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1편.
청년 오난휘는 스물두 살에 군대에서 죽었다. 휴가를 앞두고 기뻐하며 혼자 남은 목욕탕에서 딸을 치다가 비누를 밟고 미끄러졌다. 그리고 욕조 모서리에 뒤통수를 박았는데 그게 치명상이었던 것이다.
“씨발……. 씨발……. 씨……발…….”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가며 오난휘는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욕했다. 죽는 건 둘째 치고 자기가 어떤 꼴로 발견될지 소름이 끼쳤다. 알몸으로 거시기를 쥔 채 뻗어 있다니.
더 최악인 건 오난휘는 아직 제대로 싸지도 못했다. 나오기 전의 한껏 고양된 기분으로 움찔거리다가, 더 기분이 좋아지는 자세를 잡으려고 하다가 비누를 밟았었기 때문이다.
“오상병님~ 오상병님~ 아직도 씻는 중이십니까? 행보관 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망을 보라고 시켰던 후임이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점점 더 의식에서 멀어져갔다. 시야가 어두웠다. 죽는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발기했던 오난휘의 음경이 쪼그라들었다. 정액 대신 쿠퍼액만 요도에서 배어나왔다. 그 쿠퍼액이 차가운 목욕탕 바닥에 떨어졌을 때 오난휘의 목숨 또한 끊어졌다.
꼴깍.
…….
…….
…….
“씨발!!!!!!!!!!!!!!!!!!!!!!!!!!!!!”
그리고 다음 순간, 오난휘는 깨어났다.
“……엥?”
그가 깨어난 곳은 부대 목욕탕이 아니었다. 빛과 어둠이 기묘하게 뒤섞인, 생전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탕에 들어왔던 대로 오난휘는 속옷 하나 없이 발가벗고 있었다. 거시기와 불알 두 짝, 거시기 털까지 훤히 드러난 채.
“뭐야, 여긴?”
“사후신계일세.”
“흐헉!”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난휘에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난휘는 깜짝 놀라 물러났다. 그리고 그의 앞에 가면을 쓰고 예복을 입은 누군가가 나타났다. 상대의 가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는 것처럼, 나는 신일세. 자네가 속했던 구역의 인간계를 포함해 여러 세계를 관장하고 있지. 자네는 소속 구역에서 죽었고, 그 결과 자네의 영혼은 사후신계인 이곳으로 불려온 것이라네.”
“허, 헛소리 마! 이거 몰카지? 응? 재미없어, 아저씨!”
오난휘는 상대의 멱살을 쥐려고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권능이 오난휘를 붙들어 그럴 수 없었다. 당황하는 청년에게 가면을 쓴 신이 차분하게 대꾸했다.
“다들 처음엔 그런 반응을 보이지. 뭐, 설명하기 귀찮으니까곧장 전달하겠네. 어디, 어디…….”
가면을 쓴 신은 오난휘에게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는 권능에 사로잡힌 오난휘는 신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신의 손가락이 오난휘의 머리에 닿았다.
파지짓!
“……!!!”
수많은 정보가 오난휘에게 단숨에 전해졌다. 그 결과 오난휘는 깨닫게 되었다. 자기가 정말 부대 목욕탕에서 꼴사납게 죽었다는 것을. 여기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모이는 사후세계라는 것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가 영혼을 관리하는 신이라는 것을.
오난휘가 머리를 거머쥐며 물었다.
“이제 난 어떻게 되지? 천국이나 지옥, 그런 곳으로 가는 거야? 환생이라든지? 만약 환생한다면 이번엔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해줘! 아니면 아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게 해주든지!”
가면을 쓴 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호오, 남자가 싫나? 왜?”
“썅! 남자로 태어나서 억울하게 당했던 게 한두 번이었어? 위험하고 힘든 일은 싹 다 남자한테만 시키고! 부당한 대우 받아서 항의하면 속 좁다고나 하고!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군대까지 끌려가고! 거기서 죽기까지 했어!”
살아온 지난날을 떠올리자 오난휘의 목소리엔 점점 더 격한 울분이 섞였다.
“그런데도 온갖 혜택을 받는 것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차별 받는다고 혜택 더 내놓으라면서 헛소리나 해대니……! 씨발! 남자가 봉이야? 여자는 귀족이고 남자가 노예냐고! 내가 자란 나라는미쳐 돌아가는 나라였어! 그딴 나라에선 다시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
“이런, 이런~ 불만이 꽤 많구먼. 모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네만 그렇다고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네. 확실히 자네가 속해 있던 구역의 인간계는 문제가 많은 곳이었지. 싹 갈아엎어 버릴까 수억 번이나 생각했을 만큼.
어쨌든 내 방식은 천국도 지옥도, 환생도 아닐세. 재활용이지. 영혼을 적재적소의 다른 구역에 배치하여 인간계끼리의 균형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내관리 철학이라네.
남자로서 억압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자네에게 딱 맞는 구역이 있네. 그리고 자네는 소위 ‘딸딸이’라고 하는 자위행위를 몹시 즐기는 모양이더구먼? 죽은 원인도 자위와 관련이 있었고.”
“뭐, 뭐야, 다 보고 있었어?!”
“이래봬도 신이니까. 관찰해야 조율할 수 있으니 관음, 흠흠, 관찰은 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네. 다만 나는 인간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 대리인을 보내 처리하게 만들곤 한다네.
