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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15)화 (15/157)

[데스퍼라도] 15. 무공 (武功)

데스퍼라도(Desperado)

무공 [武功]

사실 리크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하몬의 검에 갇힌 목유성

과 아론 스승에게 적지 않은 것들을 배워왔으나 휴론계 (하위

인간계) 출신인 리크가 결코 쉽게 소화해 낼 수 없는 성질의

전투기술이었다.

제3계 절대마계 데카론의 초마법전사 아론의 마법기술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것들인지라 그가 받아들이기에는 그 범위

가 너무 거대하였고 전혀 별개의 세상인 중국에서 나타났다는

목유성 스승의 무공(武功)이란 전투기술 역시 리크에게는 너무

난해하였다. 아직도 리크는 그들의 전투기술에 겨우 입문한 정도

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현재 가드린 마을을 떠나는 리크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만은 아니하였다. 사실 그의 속마음은 두 명의 아론과 목유성 스승

으로부터 시간이야 얼마든지 걸리든 그들의 기술을 완벽하게 배우

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당장 현실은 그를 더 이상 이곳 아폴립스

의 마을에 남아 있게 하지 못했다.

지난밤 카란의 절규하는 영상모습은 그를 친형제 이상으로 사랑

하는 리크에게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밤 영상이 왜 자신

에게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분명 카란의 신변에 위험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리크는 지체 없이 오늘 새벽에 배낭과 철검하나 매고 무작

정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뒤...

코타크 지방 어느 숲 한가운데 약 30여명의 일행들이 제법 굵직한

나무더미 모닥불 가에 넓게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하..이번에야말로 좋은 기회란 말이지. 우리 찬드라 용병이

파가논 제국에 그 위명을 떨칠 때가 온 거지..하하하."

"쳇 아빠! 촌구석 촌티가 팍팍 나는 우리 용병을 누가 알아준

다고 해요. 더구나 용병 이름이 찬드라가 뭐에요. 진짜 촌티 나네..

제발 이름부터 바꾸자고요."

"험험...하시아..이름이 촌스럽다니..찬드라 용병은 네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란 말이다..바로 대대손손 이어질 우리 가문의 이름

인데.."

"진짜..아빠도..뭐 이름이야 그렇다 치고 진짜 이번 전쟁에 우리 찬드라

용병들이 도움이 된다고 봐요."

하시아는 말이 끝나자 모닥불 주변에 불을 쬐고 있는 일행들을 둘러

보았다. 저마다 철검하나씩 매고 밤 공기가 추운지 옴싹한 모습들 그

표정마저 전쟁터에 나가는 용병이기보다는 하루빨리 좋은 잠자리에서

퍼질나 게 자고 싶어하는 그저 평범한 농군들의 차림이었다. 하시아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아빠 진짜 저분들이 용병이라 생각해요. 아빠가 억지로 저들에게 철검

한 자루씩 안겨주어 강제로 끌고 온 거 잖아요.."

그때 찬드라 용병 일행 중 누군가가 말문을 열었다.

"아녀요...우린 강제로 온 게 아니구요..나라를 구하려고 용병단에 가입한

거라구요..하시아 아가씨.."

"후....팔콘 아저씨!! 아저씨는 여기 왜 따라 온 거에요. 정말 못 말린

다니까..평생 밭갈이만 하시던 아저씨가 철검을 제대로 휘두를 줄

알아요."

"아이구..곡괭이 휘두르듯 하면 되지 뭐 걱정이에요.. 아가씨.."

"휘두르는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죽여야 한단 말이에요!! 팔콘

아저씨!!"

"난 사람은 안 죽일거에요.. 그건 사람이 못 할 짓이죠."

"그렇다면 여긴 왜 따라 오셨어요."

"난 찬드라 용병이라니까요. 그래서 따라 왔구만..."

푸티 촌장과 그의 딸 하시아는 거의 매일 이런 말다툼을 하곤 했다.

사실 하시아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그의 아버지인 촌장 푸티를 설득

하여 마을로 되돌아오게 하는 임무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술주정

뱅이 뚱땡이 촌장 아빠가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서 철검 30자루를 대장간에서 만들더니 마을 농민들 30 여명

를 설득하여 찬드라 용병을 만든 것이다. 파가논 제국이 론제국에 의해

함락 당한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기사단과 용병들이

들고일어났고 이들 찬드라 용병 또한 구국적으로 결성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량한 농민들에 30명중 10명 정도는 나이 마저 40대

정도이고 나머지 20명은 15에서 16살 정도로 대부분 나이가 너무 어렸다.

