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뒷 골목 시뮬레이션-22화 (22/75)

00022 오메르타 - 침묵의 계율 =========================

너 뭐하는 새끼야. 라는 말 만큼이나 철학적이고 곤란한 질문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내 귓가에 울려퍼진 소피아의 대사를 가만히 음미하다가 대답했다.

"포주입니다."

-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야. 연락을 안받은 이유가 뭐야?

그 말에, 나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고 대답했다.

"말하자면 깁니다."

- 그럼 니가 짧게 설명을 해.

그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사랑싸움 하다가 감금되었습니다. 지금 막 풀려난 참입니다."

그 말에, 건너편 수화기가 얌전하다가 대답했다.

- 감금? 사랑싸움은 또 뭐야.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었다.

"그것보다, 저 질문이 있는데. 그때 보내준다고 했던 호위는 어떻게 된 겁니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 그거, 아가페 쪽에서 격하게 자신들에게 맡겨달라고 해서 그쪽으로 넘겼지.

... 그런 거였구나. 레이첼, 무서운 여자.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뭐, 어쨌든 거리에는 오징어들 안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소피아가 긍정한다. 당연하지. 그 오징어가 갇혀있었는데.

"어차피 놈들도 자기네들 행동을 누군가 파악해냈다는 걸 안 이상 당분간은 얌전히 있을 겁니다. 애초에 호핑 존스와 정정당당하게 살육전을 펼칠 정도의 기반이 있었으면 그런 방식을 택했을리도 없고."

- 그건 그렇지. 일단, 네 녀석 마침내 연락이 되었으니까. 보스가 연락 되는데로 곧바로 약속 잡으라고 했으니. 오늘 중으로 너에게 차가 갈거다. 타고 튀어와. 이번에도 오지 않으면 니 귀여운 사업장이랑 소중한 작은 집이 달나라까지 날아가 버릴거야.

그걸로 통화는 끝났고. 곧바로 걸려오는 전화. 레이첼이다.

- ... 누구였어?

"아, 호핑 존스 간부야. 소피아라고."

그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이가는 소리 비슷한게 울려퍼지는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각성 레이첼과 소피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무슨 일로 전화를 직접 했어, 당신?

오 살벌하다. 나는 정직하게 나가기로 했다.

"이전에, 호핑 존스의 보스가 나를 한 번 보자고 했거든. 약속 한 때가 저번주 일요일이었고."

그 말에, 일단 레이첼이 수긍했다.

- 그러네. 그때는 내가 고집을 부렸으니까.

"여튼, 호핑 존스의 보스와 했던 약속이다보니. 마음에 걸리더라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호핑 존스의 간부에게 연락을 했을 뿐이야."

레이첼이 일단은 수긍하는 척 했다. 왜 내가 그녀가 수긍하는 척을 했다고 확신하냐면. 전화기 너머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렸으니까. 아마 지금 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그 눈을 하고 만약에 소피아가 나에게 엉겨붙으면 어떻해 해야 할 지 정신없이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잠깐 침묵하고 있던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 조심해, 호핑 존스는 로고스 시티의 세븐 크라운 중 하나야.

그 말에 이어서, 그녀는 나에게 로고스 시티의 세븐 크라운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피아 계열 조직 '호핑 존스', 야쿠자 계열 조직 '츠키미야카이(月宮會)', 삼합회 계열 조직 '위안쯔토우(元字頭)'. 이 세 조직은 구체적으로 근거지를 가지고 그 일대를 통치하면서 보호비를 받고, 불법적인 사업들의 허가와 관리를 통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식으로 조직을 유지한다.

'펑키 바니'의 조직 '돌 마스크(doll mask)'와 '행 맨'의 조직 '아르카나'. 마지막으로 '잭 더 스프링힐드'가 이끄는 '크립티드'. 세 조직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거기에서 수익이 아니라 쾌감을 얻는 데 치중하는 또라이들이다. 조직의 규모는 위에 언급된 세 조직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자그마하다.

