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364화 (364/499)

(364)

< 과욕의 대가를 받은 삼안과 복 터진 장우〉

사실 삼안 수사가 화신기 중기라 하더라도 그를 이기지 못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아무리 화신기 중기라도 자신의 의념이 그보다 강력하니 충분히 상대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해파리 진혈의 역법반서복원대법이란 최후의 보루가 있지 않은가.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수도계의 수사들 중에 남이 잘 되는 꼴을 두고 볼 아량을 가진 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장우 수사는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런 선택은 하지 말았어야지요.”

삼안 수사는 그렇게 말을 하며 소매 안에서 뭔가를 꺼내 흔들었다.

장우는 그것이 이전에 봤던 역사 수사의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와는 교환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관수사의 손에 들어 있는 것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역사 수사가 곱게 비행 법보를 내어주진 않았을 테니, 반드시 삼안 수사가 그를 죽이고 빼앗은 것이 분명했다.

“다시 회유를 하고 싶지만 장우 수사가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고, 어쩐지 나도 장우 수사를 놓아 주어 후환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며 이만 죽어버리십시오!”

푸화화화화확!

삼안 수사의 외침과 함께 그의 이마에 있던 붉은 눈동자가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이에 장우 역시 잔결독공의 기운을 더욱 끌어 올려 양 손에 독기의 구슬을 응결시켰다.

그렇게 장우와 삼안 수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휘릭!

삼안 수사는 자신이 들고 있던 단검 비행 법보를 분신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자 분신이 단검을 들고 장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단검 비행 법보는 십여 장의 길이로 늘어나 곧바로 장우의 목을 노려오고 있었다.

장우는 독기가 뭉친 구슬을 내밀어 그 단검을 막아냈다.

파치지지지지직!

단검과 독기 구슬이 부딪히며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소리를 냈다.

독기가 단검을 녹이고, 단검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알량한 재주를 믿고 까분 대가를 치르거라!”

그 때, 삼안 수사가 장우를 향해 손바닥을 뒤집으며 소리쳤다.

쿠구구구구구궁!

“허엇!”

그 순간 장우는 온 몸의 감각이 비틀어지는 느낌을 받고 헛바람 삼키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 이게 뭐예요? 왜 이래요?

장우와 감각이 연결된 몽이도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궈,권능?”

장우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삼안 수사를 노려보았다.

“크하하하. 제법 안목이 있구나. 그렇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바로 입령기 이상의 고계 수사들이 사용한다는 바로 그 능력, 권능이니라.”

장우의 말에 삼안 수사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장우의 감각을 비트는 공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장우는 온갗 감각이 제 멋대로 헝클어진 느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내가 고작 화신기 중기로 어찌 이리 당당하게 너를 찾았겠느냐. 같은 화신기의 수사라면 초기라 할지라도 얕볼 수는 없지. 하지만 일찍이 권능 한 자락을 장악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너는 그것을 몰랐기에 오늘 그 목이 잘리게 되는 것이다.”

삼안 수사는 계속해서 장우의 감각을 뒤흔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분신을 장우에게 보냈다.

분신은 장우의 독기를 잔뜩 흡수한 상태에서도 용하게 형체를 유지하며 장우에게 단검을 찔러 넣었다.

그 때에 장우는 삼안 수사의 권능이 외부를 인식하는 모든 감각을 뒤흔든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은 오감뿐만이 아니라 의념이나 영기를 이용해서 세상을 파악하는 것에까지 해당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럴 때에 장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밖에 없었다.

감각을 믿지 못하면 모든 감각을 지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 어쩌려고 그러세요?

장우가 모든 감각을 떨쳐내고 외부 자극을 떨쳐내자 몽이가 깜짝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런 몽이의 모습에 장우가 스스륵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몽이 네가 나를 통해 세상을 보았으니, 이제 잠시 내가 너를 통해 세상을 보자꾸나.’

- 네?

‘안 될 거 같으냐?’

- 으음, 그건 아닌데요. 될 거 같기는 한데…….

‘이전에 연단로에서 영단 하나를 훔쳐 먹을 때에도 내가 너를 통해서 연단로 안의 세상을 본 적이 있지.’

- 아, 그러네요.

‘그 외에도 따지고 보면 내가 의념 공간을 살찔 때에도 너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거 같고.’

