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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2화 (12/157)

12화. 바르바로사 작전 (4)

“그렇다면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를 동시에 공략해보는 것이 어떤가?”

“동시에··· 말입니까?”

히틀러의 말에 회의실 안에 있던 모두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사실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보크 원수가 요청했던 제4기갑집단은 어떻게 하겠

다는 말인가?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레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제4기갑집단은 어디에 배치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레닌그라드 공세에 투입되어야지.”

그 말에 레프와 보크의 희비가 엇갈렸다.

“각하,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증원 없이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알고 있소. 물론 중부집단군에도 증원이 이루어질 것이오.”

이어지는 히틀러의 말에 이번에는 나머지 한 사람, 남부집단군 사령관 룬트슈

테트 원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니 남부집단군의 제1기갑집단을 쪼개서 모스크바 공세를 지원하면 어떻

겠소?”

“저희의 1기갑집단을 말입니까?”

룬트슈테트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가 지휘하는 남부집단군은 개전 초기부터 강력한 적들과 맞서 싸워온 데다

가 편제의 절반 가량이 동맹국 부대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격의 핵심인 기갑부대를 차출해가겠다고?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총통 각하, 제1기갑집단을 분할해서 차출한다면 저희 남부집단군은 더 이상

진격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해하오. 그 대신 남부집단군의 진격 목표를 로스토프에서 도네츠강으

로 하향 조정하면 괜찮지 않겠소?”

‘목표의 하향조정이라···.’

그 말에 룬트슈테트 원수는 생각에 잠겼다.

그래, 분명 도네츠강까지 전선을 밀고 나가는 것 정도라면 기갑 집단 없이도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인즉슨, 결국 남부집단군을 조공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가. 이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애매한 타협안은 중부집단군의 입장에서도 딱히 만족스럽지 않은

조치였다.

클라이스트 상급대장이 지휘하는 제1기갑집단은 총 3개의 기갑군단으로 이루

어져 있다.

이들을 분할 한다는 것은 기껏해야 1~2개의 기갑군단을 보내주겠다는 것일 터.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 있을지 자

신할 수 없었다.

보크와 룬트슈테트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대로 결론이 내려지면 서로가 불편해질 터. 조용히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

은 이내 협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총통 각하, 만약 파울루스 장군의 말대로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가장 먼저 확

보해야 할 것은 남부의 비옥한 토지와 공장지대입니다.

저희 남부 집단군의 진격을 물려가며 레닌그라드를 노리는 것은 악수입니다.”

“반대로, 만약 모스크바를 점령해서 전쟁을 단기에 끝낼 수만 있다면 이곳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옳습니다. 레닌그라드는 이미 포위망 안에 갇혀있

으니 시간을 두고 점령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아니, 두 사람 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이에 당황한 레프가 반박을 하려 했지만, 두 사람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레프로서는 정말 다행히도, 히틀러의 뜻은 확고했다.

“아니, 이건 총통명령이오! 룬트슈테트 원수, 지금 당장 기갑부대를 차출해

중부집단군으로 보내도록 하시오!”

총통 명령이라는 그 한마디에 곧바로 바르바로사 작전의 가을 공세 계획이 결

정되었다.

북부집단군은 레닌그라드로, 약간의 기갑전력이 보강된 중부집단군은 모스크

바로, 그리고 남부집단군은 도네츠 강을 향해 진격하는 것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에 지휘관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레프와 보크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났고, 룬트슈테트와

할더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앞으로의 일들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진정한 승자는 레프도, 보크도 아닌 바로 아돌프 히틀러

였다.

이제 더 이상 작전을 주도하는 것은 군부가 아니었다. 바르바로사 작전이 시

작할 때만 해도 한 마음 한뜻이었던 육군은 이제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서

로 물고 뜯는 관계가 되어버렸고, 이제 대부분의 문제들이 히틀러가 손을 들

어주는 쪽으로 결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런 변화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 파울루스를 제외하고는.

*****

회의가 끝난 뒤, 나는 레프 원수의 요청에 따라 그와 함께 잠시 접견실로 향

했다.

“자, 자리에 앉게.”

“예.”

