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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4)화 (4/157)

[데스퍼라도] 4. 아폴립스의 목검

데스퍼라도(Desperado)

아폴립스의 목검

무심코 검을 휘두른 렉은 '쉭'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허공을

가르자 신기한 듯 목검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

에 비해 체구가 아담한 렉은 그간 마을 아이들이 사용했던

치칼라 목검에 비해 이 목검의 무게가 신기할 정도로 너무 가벼

웠던지 이젠 아예 연속적으로 허공에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쉭! 쉭! 쉭!"

어느새 새벽 여명의 푸르스름한 빛이 바라기 시작하고 붉은 기운

이 저 멀리 보이는 프아라 산맥 봉우리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렉은 해가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고도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쉬 쉭! 쉬 쉭! 쉬 쉭!"

렉은 좌로 한번 우로 한번씩 목검을 두 번씩 휘두르니 처음 목검

을 잡고 단순히 한번정도 휘두른 거에 비해 그나마 발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가 되자 렉은 목검을 거두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렉은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가드린 마을과 팔튼 마을에서 아이들이 이곳으로 곳 몰려온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한편 아폴립스의 나무 위에서 팔짱을 낀 체 렉의 모습을 지켜

보던 헤수스가 뭐라 중얼거렸다.

"렉이 아폴립스의 목검을 잡았군. 흠....그나마 오늘은 어제

보다 났겠지.."

잠시 후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아폴립스 나무 아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가드린 아이들과 팔튼 아이들이 모인 모양이었다.

"자 슬슬 사냥을 시작해 볼까."

"빌로마 오늘은 우리 가드린 용사들이 렉 그 놈을 먼저 찾을걸..

후후"

"그야 해봐야 알지. 카란..."

카란과 빌로마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이어 각자 아이들에게

사냥 명령을 내렸고 아이들은 저마다 흩어져 아폴립스의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20여분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렉을 발견하지 못 하고 있었다.

"엉 도대체 이놈이 어디에 숨은 거야.."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저 쪽 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한번

가보자."

가드린 마을 아이들 중 대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아폴립스

의 숲에서 서쪽으로 약간 벗어난 바위 지역으로 들어섰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한 아이가 외쳤다.

"잠깐!"

"뭐..뭐야!"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

"우..두..두둑"

그때 그들이 서있는 장소 바로 뒤 큰바위 위에서 돌가루가 떨어

졌다. 동시에 그들은 바위 위쪽을 쳐다보았다. 바로 렉이 목검을

들고 그 위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엉..저..저놈이 저곳에 숨어있네."

"야 다른 애들 부를까?"

"됐어. 괜히 팔튼 마을 애들까지 몰려들면 어떡하려고 해!

우리끼리 잡자 너랑 너는 뒤로 가서 저놈이 못 달아나게

막으라고. 우리들 셋은 여기서 저놈을 잡을 테니..."

한편 동쪽 벼랑지대까지 올라갔다가 허탕을 친 카란과 몇몇

아이들은 다시 아폴립스의 숲 속으로 돌아왔다.

"젠장 이 새끼가...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이번엔 북쪽 구릉

지대로 가보자고."

그때였다. 서쪽 바위 지대에서 가드린 마을 아이 두 명이 머리

를 두 손으로 감싸고 황급히 이리로 뛰어 오고 있는 중이었다.

"카란 대장! 카란 대장! 렉이 저쪽 바위 지대에 있어..."

"뭐. 뭐야 너희들 어디 다쳤어?"

"렉..그..그놈이 목검을 갖고 있어!"

"뭐라고! 그렇다 해도 설마 너희들 렉에게 맞은 건 아니겠지.."

".............."

아이들이 대답을 못하자 카란이 성질을 버럭 냈다.

"이런 등신 같은 놈들...아무튼 따라와!!"

카란이 서쪽 바위지대로 내려간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역시 렉은 목에 밧줄이 묶여진 체 가드린 마을

아이들에게 개 끌려오듯이 오고 있었다. 잠시 후 아폴립스의

숲에는 가드린 아이들과 팔튼 아이들이 전부 모였다.

"흠..이놈이 어디서 목검이 났는지 이젠 반항까지 하네...."

"카란 오늘은 네가 이긴 것 같군.....렉을 먼저 잡았으니..

헌데 이거 점점 재미있어 지는 걸 저놈이 반항까지 하다니..

하하..목검을 가진 사냥감이라.."

"그런데 이놈의 목검이 어디 갔지.."

"몰라! 아까 우리랑 싸우다 저쪽 바위 아래로 목검을 떨어

트렸는데.."

"젠장 이놈이 목검을 어디서 구했지. 너! 가서 찾아봐"

"알았어!"

