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79화 (37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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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독망질(火川毒?蛭) 사냥을 시작하다 >

'화천독망질(火川毒?蛭)은 특이한 괴수지.'

그러게요. 원래 독기(毒氣)란 것이 화기(火氣)에 약할 수밖에 없는데, 화천독망질은 화기를 흡수하며 사는 괴수면서 강력한 독을 품고 있으니 말이에요.

'내 말이 그 말이다. 그것 때문에 더욱 화천독망질의 독이 탐나는 것이지. 잔결독공으로 화천독망질의 독을 흡수하면 화기(火氣)에 약한 독기의 약점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으니까.'

정말 반드시 화천독망질의 독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몽이 너는 열두 수사들의 사냥을 방해하고 그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행동이 마음에 걸리진 않느냐?'

네? 그 무슨? 수도계에 그런 게 어딨어요? 어차피 경쟁인 거죠. 뭐, 장우님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이유 없이 그 수사들을 해치지는 않으시겠죠. 그리고 이유가 있다면 어떤 수사를해 치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래, 그 말이 옳다. 나는 그저 몽이 네가 내 행동이 불의하다며 마음을 쓰지 않을까 걱정했다.'

저는 항상 장우님 편인데 그럴 일이 뭐가 있겠어요?

'고맙구나. 아, 드디어 수사들이 오는 모양이다.'

장우는 몽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히 의념을 갈무리하며 기척을 숨겼다.

장우는 팔뚝 크기로 줄어든 4층탑 비행 법보를 용암강 상공의 화산재 구름 속에 숨겼다.

그리고 지금 그는 4층탑 비행 법보의 내부 공간에서 지상을 살피던 중에 드디어 수사들이 몰려오는 기척을 느낀 것이다.

화신기 초기는 없고, 중기와 후기가 다섯씩 있고, 화신기 극에 이른 이가 둘이네요?

'그래. 중기가 많아서 예상보다 전력이 약해 보인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될까요?

'먼저 벽을 무너뜨릴 진법부터 설치를 하겠지. 이후에 화천독망질이 다시 상류로 오르지 못하도록 통로를 막을 준비도 해야 할 거고.'

그 다음에는 화천독망질을 공격할 수단을 준비하겠네요?

'반드시 뭔가 방법을 가지고 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높은 확률로 화기(火氣)를 약화시키는 쪽일 것이고., 그럼 장우님은 그걸 방해해야 하니 당연히 화기를 충천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겠네요?

'그렇지! 잘 아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화산 바닥을 뒤지신 거군요?

'쓸 일이 있을 거 같으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거지.'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의 무릎 앞을 보았다.

그곳에는 선홍색의 구슬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사냥을 하려는 수사 무리가 도착하기 전에 서둘러 근처의 화산 밑바닥을 뒤져서 만들어낸 화정(火精).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화산의 화기를 하나로 모아서 응축시킨 인공 화정이었다.

본래 그 화산들에는 제대로 된 화정이 없었는데 장우가 영글지 않은 화정의 씨앗에 억지로 화기를 끌어넣어 화정을 만들었다.

당연히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테니, 화천독망질의 사냥에 쓸 여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근처 화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다른 수사들이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화기가 약해진 화산이야 더러 생겨날 수도 있는 건데 뭐.'

그래도 화산을 세 개나 건드려 놓은 것이 신경이 쓰여서요.

'괜찮아. 한쪽이 너무 처지게 되면 넉넉한 곳에서 보태주기 마련이다. 더구나 화기와 같이 발산하기 좋아 하는 기운의 경우엔 더욱 그러할 테고.'

네, 저야 뭐 그저 장우님의 일에 걸림돌만 안 생겼으면 해요.

'그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 마지막 절벽에 진법을 그리고 있네요. 양쪽으로 나누어 그리는 것을 보면 정말 한 번에 무너뜨릴 모양이네요.

'그래. 최대한 넓게 무너트려야 용암이 빨리 빠져 나가고, 그래야 화천독망질이 몸을 숨기지 못할 테니까.'

기대가 되네요. 화천독망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무기를 닮은 거머리라 하지 않았어? 그 이름대로라면 비늘은 없겠고, 주둥이도 빨판처럼 생겼겠지. 그 나머지 외양이야 뱀과 비슷할 테고.'

-그럴까요?

아직 화천독망질을 직접 보지 못한 장우와 몽이였다.

그저 그 기운을 느끼고 멀리 피해서 이곳에 왔을 뿐이다.

