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일군 원수가 되었다-6화 (6/157)

6화. 발칸 반도 작전

“그래, 발칸 반도 계획은 파울루스 장군이 한번 주도해서 입안해보시오.”

‘발칸 반도 작전을 나에게 맡기겠다고?’

갑작스러운 히틀러의 말에 나는 다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군사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발칸 반도 작전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유고슬라비아군과 그리스군의 무장 수준은 말 그대로 전근대 군대나 다를 바

가 없었고, 그나마 적수가 될만한 영국군조차도 제대로 된 기갑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독일군이 본격적으로 나서기만 하면 승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에 불

과한 상황이리라.

그런데 그런 일을 굳이 나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하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오. 파울루스 장군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으

니, 그에 걸맞는 일을 맡길 뿐이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히틀러의 표정을 보자, 그제서야 그의 속내를 눈치챌

수 있었다.

‘···할더에게 밀리지 않고 참모본부 내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이런 먹이

를 던져주는 건가.’

히틀러는 이미 나를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키워주려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우스운 일이다.

설마 내가 군부를 지키려는 할더를 배신하고 히틀러의 줄을 타게 될 줄이야.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

바르바로사 작전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조국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악

마가 아니라 히틀러의 손이라도 잡아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총통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

발칸 반도 작전은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순조롭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우선, 작전에 참가할 부대들부터 선정해야겠군요.”

“따로 생각해둔 부대라도 있나?”

“아닙니다. 어느 부대라도 상관없습니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빌헬름 리스트 원수의 12군, 바익스 상급대장의 2군, 클라

이스트 상급대장의 클라이스트 기갑 집단 (제1기갑군)이 작전에 참가했었다.

그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승리를 거뒀던 만큼 이번에도 똑같이 진행하면 되리라.

“대신 산악 사단과 공수 사단, 그리고 공군의 지원이 다수 필요합니다.”

“산악 사단은 그렇다 쳐도, 공수 사단까지 말인가?”

“예, 그리스는 산과 섬이 많고 남쪽으로 갈수록 지형이 좁아집니다. 그런 만

큼 우회해서 전선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레타 섬을 점령하려면 공수부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습

니다.”

“좋네. 그럼 슈투덴트 장군의 제7공수사단을 보내주도록 하지. 그럼, 작전 계

획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그리스군은 유고슬라비아와의 국경선은 완전히 비워둔 채 불가리아, 알

바니아와의 국경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군의 주력부대로 유고슬라비아군을 분쇄하고 비어있는 국경선을 통

과해 적의 후방을 점거, 포위 섬멸할 계획입니다.”

발칸 반도 작전은 회귀 전에도 독일의 압승으로 끝났던 만큼, 원래의 계획에

서 굳이 손볼 곳은 따로 없었다.

‘딱 하나, 크레타 섬만 빼면 말이지.’

하지만 크레타 섬 공방전은 얘기가 달랐다.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한 탓에 빈약한 장비를 지닌 공수부대만으로 전투를 치

러야 했던데다가, 에니그마로 인해 영국군에게 작전 정보가 모두 노출되는 바

람에 공수부대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때 입었던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던지, 팔슈름예거는 한동안 전역에 참가하

지 못할 정도였다.

‘크레타 섬을 어떻게 점령할지도 좀 고민해봐야겠군.’

하지만 지금은 크레타 섬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 문제는 일단 그리스부

터 점령한 뒤에 고민해도 되리라.

그리하여 1941년 4월 6일, 독일군의 발칸반도 작전이 시작되었다.

*****

“프레드! 철갑탄!”

“다 떨어졌습니다, 병장님!”

“젠장, 그럼 고폭탄이라도 장전해!”

“예!”

필립 병장의 호통에 프레드는 재빨리 탄약 상자를 뜯었다.

순간 고폭탄으로 독일놈들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오랜 훈련과 실전으로 숙달된 그의 몸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탄두와 장약을

장전해냈다.

“고폭탄 장전 완료!”

“좋아, 발사!”

투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저 멀리서 달려오던 제리 놈의 전차가 불꽃에 휩싸였다.

궤도가 끊어진 건지 정말로 파괴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좋았어! 먹힌다! 계속 장전해!”

“예!”

그러나 아직 독일군의 전차는 2대나 더 남아 있었다. 반면에 아군의 야포는

우리 포반의 25파운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

‘정말로 놈들을 막을 수 있을까.’

