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84화 (48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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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나방을 털어 내고 감여진인을 찾다 >

“당장 멈춰라.”

“네 놈이 강건우란 놈이렸다?”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하하하핫.”

“이미 덫으로 들어와 잡힌 바가 되었으니 괜한 수고를 하지 마세요. 쓸데없는 짓입니다.”

“으하하하하. 이리 쉽게 함정에 빠지다니, 참으로 멍청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조심들 하십시오. 숨겨둔 한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여섯 선인이 거용의 앞을 막는 것과 동시에 땅과 하늘에서 온갖 진법 문양이 나타나며 결계 금제를 완성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수백 개의 기둥이 완성되며 건우와 유희가 타고 있는 거룡을 포위했다.

“이것 참.”

건우는 그 상황에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거룡 앞을 막고 있는 여섯 선인을 바라보았다.

여자 선인 하나가 포함된 여섯 선인들은 의기양양하게 거룡 앞에 늘어서 있었다.

그 말은 그들 역시 금제 안에 들어와 있다는 소리였다.

결계 금제는 안에 가둔 이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누군가를 제압하는 힘은 없는 듯 했다.

“네가 흑와류계에서 여덟 선인을 제압하였다 하지 않았느냐?”

유희가 건우를 보며 물었다.

“분명 그런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어찌 너와 나를 이리도 얕잡아 보는 것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보아하니 저들은 우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듯 합니다.”

“무어라 지껄이는 것이냐? 네가 우리 천단의 동도를 해친 것을 모를 것 같으냐?”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네가 수작을 부려 그들을 함정에 빠트린 것을 알고 있다.”

“네가 그들을 죽인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그것은 네가 교활한 수작으로 그들을 함정에 빠트렸기 때문이겠지.”

“호호호. 하지만 그런 수작을 부리지 못한 이곳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너도 이제 네가 했던 짓을 되돌려 받을 때가 되었느니라.”

“아니, 무얼 이리 뜸을들입니까? 그냥 일거에 때려죽이면 그만인 것을.”

“옳은 말입니다. 나부터 시작하지요.”

“누가 먼저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냥 내키는 대로 후려치면 그만이지요.”

우르르릉! 콰과과광! 쩌저저정!

건우와 유희의 대화를 듣던 여섯 선인들은 둘을 비웃으며 떠들더니 곧이어 공격을 시작했다.

뇌전 속성의 법칙과 파(破) 법칙의 힘, 가르고 베는 법칙과 냉기 법칙 등등.

여섯 선인은 제각각 그들이 익힌 대표 법칙의 힘을 끌어내어 거룡과 거기에 타고 있는 두 사람을 공격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것들!”

건우가 한 소리 크게 외치며 의념공간에 있는 영찬황후선보의 힘을 빌려 공간 법칙의 힘을 펼쳐내자, 그 여섯 선인의 공격이 일거에 허물어졌다.

"허억!''

“아니,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오, 옥선급을 넘은 법칙의 힘이에요.”

“당랑거철(뽀®血職), 흐흐흐. 실로 우리가 하룻강아지였음입니다.”

단 한 수로 여섯 선인은 건우와의 격차를 실감하고 맥을 놓았다.

“어리석은 것들이구나.”

유희가 그런 여섯 선인을 보며 혀를 찼다.

“아마도 천단에서 상황을 잘못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당시 여덟 선인 중에 대부분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여 윤회에 들었는데, 그것을 두고 오판을 했던 모양입니다.”

천단에서 그들 여덟 단원의 생사를 확인하는 기물을 보고,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살임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건우의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 함정과 같은 다른 수작에 당한 것이라 여긴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덟 선인 중에서 다미 선자와 백룡을 제외한 여섯은 스스로 죽음을 택해 윤회로 돌아갔다.

천단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제각각 따로 함정에 빠져서 소멸 직전에 자살을 택했다고 볼 여지는 분명히 있었다.

백룡 하나는 건우가 직접 영혼을 뽑았으니 타살이라 치고, 다른 여섯은 자살, 거기에 영혼이 봉인되어 시간 법칙 속에서 고통 받으며 제일 마지막으로 소멸당한 다미 선자는 타살이지만 오랜 시간 이 흐른 뒤였다.

여섯 선인이 자살하고, 백룡이 타살당한 후,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에 다미가 죽은 셈이다.

이렇게 보면 건우가 그들을 한꺼번에 제압해서 처리했을 거란 생각을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네가 홀로 여덟 선인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들은 너무도 어리석구나.”

유희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섯 선인을 보며 말했다.

그런 중에 건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 이제 내가 너희에게 선택의 여지를 줄 것이다. 이대로 소멸을 택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죽어서 윤회에 들거나. 어찌 하겠느냐?”

비록 상대도 되지 않는 이들이지만 목숨을 노리고 달려든 것들을 용서할 마음은 없었다.

그나마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을 고려하여 윤회의 기회는 줘 보기로 했을 뿐.

“허어, 어찌 이럴 수가!”

“수십만 년 수련의 끝이 이리 허무하다니.”

“이 또한 대의를 위한 희생이니 억울하지는 않으나.”

“저 역천자를 어쩌지 못하고 쓰러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것 또한 운명이겠지요. 호호호.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제게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저 악적에게 작은 피해라도 줬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 여섯 모두, 법칙의 힘이 짓눌려 말라버렸으니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조금의 여지도 없으니 그저 저 자의 말대로 소멸하거나 윤회에 들거나 할 수밖에요.”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이 억울함을 어찌합니까! 참으로 천지 법칙이 무심합니다. 크으으윽!”

모두들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마음속의 심정을 토로하는데 한 수사가 억울하다 외치더니 스스로 심맥을 끊고 영체를 흩어 자살하고 말았다.

