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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36화 (36/75)

00036 토끼와 함께 춤을 =========================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 토끼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씨발 내가 오징어다."

인정하니 좋잖아. 라고 말하면서 바니가 다시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기대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왜, 굳이 나를 납치하지 않은거지?"

그 말에, 바니가 오른손 손톱으로 테이블을 타라라락, 치면서 말했다.

"나는 동류를 존중하는 편이야. 드물다고! 이 로고스 시티에서 딱 3명, 아니지 이제는 4명이군! 여튼, 4명 밖에 없는 동지를 험하게 다룰 수는 없지!"

그러면서 바니가 킬킬거리고, 나는 조금 기분이 더러워져서 대답했다.

"내가 너와 동류라고?"

그 말에, 바니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라고 하고 싶은가? 네가 오징어 가면을 쓰고 한 일들을 생각해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바니가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았다.

"네가 한 범죄는 단순한 돈,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 있어!"

바니가 말하면서 양 손을 넓게 펼쳤다.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오징어 가면을 쓴 이유가 가게 보호비가 없어서였는데. 엄연히 생계형 범죄라고.

"아르카나의 행맨은 범죄를 신성한 의식으로 생각하지! 특정한 법칙, 특정한 시간, 특정한 피해자. 특정한 절차! 자네와 이름이 같은, 크립티드의 잭 더 스프링힐드는 범죄를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생각하지! 항상 범죄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해. 악덕 기업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죽은 사람의 이마에 그 자의 죄를 적어놓곤 하지."

그러면서, 바니가 내 어깨에 올린 손으로 나를 툭툭 두들겼다.

"물론, 그것도 나름대로 유쾌해. 단순한 이득을 위해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지루한 틀을 벗어난 행동들이야. 하지만, 자네는 그 이상이야! 나와 똑같이 범죄를 저지르며 재미를 추구하지! 내가 처음 그 집에서 댁을 봤을 때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를거야."

그 말에, 나는 따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니 생각이 조금 잘못된 것 같은데요. 역시 거기서 로이 머스탱이니 지랄이니 하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걸 이야기해서 어디에 쓰겠는가. 바니는 나와 자신을 동류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업을 따로 꾸리고 있는데."

그 말에 그가 웃었다.

"아.아.아. 그게 즐겁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지루하잖아? 재미 없잖아! 오징이 가면을 쓰고 설칠 때가 훨씬 즐겁잖아! 그게 중요한 거라고! 아무리 가면을 써도, 너의 본성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친구."

나는 그의 말을 듣다가 한 마디 했다.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게 뭐야?"

그 말에, 토끼가 한숨을 푹 쉰다.

"너무 유명해지면 힘든 일이 많단 말이지. 귀찮을 지경이야!"

그러면서 바니가 일어나서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중앙은행이 털렸다! 그래, 그건 내가 맞아! 러시아워 지하철에 폭탄이 터졌어! 그래, 그것도 내가 맞아! 축제가 열린 광장에다가 사린 가스를 풀어버린 것도 나야! 난 내가 한 범죄들은 내가 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고! 직업적 자긍심이 있으니까!"

아, 직업적 자긍심? 참 대단하시네요. 나는 굉장히 빡쳐있는 듯한 바니의 모습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저 새끼 말대로라면 몇 명을 죽인거야?

그러면서 외치던 바니가 짜증나 죽겠다는 듯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요즘 로고스 시티에서는 말이야! 새끼들이 다 정신이 나가가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일들을 다 내가 조작했다고 떠든단 말이지!"

그러면서 그가 엄청나게 갈라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을 당선시켰게? 바니다! 펑키 바니가 그랬다! 과자를 샀는데 왜 질소 밖에 없는거야!? 바니다! 펑키 바니가 그랬다! 내 마누라가 바람이 났어! 바니다! 펑키 바니가 그랬다! 내가 어제 산 샌드위치가 상해있어! 바니다! 펑키 바니가 그랬다!"

아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테이블을 다시 내려쳤다.

"저 거지같은 노래 듣기만 해도 짜증난다고! 이 마로니에 시립 공원 근처에 있는 중학교랑 고등학교에서도 이 거지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 나 바쁜 사람이야! 남 마누라나 NTR하고, 샌드위치나 상하게 하고 있을 시간 없어! 그리고 나는 특급 범죄자지, 정치인이 아니야! 미국에 대통령으로 씨발 제라툴이 오든 캐리건이 오든 나랑은 상관이 전혀 없다고! 과자에 질소만 있는건 나도 빡치는 일인데 내가 마조히즘에 걸린 새끼도 아니고 스스로 고통받고 싶어 하겠냐!? 나 사디스트야아아아아!"

... 모르겠다. 저 새끼가 화가 난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감도 안 잡혀. 잠깐,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바니가 실례, 라고 말하고 다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뭐, 내가 조금 느긋하게 있기는 했지. 내가 날뛰던 3년 전만해도 펑키 바니는 볼드모트 급이었는데. 요즘에는 무슨 부활절 토끼 같은 걸로 여긴단 말이야. 새끼들이 프로판 가스를 링거로 맞았나, 나를 농담거리로 쓰다니. 그래서, 조금 특별한 쇼를 준비하고 있어."

