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61화 (61/499)

61. 건우는 파밍 확인, 회회전은 대략 난감

“어디 보자. 영석이 제법 많이 들어 있네? 이거 한동안 가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나중에 한 번 열심히 반영세계 가챠를 돌려보기로 하고. 다음은 연단 재료, 법기 재료가 있고, 내상 회복용 단약도 있네?”

건우는 다섯 개의 공간낭을 일일이 열어서 같은 계열끼리 합쳤다.

그런 중에 하급 법기도 몇 개 찾을 수 있었는데, 의념이 강하게 담겨 있지 않아서 연화가 쉬워 보이는 법기 세 개를 따로 빼고, 나머지는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법기, 법보 같은 건, 시간을 투자해서 연화를 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단 말이지. 게다가 재료들 중에서 오래 관리를 못해서 효과가 사라진 것들이 많이 있네.”

당장 쓰지 못하는 법기나 법보는 물론이고 쓸모없게 변해버린 재료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꺼내놓은 세 개의 법기는 건우의 강력한 의념을 이용하면 쉽게 연화를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일단 이건 조금 있다가 확인을 하고, 옥간들도 살펴볼까?”

법기를 한쪽에 치우고 다섯 개의 공간낭에서 얻은 옥간들을 살피는 건우.

내용 하나하나를 모두 세밀하게 살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충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만 확인을 했다.

“속성별 수련법, 법기 제작법, 괴뢰술, 그리고 이건 수도계의 산해경이랄 수 있겠는데?”

산해경은 중국 고서로 온갖 기이한 상상의 동식물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건우가 얻은 옥간이 그와 비슷하게 온갖 영수나 영충, 괴수, 요수 등의 기록을 담고 있었다.

“음? 회회전(回回展)?”

그런데 문득 옥간을 살피던 건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옥간은 유독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어 기대를 가지고 뒤늦게 살핀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회회전이라 하는 단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회회전은 다도해역 뿐만이 아니라 이곳 인계의 수많은 역(域)에 퍼져 있는 세력이었다.

그들은 주로 상거래를 하는 상단과 비슷한 세력으로 크고 작은 교역회와 경매 등을 주관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역과 역 사이에서 영체기 이상의 수사들을 대상으로 주로 거래를 한다고 했다.

‘이거 굉장하네. 다도해역은 그야말로 촌구석이네?’

하지만 건우를 놀라게 만든 것은 회회전이란 세력보다는 그들이 퍼져 있다는 인계에 대한 정보였다.

다도해역을 촌구석으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수도계가 형성되어 있는 역(域)들이 수십 개나 되었다.

당연히 그런 곳에는 영체기 수사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있고, 화신기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언젠가 나도 큰 물에 가서 놀아야지. 생각해보면 화신기 수사가 몇이나 있는지 모를 이런 다도해역 보다는 수도계가 크게 번창한 곳이 수련하기에 더 좋을 거야.’

숫자가 인프라를 만들고 인프라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니 보다 큰 규모의 역(域)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이것도 킵. 당장은 역과 역을 넘어갈 방법도 모르니까.’

회회전에 대해서 알아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건우는 다음에 자세한 내용을 살피기로 하고 황금옥간을 아공간에 곱게 넣어뒀다.

그리고 다시 공간낭의 내용물들을 살폈다.

영석과 옥석, 법기와 갖가지 재료들을 정리하자 남은 것은 몇 개의 함이었다.

목함이 여섯, 옥으로 만든 함이 셋, 옥과 금은을 섞어 만든 함이 하나였다.

건우는 상자들을 하나씩 들어서 의식을 불어넣어 내용물을 살폈다.

그 결과 목함에는 성단기 등급의 영단들이 들어 있었다.

요상을 위한 것도 있고, 영기 회복을 위한 것도 있고, 수련 증진을 위한 것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그 중에 절반 이상이 효과를 잃고 썩어 있었다는 것이지만 그나마 수십 알의 영단을 챙길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

건우는 정체를 파악했거나 혹은 효과를 알 수 있는 영단들을 따로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미심쩍은 것들은 따로 보관을 해 두었다.

다음은 세 개의 옥함.

건우는 그것들을 의식으로 살피고 나서, 이곳에서 죽은 다섯 수사들이 이 옥함에 대한 욕심 때문에 싸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옥함 안의 내용물은 그토록 오랜 시간을 버티고도 멀쩡한 모습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10만년 이상 된 토령영삼(土靈嶺蔘)! 7만년 수령의 형자수란과(炯紫水蘭果)! 거기에 최상급 영석이 다섯 개라니!”

각각의 옥함에는 수사들이라면 눈이 뒤집어지고 남을 보물들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토령영삼은 토속성 영기를 지닌 보물로 건우도 초록 옥간에서 영체기에서 화신기로 넘어가는 수련에 도움이 될 영단의 주재료라고 보기만 했던 것이었다.

그것도 1만년 이상의 수령이면된다 했는데 옥함에 들어 있는 것은 10만년이나 된 것이다.

