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06화 (106/185)

<-- 106 회: 5권 - UN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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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테크비전 사의 대강당 안.

현장에는 취재를 위해 나온 기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가연구소, 원자력 관련 단체의 인물들까지 나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오늘날의 한국은 세계의 인정을 받는 일에 매우 민감하다.

실상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기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국가 발전을 지속해 온 한국이다.

세계 속에서 국가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어려운 주변 여건 속에서 발전을 모색하는 한국인의 당연한 본능일지도 몰랐다.

거기에 유엔 원자력 감시 기구가 직접 파견한 과학자단의 방문은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테스트 과정을 거대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는 취재단은 곧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성진의 등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한성진 회장 진짜 엄청난 거물이 되어 가는데?”

미리 질문 목록을 점검하던 기자가 대뜸 던진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기자들이 말을 받았다.

“아무렴. 이제는 일개 증권사 대표가 아니라 완전히 국가적인 핫 아이콘이잖아?”

“이거 말이 신기술이지 방사능 제거 기술은 가치를 측정조차 할 수 없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도 안 잡히겠어.”

그런 기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뒤에서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성진의 방사능 제거 기술 소식을 최초 보도한 곽정수 기자였다.

‘확실히 진짜 크긴 엄청 컸구만.’

성진과 처음 대면할 때에는 전도유망한 젊은 기업인 정도의 인상이었다.

국내 굴지의 증권투자사 대표를 맡은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갑자기 회장직에 오르더니 국가적인 관심을 받는 신기술의 주인이 되었다.

‘그 덕에 나도 덕을 좀 보긴 했지만 말이야.’

곽정수의 직감으로는 성진은 분명 앞으로 더욱더 상대하기 어려운 거물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런 인물과 안면이라도 트게 된 것이 자신으로서는 분명 다시 오기 힘든 일생일대의 복이었다.

‘흐흐. 기자한테 인맥은 비교불가의 엄청난 재산이지.’

더욱이 성진처럼 연이어 초특급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인물과 친분이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성진이 판을 벌이는 광경을 곽정수는 앞으로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요량이었다.

‘자. 이제 한 판 더 벌려 보시지요. 한 회장님.’

기대감 어린 눈으로 스크린을 지켜보면서 곽정수는 성진의 등장만을 기다렸다.

*   *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강단에 올라선 성진은 또렷하고 차분한 음색으로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현재 방사능 제거 기술에 대한 측정 테스트가 막 시작되려 하는 모습입니다. 작동이 시작된 후에 다시 오염 물질에 대한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결과를 즉시 알 수 있을 겁니다.”

성진의 안내와 함께 방사능 제거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티 라디오가 뿜어내는 푸른빛이 납으로 된 큼지막한 상자 안에 쬐이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납 상자 안에는 심각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담겨 있어서 테스트에 임하는 과학자들 모두 실험실을 나가서 원격으로 기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마침내 안티 라디오가 정해진 시간 직후 작동을 멈추자 보호복을 입은 과학자들이 들어와 측정기를 작동시켰다.

실험 이전 엄청난 방사능 수치를 기록하던 측정기가 0을 표시하자 기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히야. 다시 봐도 진짜 신기한데.”

특히 원자력 관련 연구소에 종사하는 인물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것처럼 입을 벌린 채 다물 줄 몰랐다.

“도대체 무슨 원리야?”

“저런 걸 죽기 전에 볼 줄이야.”

놀라움이 번져나가는 와중에 성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이제 납 상자를 제거하고 오염 물질에 대해 직접 측정이 있겠습니다.”

성진의 설명대로 납 상자가 해체되고 집게로 오염 물질 완전히 꺼내졌다.

다시 측정기를 들이대고 측정을 시작하자 여전히 눈금은 0을 가리켰다.

완벽한 제거가 되었음이 증명되자 강단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성진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에 화답했다.

“물론 몇 시간 더 측정을 해 봐야 더 확실한 값이 나오겠지만, 현재 안티 라디오에 직접 빛을 쬐인 저 오염물질의 경우 방사능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한 회장님. 이제 저 안티 라디오는 유엔과 직접 계약해서 공급하게 되는 겁니까?”

