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4. 무공 (武功)
데스퍼라도(Desperado)
무공 [武功]
제법 시간이 흐르자 리크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소상심결이란 일종의 우주삼라만상의 기(氣)와
합일하여 무아경(無我境)에 이르는 무림의 최상승 내공심법
이었다.
그러나 현재 리크는 고요하고 평온한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
기는커녕 상당히 혼란스런 듯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
어 그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마저 들리기 시작했으니 아무
래도 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작용에 매우
고통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아..아..너..너무 뜨거워...."
순간 리크의 온몸이 불처럼 달아올랐다.
"아..악"
신기하게도 붉은 기류가 리크의 모공에서 풀풀 솟아나더니 그의
몸 주위를 미친 듯이 선회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선혈마저 입과
코 그리고 귀로부터 줄줄 흘러나왔고 리크는 더욱 고통에 찬 비명
을 질렀다.
"악....!!!"
리크 주위를 선회하던 붉은 기류가 멈추었고 이번에 푸르스름한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순간 거대한 굉음 소리가 들리고 리크의
정수리 부분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빛은
리크의 방안 천장을 뚫고 계속 하늘로 뿜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드넓은 밤하늘에 조명을 비추듯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저
우주 속으로 뻗어나갔다. 고통에 못이긴 리크는 결국 의식을
잃었지만 그는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조금 전 리크의 비명소리에 잠을 깬 카란의 어머니와 여동생
헤네스가 깜짝 놀라 리크의 방으로 뛰쳐 들어왔다.
"리..리크!!"
"리크 오빠 무슨 일이야!!"
리크의 모공에서 흘러나온 선혈로 이미 온몸이 붉게 물들었고
그의 정수리에서는 푸른빛이 지붕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에 어머니와 헤네스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이..이..게...무..무슨 일이야.."
여느 때처럼 새벽의 푸르스름한 여명이 가드린 마을에 아침을
인도하였고 이내 빠알간 해가 트로얀 산에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밤 천지가 개벽할 사건이 일어났음을 모른 체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밤 믿기 지 않은 광경을 목격한 카란의 어머니와
헤네스는 상기된 표정으로 리크의 방 천장을 수리하기 시작
했다.
"엄마..리크 오빠 진짜 떠난 건가요?"
"엄마도 모..모르겠단다. 도대체 내가 꿈을 꾸는 건 지..이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다니..후.."
"분명 엄마와 제가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꿈은 아닐거에요.
그런데 정신을 차린 리크 오빠 말이에요..다짜고짜 아빠와
카란 오빠를 찾아 떠난다니요..?"
"글쎄다. 후..지난밤 충격으로 아마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마는."
"리크 오빠마저 떠나다니 걱정되네요..우리 집에 이젠 남자
들이 하나도 없으니.."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하긴 리크 역시 아버지와
카란이 걱정이 안됐겠니..후..아무튼 너무 걱정 말거라. 여기
가드린 마을은 파가논 제국의 제일 외진 곳 위치했는데
설마 전쟁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치지는 않을 거야."
한편 아폴립스의 숲에선 제법 커다란 소리들이 들려왔다.
[리크 떠난다니...무슨 말이야!]
[[리크 다시 말해보거라!! 떠난다는 말이 사실이냐?]]
"예 스승님..'
[[흠..저놈 표정을 보니 진짜인 것 같군..]]
[목유성!! 네놈이 리크를 데리고 너무 혹독하게 수련을
시키니..저 아이가 남아나겠어!!]
"아론 스승님..절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저는 단지 저를
거두어 주신 양부님과 형제나 다름없는 카란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하몬의 검은 헤수스 아저씨 것이니 여기
움막에 놓고 가겠습니다."
[뭐..뭐라고 그렇다면 우릴 버리고 가겠다는 것이냐?]
"스승님 절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하몬의 검 주인은
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나중에 제가 돌아와서 스승님
들의 봉인은 분명히 풀어 드리겠습니다. 당장에 봉인을 풀어
드리고 싶지만 제 능력이 모자라서...아무튼 이만 길을 떠나
겠습니다."