'역시 위쪽의 통로에도 진법을 새겨 넣는구나. 아마도 화천독망질이 저기를 지나면 절벽을 허물어 용암을 막아버리겠지. 물론 그래봐야 오래 가진 못하겠지만 그 사이에 화천독망질은 용암이 빠져 나간 곳에서 사냥을 당하게 될 테지.'

장우님의 예상이 모두 맞아 떨어지고 있어요. 그럼 이제 저 수사들이 화천독망질을 사냥하려고 준비한 비장의 한 수를 확인하는 것만 남았네요?

'음, 그건 방금 알아냈다. 화신기 중기의 수사 다섯이 왜 끼어 있는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요? 그들 다섯이 특별한 모양이죠?

장우의 말에 몽이가 두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으며 물었다.

'성륜역 경계에는 많은 수사들이 있지만 그 대부분이 행륜관을 지나 성륜역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이다.'

그야 그렇죠. 성륜역은 엄청난 수련복지라잖아요. 태고 이래로 성륜역에서 진선의 경지에 오른 수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죠. 게다가 그 중엔 진선의 경지를 넘어 선계 전체에 이름을 날 린 수사도 많다고 하니 누군들 성륜역에 들고 싶지 않겠어요?

'그래, 그래서 다들 성령기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 많은 계단을 밟고 행륜관을 넘어가지. 그리고 때로 문파의 시조나 문주가 성륜역으로 떠나버리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그런 문파는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하고 무너지잖아요. 아,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네요. 설마 사냥에 참가한 화신기 중기의 수사 다섯이 같은 문파의 제자들이란 말이에요?

몽이가 뭔가 짐작했다는 듯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 니 또 다시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활짝 웃었다.

알겠어요. 지금 화천독망질을 사냥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문파가 하나 있었네요.

'알아차렸구나?'

네! 확실히 화기를 죽이는데 그만한 문파가 없겠죠. 설상문(雪霜門)! 설상문 맞죠?

'다르게는 설상문(雪藥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눈뽕나무를 키우고, 거기서 누에인 설상잠(雪藥蠶)을 키워 비단을 짜는 문파라 그리 부르지.'

아무튼 그 문파가 눈뽕나무를 키울 수 있는 것이, 그들이 익힌 공법이 빙공(氷功)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설상문을 감싸고 있는 진법도 유명하죠. 문파의 영역 전체를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차게 만 들었다고요.

'바로 그거다. 저들 다섯이 모여서 그와 비슷한 진법을 만들어 유지한다면 화천독망질을 잡기가 수월해지겠지.'

역시! 저들도 다 계획이 있었네요. 뭐, 그래봐야 장우님의 훼방을 이기진 못하겠지만요.

'그보다는 내가 훼방을 놓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이것들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들이 많이 유리한 상황일 테니까.'

장우는 자신의 앞에 놓아 둔 인공 화정 세 개를 가리 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아래쪽에선 열두 명의 수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화천독망질 사냥을 위한 준비에 부산했다.

화천독망질은 용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 하류로 흘러갔다.

화천독망질은 4천 년에 한 번씩 용암강 하류에 있는 호수로 가서 교미를 한다.

이때에는 소세야에 있는 모든 화천독망질이 그 호수로 모이는데 매번 수많은 수컷들이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용암에 몸을 맡긴 이 암컷 화천독망질에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은 살아남은 수컷 몇 마리만 상대하면 그 뿐.

그렇게 수컷들의 정을 받아서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와 한껏 알을 까 용암 강에 흘려보내면 된다.

그것으로 할 일은 끝나는 것.

사실 화천독망질 암컷이 주기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본능에 따라서 번식을 하려는 이유에 더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생존의 위협 때문이었다. 귀찮다고 번식을 피하면 반드시 몸에 탈이 생긴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거르기 어려운 행사라 할 수 있었다.

!! 이제 호수가 멀지 않았다.

암컷 화천독망질은 갑자기 빨라진 용암의 유속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강이 좁아져 용암의 속도가 빨라지는 곳을 세 번 지나면 목적지인 호수에 거의 도착한다.

그후 깊고 깊은 호수의 바닥으로 내려가 살아남은 수컷을 만나면 된다.

물론 그 수컷조차도 교미를 하는 중에 기운을 빨려서 죽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건 수컷이 약한 탓일 뿐이다.

!! 잠시 쉬어 갈까?

화천독망질은 호리병 모양의 통로 첫 번째 방에 들어서서 잠시 고민했다.