영단을 만들면 몇 배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그 말은 영체기에서 화신기로 넘어갈 때에 성공 확률을 2할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수사가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까.

게다가 형자수란과.

자색으로 빛나는 수란의 열매란 뜻인데, 말 그대로 물에서 자라는 난초, 수란(水蘭)이 맺는 열매다.

문제는 이 수란이 흔하게 보이는 것이지만 오랜 세월을 영기에 노출되어 영초가 되고, 다시 세월을 보내다 열매를 맺는 까닭에 확률이 무척 낮다는 것이다.

수많은 수란들 중에서 하나가 겨우 영초가 되고, 그 수많은 수란 영초 중에 하나가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그 열매도 수사들이 보기만 하면 따서 먹으니 오래된 수란열매를 보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 수란열매가 1만년이 지나면 자색의 빛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형자수란과(炯紫水蘭果)다.

효과는 영체의 수명에 형자수란과의 수명 1할을 더해주는 것.

다시 말하면 영체를 형성하고 7만년 수령의 형자수령과를 먹으면 7천년의 수명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최상급 영석이 다섯 개.

최상급 영석은 인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보물이다.

인계에선 최하급, 하급, 중급까지의 영석이 주로 쓰이고 아주 간혹 상급 영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최상급 영석은 그야말로 인외의 물품.

그런 것이 다섯 개나 들어 있다니.

“하나하나가 엄청난 보물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7만년 묵은 형자수란과는 최고의 보물이군. 영체기가 되면 수명을 7천년을 늘릴 수 있는데 누가 그것을 마다할까.”

그냥 먹기만 해도 된다.

부작용도 없고 딱히 다른 효과도 없다.

하지만 영체의 수명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은 화신기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건우는 특히 형자수란과가 욕심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취할 수 없는 보물이다.

토령영삼과 최상급 영석까지 더해서 모두 아공간에 곱게 보관했다.

이제는 금과 은이 뒤섞인 옥으로 만든 함이 남았다.

“아, 기억났다. 이거 금과 은이 아니었군. 이거 전설의 금은연리의 수액을 섞어 만든 옥이네.”

건우는 옥함을 살피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금색과 은색의 가지를 지닌 나무가 서로 하나로 엮여 있다는 금은연리, 그 나무의 수액을 취해서 옥과 섞으면 최고의 보관함이 만들어진다.

그 안에 넣은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보물로 보관해야 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지?”

건우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의식을 상자 안으로 불어 넣었다.

“어라?”

그 순간 건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자 안에서 색다른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 들어 있네?”

금은연리옥함(金銀連理玉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들어 있었다.

건우는 더욱 조심스럽게 의식을 불어넣어 그것을 살폈다.

하지만 좀처럼 정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뭔가 있기는 하지만 건우가 의식으로 톡톡 건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이게 제일 중요한 물건인 것 같은데? 그럼 이건 어디서 나왔지?”

건우는 금은연리옥함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죽은 다섯 수사들의 모습과 보물들이 나온 공간낭을 연결시켜 추측을 해 보았다.

“뒤에서 습격을 한 수사에겐 괜찮은 보물이 없었지. 토령영삼과 최상급 영석은 습격을 당해서 등이 뚫린 둘이 각각 나눠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제일 귀해 보이는 금은연리옥함은 완합종 수사와 함께 있다가 도망치다 도자기 창에 등이 뚫린 수사의 공간낭에서 나왔다.

완합종 수사는 형자수란과가 들어 있는 옥함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형자수란과와 이 연리옥함을 탐내서 남은 셋이 협공을 했다는 소리군. 그리고 싸움이 끝나자마자 네 가지 보물 중에 하나도 가지지 못한 수사가 남은 둘을 기습했다가 반격을 당해 동귀어진 한 거고.”

정황상 대충 그렇게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럼 이 옥함도 이곳 동부에서 나왔을 테고, 옥함에 대한 설명도 어디 남아 있지 않을까?”

건우는 결국 금은연리옥함(金銀連理玉函)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부를 탐색하기로 했다.

보물을 얻기는 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으면 그 뚜껑을 여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천세계의 수도계는 보보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건우는 동부 내로 의식을 강하게 펼쳐 주변을 살피며 전실 안쪽으로 이어진 통로로 들어갔다.

* * *

화려한 금의를 입은 검은 머리의 수사와 눈동자가 유독 은빛을 내는 백발의 수사 둘이 뒷짐을 지고 운해 가득한 정경을 굽어보고 있었다.

“감히 완합종 따위가 십이비승봉을 노리다니, 이것 참 죽 쒀서 개 준 꼴이 되고 말았소.”

화려한 금의를 입은 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동안 십이비승봉을 우리들이 관리하며 잘 보살펴 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그 때, 십이비승봉에 대한 기록을 모두 지웠어야 합니다. 선대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탓이지요.”

“말씀을 삼가세요. 그 당시에 일을 주관했던 분들 중에 아직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허험, 그 노괴들이야 이런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불거졌으니 책임 때문에라도 관심을 두지 않겠습니까? 매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알았소. 내 입조심을 하리다.”