건우는 그가 죽고 영혼이 빠져나와 곧바로 윤회에 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자 남은 다섯도 건우가 정말 윤회까지는 가로막지 않음을 알고는 곧바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윤회에 들기 시작했다.

남은 다섯이 모두 윤회에 드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생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많은 듯,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소멸을 피하려면 다른 수가 없음을 알기에 다들 윤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이리되면 천단에서는 또 어찌 생각하겠느냐. 이번에도 저들이 자살을 했으니, 네가 무시무시한 함정을 팠다고 여길까?”

여섯 선인이 모두 죽어 윤회에 들자 유희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하지 만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저들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냐?”

“저는 수도계에 들어와 저계 수사일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윤회에 드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등선자가 된 후에도 저 여섯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게 어찌 되었다는 것이냐?”

“유희 선인, 저는 윤회에 드는 이들을 보며, 특히 선인이 윤회를 하면 다음 생이 무척 복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않으냐. 지금껏 수행을 하며 쌓은 복이 있고, 그것을 가지고 다음 생을 사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비록 전생의 모든 기억과 인연은 사라지지만 천지 법칙이 영혼에 부여한 복락은 윤회 후에도 남게 되지요. 당연히 다른 영혼에 비해서 삶이 복될 것입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아무렴, 수도자의 영혼이 범인의 영혼과 같아서야 되겠느냐?”

“그런데 말입니다.”

“응?”

“금선, 옥선, 대라선, 도조 등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 하지 않았습니까. 다음 생에 누릴 복락 따위는 하나도 없이, 완전히 깨끗한 영혼이 되어서 말입니다.”

“으으음. 그, 그렇지. 분명 그리 말했다.”

건우의 질문이 의외였는지 유희의 대답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하지만 건우는 그런 유희를 배려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찌 그렇겠습니까? 이생의 수련으로 후생의 득을 볼 수 있는데 어찌 그들은 가장 순수한 영혼의 모습으로 윤회에 드는 것일까요? 큰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말입니다.”

“아, 음. 그것은……. 모르겠구나.”

“네?”

“뭔가 있겠지만 나는 모르겠구나. 아무리 궁리를 해 보아도 답을 알 수가 없음이다. 이는……"

“몽유희 대라선도 모르거나 혹은 그녀가 유희 선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훗, 그렇겠지. 맞을거야.”

건우의 말에 유희는 짧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건우나 유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야 했다.

당장 환상대시로 몽유희를 찾아가 답을 구할 수도 없는데 어쩌랴.

“이제 그만 감여진인(堪與眞人)이나 만나러 가지요.”

건우가 손을 휘저어 여섯 선인이 펼친 금제에 덮어씌웠던 격리 공간을 풀어냈다.

여섯 선인이 거룡을 막아서는 순간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으로 알리지 않기 위해서 건우가 남모르게 펼쳤던 것이었다.

“그래, 가 보자꾸나. 이제 이중(二重) 산맥의 안쪽으로 들어갈 길을 찾았으니 감여진인을 만나는 것도 금방이겠구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앞을 막는 금제와 결계들이 있다면 곤란할 테니까요.”

건우는 죽은 여섯 선인의 소지품을 모두 수거하고 그들의 유해를 흩어버렸다.

선인의 유해는 쓰기에 따라서 좋은 수련자원이 되겠지만 등선 이후로 건우는 선인의 유해를 자원으로 쓰는 일을 피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수련 자원 중에 무언가의 유해가 아닌 것이 어디에 있을까마는, 꺼려지는 것을 굳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 * *

감여진인의 거처는 평범한 동부였다.

입구를 들어서면 동부의 전실이 있고, 전실에는 네 개의 통로가 있었는데 건우는 그 중에 어느 곳에 감여진인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다른 곳은 모두가 폐쇄되어 있군요. 오래된 것 같습니다.”

“감여진인이 스스로 입구를 닫아놓은 것이구나. 열려 있는 곳에 그의 수련을 응집시킨 유진이 있겠지.”

“혹시 윤회에 들어간 선인들의 유진을 직접 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다른 선인의 것은 못 봤지만 내 것은 봤지.”

“아, 몽유희 대라선 역시 윤회의 과정만 남았다고 하셨지요.”

“호호호. 물론 아직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지. 그랬다면 내가 어찌 이리 분신을 만들어 재미를 누리겠느냐?”

“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련의 모든 것을 남기면 어떤 모습이 되는 것입니까?”

건우는 전실을 지나 감여진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통로로 접어들며 유희에게 물었다.

"호호, 처음에는 서로 나뉘어져도 누가누군지 모르지. 마치 완벽한 내가 또 하나 생긴 것처럼.”

“아니 그럼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어차피 나를 흉내 낸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뭐가 문제란 말이냐?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잡스러운 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네?”

“천지 법칙의 운용에 필요한 부분만 남고 빠르게 지워지는 것이지. 그리고 그 과정까지 마친 후에라야 본신도 윤회에 들게 되는 것이고.”

“그럼…… 건우는 숙류계에서 만났던 바위에 묻힌 옥선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 옥선이 바로 그렇게 지워지는 과정에 있던 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수련실에 도착하여 감여진인을 만났을 때,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것이 감여진인, 아니 감여진인이 남긴 유진이란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감여진인이 수련한 윤회 법칙이지. 그의 윤회 법칙 수련을 하나의 틀로 만들어 천지 법칙의 흐름을 보조하게 한 것.”

건우의 물음에 유희는 이전과 달리 표정이 없어진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저것은 선인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선보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윤회 법칙을 품은 선보!”

건우가 감여진인의 수련실 중앙에 두둥실 떠 있는 청동 거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 불나방을 털어내고 감여진인을 찾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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