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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41화 (41/157)
  • 41화. 천왕성 작전 (3)

    그렇게 만슈타인 원수와 담판을 짓고 4기갑군, 11군의 지훠권을 얻어낸 나는

    스탈린그라드로 돌아오자마자 방어 계획을 세우기 위해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고루빈스키에 위치한 6군 사령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각 야전군 사령관들과 군단장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회의의 주최자로 선 나

    는 이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4기갑군 사령관 헤르만 호트 상급대장부터 11군 사령관 잘무트 대장, 루마니

    아 3군 사령관 두미트레스쿠 대장, 루마니아 4군 사령관 콘스탄티네스쿠-크랩

    스 중장까지.

    이 정도면 사실상 집단군 회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였다.

    “오늘 이렇게 먼 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이미 알고 계시겠

    지만, 현재 소련군의 대규모 반격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책을 논의

    하고자 하니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말을 시작하자, 11군 사령관으로 새롭게 임명되어 부임한 한스 폰 잘무

    트 대장이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다.

    “죄송하지만 각하, 소련군의 반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

    습니까?”

    “물론입니다. 여기 이 지도를 봐주십시오.”

    잘무트 대장의 물음에 나는 지도를 짚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천왕성 작전 기본 지도 (공세 지향선).png

    “현재 소련군의 집결이 확인된 지점은 이곳, 돈강 북쪽의 클레츠카야 일대와

    스탈린그라드 남쪽의 사르파 호수 일대입니다.

    이는 아무래도 루마니아군이 담당하고 있는 전선을 돌파해서 칼라치까지 스탈

    린그라드 일대의 아군을 크게 역포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내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잘무트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고, 당

    장 위기에 처한 루마니아군 사령관들이 적극적으로 회의에 나섰다.

    “우리는 분명 지난달부터 소련군의 예후가 이상하다고 경고했소만. 뭐, 지금

    이라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아무튼, 그래서 각하께서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오?”

    루마니아 3군 사령관 두미트레스쿠 대장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국, 아군이 천왕성 작전에 당했던 가장 큰 이유는 독일군이 스탈린그라드

    일대에 너무 몰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서 양 측면의 넓은 전선이 약한 동맹군에게 맡겨졌고, 대전차 능력

    이 취약했던 루마니아군은 대규모 기갑부대를 앞세운 소련군의 공세에 그대로

    뚫려버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독일군 부대를 넓게 배치한다면··· 아니, 그건 오히려 하책

    이다.’

    내 고민이 길어지자, 대답을 기다리던 두미트레스쿠 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는 저 탱크만 아니면 소련놈들은 무섭지 않소. 다만 기

    갑부대를 막을 전차도, 대전차포도 부족해서 그렇지.

    그러니, 독일군의 기갑부대를 보내주거나 대전차 화기를 증여해준다면 그것으

    로 충분하리다.”

    두미트레스쿠 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역사의 천왕성 작전에서 소련군은 거의 100만 정도의 전력을 동원했었다.

    이번에는 그때에 비하면 소련군의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겠지만, 그렇다고 하

    더라도 루마니아군의 도움 없이는 쉽게 막아낼 수 없을 터였다.

    ‘확실히, 우리가 기갑부대를 지원해주기만 하면 루마니아 놈들도 보병 노릇

    정도는 충분히 해주겠지.’

    마음속으로 계산을 끝낸 나는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아군의 부대를 파견해서 함께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호

    트 상급대장, 4기갑군에서 기갑군단을 하나 더 차출할 수 있겠습니까?”

    “4기갑군단은 이미 스탈린그라드 남쪽 전선 방어에 투입되어 있고, 48기갑군

    단은 현재 예비대로 굼라크 인근에서 대기 중이오.

    그럼 48기갑군단을 루마니아 3군에 파견하시겠소?”

    호트 장군의 생각은 루마니아 3군과 4군에 각각 1개 기갑군단을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48기갑군단도 남쪽의 공세를 막는데 먼저 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남쪽의 공세를 막는데 모든 전력을 집중하시겠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나는 모두의, 특히 루마니아 3군 사령관 두미트레스쿠 대장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미리 생각해두었던 방어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소련군이 양익 포위로 스탈린그라드를 노릴 거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결국 놈들의 포위 시도로부터 아군의 보급선을 지켜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북쪽의 공세를 먼저 막아야 하지 않겠소? 스탈린그라드로

    통하는 철로는 그쪽이지 않소.”

    “아닙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로스토프로 통하는 철로는 돈강 남쪽에도 한 군

    데가 더 있습니다. 게다가, 북쪽 철로는 돈강과 치르강에 인접해 있어서 퇴각

    한 루마니아 3군과 11군이 함께 싸운다면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북쪽 철도를 빼앗기더라도 남쪽 철도만 지켜낸다면 보급은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선, 상대적으로 약한 소련군의 남쪽 공세를 먼저 격퇴하고 그 다

    음에 북쪽으로 모든 전력을 집중시킨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나의 작전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두미트레스쿠 대장만큼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론

    을 펼치고 나섰다.

