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는 오늘도 은퇴를 꿈꾼다(72) (72/268)

072. Continue? (1)

“솔라리스 지부 조식 진짜 맛있더라! 킬스크린 찐 맛집은 여긴듯!”

다음날 아침, 채지석이 마련해 준 솔라리스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고, 조식까지 알차게 먹은 하빈이 흠흠, 즐거운 표정으로 카페 소파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채지석도 그 말에 꽤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조식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 이래 봬도 내가 맛집에는 일가견이 있잖아? 셰프님들을 직접 섭외해 왔다고.”

“흠, 맛집에 일가견이 있다라. 그건 인정이야, 정말 맛이 괜찮더라. 채씨는 헌터 그만두면 식당을 열어도 괜찮겠어.”

“내 꿈은 검사였다니까!”

“아! 맞다, 그랬지.”

하빈이 손에 들린 열쇠고리를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채씨, 어제 우리가 복권을 맞춰 봤잖아? 비록 다 틀리긴 했지만.”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다 틀린 거 아니라고, 자신의 능력은 완벽했다며 투덜거립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어디 한번 다시 해보자고, 저 녀석들이 사기꾼이라서 그렇지, 한국의 복권을 사면 단번에 숫자 6개를 맞춰버리겠다며 열을 냅니다!]

“오, 가까운 빛은 자신이 꽤 있었나 보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당연한 거 아니냐며, 복권 맞추기 정도는 껌이라고 소리칩니다!]

“성좌님이 이 정도로 열 내시는 걸 보면, 진짜 승부 조작이었을지도 몰라.”

채지석이 덧붙였다.

“어차피 불법으로 운영하던 업체 같던데, 무슨 장난을 했는지는 또 모르지.”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역시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건 채지석뿐이라며, 계약자 하난 잘 골랐다고 깨춤을 춥니다!]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불법 업체는 다 망해버려야 한다며, 역시 그런 덴 가면 안 되었었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가? 듣고 보니 진짜 승부 조작을 했을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찰찰 흔든 하빈이 입을 열었다.

“예전엔 맞춰본 적 없어? 채씨는 복권을 찍어본 게 그 날이 처음이야?”

“어.”

“엥? 왜?”

하빈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진짜 처음이란 말이야?”

“아니, 왜?”

“능력이!”

능력이 예지 능력이잖아!

방음 아이템을 쓰긴 했지만, 혹시라도 주변에 누설될까봐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말하는 하빈.

‘나라면, 예지 능력 생기자마자 복권부터 찍어볼 텐데! 어째서!’

그 말을 들은 채지석이 이제야 질문을 이해했다는 듯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이야기였구나. 왜 복권 같은 데에 능력을 안 썼는지.”

복권이라.

그가 파르페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복권은 1등을 하면 15억 정도밖에 안 나오잖아?”

“뭐어? 지금 15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누나가 투자하면 하루에도 100억은 우습게 벌던데.”

“…….”

[…….]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이걸 보라며,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알차게 쓰는 계약자가 어디 있냐며 자랑스러워합니다!]

채지석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자주 당첨되면 의심 받을 거 아냐? 반면 투자는 그럴 위험이 현저히 적다고. 그냥 ‘채지세가 천재라서 투자하는 것마다 성공했나 보다’, 할 뿐이라니까.”

훨씬 더 많이 벌고, 훨씬 안전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일석삼조!

요즘의 증권가 추세는 채지세가 사는 것마다 사람이 모여들어 주가가 폭등하고, 채지세가 뭘 성공해도 ‘아, 채지세가 또 채지세했다!’라며 다들 별다른 의심 없이 치켜세워주는 분위기였다.

“의심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망하는 투자도 몇 번 했었는데, 요즘은 망할 분야에 투자를 해도 다들 ‘채지세가 저걸 샀어!’ 하면서 따라 사셔서 안 망하더라.”

“…….”

그래서 여전히 대박의 연속인가 보다.

‘재벌은 망해도 삼대가 간다더니?’

이런 데에 쓰는 속담이 아닌 것 같지만. 흠흠.

하빈은 손에 들고 있던 키링과 티셔츠를 건넸다.

“자, 이건 어제 산 채씨 선물이야.”

“어? 이건 또 언제?”

채지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키링을 받아들었다. 잘그락거리는 크리스털 비즈 장식이 달린 고급스러운 몸체. 천연 황수정으로 만들어진 펜던트. 메탈 부분은 금색,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무리된 손잡이까지.

‘이건…….’

[성좌, ‘가장 가까운 빛’이 아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라고, 어디서 이런 걸 구했냐며 감탄합니다!]

[이름 없는 키링]

흔한 기념품으로 보이지만, 킬스크린 공방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키링입니다!

킬스크린 7층에서 얻을 수 있는 잔빛수정, 2층에서 얻을 수 있는 벨락코뿔소의 가죽이 들어간 상등품. 특별한 효과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따뜻해지는 디자인! 당신의 일상에 햇빛 한 조각을 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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