리크는 움막에 하몬의 검을 잘 모셔두고 중국식의 4 배의
예를 갖추었다. 잠시 후 리크는 아폴립스 나무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때 리크의 귀가가 울리기
시작했다.
[[리크..떠난다니 더 이상 말리지는 않겠지만..한가지만
물어보자..]]
"네..목유성 스승님."
[[분명히 네게서 거대한 기류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도대체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저기....."
리크는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 다소 말하기가 거북했던 모양
인지 언뜻 대답을 못하였다.
[[흠....무슨 일이 있긴 있었군. 아무튼 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지..그나저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내가 일러준 모든
구결은 머릿속에 다 있겠지.]]
"예. 스승님. 비록 제가 능력이 안되어 감히 시전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제 기억 속엔 스승님이 일러 주신 모든
무공구결들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흠 뭐 정파와 사파 등의 잡다한 구결도 있지만..명심하거라
본좌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 무림에 있었을 때 부총관 혹은
호법들에게도 공개 안한 신비서고의 모든 비급이 네 머릿속에
있다는 것을..내 평생 제자를 두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너에게 그 모든 것을 일러준 것은 솔직히 네가 하루빨리
이 봉인을 풀어줄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허허.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니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구나..아무튼 몸
조심하거라..]]
[쳇. 그 까짓 비급들이 뭐 도움이나 될까..리크....내가 알려준
것들 기억하지....물론 인간계출신이 리크 네가 아직은 제대로
초마법을 쓰리라고는 믿지 않지만 혹시 알겠느냐 언젠가 네게
필요할지..호호. 아무튼 우리를 잊지 말고 나중에 이 봉인이나
풀어다오]
인간계에선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한한 프아라(puarra)의
에너지가 리크의 단전에 응집되어 있었고 신화경(神話境)에 이른
목유성조차 그 깊이를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일종의 상승심법인
천소상심결이 프아라의 에너지와 상충작용 없이 융합이 되리라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세계..즉
리크의 몸 안에 있던 데카론의 무한한 응집 에너지인 프아라를
별개의 차원에 존재하는 무림세계의 최상승 내공심법인 천소
상심결이 융합하여 또 다른 근원 에너지가 형성되었고 바로 그
에너지가 리크의 신체와 정신에 알 수 없는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리크는 결코 몰랐으리라. 상충된 두 개의
에너지가 융합하여 생긴..상상조차 못하는 웅장한 프하라의
기(氣)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내공(內空)이 자신의 내부에
품게 될 줄을..
지난밤 리크는 분명 보았다. 자신의 정수리에서 푸른빛이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 솟아 오를 때 의식을 잃은 듯 했지만 분명 자신
의 사념이 형상화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바로 피와 살이 난무
하는 어느 전쟁터에서 카란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오감을 벗어
나 육감에 도달해야만 나타나는 의식의 형상이 리크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그런 현상들 또한 지난 밤 리크에게 발생한 일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 보였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체 절규하는 카란의 영상은 의식을 차린
리크의 뇌리 속에 생생하게 박혀있었고 급기야는 그런 충격적인
카란의 모습이 오늘 리크가 갑자기 그의 양모와 여동생 헤네스
심지어 하몬의 검속에 봉인된 아론, 목유성의 곁을 떠나게 된
주된 이유였다. 즉 리크는 카란을 찾아 무작정 떠나기로 한 것
이었다.
"후후..여행을 그렇게나 좋아하시던 헤수스 아저씨처럼 나도
이곳 가드린 마을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되었군..후..
여행이라...생각해보니 즐거운 여행길은 아니군..지난밤 보았던
영상에 카란은 피와 살이 난무하는 어느 전쟁터에 있던데...
바로 내 여행 목적지가 바로 그곳이 아닌가..양부님..카란을
찾아서 반드시 여기 가드린 마을에 돌아오리다. 물론 하몬의
검에 갇힌 스승님들의 봉인도 풀어드려야지.."
아폴립스의 숲을 뒤로 한 체 리크는 커다란 배낭과 녹슬은
철검하나 달랑 메고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