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103화 (103/499)

103. 대박! 초오오 대박! 그런데 부록이 더?

“끄응!”

- 깨어 나셨네요? 어째 건우 님은 꼭 한 번씩 이렇게 위기를 겪곤 하시네요.

“루야 너는 이제 적응이라도 된 거냐? 어째 별로 걱정한 거 같지 않네?”

- 솔직히 걱정할 게 없었죠. 아공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 그럼 기절도 오래 하진 않았겠네?”

- 네, 닷새 정도요.

“으음.”

건우는 루야의 말을 들으며 슬쩍 아공간 입구를 열어서 사방 팔방을 모두 훑어 봤다.

그리고 그 끔찍했던 눈동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도대체 그게 뭐였을까?”

“아마도 반신수였을 것입니다.”

건우의 말에 대답한 것은 조용히 있던 용랑이었다.

“반신수?”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깐 밖에서 느껴졌던 기운만으로도 충분히 그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 혹시 청랑이나 독룡의 피와······.”

“전혀 감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로 저를 억누르는 힘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 너를 억눌러?”

“정확하게는 지배하려는 힘과 같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태생이 금수(禽獸)이다보니 반신수 정도가 되면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제압이 되어 버립니다. 다행히 이곳 아공간에 있었기에 그것을 피할 수 있었지만, 느낌은 뚜렷했습니다.”

“일종의 천적과 같은 느낌인 건가?”

“비슷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반신수, 어떤 종륜지 모르겠다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새끼를 생각하면 아마도 금(禽) 계열의 신수에서 나온 반신수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봉황(鳳凰) 계열?”

“그 쪽이 대표적이긴 합니다만. 봉황에도 갈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아니, 그보다 겨우 반신수 따위의 눈을 본 것만으로 내가 정신을 잃었다고?”

건우는 잠시 그 순간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중얼거렸다.

“신수는 선계에서도 감히 대적할 존재가 드물다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반신수는 선계와 영계에 두루 걸쳐 있는 존재이지요. 그런 존재에게 영체기 따위야 개미만도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건우에게 용랑이 뼈를 때리는 소리를 했다.

건우는 그 말에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래, 영체기 완경의 과아분이 순식간에 머리를 뜯겼지. 불행하게 그 머리에 영체가 들어 있어 후일을 기약하지도 못하게 되었고.”

건우는 그 순간을 떠올리고 다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고작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영체기 완경의 과아분을 벌레 쪼아 먹듯이 쪼아 먹었다.

신수도 아닌 반신수의 새끼라는데.

“와아, 이건 좀 아니지 않냐? 내가 영체기 수사란 말이지. 응? 이젠 어딜 가더라도 거대 수도 문파에서 장로 자리 하나는 떡하니 차지할 수 있는 경지라고. 그런데 고작 알에서 깬 새새끼만도 못해? 허! 허허허허허.”

기가막힐 일이다.

건우는 한동안 헛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는다.

헛웃음으로 속을 감춰보려 해도 자괴감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건우는 다시 한참을 침묵에 빠졌다.

- 왜 그러고 있어요?

- 아니, 고작 인계의 수사에 불과한데 영계 혹은 선계의 존재를 만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요?

- 뭘 그렇게 기가 죽고 그래요? 솔직히 건우 님은 나이도 몇 안 되잖아요. 영체기 수사 중에 건우 님만큼 빠르게 영체기가 된 수사도 드물 걸요?

- 게다가 그거 형자수란과(炯紫水蘭果) 있잖아요. 자그마치 7만년 짜리. 그거 먹으면 건우님 수명이 7천 년이 늘어나는 거고, 그럼 화신기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네요. 화신기에 올라서 그 다음에는 파파팍 영계로 비승하면 되죠.

- 그 담에는 또 선계까지 올라가서 선인이 되면 수명이 무한이라면서요? 말 그대로 불로불사.

- 캬아, 꿈을 이루는 거잖아요. 왜 벌써 기가 죽고 그래요?

루야가 한동안 건우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서 열변을 통했다.

건우는 그런 루야의 말 덕분인지 얼마 후 정신을 차렸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고작 영체기 초기지만 이게 끝은 아니지. 언젠가 선계에 올라 불로불사의 꿈을 이룰 때까지, 우보(牛步)를 멈추지 않으리라. 음, 아무렴.”