“유엔과 계약 내용이 오간 적은 없습니다. 와전된 소문입니다.”

미소를 띠며 답하는 성진은 여러 가지 소문과 질문사항에 대해 성실히 대답했다.

놀라운 성공이었지만 이미 네오 테크비전 사가 자신만만하게 공개한 기술이니만큼 성공을 예상한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기자들의 질문을 성실하게 응대해 준 성진은 곧 강단에서 나와 테스트를 마친 피셔 단장에게 찾아갔다.

“단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별거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핵물리학자로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에너지 파장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단순한 칭찬이 아닙니다. 이런 기술이라면……. 허허. 정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발자분들을 만나 뵐 수는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개발진들이 나서기를 원하지 않아서요. 만남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성진이 난색을 표하자 피셔 단장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핵물리학자로서 이런 엄청난 성과를 거둔 학자를 직접 만나고픈 마음인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자세한 기술 원리에 대해 힌트라도 듣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군요.”

“기술에 대해서는 저희 회사의 최대 기밀이라 제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긴 그렇겠지요. 이런 어마어마한 기술이라면 필시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갔을 테니까 말입니다.”

오염 물질의 오염 상태는 피셔 단장이 철저하게 확인한 사항이었다.

그런 물질에 빛을 조금 쐬인 것만으로 방사선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당연히 개발에 큰 비용이 들어갔으리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저야 과학자이니 이런 기술의 판매비용은 잘 알지 못하지만 필시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을 겁니다. 노리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되도록 인류를 위해 사용해 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성진은 피셔 단장에게 정중히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런 성진을 피셔 단장은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   *   *

공개 테스트가 끝나자 슈르트 피셔 단장은 즉시 과학자단을 끌고 오스트리아 빈의 원자력 감시 기구 본부로 돌아갈 것을 전했다.

성진으로서는 피로연이라도 벌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피셔 단장의 뜻은 확고했다.

결국 공항까지 부랴부랴 쫓아온 성진이 환송을 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저희는 국제 연합의 공금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체류 비용을 한성진 회장님이 부담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는 해야 할 일이 엄연히 있는 만큼 한시라도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피셔 단장님께서는 모처럼 찾은 고국이신데 한국에 대해 간단히 안내라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성진은 피셔 단장을 보며 아쉬운 뜻을 전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 고국에 돌아온 노년의 입양아인 그에게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피셔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저한테 이미 한국은 발전되고 부강해진 나라임이 각인되었습니다. 그 지독한 전쟁의 불행 속에서 이만큼 발전하고, 또 이런 엄청난 신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방문이 저한테는 정말 뜻 깊은 일입니다.”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나중에 다시 한국에 방문할 일이 있으시면 꼭 저를 찾아 주십시오.”

“허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한성진 회장님이야말로 유엔과 관련된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원자력 감시 기구에 있는 동안에는 협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성진은 피셔 단장의 호의에 정중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모처럼 찾은 고국의 발전된 모습 때문일까.

슈르트 피셔 단장은 한국의 모든 것과 함께 성진에게도 마음이 가는 면이 있었다.

“나중에 또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되겠지요. 한 회장님. 크게 성공하시길 빕니다.”

일별한 피셔 단장과 과학자단이 성진과 헤어져 공항 입구로 들어갔다.

“하아. 이제 손님을 돌려보냈군요.”

성진의 말에 옆에 서 있던 혜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회장님. 외국 대사관들로부터 공문이 왔는데요.”

“공문이요?”

“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본 정부의 방사능 제거 기술 구매 요청서입니다. 그런데 이거 얘기가 좀 복잡해지겠는데요.”

“음? 그런가요.”

성진은 슬슬 올 것이 온다는 걸 깨달았다.

“보나 마나 싼값에 후려칠 심산이겠죠?”

“네. 비슷합니다.”

혜영의 말에 성진은 씨익 웃었다.

“다 예상했던 바입니다. 회사로 돌아가죠. 대책을 세워야죠.”

당당한 태도로 돌아서는 성진을 혜영은 다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예.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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