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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골목 시뮬레이션-19화 (19/75)

00019 흑장미 -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

"들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말에, 레이첼의 몸이 순간적으로 부르르 떨린다.

"솔직하게 말할게. 나, 너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쳤어. 그리고, 오늘 밤에 만난 것도 미행하다가 걸린거 맞아."

그렇게 말한 다음, 레이첼이 앞에 놓인 술을 그대로 쭉 들이켰다.

"... 한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어."

- 고.속.성.장! 지금 호감도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 기세로 쭉쭉 치고 나가면 꽃이 피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옆에 켜놓은 레이첼의 상태창에 나온 호감도가. 무슨 손오공 전투력 치솟듯이 쭉쭉 치고 올라간다. 이대로라면 스카우터가 깨지겠는데.

"한 번만 다시 말해줘."

"이성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 말에, 레이첼의 몸이 다시 한 번 움찔거렸다. 그리고 눈이 황홀함으로 풀리기 시작한다. 그래, 조금은 무섭게. 또한 조금은 농염하게. 그런 눈빛을 하고 그녀가 말했다.

"... 그래, 확실해졌어. 아니, 첫 만남부터. 한 순간도 변함없이."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나 자신보다."

그 뜨겁기까지 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너무나도 서늘하게 와 닿았다. 등골이 짜릿거리는 이 분에 넘치는 어마어마한 사랑(또는 광기)에 머리가 꽉 짓눌리는 기분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점차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잠깐, 잠시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를 살짝 밀었다.

"... 어째서?"

레이첼의 눈은 아직도 풀려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어두운 기운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요다라도 된 것 처럼. 다크 사이드의 기운이 이 여자 안에 잠들어 있어! 깨우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할거다. 나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너무 빠릅니다. 레이첼."

그 말에, 레이첼이 곧바로 대답한다.

"그게 문제야? 사랑하고 있잖아."

잠깐만. 너 지금 진짜 조금 이상해. 아니, 아까 전 부터 이상한 건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너 조금 더 이상해. 나는 속으로 평점심을 계속해서 머리 속에 박아넣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아직, 손도 안 잡아봤고. 같이 데이트도 해보지 않았고..."

그 말에, 레이첼이 웃는다.

"뭐야, 의외로 순진하구나."

그리고 레이첼은 얼굴을 살짝 붉힌채로 나를 바라본다.

"좋아, 그게 당신의 생각이라면."

그래, 나를 바라보는 레이첼은 분명히 아름다웠다. 괜히 상태창에 뇌살미라는 특성이 있는게 아니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육감적인 몸매와 뚜렷하게 자리잡은 선명한 이목구비.

아 잠깐, 이목구비중에서 목은 빼자. 역시 아직도 눈은 조금 많이 이상한 상태야. 선명한 이구비 정도로 하자고.

레이첼은 웃으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오른 손으로 턱을 괴고 웨이터를 불렀다.

"벨루가 한 병이랑 빵, 케비어, 버터."

그렇게 말하고는 종업원이 나가자 그녀가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역시 오늘 술은 내가 살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신세진게 있으니까."

그 말에, 레이첼이 웃는다.

"그렇게 생각하지마. 나는 충분히 보답을 받은 것 같아. 게다가, 지금 내가 시킨거 대충 500달러인데?"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돈을 물 쓰듯이 쓰는구나.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 말에, 다시 레이첼이 대답한다.

"말 놓아도 괜찮아, 당신."

잠시 뒤에, 술과 주문한 음식들이 놓이고. 나는 앞에 놓인 술잔에 천천히 부어지는 액체를 바라본다. 두 잔이 부딪치고. 나는 술잔에 담겨있는 액체를 그대로 목에 넘겼다.

"... 독하네."

그 말에, 그녀가 웃는다.

"보드카니까. 당연하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능숙하게 빵 위에 버터를 바르고 케비어를 올려서 나에게 건네준다.

"자."

그렇게, 술자리가 점점 더 이어지고. 나와 레이첼의 테이블에 점차 술이 쌓여간다. 당연하지만.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당연하잖아. 게임인데. 뇌를 강제로 조작해서 취한 기분을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왜 그래야하는데. 내가 지금 눈 앞에 폭탄을 하나 끼고 있는데. 그 앞에서 취해서 꽐라가 되면 뭐가 좋은데.

시뻘게진 얼굴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레이첼에게 말을 건넸다.

"일어나자. 레이첼. 집에 가야지."

그 말에, 레이첼이 말했다.

"당신 집에 갈래."

