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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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쿠마가 독학으로 최면술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우리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1세 무렵의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때까지는 어디에나 꼭 볼 수 있는 얌전하고 소심한, 반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타입이었다.

  나는 꽤 운동이나 주먹에 자신이 있는 편으로 언제나 홀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던 다쿠마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지만, 다쿠마가 나를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왔기 때문에 나 역시 동생이 생긴 것 처럼 느껴져 어느새 우리는 매우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런 어느날... 나와 다쿠마가 다쿠마의 집에서 놀고 있을때, 다쿠마가 돌연히 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으음... 츠토무군,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걸 보여줄까?」

 「뭔데 뭔데? 야한 책이라도 주운거야?」

  나도 다쿠마도 슬슬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성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꽤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다쿠마는 선이 가늘고 순진해 보이는 단정한 외형과는 달리, 의외로 꽤나 밝히는 편이었다. 

  내가 다쿠마와 사이좋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여러가지 그쪽 방면의 책을 읽었는지 박식한 지식을 자랑하는 다쿠마와 음담패설을 나눠보니 다른 놈들과 이야기할 때보다 몇배나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런게 아냐. 이 책을 봐봐. 최면술에 대한 거야.」

 「뭐야 이건. 너 이런 걸 믿는거야? 잠이 듭니다~ 하면 잠이 드는 그런거?」

  내가 웃으며 말하니, 다쿠마 역시 따라 웃었다.

 「헤에, 이걸 봐도 그렇게 비웃을 수 있을까? 어이~ 시오리 누나, 과자 가져와!」

  다쿠마가 큰 소리로 부른 사람은 다쿠마의 이웃집의 대학생 누나였다.

  동경대에 다닐만큼 지적이고 청초한 느낌의 엄청난 미녀로 솔직히 말해서 내 은밀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스 동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어서 나이도 어린 나에게 있어서는 하늘 위의 별같은 존재로 말도 한번 걸어보기 못하였지만...

 「네에. 츠토무군, 어서와요. 다쿠마군, 과자 가져왔어요.」

  옅은 푸른색의 가디건을 걸친 시오리 누나가 과자가 올려진 쟁반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다.

  깔끔한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있다.

  이따금 다쿠마와 놀다가 길에서 만나면 언제나 상냥하게 대해주는 누나였지만 어째서 오늘은 다쿠마의 집에 있는걸까?

 「고마워, 시오리 누나. 근데 좀 졸린 것 같네? 점점 졸려서 참을 수 없어하는 것 같아.」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둔 시오리 누나에게 다쿠마가 갑작스래 엉뚱한 말을 건네자, 시오리 누나의 표정이 변해간다.

  평소의 이지적으로 빛나는 눈빛이 아닌, 잠에 취한 것 같은 그런 멍한 눈빛으로...

 「자,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어. 이 의자에 앉아서 잠시동안 깊은 잠에 빠져간다. 그리고 이대로 깊은 최면으로 빠져드는거야.」

 「...지금은.... 낮인데...」

 「하지만 내 말에 저항하면 안돼지? 최면 상태에 빠지는 건 너무나도 기분 좋은 일이잖아...」

 「응...기분... 좋은 일이야...」

  겨우겨우 열려있던 누나의 눈꺼풀이 완전히 감겨버린다.

  분홍빛 입술이 살짝 벌려져 있다.

  곧 고개가 힘없이 앞으로 푹 숙여지고 새근새근 고요한 숨소리가 울려퍼진다.

  분명 잠들어있는 듯하다.

  시오리 누나가 기대있는 의자 뒤에 서서 다쿠마가, 누나의 머리를 들어올려 이쪽을 향하게 한다.

  그리고 '어때?' 라는 듯한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얌전한 느낌의 다쿠마가, 지금 평소와는 다른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태도로 내 앞에 서있었다.

 「어, 어이. 다쿠마 이거 진짜야?」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시오리. 지금 넌 깊은 최면 상태에 들어가 있지?」

 「네... 그렇습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시오리 누나가 대답한다.

 「최면 상태에 빠져들면 어떻게 되는거지?」

 「...무슨일이든지 다쿠마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됩니다.」

 「그럼 시오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나 역시... 다쿠마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어떤 일이라도 기꺼이 따르게 됩니다.」

 「그래요. 언제라도, 어떤 상황이라도 내가 최면을 걸려고 하면 시오리는 바로 깊은 최면에 빠져듭니다. 내 최면에 걸린 시오리는 어떠한 일이라도 내 말을 따릅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매우... 기분 좋은... 기쁜 일입니다.」

  누나의 단정한 입가가 야무지지 못하게 느슨히 풀어진다.

  다쿠마가 나를 바라보며 능글능글 웃었다.

 「어때? 대단하지?」

 「뭐... 아직 믿을 수 없는데. 둘이서 짜고 나를 속이는 거 아냐?」

 「에에~ 아직도 그런말을 하다니. 그럼.... 시오리. 당신은 최면에 걸려있는 동안 내가 허락하면 예전에 최면에 걸렸을 때의 일을 생각해 낼 수 있어. 이전번에 최면에 걸렸을 때 당신은 어떤 일들을 했었지?」

 「나는... 이전번에 최면에 걸려서... 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을 다쿠마님에게 모두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명령받은대로... 여러가지 포즈로 내 모든 부끄러운 곳들을 샅샅히 검사받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을 했습니까?」

 「그것은...... 제가 다쿠마님의 최면술용 실험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다쿠마님이 최면술에 능숙해지만 저역시 좀 더 기분 좋아질수 있고 저같은 인간이하인 비천한 도구가 다쿠마님께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기 때문에 더욱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잘 알고 있군요. 자, 이번에 할 실험은 최면술사인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자극을 받아도 내 지시가 없는 이상 최면에서 깨어나지 않는지 조사하는 거에요. 눈을 떠요. 앞에 있는 츠토무군이 특별히 도와줄거에요. 정중히 부탁하도록 해요.」

  시오리 누나의 눈꺼풀이 서서히 열리며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마치 유리구슬같은 투명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츠토무군, 부탁드립니다.」

  시오리 누나가 말하자, 다쿠마가 날 바라보며 윙크한다.