추측하건데, 10~15명 정도의 소규모 조직. 하지만 주로 일으키는 범죄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 충분한 것들 뿐이어서(대표적으로, 돌 마스크는 독립기념일 날 연설을 하고 있는 로고스 시장을 죽였다) 도넛 애호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또라이들이다.

마지막으로 공권력. 도넛 애호가라고 불리는 로고스 시티의 경찰들. 경멸의 의미로 도넛 애호가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들을 건드리는 것 만큼이나 병신같은 일도 없다.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로고스 시의 범죄를 단속하는 자들. 크립티드 전에 나인 크라운 중 하나를 잡고 있던 조직이 로고스 경찰청에 폭탄을 설치하고 경찰청장을 죽였다가 말 그대로 아작이 나버렸다. 로고스 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다른 범죄 조직들과 경찰들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부패해 있는, 공권력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또 다른 범죄조직.

"어차피 나는 킹스 크로스 일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굳이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내 게임판이 아니잖아."

라는 나의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 당신, 호핑 존스의 보스를 만나러 간다는 의미가 뭔지 잘 모르는 모양이네. 당신이 그를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저 일곱개의 왕관들이 당신을 살피기 시작할 거야. 도대체 뭐하는 물건이길래 호핑 존스가 관심을 가졌나 하면서. 더 이상 남들의 리그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랑말랑하게 있으면 당신, 진짜로 죽어.

그 말에 나는 웃었다.

"네가 지켜주지 않을까?"

- 그거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조심해.

"알았어."

- ... 사랑해.

"알고 있어. 나도 사랑해."

나는 거기서 통화를 마쳤다. 파파존스 정육정이나, 홀리 그레일, 아가페 같은 약간 장난스럽기까지 한 이름과는 다르게, 확실히 뭔가 무게가 있어 보이는 조직들. 내가 저것들이랑 춤을 추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당장 가지고 있는 사업장도 하나 뿐인데다가, 더 늘릴 생각도 없는데.

나의 사업장에, 호핑존스의 문양을 한 브로치를 가슴에 끼고 있는 남자 세 명이 들이닥쳤다.

"네가 펌킨 게이트의 사장, 잭이냐."

그 말에, 나는 얼굴을 구겼다.

- 독설가가 발동됩니다.

"내가 그 새끼가 맞는데. 니들은 왜 갑자기 쳐들어와서 반말을 하고 지랄이냐?"

그 말에, 세 명 중 하나가 총을 꺼내든다. 그 모습에 나는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쏴, 니 보스가 죽은 시체를 끌고 오라고 했냐?"

그 말에, 앞에 있던 남자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븅딱같은 새끼들, 니들이 벌벌 떨면서 받잡는 보스가 직접 만나보겠다고 한 사람에게 반말을 하냐? 대갈통에 우동 면발이 들어가 있다고 광고를 해라 아주."

안내해 등신들아.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들을 바라봤고. 그들이 나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가면서 나는 뒤편에 대고 말했다.

"제일 짬 높은 년이 관리하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적당한 시점에 문 닫어."

반전하다시피 한 나의 성격에, 멍치고 있는 여자들을 뒤로 한 채로 나는 그들이 끌고 온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내 눈을 가리는 검은 천. 한 동안 차가 달리기다가 멈추고, 눈을 가린 상태에서 세 사람의 부축을 받아서 이동한 나의 귓가에 익숙한 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햇다.

브금 좋고. 이거 모래시계 BGM아니야. 으흐으으 으음~ 하는거. 내가 들리는 그 으흐으으 으음 하는 소리를 따라하고 있자.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이 떨어져나가고. 내 앞에는 시가를 한 대 피워올리고 있는 중절모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하얀 셔츠와 검은 정장치마를 입고, 검은색 끈을 넥타이 대신 메고 있는 소피아가 위스키를 두 잔 따르고 있었다.

"노래가 마음에 드나?"

그의 목소리는 컸다. 나지막하게 말하는 것 같은데도. 발성을 공부한 성악가처럼 이 라운지에 울려퍼진다. 나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뭔가 슬프고, 추모하는 느낌이 듭니다. 가사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듭니다."