싫어.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그 말을 할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 지금 나는 그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지 않으면 그대로 배드엔딩 직행이다.

"더러운데."

그 말에, 레이첼이 웃었다.

"더러운 건 알아. 저번에 갔을 때도 엄청 더러워서. 내가 치워줄까 생각했으니까."

... 그거 소름끼치는 일인거 알고 말하는 거냐.

- 레이첼이 택시를 불렀습니다. 목적지는 당신의 집입니다. 가는 과정을 생략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시스템의 소리를 듣고 나는 가는 과정을 생략하지 않기로 했다. 새까만 세단 비슷한 물건을 타고. 나와 레이첼은 내 집으로 향했다.

"레이첼, 그걸 왜 그러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내 집에는 당연히 아직 빨래를 하지 못한 옷들이 있다. 이 게임은 굉장히 리얼리티가 넘쳐서. 빨래를 하지 않으면 옷이 쌓이고. 빨래하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니면 여러가지 디메리트가 있다. 그래서 빨기 위해서 모아놓은 옷들 중...

팬티를 레이첼이 붙들고 자신의 얼굴에 가져간채로 후욱후욱 숨을 쉬고 있다.

"당신 냄새가..."

당연히 나지. 내 옷이니까. 나는 눈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하악거리고 있는 이 생물체를 어떡해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깐 게임을 멈추고 허공에 대고 외쳤다.

"씨발 것들아! 하느님! 부처님! 러브 크래프트님! 나한테 왜 이런 거지같은 시련을 내리는 거냐!? 유감이 있으면 직접 와서 말하란 말이야!"

그렇게 한 참을 소리치던 나는 후우후우 숨을 내쉬고 머리를 한 번 쓸어올렸다. 다시 게임 시작.

나는 레이첼의 손에서 그 속옷을 확 빼앗았다.

"아앗! 잠깐만..!"

뻐큐나 드시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부드러운 몸이 나의 옷 위로 전해진다. 머리를 끌어안고 그녀를 내 가슴팍에 당겼다.

"자, 내 냄새."

잠깐 몸을 움직이던 레이첼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후욱후욱 숨을 쉰다. 그 숨결이 몸에 닿는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나의 표정은 참으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잠깐 그러고 있다가 그녀를 살짝 밀었다.

"...?"

이게 저항을 하고 있네. 나는 내 등 뒤로 감겨 있는 손을 조심스럽게 풀면서 그녀를 떼어냈다. 건조한 가을날 활활 타오르는 산불처럼 시뻘겋게 물든 그녀의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등 뒤로 움직여서 당기려고 하는 그 손을 막은채로 나는 말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밤이 늦었으니까 돌아가."

그 말에 레이첼이 멍한 표정을 풀고 고개를 젓는다.

"싫어."

"돌아가요."

나의 말에 으으으, 하는 소리를 내던 레이첼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는 이곳을 떠나는 그녀를 배웅해줬다.

...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무심코 핸드폰을 켜본 나는 정신줄을 놓고 웃기 시작했다.

"문자 357건, 전화 56건.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건가."

핸드폰 습격사태가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화가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 어디야!?

전화를 받자마자 레이첼은 그것부터 물어본다. 나는 대답했다.

"집이지. 도대체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 하지만, 당신이랑 떨어져있는걸. 그 사이에 다른 누군가를 만나거나. 다른 여우년들이 꼬리치거나... 그러면 어떻해!

예, 목소리 상당히 무섭습니다.

"그래도, 문자가 300건 넘게 와 있고. 전화가 50건 넘게 와있는 건 조금 심하지 않아?"

그 말에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가 말한다.

- 어째서? 사랑하고 있잖아.

... 그게 만능의 이유라도 되는 양. 세상 모든 문제가 사랑하니까. 라고 해결될 수 있다는 듯한 어투로 레이첼이 말했다. 나는 레이첼의 상태차을 살펴봤다.

쑥쑥 자랐구만. 벌써 40% 성장했나. 조금만 더 있으면 참으로 아름답게 피어나겠네.

"나도 사생활이라는게..."

- ... 내가 연락하는게 싫어? 나는. 어제 하루 종일 당신 생각만 했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봐. 그런거야?

씨발년이 진짜아아아!

- 문자 300건 따위로는, 전화 50건 따위로는 내 사랑의 아주 일부인걸?

... 나는 한숨을 쉬다가 말했다.

"레이첼."

- 응?

나는 큰맘 먹고 결심을 했다.

"너 그냥 우리 집에서 살아라."