  내가 크게 숨을 들이삼키는 소리를 다쿠마가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잠깐, 실험할때에 평소의 옷차림으로 해도 괜찮았던가?」

 「안됩니다. 옷이 더럽혀지만 안되니까... 실험용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시오리 누나는 완전히 잠에 취한 것 같은 멍한 눈동자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실험복은 평소입고 있는 옷 밑에 분명히 입고 있어요. 지금 시오리는 실험복 위로 속옷도 양복도 이중으로 입고 있는 상태에요. 어이, 츠토무군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죠. 빨리 옷을 벗고 실험을 시작하도록 해요.」

 「네, 츠토무군. 잘 부탁합니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건지, 아니면 내 뒤를 바라보고 있는지 구분하기 힘든 초점이 맺히지 않은 눈동자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시오리 누나는 가디건을 망설임없이 벗고 셔츠의 단추를 풀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다쿠마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시오리 누나가 내 눈앞에서 옷을 벗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단숨에 벗어버리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모친 외에는 처음으로 보는 여자의 전라였다.

  너무나도 하얗고, 만지먼 녹아버릴 것만 같이 부드러워 보이는 아름다운 나신에 나는 시선을 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츠토무군, 시오리 누나의 유방, 만져보고 싶겠지? 시험삼어서 천천히 주물러봐.」

  너무나 흥분하고 있는 나에 비해, 다쿠마는 더없이 침착해 보였다.

  

  정말로 실험을 하고 있는 박사처럼 냉정하게, 나에게 엄청난 일을 부추키고 있었다.

  왜인지 지금 다쿠마의 말에 따르면, 나와 다쿠마의 관계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관계로 바뀌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건 무서웠지만, 그 때의 나에게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지시였다.

  독인지 알지만 너무나도 달콤한 향기에 무심코 손을 뻗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악마의 유혹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맘속으로 동경하고 있던 누나의 젖가슴을 만질 수 있다니... 

  내 머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도 희미해질만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시오리 누나의 안색을 살피면서 봉긋히 솟아오른 하얀 가슴을 집게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댈 뿐이었지만, 누나가 조금 전 내가 서있던 장소에 눈길을 멈춘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나는 점점 대담해져서 양손을 사용해 시오리 누나의 부드러운 가슴을 마음껏 주물러 버렸다.

  젖가슴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뭉클뭉클한...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감촉이었다.

 「나 이외의 사람이 손대도 최면이 풀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츠토무군, 엉덩이도 만져봐. 뭣하면 찰싹찰싹 때려줘도 괜찮아. 시오리는 츠토무군이 무슨짓을 해도 그걸 인식하지 못합니다. 맞아도 아프지 않고 만져져도 느껴지지 않아요.」

 「네... 아무것도 인식하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앞에 둔 것 같이 정중한 자세를 취한 시오리 누나가 그렇게 대답했기에, 마치 누나에게도 허락을 받은 듯한 생각이 들어, 나는 필사적으로 누나의 풍만한 엉덩이와 아름다운 젖, 갸름한 뺨과 매끈한 하복부까지 마구마구 손대었다.

  조금 엉덩이가 붉어질 정도로 세개 내리쳐도 누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안심하고 더욱더 가학적으로 아름다운 육체를 희롱할 수 있었다.

  동경하고 있던 아름다운 시오리 누나의 전라를 마음대로 괴롭히고 있는 나와, 아무런 반응없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누나를 즐거운듯 바라보고 있던 다쿠마는 슬슬 다음 실험으로 진행해보자고 말을 꺼내왔다.

......

.....

  나는 아직 동정으로 여자를 안아본적이 없었지만...

  결국 그 날이, 내가 동정을 잃은 날이 되어버렸다.

  첫경험의 상대가 시오리씨 같은 아름다운 누나였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런 반응없이 몸을 맡기고 있는 누나와의 섹스는 몹시 심한 짓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금 후회가 남아버렸다.

  그리고 그 뒤로도 다쿠마의... 나 역시 조수로서 동참한 최면술 실험은 더욱더 진보해갔다.

  다쿠마의 최면술은 텔레비젼이나 책에서 나오는 최면술 쇼가 마치 장난으로 보일 만큼 강력했다.

  최초의 피술자였던 시오리 누나가 최면에 걸리기 쉬운 타입이었을 수도 있고, 다쿠마가 굉장한 적성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둘 다라고 생각되지만, 그 날 이후로 나를 포함한 최면 실험은 점점 발전하여 타쿠마의 테크닉은 완숙해졌다.

  시오리 누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쿠마의 집을 찾아와서는 최면에 걸려 물을 마시며 취해버리거나, 노래하는 새가 되어 지저귀거나, 뜰에서 개가 되어 알몸으로 나무에 오줌을 누게 하거나, 원숭이가 되어 거실에서 자위에 미쳐버리게 만드는 등... 우리들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노는 날이 지나가는 동안, 다쿠마의 최면술 솜씨는 정말로 찾아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버린 것 같다.

  우리들이 나쁜 놀이에 빠져버렸다는 것은 나도 깨달았지만, 다쿠마는 이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최면술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역시.... 그의 거대한 어둠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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