프레드는 고폭탄을 장전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지금까지 프레드가 소속된 포병연대는 언제나 훌륭하게 싸웠다. 그러나 저 빌

어먹을 제리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냐하면 저놈들은 언제나 아군의 후방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유고슬라비아 쪽 국경선이 뚫려서 적들에게 우회 당했다. 그 다음에

는 그리스 놈들이 뚫렸고, 지난번에는 산악부대가 산을 넘어서 후방으로 침투

했단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서 단 2주 만에 그리스 북부를 모두 내주고 최후의 방어선

을 친 곳이 여기, 테르모필레였다.

장교 놈들은 이곳이야말로 반드시 사수해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쳐댔지만, 일

개 병사인 프레드로서는 그저 불안할 따름이었다.

‘혹시 모르지. 어쩌면 지금도 우리의 뒤에서 점점 다가올지도.’

“프레드! 장전은 아직이냐!”

“죄송합니다!”

아니, 지금은 후방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전차조차도 못 막고 있었으니까.

“장전 완료!”

“발사!”

콰앙!!

“와아아!!!”

“됐어! 독일놈들의 전차가 멈췄다! 공격해!”

그래도 오늘은 운이 따라주는 날이었다.

불과 400미터 앞까지 접근한 전차를 간발의 차이로 저지해낸 것이다.

“프레드, 전차병들이 기어 나온다! 총 가져와!”

“예!”

프레드는 한쪽 구석에 거치해뒀던 리엔필드 소총을 들고 달려가 참호 밖을 겨

냥했다.

전방을 바라보니 적들의 공세는 이미 기세가 꺾여 있었다.

‘이겼다.’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프레드의 마음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샘솟

았다.

그래, 이런 식이라면, 이런 식으로 계속 이길 수만 있다면. 그러면 정말로 우

리가 이길지도 모른다.

프레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어? 저게 뭐지?”

“왜 그러십니까?”

“프레드, 저기 좀 봐라. 아군기인가?”

“예?”

프레드는 필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거대한 항공기들이

아군의 후방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글쎄요, 저쪽으로 가는 걸 보면 아마 아군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프레드의 눈에 뭔가 이상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기서 누가 뛰어내리는데 말입니다?”

*****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 4월 25일 기준으로 아군이 아테네 시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메탁사스, 살로르카, 테르모필레 그리고 아테네까지. 작전을 개시한 지 고작

19일 만에 그리스 대부분의 지역에서 영국군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지도위의 전역들을 짚어가며 보고를 계속해나갔다.

“비록 테르모필레 지역에서 며칠 동안 발 묶이긴 했지만, 적들의 후방에 투입

된 팔슈름예거가 제 역할을 해 준 덕분에 방어선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습

니다.”

발칸 반도 작전은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비록 그리스군은 용

맹하게 저항했지만, 기갑부대를 앞세운 우리 독일군을 막아 세우기에는 역부

족이었고 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이제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크레타 섬만이 남았습니다만, 펠로폰네소스 반도

는 며칠 내로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문제는 크레타 섬이군.”

현재 지중해 전역에서 추축국이 처한 상황은 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 그리스와 유고슬라비아를 포함한 발칸반도 쪽은 독일군에 의해 점령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북아프리카에서도 에르빈 롬멜 장군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대로 이집트를 정복하고 수에즈 운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바다였다.

지중해에서 추축국의 해군 역할을 맡아줘야 할 이탈리아 해군이 작년 11월에

있었던 타란토 공습의 여파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지중해 지역에서 제공권은 아군이 연합군보다 앞서고

있지만, 제해권은 연합군이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허 참, 어처구니가 없군.”

“멍청한 이탈리아 놈들 같으니라고···.”

내 보고에 회의실에서는 탄식인지 실소인지 모를 것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가벼운 분위기와는 달리, 크레타 섬을 둘러싼 문제는 훨씬 심각한 것

이었다.

“하지만 크레타 섬을 포기할 수는 없네. 저 섬이 연합군의 불침항모가 되어버

리면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보급로부터 시작해서 루마니아의 플로에슈티 유전,

이탈리아와 독일 남부까지도 전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단 말일세.”

“맞습니다. 크레타 섬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크레타 섬을 공략할 작전도 준비되어있는 거겠지?”

총통의 질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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