건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아공간 입구를 열어서 이제는 주인이 사라진 포란처로 나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희죽 웃었다.

“크크크. 이게 다 얼마야? 자그마치 열세 명의 수사가 한 자리에서 죽었네? 그것도 영체기 수사들이? 크흐흐흐. 이 정도면 그냥 대박인 거지. 그것도 초대박.”

휘리리리리릭!

건우의 손짓에 곳곳에 널려 있던 공간낭과 법기, 법부들이 건우 앞으로 끌려와 쌓였다.

건우는 그것들을 우선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죽은 수사들의 몸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뭔가 숨겨진 것이 없는지 살폈다.

그런 중에 형설구의 백발이 특별하게 배양된 법기인 것을 발견하고 따로 챙겨 넣었다.

하지만 다른 수사들에게선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한 건우가 마지막으로 제단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쯧, 알이 부화하면서 보물의 기운을 급격하게 뽑아갔군. 이래서는 쓸모가 없겠어.”

그런데 막상 기대를 가졌던 세 가지 보물은 이미 쓸모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과아분이 알을 연화하려는 순간에 알 속에 있던 반신수의 새끼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알을 깨고 나온 모양이었다.

그러느라 제단의 꼭대기에 심어 놓았던 보물들이 모두 기운이 잃고 평범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반신수가 새끼를 위해서 준비한 최고의 보물들이라면 굉장한 것이었을 텐데······.”

건우는 속이 꼬이는 것처럼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 정도로 보물들이 사라진 것은 아까웠다.

하지만 그런다고 죽은 보물이 되살아 나는 것은 아니었다.

건우는 혀를 차며 머리가 사라진 과아분의 품을 뒤적였다.

공간낭은 이미 챙겼지만 과아분의 품에 영기를 품은 뭔가가 남아 있었다.

“어?”

건우는 과아분의 품속에서 꺼내자 팔뚝 크기로 부풀어 오르는 호리병박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놀란 것은 박이 커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전해지는 의념 때문이었다.

= 과 수사. 내가 이전의 은원 따위는 깨끗이 잊겠소. 그대가 우리 풍수문을 멸문시키고 비기를 도둑질 한 것도 이젠 의미가 없는 일이 되지 않았소.

= 과 수사. 부탁이니 나와 경 사매를 그냥 죽여주시오. 윤회에 들어서 모든 것을 잊고 새로 태어나고 싶소이다.

= 우리를 고문하고 혼을 착취해 무엇을 얻겠소? 우리는 가진 것도 없소이다.

= 제발 부탁드려요. 조 사형과 저를 윤회에 들게 해 주세요.

호리병박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조모명과 경려주의 것이었다.

그들의 영체가 호리병박에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호리병박 밖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듯 했다.

그저 계속 비슷한 말만 반복하며 과아분의 선처를 빌고 또 비는 중이었다.

그 선처란 것이 고작 윤회라도 시켜달라는 것이라 짠하기까지 했다.

건우는 일단 호리병박을 다시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지금 당장 조모명이나 경려주와 대화를 나눌 때는 아니었다.

그들의 공간낭을 확보했으니 그것을 살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은 후에 거래를 해도 할 일이었다.

건우는 어쩌면 아주 괜찮은 거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하고 있었다.

그에게 무척 필요한 것을 이들이 가지고 있을 듯 했으니까.

* * *

“하하하. 이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

건우는 아공간 안에서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그런 건우의 앞에는 열세 명의 수사들이 죽으면서 남긴 법구들과 공간낭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대부분의 수사들은 그들의 재산을 공간낭에 넣어 지니고 다녔다.

물론 영체기 수사가 되면 최후의 순간에 영체만이라도 도망을 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정도 수사들은 빈손으로 새로 시작할 수단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직접 지니고 다니는 보물들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런데 영체기 수사 열세 명의 재산을 몽땅 취했으니 건우의 주머니가 얼마나 두둑해졌겠나.

“영체기 수련에 도움이 될 영단도 즐비하고, 갖가지 수련 공법에 수련 자원이 넘쳐. 이 정도면 딴 곳으로 갈 것도 없이 수련에만 매진해도 되겠어.”