그 말에 중절모를 눌러쓴 남자가 가볍게 웃고는 손짓했다.

"앉게."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소피아가 능숙하게 두 잔의 위스키를 보스와 내 앞에 놓고 쟁반을 든 채로 옆에 섰다.

"고생했다 소피아. 이제 괜찮겠군."

그 말을 끝으로, 소피아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고. 나와 호핑 존스의 보스는 마주앉았다.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 말에, 나는 위스키로 살짝 입술을 적시고 대답햇다.

"아, 사정이 조금 있어서."

그 말에, 그가 허, 하고 찬웃음을 내뱉었다.

"내 말을 무시할 정도로 급한 사정이었나? 이 동네에서는 나와 약속을 했다면, 부모가 죽어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데 말이지."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통제할 수 있는 사정이 아니었습니다."

중절모를 깊게 눌러써서 코 위쪽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 상태에서 시가를 한 모금 빨고 위스키를 쭉 마셨다.

"그 오징어 새끼들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그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작은 재주입니다."

그 말에 그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 작은 재주 하나 없던 호핑 존스는 다 등신들 집단이겠군."

아니, 시발 왜 말을 그렇게 꼬아서 들으세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들었지. 그게 중요한 거라네."

나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저 지금 압박당하는 겁니까? 나름대로 호핑 존스를 도우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도운 건 사실이지. 그건 변함이 없어."

그러면서, 그는 시가를 다시 한 모금 빨고 후우, 하고 내뱉었다.

"어떻게 그 오징어들이 나타날 곳을 알았지?"

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짓눌리는 것 같은 압박이 나에게 엉겨들어왔다. 눈도 보이지 않는데. 코 아래만을 보이고, 깍지 낀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이 남자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무언가가. 나를 억누르고 있다.

- 독설가, 발동 실패. 매혹적, 발동 실패. 어려운 선택 중독자, 발동 실패. 럭키가이,  발동 실패....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탤런트들과 장점들이 발동이 실패되고. 어떠한 보정도 없이 나는 이 압박에 밀리기 시작했다.

"말해, 어떻게 알았지."

넘실거리는 듯한 이 압박감 속에서, 나는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그 말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내 손등에 시가를 찍어눌렀다. 화끈한 통증이 달리고. 그의 입이 바로 내 눈 앞에서 말한다.

"킹스 크로스 아래에, 나에게 비밀은 없지."

말할리가 있냐. 지금은 시가로 손등이 지져지고 있지만. 내가 오징어 남자라고 밝혔다가는 뭔 꼴을 당하라고. 애초에 소피아에게 말할 때에는 도박으로 때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럴듯한 이유도 만들어 놓은게 없다!

"지금 하나,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나의 말에, 내 손등을 누르고 있던 시가를 툭 재떨이에 버린 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질긴 놈이군. 독해."

그리고, 내 주변을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거두어졌다.

"나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그는 병에 들어있던 위스키를 자신의 잔에 부었다.

"원래 독하고 질긴 새끼들이 좋은 놈인 법이지."

그러면서, 그가 자기 앞에 놓여있던 작은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나와 그가 마주보고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점멸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 처럼 지도를 띄운다.

"로고스 시티의 세력도다."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를 돌아보았다.

"이걸, 제가 봐도 괜찮은 겁니까?"

그 말에, 그가 다시 시가를 한 대 꺼내서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건 곧 결정될 테니, 너는 집중이나 하도록."

점차적으로, 지도 위에 세 가지 색으로 덮힌다. 하나는 푸른 색, 하나는 붉은 색, 하나는 노란색. 푸른색은 킹스 크로스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고. 붉은 색과 노란색은 다른 곳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천천히, 파란색의 세력도에 있는 사업장들에 몇 개의 붉은 점이 나타나고. 그 위에 숫자들이 생겨난다.

"상대의 인원, 이쪽의 인원, 사망자 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나는 그걸 살펴보기 시작했고 시가를 태우던 그가 말했다.

"요 며칠 사이에, 날 생선 먹는 새끼들이 자꾸 내 영역에서 깐죽거린단 말이지. 이유를 모르겠어."