그러니, 자위를 좋아하며 남성성을 억압받아 온 자네를 새로운 구역의 인간계에 보내겠네. 자네의 적성을 살리며 활동할 수 있는 그곳에서, 자네는 환생이 아니라 예전의 기억을 보유한 채 새로운 육체를 받아 강림하게 될 것일세. 신의 사도로서 말이야.”
“신의 사도……!”
“실은, 자네를 보내 관리하고 싶은 구역이 있거든. 자네가 살던 인간계보다 훨씬 개막장, 흠흠, 엉망이 되어 버린 세계일세. 싹 죽여 버리고 리셋을 시킬까 싶었는데그러면 처리해야 하는 영혼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귀찮겠더구먼.
고민하던 참에 자네가 죽어줬지. 이번 일에 자네만 한 적임자는 없을 것 같네. 그러니 자네에게 내 권능의 일부를 부여하여, 사도로서 강림시키려고 하는 걸세.”
이야기를 듣던 오난휘가 가면을 쓴 신에게 물었다.
“당신 사도로 그 새로운 세계란 곳에 가서, 난 뭘 하면 되는데?”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
“난 관할하는 인간계의 모든 인간을 보지. 무수한 나로서, 무수한 영혼을 상대하네. 그래서 자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자네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네. 그리고 결론을 얻었네.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만으로, 내가 자네를 새로이 보낼 세계는 상태가 개선될 거라고. 독은 본래 독으로 제압하는 거라지 않나.”
“쳇, 사람을 함부로 독 취급하지 말라고.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걸 해주면 내가 얻는 건 뭔데?”
“적당한 때가 오면 선택하게 해주겠네. 자네가 의뢰를 받아 휘저을 세계에서 그냥 살지, 아니면 자네가 죽은 원래 세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을 할지, 죽기 직전으로 시간만 되돌려줄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또 다른 세계로 보내줄지……. 그 또 다른 세계를 자네들 인간이 말하는 천국이나 지옥이라 부를 수도 있겠군.”
“…….”
“아무튼 내 의뢰대로 세계를잘 관리하여 그 세계가 조율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자네는 신의 사도로서 봉사해 준 충분한 대가를 받게 될 걸세. 지내다 보면 알겠지만 신의 사도로 임명되는 것 자체가 포상일 수도 있고.”
가면을 쓴 신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의뢰할 세계로 강림시켜주고 싶지만, 신의 권능을 받은 직후 폭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권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잠시 익혀야 한다고 했다.
가면을 쓴 신은 오난휘에게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무술 수련장처럼 생긴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갈 때 오난휘는 기묘한 빛깔의 알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이건 또 뭐야?”
오난휘의 물음에 신이 알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을 본 오난휘는 흠칫했다. 클리토리스와 소음순, 그리고 소음순 사이의 주름……. 마치 여자들의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구멍이 알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이 말했다.
“수련장에 들어가거든 그 구멍에다가 음경을 삽입하게.”
“뭐, 뭐?! 이, 이거 그럼, 오나홀이야?”
“오나홀이라. 자네가 살던 구역 인간계의 자위 도구 말이군. 뭐, 그렇게도 쓸 수 있겠지. 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그런 게 아닐세. 나는 바쁜 몸이니, 내 대신 자네의 수련을 도와줄수호 요정을 태어나게 만들기 위해서라네.
그 알이 자네의 정액을 흡수하면 수호 요정 또한 자네를 주인으로 인식할 걸세. 그리고 태어난 수호 요정에게는 주기적으로 정액을 마시게 해야 하지. ……수호 요정을 소중히 다뤄주게나. 자네가 강림할 세계까지 함께 따라가 지원해줄 존재이니.”
설명을 끝낸 가면 신은 오난휘에게 권능을 불어 넣었다.
“우, 우으으읏?!”
오난휘는 무한한 힘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특히, 아랫도리로부터. 그의 고환이 더욱 탱탱해지고 음경은 빳빳하게 발기했다. 그리고 요도로부터 빛이 뿜어져 오난휘의 온몸을 감쌌다.
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후우우우우우!!!”
잠시 후, 빛이 사라졌다. 빛 속에서 나타난 오난휘는 지금까지의 그보다 월등히 향상된 외모를 갖게 되었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골격. 적당하고 탄력 있는 피부에는 알맞은 근육이 골고루 자리 잡고 있었다. 얼굴은 예전과 근본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비율이 적절히 조절되었다. 이제 오난휘는 누가 봐도 강건한 미남이었다.
“마음에 드나?”
“나쁘지 않네.”
가면 신이 제공한 거울 속 자기 모습을 감상하며 오난휘가 시크하게 대답했다. 속으로는 엄청 마음에들었지만 그걸 내색하면 밑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더 자세한 건 태어날 수호 요정에게 물어보게나. 난 다른 영혼을 상대해야해서 이만. 다음에 또 보세.”
가면 신은 오난휘를 수련장에 밀어 넣고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련장에 들어온 오난휘는 수호 요정의 알부터 시험해 봤다. 어차피 혼자서는 여기서 할 게 이런 것밖에 없기도 했다. 목욕탕에서 딸을 치다가 사정하지 못하고 죽었던 터라, 한 번 시원하게 뽑고 싶다는 욕망 또한 있었다.
쬿! 쬿! 쬿! 쬿! 쬿!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허억, 헉, 헉, 후우, 우, 우우, 후우우, 흐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