해. 레몬의, 레몬에 의한, 레몬이 나오는 레몬 뷔페인 거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뭔가 멋진 것 같기도 하고……?”

꽤 솔깃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레몬. 그를 보며 하빈이 신나서 덧붙였다.

“그치? 열심히 해서 레몬이도 레모네이드 카페 사장이나 레몬 뷔페 사장이 되도록 해!”

“꼭 되어야 하는 건가요?”

“그게 힘들 것 같으면 레몬 농장의 주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루트야. ‘레몬 포레스트’처럼. 흠, 당연히 봤겠지?”

“아니, 그보다 왜 마음대로 제 진로를 추천하시는 건데요?”

“하긴, 역시 농사일은 적성이 중요하겠지? 당황하는 것도 이해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빈. 서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떠드는 둘이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채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끼어들었다.

“레몬 씨는 요즘 여행을 많이 다닌다 들었는데, 하와이는 처음인가 보네?”

“네, 맞아요! 그동안 못 가본 곳이랑 못 먹은 게 너무 많아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이공간에 갇혀 있었던 레몬. 그러니 그동안 못 해본 걸 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다음 주에는 열기구 체험을 할 계획이에요.”

레몬의 계획에 하빈이 눈을 빛냈다.

“오오, 좋은 생각이야. 황레몬 넌 지구인도 아니면서 지구 여행 코스를 꽤 잘 꿰고 있네?”

“이공간에 갇혀 있는 동안 하루 종일 바깥을 보면서 구경만 했거든요.”

레몬은 이공간 안에서도 바깥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아마 갇혀 있는 동안 세계의 곳곳을 구경만 한 모양.

“그럼 의외로 레몬이 여행 전문가인가? 나도 코스 몇 개 추천해 주라.”

“아, 뭐가 있냐면요…….”

버킷리스트를 슥 내미는 하빈과, 그동안 생각했던 여행지를 알려주는 레몬. 하빈은 흡족한 얼굴로 노트에 레몬의 여행 계획을 참고 사항으로 받아 적었다.

“좋아, 뉴질랜드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이란 곳도 가봐야지……. 어? 근데. 레몬이 너 돈 없다며? 여행비는 어떻게 버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던 하빈이 무언가 생각난 듯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전엔 돈이 없어서 내가 먹을 걸 가져올 때마다 난감해했잖아.”

성좌는 돈도 주민등록증도 없는 게 국룰인 줄 알았더니만? 그동안 어떻게 돈이 생긴 거지?

하빈의 의심스럽단 표정에 레몬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건…… 잠시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전 공간이동으로 이동해서 교통비가 안 들어요.”

“오, 그랬지?”

레몬은 공간이동의 전문가!

덕분에 비행기 값도, 차비도 들지 않는다.

“그래그래, 그건 알지. 그건 부럽네.”

“하빈 님도 맘먹으면 할 수 있으시잖아요?”

“엥, 난 스킬 숙련도 키우기 귀찮아서. 어차피 다들 부르면 꼰대도 레몬도 와서 도와주는걸?”

“……크흠. 어쨌든 그게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저도 이제 돈을 번다는 거죠!”

레몬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외쳤다. 하빈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어? 황레몬 취직했어?”

[취직을 했다고!?]

“그러게 말야, 잘잘이보다 더 빨리 취직을 했다니 대단한걸? 어디 취업했는데?”

“SPES요!”

“엥? 현시우네 단체에 취직했단 말이야?”

하빈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둘 다 말을 안 하고?”

현시우 측에서든 레몬 측에서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야기해 줄 줄 알았건만!

하빈의 섭섭하단 표정에 레몬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랬어요! 계속 함께 일할지 확실하지도 않았고…….”

“……확실히, 수습일 땐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겠지. 이해해.”

3개월만 수습으로 굴리다가 자르기도 하는 게 이 나라의 각박한 현실인걸.

하빈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황레몬, 혹시 수습으로만 굴려지다 부당 해고를 당하거나, 계속 계약직으로만 굴린다고 하면 꼭 나한테 말하도록 해! 그런 좋은 빌미가…… 아아니,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내가 현시우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어…… 넵.”

“하여튼 현시우, 그렇게 안 봤는데 언제 이렇게 남의 성좌를 홀랑 빼와서 굴리고 있는지 몰라?”

하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휴우, 정말 유용한 레모니였는데 누군가한테 뺏긴 기분인걸.”