그 말을 들으면서 지도를 살펴보던 나는 대답했다.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 말에, 그가 대답했다.

"녀석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장은 다 마약을 만드는 사업장이지. 뻔한 것 아니겠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못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다음, 나는 그에게 부탁해서 수성 펜을 하나 얻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표시되어있는 츠키미야카이의 핵심지역에서 뻗어지는 도로를 그려서 분쟁이 일어났던 장소까지 연결했다.

"거리가 너무 멉니다. 이래서는 사업장을 차지해도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의 장소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럼, 네 생각을 말해봐라."

그 말에, 나는 천천히 수성펜으로 분쟁 장소들 중에 하나를 찍엇다.

"녀석들은 여기를 원합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투입된 인원도 많고. 피해자도 많습니다."

"그거야, 거기가 가장 큰 사업장이니까."

그게 페이크다. 나는 고개를 젓고 그 사업장 앞에 놓여있는 거대한 도로를 바라봤다. 세인트 메리 대로. 나는 거기에서 선을 쭈욱 그어내렸다. 그 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란색의 영역으로 통했다.

"붉은색은, 도로를 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노란색에게 교란을 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녀석들은 마약 사업장을 의도적으로 노리는 척 하고 있다.

"마약 사업장을 노리면서, 츠키미야카이는 호핑 존스의 영역을 넘보는 척 하고 있지만. 투입된 인원에 비해서 희생자가 적습니다. 싸울 의지가 별로 없었겠지요. 녀석들이 원하는 곳은 딱 한 곳. 세인트 메리 대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이 사업장입니다. 세인트 메리 대로는 곧바로 노랑색 영역의 중심까지 닿아있습니다."

지도에도 티가 날 정도로 넓게 닦여있는 도로. 그리고 거길 경유해서 워안쯔토우의 중심까지 닿는 거리는 아무리 길어도 15분이면 닿는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지?"

그 말에,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노랑색에게 언질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그쪽에게 상대의 의도를 알리면 됩니다. 다만, 붉은색이 알 수 없게 연락해야합니다. 들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녀석들이 원하는 저 사업장을 잠깐 넘겨줍니다. 애초에 도로를 그렇게 애타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 이미 노란색 영역으로 들어가서 싸워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준비가 끝났다는 거니까.

호핑 존스가 아무리 저항을 하더라도 아마 저 지역을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넘겨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붉은색들은 노랑색에게 쳐들어 갈 겁니다."

하지만, 노랑색은 호핑 존스에게 언질을 받아 이미 어느정도 대비를 했을 것이고. 급작스러운 습격이라고 예상했던 붉은 색은 준비가 되어있던 노랑색에게 예상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붉은색이 노랑색에게 원하는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실패할 겁니다. 그 때에. 다시 넘겨줬던 사업장을 가져가면 됩니다."

호핑 존스는 일부러 그곳을 비워주었기에. 손해가 적다.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한다면 츠키미야카이가 위안쯔토우의 습격에 실패했다고 해도 그 사업장을 다시 찾을 여력이 모자라겠지만. 일부러 비워준다면 호핑 존스는 아직 여유로울 것이다. 츠키미야카이는 예상 외의 피해를 위안쯔토우에게 입고. 위안쯔토우도 츠키미야카이의 대대적인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사업장을 다시 찾는 걸 넘어서. 노랑색과 붉은색의 피해 정도에 따라 두어 군데의 사업장을 역으로 노릴 수도 있습니다."

나의 말에, 옆에 있던 그가 시가를 내려놓고 버튼을 하나 눌렀다.

"가져와라."

그 말에, 라운지 뒤편의 문이 열리고. 30명 정도 되는 인원들이 라운지의 공간에 두 열로 늘어선다. 그리고, 소피아가 작은 함을 하나 받쳐들고 천천히 그 열 사이로 걸어들어온다.

"옆에 서게."

라는 보스의 말에 따라서. 나는 그의 옆에 섰다. 소피아가 나와 보스의 앞에 서서 천천히 함을 열었다. 은빛의 바늘 하나와, 하얀색 가면 하나.

