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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25화 (25/157)

25화. 반격 (1)

“각하, 중부집단군으로부터 보고입니다. 현재, 르제프와 칼루가 방면에서 소

련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르제프와 칼루가 방면이? 중앙 쪽에서는 공세 예후가 보이지 않았나?”

“3기갑군으로부터는 별다른 보고가 없었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1942년 1월 15일.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소련군은 아군을 몰아내자마자 그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들은 모든 전선에서 동시에 총공세를 펼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저들이 선택한 것은 남쪽과 북쪽에서 전선을 돌파하는 양익 포위 전

술이었다.

‘르제프와 칼루가라···. 아무래도 역사가 변한 바람에 놈들의 대응도 바뀐 모

양이군.’

의외이긴 했지만, 사실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회귀 전과 비교해 아군

의 상황이 훨씬 나아진 만큼, 소련놈들도 공세 목표를 줄여야 했을 테니까.

‘이 정도라면, 이전과 같은 참패를 겪는 일은 없겠군.’

어쨌든 중부집단군은 병력을 온존해냈고, 소련군의 반격 규모는 축소되었다.

거기에 북부집단군으로부터 차출한 예비대까지 대기 중이니, 이번 공세는 무

사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나는 소련군의 반격을 그저 관망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소련군의 작전이 전면 총공세에서 양익 포위 전술로 축소되면서 바뀌

어버린 역사는 모두가, 심지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

작했다.

*****

“···그리하여 2월 1일 현재, 남쪽에서는 류티노보, 키로프, 모살스크 인근까

지, 북쪽으로는 르제프와 오스타시코프 사이의 일부 지대만을 빼앗긴 상황입

니다.”

2월 1일.png

“9군이 생각 외로 선방해주는군.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네만, 자네의

말대로 모델 장군을 기용하는 것이 정답이었어.”

“하하, 정말로 다행입니다.”

방어의 사자, 발터 모델과 르제프 고기 분쇄기라 불리는 철벽 방어선이 만들

어낸 결과물은 실로 놀라웠다.

르제프를 지나 뱌지마로 향해야 할 16군이 9군에 막혀 단 1km조차도 진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칼리닌 전선군은 르제프를 우회해서 5군으로 안쪽 방어선을 돌파하고자

했지만, 그곳에는 복잡하게 얽힌 바주자강과 강력한 제4기갑군이 기다리고 있

었다.

그 대신 30군이 르제프와 오스타시코프 사이를 제법 깊숙이 파고들긴 했지만,

결국 소련군의 원래의 목적이었던 포위망 형성은 요원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문제는 남쪽이로군.”

그러나 북쪽에 비해 남쪽에서는 브리얀스크 전선군의 진격이 제법 성과를 거

두었다.

주변의 기갑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2군과 4군을 밀어내고 칼루

가 일대에 거대한 돌출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또한 양익 포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무하다시피 한 모양새였지만, 그럼에

도 아군에게 있어서 제법 위험한 상황임은 분명했다.

“클루게 원수, 지금 당장 예비대를 투입해서 소련놈들의 돌출부를 격퇴하도록

하게. 저 미개한 슬라브 놈들에게 단 한 뼘의 땅도 내줘서는 안 되네!”

“···물론입니다, 총통 각하.”

클루게 원수는 총통의 명령에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약간의 후퇴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총통의 발언이 조금 불안하긴 했

지만, 클루게가 생각하기에도 지금으로서는 저 돌출부를 격퇴하는 것이 우선

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명백한 상황 덕분에, 이번 총통 회의는 논쟁의 여지도 없이

쉽게 끝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각하, 저기 있는 칼루가 돌출부를 저희가 역으로 포위하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던진 한마디에, 회의실에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회의를 끝내려던 총통은 눈을 빛내며 다시 지도 앞으로 달려들었고, 클루게는

말을 꺼낸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파울루스 장군, 그게 정말로 가능하겠는가?”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화색이 만연한 총통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적들은 이미 몇 달 동안이나 격전을 치르며 진격했으니 지금쯤 공세 종말점

에 도달했을 겁니다.

게다가 아군의 2기갑군과 3기갑군이 마침 돌출부의 목 부분에 배치되어 있으

니, 양측 합계 100km 정도의 간격만 닫는다면 적들을 오히려 역포위할 수 있

습니다.”