“게다가 수련에 참고할 자료들도 많이 있습니다. 죽은 수사들이 익힌 공법들이 다양하니 주인님께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게다가 너희에게 도움이 될 영단이나 법기, 법보, 수련 자원도 많이 있어. 특히 혈원에게 도움이 될 공법을 홍후모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의외였지. 그 놈이 설마 혈계 수련 공법을 익히고 있을 줄이야.”

- 우끼끼끼끼. 끽끼끼.

“그래, 너도 잘 하면 영체기를 넘볼 수 있을지 모르지. 용랑이야 나오금강체술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테고. 뭐, 청랑이나 독룡의 진혈을 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운이 닿기를 바라지만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단히 수련을 해서 꼭 영체기가 되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아낌없이 지원을 해 주시는데 못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용랑,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너희를 위한 것을 아끼진 않을 거다. 자, 일단은 너희들이 쓸만한 것들을 추려 담았으니 각자 알아서들 수련을 시작해라.”

건우는 손을 휘저어 두 개의 공간낭에 용랑과 혈원에게 줄 물건들을 나누어 담아 각자의 앞으로 날려 보냈다.

용랑과 혈원은 그것을 받아들고 감격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모습을 감췄다.

아공간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수련을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 그럼 이제 건우 님은 뭘 하실 거예요?

그렇게 용랑과 혈원을 보내고 자나, 루야가 건우의 얼굴 앞으로 날아와 물었다.

“그야 당연히 이들과 대화를 해 봐야지.”

건우가 조모명과 경려주의 영체가 봉인된 호리병박을 가리키며 말했다.

- 대화요?

“그래, 나는 지금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그거 너도 알겠지?”

- 인공영체 때문인가요?

“맞다. 인공영체를 취하기 위해서 형자수란과(炯紫水蘭果)의 복용도 미루어 둔 상태고, 반영세계의 건우가 영체기가 되는 것도 미루어 두었다.”

- 꼭 그럴 필요가 있어요? 그냥 반영세계에서 영체기가 되어도 상관없지 않아요?

“그랬다가 여기 본신의 영체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버리면? 그러면 인공영체에 흠이 생길 지도 모르지. 그리고 형자수란과는 영체가 안정된 후가 아니면 수명 연장에 손해가 되니 당장 먹기 아까운 것이고.”

사실 마음먹고 수련에 임하면 영체를 안정시키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작정하고 나선다면 몇 년 사이에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그 인공영체 때문에 지금껏 영체의 안정을 최대한 늦춰온 것이 아닌가.

이제 금은연리옥함의 봉인을 열고 인공영체만 취할 수 있다면 뒷일은 일사천리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리병박 안의 두 영체들과의 거래는 무척 중요했다.

= 과 수사. 제발 우리를 풀어 주시오. 아니 완전히 풀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소. 그저 제발 윤회라도 시켜주시오.

= 부탁드리겠어요. 당주님을 배신한 저를 용서하기 싫겠지만, 그 모든 시작은 당주님께서 우리 풍수문을 멸문시키고 문중의 제자들을 모두 죽인 탓이 아닌가요. 제발 자비를······.

건우가 호리병박을 들었을 때, 조모명과 경려주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과아분에게 선처를 빌고 있었다.

건우는 슬며시 호리병박에 의념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과아분이 심어놓은 의념이 격벽처럼 건우의 의념을 막아섰다.

하지만 과아분은 이미 죽은 후이고, 이곳은 건우의 의념공간이었다.

게다가 건우의 의식은 다른 동급 수사들에 비해서 월등히 강해서 과아분의 의념도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었다.

물론 호리병박에 깃든 과아분의 의념을 모두 씻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하려면 건우도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 들리시오? 길우몽이오.

건우는 과아분의 의념을 뚫고 호리병박 안에 있는 두 수사에게 말을 걸었다.

= 이, 이게 어찌된 일이요. 길 수사? 어찌 당신이?

= 길 수사, 영문은 모르겠지만 제발 우리를 이곳에서 꺼내 주세요. 네?

건우의 말에 조모명과 경려주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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