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뒷 골목 시뮬레이션-23화 (23/75)

00023 공중 폭발 =========================

끝내주는 기분이었다. 오메르타를 받고 나서 두어 달 동안. 나는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펌킨 게이트는 기가막히게 잘 크고 있었다. 일하고 있는 여자들과 기타 부대 시설에 대한 비용들은 레이첼이 전부 지원해주고 있어서.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로 내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고. 다른 녀석들이 그렇게 고통받는다는 경찰이나 다른 조직들의 행패도 나의 사업장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게 다 내 사업장에 걸려있는 하얀 마스크 덕분이었다. 하루에도 만달라에서 만 오천 달라 정도가 내 주머니로 들어온다. 나는 소피아가 기념이라고 보내준 석궁도 훌륭했다.

[dual bow cross IV custom : 250파운드의 장력을 가지는 당신의 친구.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아서 적은 힘으로도 쉽게 장전이 가능하지만. 장전된 화살은 상대의 골통을 카와이하게 별모양으로 박살냅니다! 커스텀으로 개조가 되어 있습니다. 원거리 사격용 스코프와, 안그래도 쉬운 장전을 더욱 쉽게 도와주는 여러가지 부속품이 달려있고. 날아가는 화살의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있습니다.]

2라는 비교를 불허하는 엄청난 수치의 힘을 가지고 있는 나도 쉽게 사격할 수 있는 석궁. 레이첼은 이 선물을 소피아가 해줬다는 것에 굉장히 기분나빠했지만. 어찌 되었던 나를 지킬 수 있는 호신용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이해해주었다. 물론, 그걸 위해서 3일 정도 일을 쉬고 레이첼을 물고 빨며 살아야 했지만. 나도 몸보신 하고, 레이첼도 이해해주고.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작은 소동이었지.

이거 게임이 너무 쉽게 풀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아, 지금 내가 모두 ~었다. 라는 식의 과거형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았나?

왜냐면 지금은 전혀, 이 게임이 쉽지 않거든.

모든 사태는, 얼굴에 피를 흘리고, 한 팔을 늘어뜨린 채로 레이첼이 나의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 시작되었다. 금요일이기도 해서, 일지감치 일을 끝내고 식사나 준비할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먼저 돌아온 나는 문짝이 박살나는 소리를 듣고 튀어나가듯이 문으로 향했다.

"레이첼?!"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리던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안, 나... 실수 한 것 같아."

상태가 심각하고, 레이첼의 표정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서 굳어 있었다. 나는 상태를 파악하자마자 말했다.

"무슨 일이야?!"

레이첼이 나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시간이 되면 설명해줄게. 빨리, 녀석들이 닥칠거야."

녀석들은 또 뭐고. 일단,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떨어져나간 문짝 너머를 통해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 나는 레이첼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도망치기에는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고, 덤으로 레이첼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락스 한 통을 챙기고. 나는 다시 세탁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표백제를 챙겼다.

문으로 들어오는 장소에다가 표백제를 한 가득 뿌리고. 나는 석궁을 한 발 장전하고 락스통을 문 옆에 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쪽으로 들이닥치는 남자들.

"뭐, 사랑에 눈깔이 먼 년이 갈 데가 달리 있냐 싶지만. 진짜로 고작 온 게 여깁니까? 마담. 그래도 대단하긴 합니다. 근육 이완제에 마취제까지 당했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립스틱이 찍혀있는 모양의 브로치를 한 세 명의 남자들이 문을 넘어온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쫙 늘어선 여섯명의 남성들.

"카를. 언제부터 이럴 생각이었을까."

레이첼은 기운이 빠지고 피를 흘리는 가운데에도. 서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에, 카를이라고 불린 갈색 피부의 남자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사실 마담한테 딱히 불만이 없었어. 일은 잘 풀리고 있었고. 사업은 잘 유지되고 있었고. 오히려 일처리가 능숙한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마담에게 경외감도 품고 있었지."

말을 마치고, 그가 총을 들어서 나를 겨누었다.

"저 등신같은 놈을 기둥서방 삼아서 밤이고 낮이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 말에 나는 눈썹을 구겼다. 기둥서방?! 물론, 요즘 내 행태를 보면 그게 사실이지만 기분이 나쁘잖아 이 새끼야.

"아아, 상황이 이해가 되는군."

