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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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가 버렸다..

나의 음탕한 신음소리와 더러운 체액으로 얼룩진 침대에서 그렇게 빠져나가 버리고 있었다.

나의 더러운 욕정으로 더럽혀진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나의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내 몸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술에 취했었지만 나의 더러운 욕정을 그에게 그렇게 드러내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나를 그가 침대 밑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불로 채 가리지 못한 엉덩이에 냉기가 느껴졌다.

그의 시선에 너무도 음탕한 모습으로 노출되어 있을 그곳에서 아직도 그의 느낌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가 방안에서 나가는 걸 나는 볼 수 조차 없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에게 아침식사를 차려 주고, 또 만나자는 말로 그를 배웅하는 그런 뻔뻔한 짓을 저지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의 몸에 이불을 덥어 주는 그의 숨소리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몸을 할퀴어댔다.

??미친 년....미친 년....더러운 년....??

그가 내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니었는데, 경수에게 무릅을 꿇고 빌고 싶었다.

나의 더러운 욕정만으로 그를 안은 것이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너무도 더러워 보였을 나라는 여자도 그에 대한 연민과 죄스러운 마음을, 그런 상식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외치고 싶었다.

차라리 몇 시간 전 그냥 그렇게 그를 찬바람 속으로 내보내었어야 했다.

그래야 그런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

관습과 도덕이라는 파도 위에 곧 부서질 것 같은 패륜의 조각배에 그를 태우지 말았어야했다.

배 위에서 불안함에 떨며 표류하는 것은 동철과 지윤과 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그에게 또 다른 짐을 지워버리고야 말았다.

나의 이 더러운 욕정이...

그가 집에서 나가버린 후, 텅 비어 버린 방안에 홀로 남겨져버리자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또 다시 흘러내렸다.

욕실로 들어가 미친 듯이 더러운 몸을 씻어내었다.

동철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해야 하나...사실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도 혼란스러웠고 너무도 내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경수의 흔적을 씻겨버리고 있을 때, 욕실 문이 현관문이 닫혀지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곧이어 동철이 욕실 문을 열었다..

??엄마...일찍 일어났네????

??어....왜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누나랑 늦잠이라도 좀 자고 오지..??

??응...그냥...엄마 보고싶어서...??

동철의 말에 또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그래...좀 자든지...피곤할텐데...아침은 먹었어?...조금만 기다려 안먹었으면 금방 차려줄게..??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동철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수건을 찾아 몸을 닦았다.

??엄마.....??

수건으로 몸을 대충 둘러싸며 욕실에서 나오는 나를 동철에 뒤에서 세게 안아주었다.

순간 동철이 섹스를 요구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쳐졌다.

나의 더러운 몸을 원하면 어쩌나 하며 그의 손을 잡아 쥐었다.

??엄마...혜..경...아....나 앞으로 더 잘 할게...미안해....정말 미안해....??

다행히 동철은 더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긴 머가 미안해....피곤 할텐데 좀 쉬어..나도 몸이 좀 찌뿌둥한 거 같아서 뜨거운 물로 샤워한거야....??

??그래...근데 어젯밤엔 뭐했어?? 전화 한통을 못 해주고..미안해..누나랑 같이 있으면 전화하기가 좀 그래서....??

??응...그냥 혼자 이것저것,,,자료들도 정리하고 TV도 좀 보고, 인터넷도 좀 하고...??

가슴이 떨려오는 걸 참으며 동철에게 이미 거짓말을 하면서도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겹쳐진다.

최소한 경수를 만났었다는 말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불안하게 휘감겼다.

경수가 지윤에게 어젯밤 나를 만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곧 동철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수를 만회하려면 경수와 말을 맞추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경수와의 어색한 전화 통화를 해야만 했다.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다.

경수에게 전화를 해서 뭐라고 말해야하는 것 일까...어젯밤의 더러운 나의 행동을 지윤과 동철에게 비밀로 해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것일까..그가 나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나 말이야....이젠 누나한테 가는 걸 좀....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너무도 교활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동철이 나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아냐!!! 난 괜찬아...정말 괜찬아....그러니까...누나한테 더 잘해줘....??

동철의 말에 화들짝 놀라 뭔가에 홀린 듯이 그에게 소리 높여 말했다..

??난 괜찬다니까....괜찬아...내 신경 쓰지마.....나도 그게 편해....??

내가 내뱉은 말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동철이 알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그 말 속에는 나의 어쩔 수 없는 교활하고 음탕한 욕심이 들어 있음을 내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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