보스는 천천히 은빛의 기다란 바늘을 집어서 자신의 검지를 찔러 피를 내고, 바늘을 깨끗하게 닦았다.

"손을."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고. 보스는 나의 검지를 바늘로 찔러 피를 낸 다음, 자신의 검지와 나의 검지를 새끼손가락으로 약속하는 모습으로 걸었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나는 비밀을 지킨다. 나는 비밀을 지킴 받는다."

소피아와, 두 열로 늘어서 있던 인원들이 보스의 말을 받아서 제창한다.

"여기에, 형제 하나가 더해지니."

"피는 피로, 약속은 약속으로. 배신에는 보복으로."

그리고, 먼저 소피아가 앞으로 나와서 바늘로 자신의 검지를 찌르고. 나와 손가락을 걸엇다. 소피아가 나를 보면서 천천히 말한다.

"형제여."

그 이후로, 이 장소에 있는 모두가 자신의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고. 나와 손가락을 거는 행위를 반복했다.

"펌킨 게이트의 소유자, 잭은. 오늘 이 순간부로 오메르타를 적용받은, 호핑 존스의 형제가 되었다."

그리고, 보스가 박수를 한 번 치자. 다시 뒤편의 문이 열리고. 음식과 술이 주르르 나열된다.

"형제를 환영하자."

하얀 가면이 들어있는 함은 나에게 건네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함을 든 채로. 앞에 놓이기 시작하는 음식들과 술들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리고. 소피아가 나에게 다가와서 픽 웃었다.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네. 너 오늘 영성체 당할 뻔한거 알아?"

영성체는 또 뭐야.

"아아, 우리 은어야. 죽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숨기는거지. 대부분 실종으로 처리한다고."

자자, 마셔. 라고 하면서 내 잔에 부어지는 술.

"축하한다. 호핑 존스의 오메르타를 조직 외 인간이 받은 건 네가 처음이야."

- 오메르타를 적용 받습니다. 호핑 존스는 이제 당신의 사업이 그들의 조직을 위협하지 않는 한 당신의 비밀을 무조건적으로 지킵니다. 설사, 조직의 위협이 되는 행위를 당신이 한다고 해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합니다. 또한, 당신은 호핑 존스의 모든 사업에 대해서 비밀을 지킬 의무를 가집니다. 이를 어길 경우. 좋은 꼴은 못봅니다.

"오메르타라고 해도, 도대체 그게 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 말에, 소피아가 어깨를 으쓱 했다.

"니가 니 사업장에다가 길거리 여자들을 멋대로 납치해서 시멘트 벽에 박아넣고 하반신만 내놓은 다음에 매춘을 하던, 그 안에서 인간 해체쇼를 공연하던. 우리는 간섭하지 않고. 다른 조직들에게 니가 뭘 하고 있는지 최선을 다해서 감춰줄거야."

와, 창의력 대장이네. 저런 비인륜적인 행위를 잘도 떠드는구나.

"감춰준다는 건?"

그 말에, 소피아가 대답한다.

"킹스 크로스를 떠나면 몰라도. 킹스 크로스 안에서는. 니가 어떤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는 호핑 존스 말고는 아무도 모르게 될 거야. 니가 직접 니 입으로 말하지 않는 한."

고작 오징어 하나 잡았다고? 나의 어이없는 중얼거림에 소피아가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오징어는 어디까지나 계기일 뿐이고. 보스가 너를 평가했는데. 거기서 어떤 가치를 발견한 거지. 오메르타를 받기에 충분한."

그리고는, 소피아가 잔을 들어 내 잔에 부딪쳤다.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좋은 거니까. 기쁘게 받으라고."

뭐, 좋은게 좋은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잔에 든 내용물을 비웠다.

============================ 작품 후기 ============================

아, 이거 써놓고 보니까 너무 설명충 돋는데.

그래도 양이 많으니까 일단 올립니다.

사실, 용량이 20이 넘어가는 걸 보고. 쪼갤까 생각도 했어요.

요즘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줄줄 써지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