생각해보면, 레이첼은 하루에 3~4 시간 정도만 조직을 신경썼던 것 같다. 아침 열시 즈음 출근을 해서, 12시가 되면 펌킨 게이트로 와서 나와 함께 점심을 먹고. 2시가 다 되어서야 아쉽다는 듯이 자신의 조직으로 돌아가고. 그러고 나서 오후 여섯시가 되기 전에 다시 내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조직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마담, 그대에게 다른 조직원들이 얼마나 불만이 많은지 알기나 해? 지금 조직원들이 다 난리야! 도대체 왜 다른 사업장에서 난 수익들이 저 놈의 사업장으로 향하고, 우리의 사업장은 유지만 할 정도의 비용을 남기고 항상 펌킨 게이트에 대한 지원만 빵빵한지! 설마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나?"

그러면서 그가 레이첼을 바라봤다.

"두달이면 충분하더군. 댁에게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 놈들을 하나로 규합하는데에는. 그리고 실행에 옮겼지. 결과적으로 너무 심심하게 끝나서 맥이 풀릴 지경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총구를 옆으로 돌린 카를이라는 녀석이 레이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은퇴하셔야지. 역시 여자는 사랑을 하면 멍청해진다니까."

그 말에 일단 내가 헛기침을 했다.

"여기 사람 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석궁을 조준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석궁 하나 가지고 뭘 하겠다고.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맛이 가버렸나?"

그 말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바닥이 좀 축축하지 않아? 그게 뭘까?"

그 말에, 남자가 자신의 발 및을 쳐다본다.

"별거 아니야. 그냥 산소계 표백제지. 옥시크린 아나? 근데, 이게 락스랑 반응하면 염소기체가 무럭무럭 솟아나거든. 여기에 있는 새끼들은 남김없이 뒤지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만들어지지. 이 석궁은 오늘 사람 안 쏴. 저기 놓여있는 락스 통을 쏠거야."

그 말에, 카를이 나를 바라보고.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내 집에서 꺼져. 니 너절한 조직원들 데리고."

그 말에, 카를이 나를 바라보면서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

"어차피 마담은 더 이상 쓸모도 없다. 여기에서 순순히 저 년을 넘기면 목숨 정도는 살려 줄 수 있는데."

그 말에 나는 웃었고. 독설가가 발동되었다.

"어이 병신, 지금 내가 댁을 협박하고 있는 거에요. 니가 나를 협박하는게 아니라요. 기껏 손에 넣은 그 코딱지만한 조직을 남겨두고, 뒤진 애비애미 보러 가고 싶으면 한 번 계속 떠들어보세요."

"말 했다. 살려 줄 수는 있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을텐데."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어이 아미고, 뭔가 존나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무슨 쓸모가 있어서 레이첼을 꼬신 제비족으로 보이냐?"

그 말에, 카를이 나를 바라봤다.

"여자 몸 팔아서 돈 버는 주제에 꼴에 사랑이라도 하나?"

그 말에 나는 웃었다.

"그 년들은 내 여자가 아니잖아. 너는 니 집구석에서 키우는 뽀삐랑 동네 굴러다니는 유기견이랑 같냐?"

애완견 키우면서 개고기 먹는 멘탈이라고, 나는.

"말하지만, 꺼져라. 다 같이 뒤지고 싶지 않으면. 어차피 레이첼은 끌려가도 죽을테니 유감 없을테고. 나 또한 죽어도 미련 없고. 그냥 여기서 아우슈비츠 샤워실 들어간 유대인처럼 싹 다 뒤져볼까?"

"밤 길 조심해라."

나는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난 아침형 인간이야 등신새끼야. 밤 길 안 다녀."

잠깐 침묵하고 있던 카를이 사람들을 물리고. 나는 완전히 주변이 조용해지자 레이첼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이게 다."

"... 쿠데타 당했어. 역시 위험하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당해버렸네."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 말은 들리지 않는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생기더니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어떡하지. 당신 사업이.. 미안, 내가 멍청해서...!"

이해는 간다. 어쨋든 내 사업의 기반 시설들은 대부분 레이첼이, 즉 아가페가 나에게 넘겨 준 것이었고. 거기에서 일하고 있던 아가씨들도 모두 아가페에서 제공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달 건물 임대료도 아가페에서 지불했다.

즉, 레이첼이 실각한 지금이 순간부터는, 그 펌킨 게이트라는 장소는 사실 상 아가페의 소유가 된 것이다. 거기 금고에 있던 나의 돈들까지 함께!

