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부유하는 감각. 녹슨 쇠 냄새. 사방이 가로막힌 뜬장. “이건 또 뭘까.” 겨울 공기만큼이나 서늘한 낯. “내가 받기로 한 건….” 눈꺼풀 위의 흉터와 “이런 잡종이 아닌데.” 사람을 잡아먹을 듯 냉엄한 눈동자. “…아.” 그리고 바다의 소금기. 정희연이 지금껏 보지 못한 세계였다. 단 한 번도. - 텅 빈 컨테이너 안에서 눈을 뜬 정희연은 상대가 우성 알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보는 남자를 순순히 따라나선다. 한편, 연 대표는 제게 ‘선물’을 보낸 남 사장의 전화를 받게 되고, 컨테이너에 있던 오메가가 과거의 악연 중 하나인 정 회장의 핏줄임을 알게 된다. “희연아.” “…네?” “열아홉 살이야?” “네.” “애기네.” “애기 아닌데요.” “원래 애기들은 애기 소리 들으면 싫어해.” “그런 게 아니라…. 저는 열아홉인데요…?” 진지한 대꾸에 연 대표는 나지막한 웃음을 터뜨린다. “손 많이 가겠네.” “제가…. 손 많이 안 가게 할게요.” “걱정하지 마, 희연아.” “…….” “난 손 많이 가는 거 좋아하거든.” 그렇게 정희연을 집에 들인 남자는 다정한 제안을 건네는데…. “그럼 거래라고 정정할까?” “거래요?” “나는 네가 필요하거든.” <본문 발췌>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닌데, 희연아.” “그건 다른 사람들이 대표님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뿐이잖아요.” 마치 좋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글쎄. 느슨한 웃음과 함께 남자의 눈매가 얄팍해졌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연 대표 자신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대답 대신 비스듬히 웃자 품 안에서 꼬물거리던 오메가가 마주 보는 자세로 몸을 돌려 왔다. “저한테는 대표님 좋은 사람이에요.” 정희연은 제법 단호한 어투로 차근차근 내뱉었다. 다른 사람이 대표님을 뭐라고 평가하든, 그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대표님이 저한테만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예쁘게 굴지 마세요.” “으응. 다른 사람들한테는 예쁘게 굴지 마?” “네.”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자 연 대표가 뺨을 톡 건드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희연아.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커다란 손이 뺨을 지나 느릿하게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이미 너한테만 예쁘게 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