금의를 입은 수사가 낯빛을 신중하게 바꾸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있는 곳은 십이비승봉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제1봉의 정상이었다.

그곳에는 팔각정 하나가 고풍스럽게 서 있었는데, 팔각정의 현판에는 회회전이란 글씨가 뚜렷했다.

그들이 속한 회회전이 3만 년 전에 십이비승봉에 들어온 수사들을 모두 도륙하고 십이비승봉을 차지한 후에 세운 건물이었다.

그들의 말처럼 회회전은 그 당시 강력한 전력을 투입해서 십이비승봉을 봉쇄하고 그 안에 들어온 이들을 모두 찾아 죽였다.

이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십이비승봉을 회회전에서 관리하며 매 3천 년마다 몇 명의 제자들을 들여보냈다.

회회전 유망주를 위한 훈련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 기회를 얻은 제자들은 밀역 안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보물들을 제 역량껏 찾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우 열 번 남짓 제자들이 들어왔을 뿐이라 아직도 밀역 안에는 숱한 보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허어, 수십 만 년을 바라보고 세운 대계였는데 이것이 겨우 3만년 만에 이렇게 틈이 생기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은빛 눈동자의 수사가 다시 한 번 탄식을 터트렸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이 사태를 파악하는 것도 조금 늦었지요. 벌써 다도해역 전체에 소문이 퍼져버렸습니다.”

“사실 밀역의 주요 보물들은 대부분 취하지 않았습니까? 초기에 화신기 이상의 선배들이 샅샅이 뒤진 것으로 아는데요.”

“그 때도 취할 것은 취하고 어지간한 것은 그냥 뒀지요. 회회전의 미래를 위해서 벌인 일인데 알맹이를 모두 빼 버릴 수야 있었겠습니까?”

“하긴, 영체기나 성단기라면 눈이 뒤집어질 보물들이 널려 있긴 하지요.”

금의(錦衣) 수사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밀역 곳곳의 크고 작은 결계와 금제들은 일부러 건드리지 않고 두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제자들의 수련에 도움이 될 테니까요. 또, 밀역 스스로 시간이 지나면서 복원한 것들도 많이 있고요.”

“영체기 후기인 우리조차도 밀역의 일부만 알 뿐이지만 그래도 회회전의 미래를 위해 제법 쓸 만한 장소였는데 말입니다.”

“그렇지요. 게다가 허황된 기록이겠지만 인공영체에 대한 성과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 중에 은빛 눈동자의 수사가 뭔가 기억이 났다는 듯이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인공 영체요?”

“화신기 이후에 또 다른 영체를 배양하지 않습니까. 화신기가 되면 본신 자체가 영체처럼 변하지만 의념 공간의 영체가 수사의 본신인 것은 분명하지요.”

“그래서요?”

“그 본신인 영체를 또 다시 배양하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야 왜 모르겠습니까. 여력이 되면 영체를 하나 더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가끔 영체가 반발해서 뛰쳐나가 독립을 하는 위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야 흔치 않은 일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영체를 늘리는 것이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영체를 하나 더 늘리면 두 배는 아니어도 한 배 반 정도 힘이 늘어나니까요.”

“오호? 그렇군요. 그럼 한 번 도전해 볼 만 하겠습니다. 화신기가 되면 꼭 방법을 찾아서 해 봐야겠군요.”

금의 수사도 힘이 늘어난다는 말에 반색을 하며 달아오른 목소리를 냈다.

“그야 다들 그러니 알아서 하십시오. 하지만 실제로 영체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둘이 합쳐 1.5란 소리는 각각 0.75란 소리가 됩니다.”

“으음, 영체 하나의 힘이 감소한다는 소리군요? 그래서 인공영체라고 하는 것은 그런 힘의 감소 없이 영체를 하나 더 얻을 수 있는 것이겠고요?”

금의 수사는 은빛 눈동자 수사의 이야기에서 인공영체의 의미를 곧바로 파악해냈다.

“역시 영민하십니다.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리셨습니다. 바로 그렇지요.”

“그런데 그게 헛소리란 겁니까?”

“기록상으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당시 선배들도 결국 찾지 못했지요. 그러니 헛소리라 결론을 내린 겁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는 법이지 않습니까.”

“어쩌겠습니까, 이미 오래 전에 지난 일인 것을요.”

“으음. 힘들이지 않고 영체의 수를 늘릴 수 있는 인공영체라······.”

금의 수사는 생각이 복잡해진 듯 말끝이 흐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십이비승봉 밀역에 다도해역의 숱한 수사들이 벌떼처럼 밀려드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모두를 잡아 죽이거나 혹은 알맹이를 취하고 껍데기를 버리거나 해야······.”

콰르르르르릉!

은빛 눈동자의 수사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 허공에 강력한 뇌전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5층 누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두 수사는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화(花)공공을 뵙습니다.”

“화(花)공공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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