그 말에, 수화기 넘어가 잠깐동안 침묵한다.

- 좋아.

그래, 좋겠지. 나는 그 통화를 마치고 한숨을 쉬려고 하는데 뒤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레이첼이 서 있었다. 이 여자 진짜..

"너 왜 여기있어? 아가페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헬리콥터를 타도 이 속도는 안나온다."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한다.

"음, 어제 밤부터 계속 문 앞에 있었는걸."

"... 아가페는?"

그 말에 레이첼이 대답했다.

"됐어, 아가페따위. 그딴 거 필요 없어."

나는 머리를 긁고 대답했다.

"여자가 살기에는 조금 부족한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필요한 물건들 챙겨와.

그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필요한건 당신밖에 없어."

아아. 이 놀라운 사랑에 나는 머리카락이 쭈볏거린다. 나는 머리를 긁다가 그녀를 바라봤다. 하루 밖에서 꼬박 있다보니 모습이 약간 초췌하다. 나는 그녀를 들이고 말했다.

"일단 씻고, 조금 쉬고 있어."

"당신은?"

그 말에, 나는 선선히 대답한다.

"일 나가야지."

그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일 접어."

그러면 나는 돈을 어떻게 벌고 살아? 라는 나의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내가 다 챙겨줄게."

나도 사회생활이란게 있고 인간관계라는게 있습니다. 아가씨.

"... 나로는 부족할 걸까?"

라고 말하면서 눈에 빛을 잃기 시작하는 그녀의 뺨을 양 손으로 딱 붙들고 말했다.

"나는, 레이첼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어."

"... 그치만, 지금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걸."

그 말에 내가 다시 대답한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레이첼에게 뭐라고 하는게 싫어. 어떡하다가 저런 별볼일 없는 남자를 사랑하냐는 식의 이야... 레이첼?!

나의 말을 듣던 그녀가 눈을 서늘하게 뜨고 한 마디 했다.

"그런 말 하는 녀석이 있으면 설사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죽이겠어."

존나 위험한 년.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조금만, 이해해주면 안될까?"

나의 표정을 가만히 보다가, 그녀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네. 당신."

다행이다. 이해해주는 건... 가?

"레이첼?"

나는 어느사이엔가 내 목에 걸려있는 굵직한 철제 목걸이를 바라봤다.

"당신이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게 최대한 편한 걸로 준비했어."

라고 말하면서 쇠사슬을 집 벽에다가 쾅쾅 박아넣는 레이첼. 야 잠깐만?! 이 미친년이 진짜!? 이런 결론이 나는거야? 슬쩍 몸을 움직여봤지만. 벽에 박힌 녀석은 꿈적도 하지를 않는다.

"자꾸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하고. 그러면 미워."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씨발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하자고! 그녀는 나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활짝 웃으며 전화선이며 인터넷 선이며를 모두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주머니를 뒤져서 핸드폰까지 챙기고. 창문과 문을 개조하기 시작한다. 창문은 이제 레이첼이 가지고 있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는 문은 마찬가지로 레이첼이 가진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도 않는다.

그 모든 일을 엄청난 속도로 처리한 그녀는.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서 능숙하게 식사를 챙겨놓고 나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음, 빨리 다녀올게. 사랑해."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게다가, 레이첼 왜 이렇게 기운이 좋지?

= 레이첼 맥콰이어 : 32세 조직 '아가페'리더 =

지능 : 당신 한정 초천재♥[8]

매력 : 넌 내 취향 저격♥[8]

카리스마 : 당신을 사랑하는 32세♥[8]

체력 : 사랑의 기적♥[8]

힘 :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8]

성적특성 : [마조히스트], [여왕님(fake)], [뇌살미], [나이스 보트], [외로움]

분홍빛 사랑의 꽃망울 : 57% 성장됨

올스텟이 팔이라고?! 이런 씨팔! 모든 스탯이 몇백년이 지나도 영향을 미칠 만한 귀재가 되버린거냐!? 이게 얀데레 버프라는 거냐?! 게다가 끝에 붙은 하트는 왜 썩은하트야!?

졸지에 집을 지키는 개 꼴이 된 나는 나의 상황을 빠져나갈 고민을 하면서 앞에 놓인 식사를 먹었다.

"차라리 750만원 다시 낼까."

그러는게 나을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빠른 전개.

돌격하자마자 곧바로 가두어졌엌ㅋㅋㅋㅋㅋ

ps. 쿠폰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돈 받고 어떻게 입을 닦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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