자신의 병력을 차출당하지 않은 덕분인지, 아니면 북부집단군의 중요성을 인

정받은 덕분인지 레프 원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하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일은 꽤나 놀랐네. 설마 자네가 그 자리에서

레닌그라드 공략을 지지할 줄은 상상조차도 못 했었거든.”

“전 그저 얕은 지혜를 한번 말씀드려 본 것뿐입니다. 결국 다 총통께서 결단

을 내려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얕은 지혜라니, 그런 말 말게.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질 것도, 지금쯤 난관에

봉착할 것도 자네는 모두 다 예견해냈었지 않나.

이전의 총통 회의 때는 나도 그저 흘려들었네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네만큼

냉철하고 정확하게 이번 전쟁을 통찰했던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 얼굴에 금칠을 하던 레프 원수는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그러니 자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었네.

자네는 이번 회의의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앞으로의 전역은

어떻게 될 거라 예상하나?”

이번 회의의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역이라. 레프 원수는 총통의 결정이 반

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남부집단군과 중부집단군의 조정에 대해서라면,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

니다.”

“그런가? 의외로군. 나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는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네만.”

사실 레프 원수의 판단은 타당한 것이었다.

현재, 독일군은 세 군데의 전역에서 동시에 작전을 전개하기에 여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에라도 몰아주는 것이 옳을 터인데, 히틀러가 내린 조치로

는 중부집단군과 남부집단군이 모두 병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얻는 것이 레닌그라드 뿐이라고 생각하니, 이득을 보는 입

장인 북부집단군 사령관 레프조차도 이건 악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밖에.

하지만 미래를 아는 내 입장에서는 히틀러의 이 멍청해 보이는 결정이 최선의

수였다.

회귀 전, 아군은 북부집단군의 4기갑집단을 중부집단군에 배속시켜서 총 3개

기갑집단으로 모스크바를 공격하고 1개기갑집단을 보유한 남부집단군으로 우

크라이나를 공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중부집단군은 모스크바 교외 40km 앞까지, 남부집단군은 로

스토프 인근까지 진출하지만 혹독한 겨울과 보급 부족, 그리고 소련군의 반격

에 밀려 결국 수많은 중장비를 버리고 후퇴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싸움은 멀리 진격하면 할수록 피해가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회귀 전에도 패퇴했던 전투인데,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병력이 더 적으니 당

연히 패배할 수밖에. 어차피 질 거라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병력을 레닌그라드에 투입해서 북부 전선을 정리해버리

고, 보급선을 개선해서 42년 여름부터 다시 공세에 돌입한다면?

이거야말로 내가 계획했던, 독일이 소련을 쓰러트릴 유일한 승리 시나리오였다.

애당초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모든 것을 준비해온 것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나는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었다.

“각하의 말씀대로 남부집단군과 중부집단군의 공세는 실패하겠지요. 하지만

결국, 이 전쟁은 우리 독일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

“각하의 말씀대로 남부집단군과 중부집단군의 공세는 실패하겠지요. 하지만

결국, 이 전쟁은 우리 독일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그 말에 레프는 잠시동안 파울루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중부집단군과 남부집단군의 공세는 실패할

거라고?’

아군이 패배할 거라는 발언은 군인이 쉽게 입에 담을만한 말이 아니었다. 심

지어 그것이 상급자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런데 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저리 당당하게 한단 말인

가?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전쟁은 독일의 승리로 끝날 거라고?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눈을 빛내며 말하는 파울루스의 모습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확신에 가

득 차 있었다.

‘···정말로 알 수 없는 녀석이군.’

레프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만약 저 녀석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면 그냥 미친놈이라 단정 지었으리라.

하지만 파울루스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총통 회의에서 사임하겠다는 발언을 던진 것부터, 지금의 이 사태를 예측한

것까지.

전부 이해할 수 없는 일뿐이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저 녀석의 뜻대로 돌아가

지 않았던가.

‘설마 이 모든 것을 저 녀석이 설계한 것인가? 아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지···. 하지만 저 녀석의 통찰력만큼은 진짜다.’

그렇기에 레프는 이번에도 파울루스를 신뢰해보기로 했다.

“좋아.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네.

자네는 우리 북부집단군이 레닌그라드를 점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레프 원수의 질문에 파울루스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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