- 맞아요. 저를 통해서 의념 공간을 보실 경우가 종종 있긴 했어요.

‘그러니 이제 네가 나에게 바깥의 상황을 보여다오.’

- 네엡 장우님이 원하시면 뭐든지요!

스화화화화화!

몽이의 대답과 동시에 장우의 막혔던 감각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의외로 삼안 수사의 권능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삼안 수사가 몽이를 감지하지 못하니 권능을 적용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앗!”

장우가 몽이를 통해 감각을 되찾은 순간, 삼안 수사의 분신이 장우의 목에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장우는 급히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독기 구슬로 단검을 막고, 왼손에 들고 있던 독기 구슬을 분신의 얼굴에 처박았다.

“허엇!”

삼안 수사가 그 모습에 깜짝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동시에 삼안 수사의 분신은 얼굴에 박힌 독기 구슬을 견디지 못하고 상체부터 녹아내렸다.

“확실히 매서운 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이런 비책을 숨기고 있었으니 당당하실 만 했습니다.”

장우는 녹아 내리는 분신의 손에서 단검 비행 법보를 빼앗아 들며 삼안 수사를 놀리듯 말했다.

“어, 어찌! ?”

삼안 수사가 놀라 더듬거리며 장우를 손가락질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삼안 수사의 이마에 있는 눈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혈광이 내비쳤다.

후우우우우우웅!

“어림없습니다. 이미 파훼된 수작으로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하지 만 장우는 그런 삼안 수사를 비웃으며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렸다.

삼안 수사는 장우가 자신의 권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줄은 몰랐던 듯, 움찔하며 몸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삼안을 이용한 권능의 사용은 그만한 반동도 있기 마련이었다.

상대의 감각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드는 권능이지만 삼안 수사가 사용하기에는 과분한 능력이었다.

때문에 모든 힘을 그에 집중해야 하는 약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콰직!

“크아아악!”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장우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독기 구슬을 이용해서 연신 삼안 수사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 때마다 독기 구슬에 응결된 잔결독공의 독기가 삼안 수사의 몸으로 밀려들었지만 장우는 매번 독기 구슬의 독을 보충하며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멱살이 잡힌 상태로 연신 독기 구슬의 타격을 받던 삼안 수사는 오래지 않아서 이마의 눈동자가 꺼멓게 죽으며 핏물로 녹아내렸다.

“으아아아아악!”

삼안 수사는 자신의 수련이 쌓여 있는 눈동자가 녹아내리자 비통한 고함을 지르며 맥없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도 허탈하게 자신의 수행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으음? 이것은?”

그 때, 장우는 녹아내린 삼안 수사의 눈동자에서 붉은 구슬 하나를 얻었다.

“오호? 이것으로 권능을 부렸습니까?”

장우는 그 붉은 수정 구슬에서 흘러 나오는 느낌이 삼안 수사의 권능과 닮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크으으, 죽여라!”

이마의 눈이 사라진 삼안 수사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미 온 몸에 잔결독공의 독기가 펴져 저항할 힘을 잃고 있었다.

독기를 대신 맞아주던 분신도 사라지고, 수련 경지를 유지하던 세 번째 눈도 녹아버린 상황이라 삼안 수사의 경지는 영체기 급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쯧, 아쉽게 되었습니다. 굳이 악연을 쌓을 일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크으으"

“모두 수사께서 자초한 일이니 원망은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윤회에 들게 되면 선연을 쌓고 쌓아서 대도에 이르기를 바랍니다.”

서걱! 휘리릭! 파지지지직!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단검 비행 법보를 소환하여 삼안 수사의 목을 잘랐다.

그리고 다시 그 몸에서 빠져 나오는 영체도 난도질을 한 후에 잔결독공의 독기를 이용하여 녹여 버렸다.

“후우, 위험했다.”

- 그러게요. 제가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화신기 중기 주제에 권능이라니, 놀랐어요.

“그건 이 수정 구슬의 힘인 모양이다. 아마도 이것이 삼안 수사의 본명 법보였을 거다.”

장우는 붉은 빛이 은은하게 흐르는 수정 구슬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굴리며 그렇게 말을 하다가는 곧바로 그것을 몽이에게 던졌다.