하시아가 이들을 설득하여 고향으로 되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고집쟁이 촌장 푸티 아빠는 결코 딸의 말에 설득

당하지 않았다. 결국 고향을 떠난 지 한 달이 되었건만 이들은 돌아갈

생각은커녕 더욱 의기 충만하여 파가논 제국으로 향하였던 것이다.

"칫 정말 못 말리는군...그 아빠에 그 마을 사람들이라니..쳇 저 어린애

들은 왜 따라 온 거야..."

하시아는 이젠 이들을 포기한 듯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때

푸티 촌장이 고개를 돌려 어느 곳을 바라보더니 뭐라 말했다.

"하시아..내 귀여운 딸..허허..."

"뭐에요..아빠.."

"그나저나 저기 청승맞게 혼자 모닥불 피워놓고 지내는 놈 말이야.

저놈도 우리 찬드라 용병에 합류시킬까 하는데.."

하시아 역시 어느 한곳을 바라보았다. 이곳으로부터 약 30M 떨어진

곳에 누군가가 혼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불을 쬐고 있었다. 하시아는

그를 보자 다소 못마땅한 듯이 뭐라 말했다.

"후....파가논제국으로 가는 길을 몰라 우리 일행을 따라온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도대체 저 애는 누구야..용병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사단도 아닌데..저렇게 혼자서 전쟁터로 간다는 것은 자원입대

하러 가는 것일텐데.."

잠시 후 하시아는 그곳으로 갔고 그 젊은 사람에게 뭐라 얘기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가 하시아를 따라 이쪽 찬드라 용병쪽으로 왔다.

"하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가드린 마을 출신 리크라 합니다.

이렇게 합류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푸티 촌장은 리크를 아래위로 쫙 살펴보더니...냉랭하게 말했다.

"너 몇 살이냐.."

"올해 18살입니다."

"흠..우리 딸 하시아랑 동갑이네..그나저나 18살이면 자원입대하러

가는 것이겠지.."

"아..네..자원입대도 입대지만 누굴 찾으러..."

"아무튼 혼자 다니려면 심심할 테니 앞으로 우리 찬드라 용병과

합류하여 파가논 제국까지 같이 가도 좋네...험험..그나저나 자네

혹시 술 가진 거 없냐.."

"아빠...술은 절대 안돼요!!"

"후..하시아 너야말로 제발 마을로 돌아가라..이 아빠 부탁이니.."

이들이 현재 머무르는 곳은 바로 파가논 제국으로 가는 관문 중

하나로 바로 코타크 지방의 하라섹 숲이었다. 수많은 용병단과

기사단들 역시 이곳 하라섹 숲을 지나게 되어있어 주변에는 적지

않은 일행들 역시 자마다 어두운 숲에 불을 지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개중에는 그 위명이 제법 알려진 기사단들 혹은 용병단들

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들 찬드라 용병처럼 마을에서 조직하여

파가논 제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전사출신들의 용병들

은 그 기세가 범상치 않은 자들로서 대의명분을 중요시하는 기사단

과는 달리 다소 거칠거나 심지어 흉폭한 면까지 있었다. 그들은

같은 용병내에서도 칼부림을 서슴치 않았고 다른 얼치기로 만들

어진 농민출신들의 용병들로부터 식량을 빼앗거나 그 와중에 목숨

을 앗는 경우도 있었다. 전사출신의 용병들 중 가장 악명을 떨치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파카트니 용병단이었다.

이들 역시 파가논 제국을 도우러 자진해서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

지만 여행 도중에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식량 혹은 여타

자원 물자들은 다른 용병들로부터 약탈하여 충족하였다. 파카트니

용병들이 유명한 것은 그들의 사납고 거칠은 기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전투기술이 타 용병단보다 월등했던 것이다.

그들은 희한한 검술에 듣 도 보지도못한 마법까지 응용하여 사용

하니 일단 파카트니 용병을 보면 무조건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리크가 찬드라 용병단에 합류한지 3일 정도 지났다. 리크와

하시아는 그들의 일행으로부터 다소 떨어진 어느 바위 위에 걸터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리크..너 진짜 자원입대 하러 가는 거야."

"응."

"후..너나할것없이 모든 사람들이 전쟁터로 향하니...이러다가 남자

들이 씨가 마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흐.. 씨가 마르다니..너 같이 반반한 계집을 챙겨줄 남자는

많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순간 리크와 하시아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대 여섯명 정도 되었을까. 그들의 복장은 검은 갑옷에 얼굴에는

저마다 검댕이가 3개씩 그어져 있었다. 눈빛은 마치 야수와 같이

흉폭스러웠고 하시아를 보는 그들의 표정은 음흉하기까지 하였다.

하시아는 그들을 살펴보자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파..파카트니..용병단...."

"파카트니 용병단이라니.."

리크가 되묻자 하시아는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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