이곳은 꽤나 넓고 또 용암의 흐름이 잔잔하다.

게다가 깊기도 무척 깊어서 쉬어 가기에 나쁘지 않다.

호수에서 교미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반드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 다음 공간은 얕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천독망질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유속이 빨라지는 두 번째 통로로 들어서기 전에 머리를 틀어 넓은 공간에서 유유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스르르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 이대로 쉴까?

화천독망질은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 만 본능이 자꾸만 하류로 갈 것을 재촉했다.

!! 짜증나게!

콰르르르르르!

화천독망질은 한껏 몸을 뒤틀며 원형에 가까운 호리병 첫 번째 공간을 빠르게 감고 돌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용암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푸스스스스스!

게다가 화천독망질의 신경질에 화기가 치솟으며 주위의 절벽을 벌겋게 달구었다.

치지지지지직! 치지지지직!

그 때문에 난리가 난 것은 두 번째 통로의 벽에 진법을 새겨 넣었던 수사들이었다.

도를 넘는 갑작스러운 화기에 진법의 법문과 문양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수사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힘을 써서 그 진법들의 움직임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입령기와 대등한 힘을 지닌 화천독망질이었다.

자칫 진법을 들키게 되면 저 용암이 가득한 곳에서 화천독망질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 휴우우. 들키지 않은 거 같소.

= 그러게 말입니다. 다행입니다.

= 마침 저 화천독망질도 이제 다시 하류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이제 곧 진법을 발동할 때가 될 것입니다.

= 모두긴장하십시오.

= 저희 설상문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절벽을 터트려 용암이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빙한진(氷寒陣)을 발동할 것입니다.

= 놈이 드디어 두 번째 방에 들어왔습니다. 진법을 발동해야 합니다!

"발동!"

"터져라!"

"터져라!"

쿠과과과광! 콰과광!

의념으로 심언을 주고받던 수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진법 발동을 외쳤다.

"빙한진 발동!"

쩌저저저저저적! 쩌저저저적!

용암 강의 아래 위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과 동시에 설상문의 다섯 수사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곧바로 진법을 발동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설상잠의 실로 짠 옷을 입었는데, 그 옷에선 무시무시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원래 설상잠의 실로 옷을 만들어도 그렇게 냉기를 뿜어내진 않는다.

지금 그들이 옷은 설상문의 비법으로 만든 것이라 냉기를 머금었다가 뿜어내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것이었다.

냉기 수련을 위해서 고안한 설상문의 문도복을 더욱 강화하여 진법 유지의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 설상문의 다섯 제자들은 제각각 냉기를 머금은 법보까지 동원하여 한빙진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화천독망질은 일이 터지고 용암이 빠르게 하류로 빠져나가는 순간, 자신도 그 흐름에 몸을 싣고 있었다.

휩쓸려 나가는 용암과 함께 얕은 땅을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장우도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혹여 수사들이 화천독망질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솟아올라라!"

치이이이이잉! 치이이이이잉!

둘 밖에 없는 화신기 극의 수사 중에 하나가 쇠로 된 창을 높이 들어 올리며 고함을 지르자 용암의 강에서 쇠기둥이 줄줄이 올라오며 커지고 있었다. 일렬로 강을 가로막은 쇠기둥 사이로 용암은 빠르게 흘러 나갔다.

하지만 화천독망질은 쇠기둥 사이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쿠궁! 쿠궁! 쿠궁!

분명 쇠기둥 사이의 공간이 넓은데도 화천독망질은 매번 돌진할 때마다 영기의 막에 가로막혀 튕겨지고 있었다.

용암은 흘러가는데 화천독망질만 걸러지듯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키에에에에에엑!

상황이 그러한데 화천독망질을 향해서 설상문 한빙진의 냉기가 쏟아졌다.

그 때문에 용암의 표면은 순식간에 굳어 버리고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고작 표면만 굳어버린 것이지만 용암 밖으로 끌려나온 화천독망질에겐 온 몸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고통이 전해졌다.

화천독망질은 피부가 쩍쩍 갈라지며 기괴한 포효와 함께 몸을 뒤틀었다.

- 저거 단숨에 잡히는 거 아니에요?

그 모습에 몽이가 깜짝 놀라며 걱정했다.

장우도 화천독망질이 너무 쉽게 잡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깜짝 놀라며 인공 화정을 손에 쥐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 화천독망질 (火川毒解®) 사냥을 시작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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