몽이는 그런 장우의 의도를 파악하고 날아오는 수정 구슬을 순식간에 의념 공간으로 옮겼다.

이후 장우는 죽은 삼안 수사에게서 몇 가지 법기와 공간낭을 수습하고 다시 4층탑 비행 법보를 불러내어 길을 떠났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머리에 커다란 4층탑을 뿔처럼 올린 거룡 한 마리가 포효를 하며 하늘을 날았다.

거룡(巨龍)의 머리 위에 외뿔처럼 솟은 4층탑은 크기가 십여 장 정도였지만 거용의 머리가 워낙 커서 도드라져 보이지도 않았다. 그 거용은 자세히 보면 새하얀 머리뼈에 청금색의 금속을 입히고 그 위에 비늘을 촘촘히 붙인 모습이었다.

쿠롸롸롸롸롸롸! 번쩍!

하지 만 룡(龍)은 그 모습을 자세히 볼 겨를도 주지 않고 청금의 빛을 남기고 허공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거룡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사라진 곳에서 백 만 리 정도 떨어진 곳.

“하하하하. 멋지다. 이리 쉽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니 더 없이 좋구나.”

- 네, 거기다가 잡스러운 것들은 가까이 올 생각도 못하는 게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어허! 잡스럽다 할 수는 없지. 태령기 완경에 가까운 구수신귀의 머리를 잘라 만든 령보다. 입령기나 성령기라도 정체를 모르면 다가올 생각을 하지 못할 텐데, 잡스럽다니.”

- 헤에, 그렇긴 하죠.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지. 고작 화신기인 내 재주로는 부릴 수 있는 신통이 별로 없어.”

장우가 4층 탑의 지붕 위쪽, 상륜부의 보주에서 거용의 앞과 뒤를 살피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애석한 표정이 가득했다.

마침 운이 좋아서 삼안 수사가 노리던 종련문의 보물이 장우의 4층탑 비행 법보에 있었다.

4층탑 비행 법보의 내부 공간에 숨겨져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오래 전 종련문의 문주가 처음으로 잘랐던 구수신귀의 머리였다.

그 문주는 태령기 후기에 이른 구수신귀의 머리를 잘라서 4층탑 비행 법보의 내부 공간에 숨겼던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는 태령기 후기의 구수신귀 머리로 만든 비행 령보를 4층탑 비행 법보로 가려 두었다는 말이 옳았다.

삼안 수사는 그런 사실을 구수신귀로부터 보상으로 듣게 되었다.

그래서 곧바로 종련문의 비행 법보들을 노렸던 것인데 마침 장우에게 잡혀 도리어 죽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장우는 그런 사실을 삼안 수사가 가진 옥간들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

장우는 그 옥간을 발견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4층탑 비행 법보의 내부 공간에서 확인해 봤는데, 무슨 운인지 마침 그곳에 종련문의 보물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 베어낸 머리로 거용의 형태를 잡고, 두 번째 베어낸 머리로 몸통을 완성하고, 세 번째 베어낸 머리로 껍질을 씌웠지. 따지고 보면 종련문에서 잘라낸 구수신귀의 가장 귀한 머리 세 개가 여기에 쓰인 셈이야.”

그래서 신수들의 특기인 공간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고요?

“내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쓸 수 없는 기능이긴 하다만.”

방금 백만리를 훌쩍 건넜는데요?

“그래봐야 고계 수사들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이지. 아무래도 이 거용의 기능은 다시 숨겨야 되겠다.”

지킬 수 없는 보물을 지닌 것은…….

“죄가되니까."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4층탑 비행 법보 안으로 들어가 거룡을 불러들였다.

거룡 비행 령보를 제어하는 중추 진법이 4층탑 비행 법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장우는 거룡을 거둬들이고 4층탑 비행 법보를 팔뚝 크기로 줄인 후에 다시 가던 방향으로 비행을 시켰다.

이제 곧 다리의 끝에 닿겠네요?

“그래.”

별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니 그냥 지나갈 수는 없겠지. 영찬을 이용한 령보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재료니까.”

그래도 최대한 은밀하게 그것만 취해서 빠져나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러게, 그건 나도 동감이다.”

장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의념을 펼쳐내어 4층탑 비행 법보가 나아가는 방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 과욕의 대가를 받은 삼안과 복 터진 장우〉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