"그게 아니라, 몸 괜찮냐고. 이 멍청한 여자야. 지금 머리에서 피가 나면서 그딴거 걱정할 때야?"

응, 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흔들려고 하던 레이첼이 다치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구역질을 한다. 다가가서 천천히 살펴보니 머리에 내려찍힌 자국이 있다. 팔에는 총상이 있다.

"병원 가야겠네."

그 말에 레이첼이 고개를 저었다.

"안돼."

그녀의 말에 나는 물음표를 띄웠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아가페의 보스였으니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입실하면 링거에 들어간 독 맞고 그대로 사망이야. 그 병원이 어디던간에."

역시 로고스 시티! 끝내주게 살벌하다니깐! 존나 미쳤어! 간호사고 의사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저당잡아서 술이라도 쳐먹었나?!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붕대를 꺼내서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신의 상처를 꽉 동여매었다.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이 정도면 병원 갈 필요는 없어."

나는 그녀에게 찬 물을 한 잔 따라서 주었다. 애초에 그녀가 스탯이 폭주되어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거기서 죽었겠지. 뒤따라온 녀석들이 꽤나 많아보이던데. 잘도 살아서 나왔다. 게다가 이야기 들어보니 약까지 쓴 모양이던데.

"... 나, 조금만 잘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집 문을 잠그고 가만히 앉았다.

- 아가페의 보스, 마담 맥콰이어가 실각했습니다. 당신은 그 여파로 사업장 펌킨 게이트를 잃었고, 킹스 크로스 안에서는 매춘을 위한 여성을 구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조직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당신이 레이첼을 보호하고 있는 한 당신의 사업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 입니다.

그 말에 나는 소피아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 소피아의 대답은 상당히 난감해보였다.

- 그런 상황이 되다니... 나 혼자서 돕는 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호핑 존스 전체가 너를 돕는 건 힘들어.

나는 정식 조직원이 아니고, 따라서 내가 받은 습격은 호핑 존스를 공격한 것이 아니다. 오메르타는 나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는 거지, 내 사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건 아니다. 즉, 여기에서 킹스 크로스의 큰 손인 호핑 존스가 나를 도와버리면 형평성에 어긋나버리고. 킹스 크로스에 있는 다른 조직들이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다.

- 생활비 정도라면, 보내줄 수 있어.

에라 씨발, 그걸 받기는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 나는 괜찮다고 하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혹시, 믿을 만한 의사 없습니까? 총상이나 타박상 같은거에 능한 사람으로."

그 말에, 잠깐 고민하던 소피아가 대답했다.

- 네 집으로 보내줄게.

그리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피를 닦아내었다.

아, 시발. 어쩐지 잘 나간다 싶더니. 사업장 잃고, 쌓아놓은 돈 잃고. 완전히 알거지가 되었네. 지금 지갑에 남아있는 돈이라고 해 봤자. 1500달러 정도가 고작이다. 이래서야 시작할때만도 못한 입장.

오메르타 덕분에 내 집에 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건 호핑 존스 뿐이고. 호핑 존스는 아가페가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적어도 이 집에 있는 동안, 내가 나가라고 하지 않으면 레이첼은 안전하겠지.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도착한 의사가 레이첼을 진료한 다음. 약 몇 종류를 건네주고 항생제 주사를 놓은 다음 돌아갔다.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보는 레이첼을 보면서 나는 픽 웃었다. 레이첼은 나가는 순간 거의 죽었다고 복창해야겠지. 본의 아니게 여기에 갇혀버렸다.

"이젠 네가 감금되어버렸네."

그 말에, 레이첼이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기운 차리면 나갈거야."

그 말에, 나는 말했다.

"개소리 하지마. 너 지금 나가면 그대로 죽어. 아니면 죽느니만 못한 신세가 되거나."

내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그치만, 나 이제 당신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

그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씨발, 내가 사람을 쓸모보고 만나는 줄 아냐!?"

아니 물론, 쓸모를 보고 만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 상황에서 쓸모를 운운하는건 조금 아니잖아 이년아.

============================ 작품 후기 ============================

저는 진짜 나쁜 새끼에요. 주인공은 오징어놀이 하다가 네일건 맞고 등짝에 유리 박히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감금당했다가 풀려났는데.

곧바로 사업을 망하게 하다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