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 목숨을 걸 줄 아는 당신을 위한 짜릿한 여행지 (1)
“그럼 모두 잘 있어! 다음에 호캉스 즐기러 또 올게!”
마침내 마계와의 일을 깔끔하게 정리한 하빈이 기쁜 얼굴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일이라고 해봤자 그냥 크릭샤랑 이프시네에게 뒤를 부탁하는 게 다였지만.
“마신님, 그래도 하루만 더 머물다 가시면…….”
“쓰읍, 안 돼! 빨리 집 가야 해. 지금 밀린 드라마가 몇 갠지나 알아? 게다가 내일은 무료 영화 이벤트가 있어.”
[카카페 어플 출석 이벤트도 있느니라!]
“그걸 안 챙기는 건 바보짓이라는 거지!”
“그렇군요, 역시 다른 곳에서도 바쁘게 일을 맡고 계시는군요!”
이프시네가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그걸 다 알아들은 채지석만 양심에 찔린 표정을 지었다.
‘저거 일 아닌데……. 놀 계획일 텐데…….’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니 됐다. 은근히 순진한 마족들의 동심을 괜히 파괴하고 싶지도 않고.
인사를 마친 하빈이 손을 뻗었다.
<에러메이커>
파지직, 하고 허공에 오류가 생겨났다. 이공간 진입을 실행하기 전에 하빈이 쐐기를 박았다.
“그럼 너희만 믿는다! 뒤를 부탁해!”
굉장히 상대를 신뢰하는 듯 상냥한 말이지만, 사실 직역하면 ‘너네끼리 잘 해봐!’라는 뜻.
‘얘네들한테 귀찮은 일을 다 맡긴다는 게 조금은 걸리긴 하지만?’
허탈한 표정의 크릭샤와, 짤짤 손을 흔드는 이프시네를 보며 하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집에 갈 거란 말이지!’
기다려라, 배달음식이 널려 있고 와이파이가 펑펑 터지는 환상의 나라 대한민국!
연수원만 아니면 눈치 볼 것 없이 놀 수 있는 천국 같은 생활!
‘난 집에 간다!’
마계는 호캉스 즐길 때만 종종 들르도록 하자.
‘원래 호캉스는 너무 오래 하면 안 돼. 가끔 와줘야 그런 재미가 있지. 잠깐 집을 떠나 어메니티와 숙식을 제공받는 신선한 경험 정도랄까? 결국엔 집이 최고야!’
* * *
“……그래서, 지세 언니는 어디 갔어?”
솔라리스 킬스크린 지부.
킬스크린에서 빠져나온 뒤, 지난번 들렀던 1층 카페에 앉은 하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속이 탄다는 표정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쪼록 들이마셨다.
맞은편에 앉은 지석은 태블릿으로 서류를 확인하며 이곳의 명물 메뉴, ‘킬스크린 파르페’를 휘젓고 있었다.
하빈이 외쳤다.
“킬스크린만 나오면 지세 언니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잔뜩 실망한 목소리.
맞은편의 지석이 조용히 대답했다.
“누나는 당장 못 와. 킬스크린이 공략되었으니, 피데스 님을 포함한 다른 헌터들과 함께 공략 마무리 회의를 하고, 공략에 대해 기자회견도 해야 해. 하루만 기다려 달라는데?”
“뭐어? 왜 다들 우리 언니를 놔주지 않는 거야! 그냥 이참에 언니를 확 탈출시켜 버리면!”
“그럼 ‘솔라리스의 수장’이 납치되었다면서 전 세계가 뒤집어질걸?”
“쳇.”
하빈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카톡을 확인했다. 그녀 또한 이미 채지세의 연락을 받은 상태였다.
지세 언니
하빈아!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줘!!! 여기 일 진짜 ᄈᆞᆯ리 끝내고 갈게!!!
나오자마자 딸기뷔페 데려갈 테니 진ᄍᆞ 조금만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