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2 토끼와 함께 춤을 =========================
다음날 아침, 나는 지금 펌킨 게이트 안에 들어와있다.
"이야, 이거 그립네."
나는 남들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별로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시설들일 뿐이고.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에는 적의가 가득하다. 그리고,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 건너편에는 카를이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의심이 약밥에 박혀있는 밤 마냥 올망졸망하게 빛나고 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이미 여자가 있는 몸이라."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고, 그가 대답했다.
"잭, 여기는 무슨 일이지?"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과장해서 말했다.
"잭 오 렌턴은 파파존스의 정육점을 이어받았고, 여전히 하고 있는 사업은 인력 공급이야! 아가페와 친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나의 말에, 카를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진심이냐?"
그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했다.
"다른 남자한테 마누라 뺏긴 적이라도 있나.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
나는 말을 마치고, 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지난 상처와 사랑 이야기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오늘은 사업 이야기를 해보자고."
나는 서류를 받는 카를을 보면서 손깍지를 꼈다.
"잭 오 랜턴은 아직 내부 수습 중이니까. 주변의 다른 조직들과 좀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특별히 댁들에게 나쁘지 않은 안건들을 가져왔으니 보라고."
나의 말과 함께 서류를 훑어보던 카를이 말했다.
"나쁘지 않은게 아니라, 좋은 편이군. 따로 원하는 건 없는 건가?"
딱히 없지. 왜냐하면 니가 그 조건을 받아들이던 받아들이지 않던, 펌킨 게이트는 오늘 폭발할 거니까. 나는 내 주머니에 있는 기폭장치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이게 진짜일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애초에 그 토끼 새끼가 나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따로 카피본을 만들어 놓았을 이유가 없다.
"이전과 같은 좋은 관계 정도? 그게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죽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고, 카를이 그 손을 맞잡았다.
"감정과 사업을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이군."
카를의 말에 나는 미소지었다.
"그럼."
카를 입장에서 이걸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일단은 저 친구도 당연히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서 아가페를 접수한게 아니니까. 주변 녀석들의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시점에서 파파존스의 세력을 이어받은 잭 오 렌턴에서 인정을 해주겠다는데 딱히 거절하고 싶지는 않지.
기폭장치가 있는데, 왜 나는 그냥 내 집이나 사무실에서 누르지 않고 왜 굳이 여기까지 왔을까?
소피아의 의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한다. 내가 여기에 있을 때에 건물이 터져버리면 소피아의 그 매서운 감시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미리 내 목을 조여오고 있는 그 감시의 손길을 약하게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로 다시 마른 오징어를 머리에 써야 할 때에 곤란해 질 것 같아.
"식사라도 하고 가겠나?"
카를의 말에 나는 손을 저었다.
"집에서 먹고 왔어."
뭔 일을 당할 지 알고 여기에서 밥을 먹어?
그 말에 카를이 픽 웃는다.
"멀리 나가지 않겠네."
그러든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느긋하게 뒤편의 내 수행원들과 함께 건물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건물을 나서면서,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폭장치를 눌렀다.
"... 씨발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나는 멍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폭발을 예상하고는 있었는데. 이런 걸 예상하지는 못했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려고 하고 있다. 옆에서 멍하니 있는 수행원들을 살피면서 나는 재빠르게 발 밑에 기폭장치를 떨어뜨리고 툭 차서 건물 근처로 굴려보냈다.
"이 병신 새끼들아! 지금 4D 영화보는 줄 아냐!? 당장 안 피해?!"
나는 그렇게 외치고 그 덩치 커다란 친구들과 함께 피하기 시작했다. 루드비히 이 정신나간 새끼. 아무리 그래도 너무 큰 걸 설치했잖아.
"뭐가 터진거야?! 시발 핵이라도 떨어진 줄 알겠네."
낮은 체력 수치 때문인지 고거 살짝 뛰었다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차오른다.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옆에 있던 다른 건물을 덮친다.
"거리 하나를 거의 개발살을 내놨네. 어떤 새끼야?"
그게 바로 접니다. 나는 연기를 계속하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 예, 보스.
"메리? 여기 지금... 조금 난감한 상황인데. 펌킨 게이트가 있던 건물이 통째로 무너졌어."
- ... 예?
나는 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날아갔다고. 완전히 개박살났어. 자리 피하느라 차를 두고 왔거든? 차 하나만 보내주라. 여기가 지금..."
메리가 알았다고 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차 한 대가 내 앞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면서 소피아가 내린다.