그동안 사이비를 털 때나 공간이동을 쓸 때 안내역으로 쏠쏠하게 도움을 주었던 레몬. 그가 취직을 했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현시우는 취직시켜서 돈이라도 주지만, 너는 레몬한테 한 푼도 안 주잖느냐?]

“어허? 원래 친구끼리 따뜻한 마음으로 부탁할 땐, 돈 그런 거 막 생각하는 거 아니야!”

[…….]

“그런데 SPES라고? 무슨 일을 주로 해?”

이번에는 채지석이 물었다.

“아, 저 SPES 측에 킬스크린 관련해서 조언이나 의견을 주거나, 공간이동 능력으로 종종 도움을 드려요.”

“역시 레몬이가 공간이동 능력 하난 꽤 유능하지.”

가까운 거리면 모를까, 나라에서 나라 간 이동은 평범한 각성자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그러니 희귀 능력자이자 성좌인 레몬이 굉장히 소중할 수밖에.

“제 존재도 바깥에 알려지면 파장이 클 것 같아서 SPES 측에서도 기밀로 해주고 있어요.”

“오호, 꽤 비밀을 잘 지켜주네?”

“하빈 님의 본 능력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거죠, 뭐.”

“흐음.”

“거기다 킬스크린 주민으로 등록까지 해줬다고요! 나중에 회귀해서 평화로운 세상이 되면 소용없어질 등록증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레몬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언젠가 시간을 되돌려 던전과 각성을 없던 일로 한 세상이 오면 레몬은 다른 방식으로 또 등록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뭐, 돌아간 뒤에도 주민등록을 하는 방법은 있을 거야. 쓸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도와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앞서 말했듯이 친구끼리 따뜻한 마음으로 부탁할 땐 돈이나 수고 그런 거 막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건 좀 감동인데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빈에게 다시 봤다는 표정을 짓는 레몬.

“사실…… 안 그래도 하빈 님한테는 신세를 진 게 많아서 갚으려고 생각했었어요.”

“응? 네가 나한테 신세를 진 게 있던가?

하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크흠, 난 워낙 주변에 이로운 존재라서 그런 소리 많이 듣지만 말이야! 내가 또 어떤 선행을 했더라?”

빨리 칭찬 좀 해 보라구.

기대 어린 눈빛으로 레몬을 쳐다보는 하빈에게, 레몬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관리자를 없애 주셨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물론…… 저를 위해서 한 거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덕분에 풀려났으니 항상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오호, 레모니, 생각보다 도리를 아는 성좌였네?”

“거기다 예전에 이공간에 떡볶이랑 치킨 가져다 주신 것도 갚고 싶었고요. 그때는 돈이 없었는데 지금은 취직해서 돈도 있으니까!”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려는 레몬. 그걸 본 하빈이 흐뭇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아냐, 넣어 둬, 넣어 둬.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무척 기특하네! 성좌가 돈 있어봤자 얼마나 된다고 그래? 꼭 돈으로 갚을 필요는 없고, 앞으로도 이렇게 내가 부를 때마다 공간이동 좀 종종 써주고 그래.”

“네? 넵!”

“흠흠, 덕분에 비행기 값이 많이 굳겠는걸……이 아니라, 크흠, 어쨌든 이렇게 친구끼리 도우며 살아야 된다고, 그치?”

“그, 그렇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몬. 그 모습을 보며 하빈이 뿌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아, 덕분에 다음 여행 일정도 순조롭겠어. 이번 주도 잘 부탁해, 레몬!”

“이번 주요? 혹시 이번 주 내내…… 여행 가시나요?”

“물론이지! 내일 바로 싱가포르 찍고, 모레는 뉴질랜드 갈 거야! 주말부터는 지세 언니랑 제주도 한달 살기도 하려 했는데……. 각각 이동 할 때 레몬이도 도와 줄 거지?”

“저는 이번 주엔 터키 가려고 했는데…….”

“거기도 중간에 들르면 되지, 뭐! 자자, 어쨌든 레모니의 공간이동 재능기부 약속을 기념하며, 레모네이드로 건배하자! 채씨도 아이스크림 들어, 잘잘이도 폰 들고! 레몬이 뭐 하니? 레모네이드 들고 건배 해!”

“거, 건배……!”

[건배……?]

“건배!”

갑작스럽게 창설된 여행 모임을 위하여!

여행 전문가이자 공간이동 전문가 레몬의 협조를 받아낸 덕에, 하빈은 시간을 돌리기 전까지 매번 알차게 여행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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