    “만약 그런 거라면, 차라리 북쪽을 먼저 막는 것이 낫지 않소? 로스토프를 경

    유해야 하는 데다가 마지막에 소련군에 의해서 차단되는 남쪽 철도보다 북쪽

    철도를 지키는 편이 훨씬 유리하지 않겠소.”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저희들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북쪽보다 남쪽의

    공세가 훨씬 규모가 작을 겁니다.

    게다가, 남쪽으로의 진격을 방치했다가는 카프카스로 내려간 1기갑군과 17군

    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알겠소이다.”

    계속되는 내 반박에 두미트레스쿠 대장도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회의는 남쪽을 먼저 막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그러나 나는 모두가 돌아간 다음에도 한참 동안 회의실에 남아 내 작전을 몇

    번이고 다시 검토해보았다.

    ‘···과연 이 작전으로 놈들의 천왕성 작전을 막을 수 있을까.’

    이번 작전은 소련군이 동원한 병력이 전생의 천왕성 작전보다도 줄어들었으리

    라는 전제하에서 계획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라도 저놈들이 전생처럼 100만 대군을 동원해버린다면 이

    방어 작전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터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소련 놈들의 병력 동원 능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모스크바 전투에서 입은 피해를 벌써 회복했을 리가 없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전화는 몇 번의 신호와 연결을 거친 끝에 누군가에게 연결되었다.

    “파울루스 장군? 정말 오랜만이군. 스탈린그라드 공략은 잘 되어가고 있소?”

    “이렇게 갑자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총통 각하.”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바로 독일의 최고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였다.

    *****

    1942년 10월.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드넓은 러시아 평원에는 다시 한번 라스푸

    티차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는 스탈린그라드 일대와 돈강 유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탈린그라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돈강 북쪽 방면에서 대치 중이던 소련군과

    독일군은 이 진흙 축제 속에서 미묘한 정전 상태가 되었고, 모두가 우의를 뒤

    집어쓴 채 양동이를 들고 참호 안의 물을 퍼내기 바빴다.

    그러나 시가지에서는 여느 때보다도 끔찍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골목길과 부서진 건물 안에서는 쏟아져 내리는 빗발과 포탄 사이로 총격전과

    백병전이 펼쳐졌고, 한 번씩 천둥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거대한 포탄이 시

    가지에 떨어졌다.

    이렇게 평야 지대와 시가지에서 언제나처럼 교전과 대치가 일어나는 와중에,

    각자의 후방 지대에서는 조용히 음모가 준비되고 있었다.

    우선, 소련군은 돈강 북쪽과 스탈린그라드 남쪽에서는 끊임없이 병력을 집결

    시키기 시작했다.

    클레츠카야 방면의 돈강 북쪽부터 볼가강까지는 총합 50만의 병력에 500여 대

    의 전차가 돈강을 향해 도열한 채 진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스탈린그라

    드부터 남쪽으로는 30만의 병력과 300여 대의 기갑전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독일군과 루마니아군은 공세 예상 지점에 깊숙이 방어선을 구축하

    고 보급 물자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탈린그라드 일대의 카르포프카 역과 굼라크 비행장, 피톰니크 비행장

    에는 매일같이 화물차와 수송기가 들어와 엄청난 물자를 뱉어낸 뒤 돌아갔고,

    그로 인해 기차역과 비행장 근처에는 언제나 엄청난 양의 화물이 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르포프카 역으로 굉장히 특이한 화물을 실은 기차가 들어

    왔다.

    이 기차에는 화물차 한 칸마다 단 하나의 화물만이 실려있었는데, 그것은 머

    리부터 발끝까지 나사 하나조차 보이지 않도록 방수포로 꽁꽁 싸매져 있었다.

    “이게 총통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신형 비밀병기인가?”

    “하하! 예, 그렇습니다.”

    총통이 보낸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카르포프카 역까지 직접 나간 나는 전차병

    들이 화물칸에 올라가 방수포를 한겹 한겹 벗기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모든 방수포가 제거되자 그 자리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차체 위에 포

    탑을 올린듯한 모습의 거대한 중전차가 놓여있었다.

    “이게 바로 총통 각하께서 말씀하신 비밀병기, 6호 전차 티거입니다.”

    “티거라···.”

    나는 화물칸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그 거대한 자태를 조용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소문은 많이 들었어도 실물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독일군이라고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티거를 떠올리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이 무렵에 티거는 한번 보기도 힘든

    귀하신 몸이었다.

    “···이 녀석이 정말로 혼자서 수십, 수백대의 T-34를 격파한단 말인가.”

    내가 티거를 바라보며 그런 말을 중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502 중전차 대대

    장 슈바너 소령이 내 말에 답했다.

    “물론입니다, 각하! 이 녀석이 가진 100mm 두께의 전면 장갑은 T-34의 76mm

    따위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고 저 늠름한 88mm 주포는 T-34의 어디를 맞추더라

    도 한방에 격파해버립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활약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좋네. 자네들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슈바너 소령과 악수를 나눈 뒤, 6군 사령부로 돌아

    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일지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추가되었다.

    - 502 중전차 대대가 6군 직할대로 배속됨.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차, 티거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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