“오오··· 과연! 마치 소련놈들이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꼴이군.”

사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작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소련군의 선택과 9군의 선방, 그리고 내가 가진 미래의 정보들까지.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작전이 가능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로 하늘이 도왔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클루게 원수가 즉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총통 각하, 파울루스 장군의 주장은 지도 위의 깃발만 보고 떠벌리는 탁상공

론에 불과합니다.

현재 중부집단군 예하의 병사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전과 퇴각으로 인해

지치고 기강이 흐트러진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적을 역포위하고 섬멸하는

등의 정교한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클루게 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일선 부대들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따지자면 나도 할 말이 있었다.

“하지만 각하, 그런 사정은 소련군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현재 브리얀스

크 전선군의 모습을 한번 보십시오. 저들은 그저 막무가내로 진격할 뿐, 진격

의 속도나 돌파구의 넓이, 후속하는 부대와의 연계가 모두 엉망진창입니다.

각하께서도 당연히 아시겠지만, 원래 전격전이란 전선을 돌파하고 확장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법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빈틈을 보인 지금이야

말로 기회입니다.”

“우리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적들도 약해졌으니까 괜찮다는 건가? 궤변

이로군.

게다가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닐세. 만약 자네 말대로 3기갑군과 2기갑군을 동

원해서 칼루가 돌출부를 닫는다면, 그동안 모자이스크 방면의 전선은 누가 담

당할 텐가?”

“바로 그곳에 예비대를 투입하는 겁니다.”

내 말에 클루게 원수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하하하. 정말이지, 책상머리 참모 장교들이나 할법한 소리를 하는군.

이보게, 파울루스 장군. 만약 르제프의 9군이 밀려나면 어떻게 할 텐가? 또,

소련 놈들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한다면 어쩔 텐가?

저 예비대는 함부로 굴릴 수 있는 병력이 아니야. 말 그대로 만에 하나의 경

우를 위해서 남겨놔야 하는 보험이란 말일세!”

분명 클루게 원수의 말은 정론이었다.

분명 적의 의도와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까지는 예비대를 함부로 투입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리라.

하지만 나는 르제프의 9군이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소련군에

게는 더 이상 가용 병력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클루게 원수에게 자신만만하게 단언했다.

“각하, 소련군은 이미 모든 가용 전력을 투입한 상태입니다. 제가 보증하겠습

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언하는 겐가?”

“···죄송합니다. 자세히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동부 전선 외국군사정보과에

서 확보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확신에 가득 찬 내 말에 클루게 원수는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캐

묻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총통에게로 향했고, 히틀러는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

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이미 결론은 난 것 같군. 클루게 원수, 마지막으로 묻겠소. 이 작

전을 성공시킬 수 있겠소?”

“···총통 각하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좋소! 그럼 칼루가 돌출부의 소련군을 역포위해서 섬멸하도록 하시오!”

*****

“파울루스 장군!”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떠난 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클루게 원수는

나에게 노성을 터트렸다.

“왜 그러십니까, 각하.”

“왜라니.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나? 자네 때문에 우리들은 중

부집단군 전체를··· 아니, 우리 독일의 운명을 판돈으로 건 도박에 나서게 생

겼단 말일세!”

“걱정 마십시오, 각하. 그 도박, 반드시 이길 겁니다.”

담담하게 대답하는 내 모습에 클루게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미쳤군···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야.”

“이렇게밖에 말씀드릴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방금 전 회의에서

제가 했던 말들은 모두 진실입니다. 그것만큼은 믿어주십시오.”

“···만약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건 위험한 작전일세.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현재 1.5배에 달하는 전력 차를 1대1까지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북부집단군에서 차출한 4기갑군과 예비대, 그리고 1기갑군에서 가져온 기갑군

단까지, 현재 중부집단군은 태반이 빌려온 전력으로 이루어진 처지였다.

이들이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중부집단군과 모스크바 방위군

간의 전력비는 1.8배까지 늘어날 터였다.

하지만 이번 반격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 전력 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클루게 원수의 말대로 실패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이대로 있

으면 패망할 운명의 나라다. 이 빌어먹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도박은 감수하는 수밖에.’

“각하, 정공법으로는 어렵다면 기책이라도 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내 말에, 클루게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부디 내가 틀리고 자네가 옳았기를 바라겠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끝장일 테니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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