카란은 렉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무서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어쨌든. 렉 이놈...오늘은 네가 감히 사냥감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우리에게 반항한 죄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마."

카란은 렉의 윗옷을 벗기게 하였고 자신의 목검으로 렉의 상반신

을 사정없이 갈겼다. 가슴과 등, 어깨에 카란의 목검이 사정없이

내리치니 렉은 어디를 어떻게 막아야 할 줄을 몰랐다.

"퍽..퍽"

"욱.."

"퍽"

"헉"

한 10 분 이 지났을까. 팔짱을 긴 체 구경하던 빌로마가 말문을

열었다.

"그만 하시지...카란. 사냥 놀이 감이 부상당하면 내일은 무슨 재미

로 놀지..그리고 이놈이 반항하는 것 또한 약간의 스릴이 생기고

더 재미있잖아."

빌로마 말에 카란은 목검을 거두었다.

"빌로마 네 말도 일리가 있군. 내일을 위해 요정도로 끝내주지..후후..

그래도 뜻밖인데...렉 녀석이 감히 목검을 들고 방어할 생각을 다하

다니...내일부터는 이 새끼를 발견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반 죽여서

끌고 와야 겠는걸.."

"후후..내일이 또 기다려지는데. 카란. 아무튼 오늘은 우리 팔튼 마을

이 졌지만 내일은 그렇게 안될걸.."

해가 서산에 걸터앉으니 붉게 발하는 노을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폴

립스의 잎새를 물들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렉은

아폴립스의 나무 아래 몇 시간째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눕지도 못하고 나무에 기대지도 못한 체

가부좌형을 틀고 있는 렉은 오늘만큼은 자신의 닭똥 같은 눈물을

허벅지에 마구 떨쿠고 있었다.

"렉...."

헤수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렉은 어제와는 또 다르게 공포를 느낀

다거나 겁을 먹는 표정은 아니었다. 헤수스는 렉의 표정을 살피

더니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고 렉 앞에 목검을 떨어트렸다.

"렉....앞으론 목검을 잊어버리지 말거라."

".................."

"정말 말수가 없는 아이군. 어쨌거나 너와 내가 이 숲 속에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당장 생필품이 필요한데 그거나 사와야겠다.

뭐 이 지방 여행도 할 겸 아마 좀 시간이 걸릴텐데...."

"................."

"후후 기분이 어떠냐 사냥감이 된 신세가..."

순간 렉은 눈물을 닦더니 아래 입술 깨물었다. 헤수스는 렉이

반응을 보이자 다소 놀란 듯 말문을 열었다.

"흠....바보인줄 알았더니 제법 오기도 있는 모양이군.....아무튼

내가없는 동안 그들로부터 살아남을 생각이나 하라고....적어도

방어본능은 있는 놈이니. 별일이야 있겠냐...."

".................."

헤수스는 앞에 떨어진 목검을 다시 집어 들고는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폴립스 목검은 마을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치칼라 목검

보다 한 10배는 가볍지. 즉 너는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 10명

을 한꺼번에 대적할 수 있단 말이지. 하긴 네가 쾌검에 대해

알 리가 없겠지. 더구나 강도 면에 있어서도 아폴립스의 목검

은 거의 실검과 같은 위력을 갖고있는데..후후 누가 사용하는

냐에 따라 다르지만... "

헤수스는 들고있던 아폴립스의 목검을 렉에게 던지고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흠..그렇군...검의 성능이 좋아 봤자 그 검을 사용하는 주인이

무능력자라면 아무 소용없을 테지."

헤수스는 자신의 짐을 챙기더니 산아래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다시 외쳤다.

"절대 상대방의 검 끝을 네 시야에서 놓치지 말거라. 무서워

눈을 감거나 피하려 한다면 그걸로 끝이지. 그리고 나무 위를

이용하거라. 숨을 장소로는 그보다 더 좋은 데가 없거든..하하하.

결국 사냥감이 될지 사냥꾼이 될지는 네 의지에 달려 있겠지."

렉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헤수스가 산 아래로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헤수스가 아폴립스 숲을 떠난 지 어느 덧 한달 여가 흘렀다.

"후..한 달이라. 시간 한번 잘 가는군. 이거 참 웃기는군 아폴립스

의 숲에서 얼마나 머물렀다고 벌써 그곳이 그리워지니...후후...그나

저나 렉 녀석은 잘 버티고 있나....궁금하군..이제 저 구릉지대만

벗어나면 아폴립스의 숲이 시야에 들어오겠지. 명색이 엘시온 전사인

내가 이런 짐을 지고 낑낑대며 가는 꼴이란....정말 우습지도 않군

후후."

헤수스는 전투복이 아닌 평범한 민간인 복장이었고 등뒤에는 제법

묵직한 배낭을 메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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