"이게 뭔 상황이야?"
소피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개박살난 건물을 바라본다.
"... 죽다 살아난 상황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슥 훔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아의 말에 나는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대답했다.
"회의가 끝나고, 제가 건물에서 나오는 중이었고... 건물이 폭발했습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그게 끝이야?"
나는 입맛을 한 번 다시고 대답한다.
"범죄 조직간의 은밀한 협정과, 쿠데타에 성공해서 막 자리를 잡은 조폭 두목 둘. 그리고 폭발까지 있었는데... 부족하시다면 외계인이라도 하나 등장 시킵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카를은, 저 안에 있었겠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나를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었다.
"사지 멀쩡하게 붙어있어서 다행이네."
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은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옷에 잔뜩 달라붙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제가 악운에 강한 편입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옷에 뭍어있는 먼지들을 직접 털기 시작했다. 먼지를 턴다기보다는, 터는 시늉을 하면서 내 옷을 만지고 있다. 소지품 검사라고 할까.
아무것도 없지롱 이년아. 아까 버렸지롱. 소피아는 그렇게 먼지를 터는 시늉을 마치고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다행이네. 아가페가 저 꼴이 난 상태에서 파파조... 잭 오 렌턴까지 보스를 잃어버리면 호핑 존스가 엄청 귀찮아 질 뻔했는데."
그 말에 나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사람이 죽을 뻔 했는데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나를 바라봤다.
"사지 멀쩡하잖아. 죽지도 않았고."
"냉정하시네요."
내 성격이 원래 그래. 라고 소피아는 말한 다음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 이동하는 와중에.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아가페를 이끌고 있던 카를이 죽고, 저 안에 있던 녀석들 대부분이 죽었으니. 구심점이 없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소피아가 밖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지, 아직 하나 남아있지. 레이첼 맥콰이어."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요즘 일어나는 모든 굵직한 사건들이, 너에게 좋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될 놈은 넘어져도 여자 가랑이 사이로 넘어지는 법이지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의심 편대가 출격해서 내 얼굴에 쿡쿡쿡쿡 의심을 박아넣기 시작한다. 나는 그걸 바라보다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씨발, 지금 저 의심하는 겁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리가. 아, 운전사. 저기 잠깐 멈추자. 오늘 도넛이 당기네."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능숙하게 대화를 끊어버렸고. 잠깐 뒤에 나는 도넛과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소피아를 바라봤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십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나 도넛 좋아해."
"경찰입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등신, 로고스 시티 도넛 체인점들이 무슨 경찰 하나만 바라보고 장사하는 줄 알아? 도넛의 멋짐을 모르는 네가 불쌍해."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고 잠깐 있다가 대답했다.
"유전인가봐. 가족들이 대부분 도넛을 좋아하거든."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도넛 많이 먹으면 살 찝니다."
그 말에, 소피아가 태연하게 대답한다.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어. 쪄도 대부분 가슴으로 가더라고."
지랄. 나는 어이없어 하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확실히 그렇게 주장하고도 남을 정도기는 하지만. 나의 시선을 소피아의 시선이 쭉 따라가더니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 그 시선? 내 애기 밥통에 불만 있어?"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아니, 그냥... 그 가슴으로 총은 잘도 뽑는구나 싶어서 그랬습니다. 안 걸리적거립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피아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다.
"쏘는 것도 문제 없는데. 니 머리에 시험해줄까?"
짤각, 하는 소리와 함께 리볼버의 해머가 뒤로 당겨져서. 약실을 때릴 준비를 한다.
아니, 그건 괜찮고. 나는 가만히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고. 쯧, 하는 혀차는 소리와 함께 소피아는 다시 총을 집어넣었다.
============================ 작품 후기 ============================
기폭장치를 얻었으니, 다음 화에는 터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폭탄이 궁극기도 아니고. 아끼면 다 똥돼는 겁니다.
전통 판타지 마왕들이 폭탄 아끼다가 용사한테 쳐맞는 거죠.
그리고, 코멘트에 가끔씩 750만원은 너무 비싸지 않냐. 라는 요지의 코멘트들이 가끔 보입니다. 예, 더럽게 비쌉니다. 그리고 그렇게 책정한 건 이유가 있기는 한데. 어차피 '이 소설'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이해가 안됀다고 하시면... 미안해요.
... 한 편 정도는 더 가려고 생각하는데. 자정은 지나야 올릴 거에요.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중간고사 시즌이죠.
나중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