그러면서 바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불안감에 잠긴 채로 말했다.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로고스 경찰청을 날려버릴거다."

... 그 말에, 나는 바니를 바라봤다.

"그 비슷한거 하다가 씹창난 새끼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바니가 맞아! 라고 하면서 자신의 손을 파리새끼마냥 비비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성공하는거지! 준비는 어느정도 완료된 상태인데. 문제는 거기에 상주하고 있는 말벌들이야. 로고스 경찰청은 엄청 빡빡하거든. 거의 군대 수준이라고. 니가 거기에 자리잡고 있는 경찰들의 시선을 조금 처리해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 바니가 서랍에서 둘둘 말려있는 지도 하나를 펼쳤다.

"내가 자세한 날짜를 말해주면, 그날 니가 큰 거 하나를 벌려놔. 경찰들 눈깔이 훼까닥 돌아버릴 정도의 물건을 말이지."

그 말에, 내가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왜?"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아, 지금쯤이면 밖에 있는 세명의 팔목에 작은 팔찌 하나가 채워졌을거다. 터지면 백프로 상반신이 날아가는 물건으로."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그 두 사람이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텐데. 밖이 조용하군."

그 말에, 바니가 큭큭거렸다.

"댁이 여기있으니까. 둘 중에 하나가 레이첼이라는 여자지? 요즘 아주 날아다니던데. 사랑의 힘 때문인가? 너가 위험에 처했다고 하면 순순히 팔목에 팔찌를 차고, 옆에 있는 녀석까지 제압 할 걸."

... 개같은 새끼가. 나는 어금니에 힘을 준 채로 그를 바라봤다. 바니가 워어, 진정하라고! 라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나는 빡친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말했다.

"내가 아무리 날뛰어도 경찰들이 모두 나한테 오지는 않을거야."

그 말에, 바니가 웃었다.

"너 혼자 날뛰는게 아니야. 아르카나와 커럽티드도 그 날 큰 거 하나씩을 해줄거다. 경찰청에 필요 최소 인원만 남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건들을 말이지."

그래서... 라고 말하고 바니가 내 방독면의 알을 툭 때렸다.

"대답은?"

"... 왜 하필 나지?"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말했잖나. 감이라고. 이 도시에서, 행맨과 스프링힐드를 제외하고 뭔가를 맡겼을 때 제대로 성과를 낼 만한 녀석은 너 정도라는게 나의 판단이거든. 나는 머리를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슴에서 시키는 말도 항상 주시하고 있지."

나는 침묵하고 있다가 한 숨을 쉬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아, 나는 자유 의지를 좋아해서 말이지. 경찰들 관심을 끄는 방법은 네가 알아서 해. 다만, 최소한 로고스 시티 속보로 들어갈 물건으로 해라. 내가 판단해서 영 별로면 장례식을 한방에 3인분 치르게 될 테니."

나는 바니의 설명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존나 불친절하네."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자본은 이쪽에서 제공해주지. 능력은 있어. 나를 믿으라고! 내가 범죄의 황제라면 너는 황태자 정도는 되는 물건이니까!"

아니, 너의 그 모든 생각은 착각에서 비롯된 거라고. 나는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을 뿐이라니까.

"그리고, 바로 시작할 것도 아니야. 당분간은... 참는 시간이지. 까짓 노래 개 같기는 해도 당분간은 들어주지. 6개월 뒤에 시행한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여기에서 내가 아니오, 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밖에 있는 친구들은 요단강을 상체 없이 건너야 할 거야!"

뭐가 그리 좋을까. 흔들흔들 몸을 흔드는게 심히 재수없다.

"뭔지 몰라도, 해주지. 도대체 다른 새끼들은 어떻게 구워 삶은거야?"

그 말에, 바니가 대답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바라는게 있고, 지키고 싶은게 있는 법이지. 그게 스테로이드 같은 거라서. 사람을 강하게도 해주지만, 약하게도 만드는 법이야."

그 말에 나는 바니를 바라봤다.

"너는 그런게 있나?"

그 말에, 바니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난 한참 전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자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오냐, 한 번 해보지. 니가 나중에 와서 '씨발 나보다 더 큰 건수를 벌려놓냐?!' 같은 말을 해도 무르기 없다. 너는 최저선을 정했지, 상한선을 정한게 아니니까."

그 말에, 바니가 칵칵칵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사고 치는데 나보다 화려한 짓거리를 할 수 있는 놈은 없어! 큰 소리 치는 걸 보니 기대가 조금 가는군!"

일단 한다고는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식의 동기는 너무나도 불순하다. 저 노래가 그렇게 기분 나쁜가. 아니, 저 노래가 설사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어떻게 경찰청을 날리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 작품 후기 ============================

미국 과자는 양이 많습니다. 저건 그냥 제 맘대로 쓴 겁니다.

얼추, 이번 에피소드도 대충 끝났군요. 나머지는 소설 시간으로 6개월 뒤에 이어질 내용이고.

다음 에피소드는 좀 편안한 물건으로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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