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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98화 (198/245)

# 198

독식왕 : 클리어러 198화

암젤의 호랑이들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다섯 마리가 각자 다른 방향에서 오이누스를 포위하듯 달려든다.

오이누스는 소환수들의 수준이 자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움츠리거나 피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커다란 덩치를 앞세워 단단히 버티고 선 채 호랑이 한 놈에게 혓바닥을 날렸다.

암젤이 호랑이를 소환할 수 있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소환하는 호랑이는 현실의 호랑이와 같지 않다.

아마도 소환수 호랑이 한 마리가 현실 호랑이 열 마리와 싸워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캐앵!”

그런 강력한 호랑이가 오이누스의 혓바닥에 휘감기자마자 강아지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몸이 감긴 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피부가 녹아들었다.

예상대로 오이누스의 혓바닥 공격은 그냥 혀만 내뻗는 공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혀에 단단히 붙들린 채 질질 끌려들어 갔다.

그사이 남은 네 마리 호랑이가 오이누스에게 덤벼들었다.

호랑이들의 이빨이 오이누스의 몸에 박히려는 순간,

촤라락!

오이누스의 등을 뚫고 네 개의 촉수가 뻗어 나갔다.

그것들은 입안의 혀처럼 점액을 튀기며 출렁였지만, 엄밀히 말해 혀와는 모양이 달랐다.

각각의 촉수 끝에 뱀의 대가리처럼 아가리가 달려 있었던 것.

네 개의 아가리가 호랑이들의 몸뚱이를 베어 물었다.

“캐앵!”

“커허엉!”

힘 좋고 사나운 맹수가 다섯 개의 촉수에 끌려들어 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암젤은 소환수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그쯤에서 소환을 해제시켰다.

퍼엉!

퍼엉!

호랑이 다섯 마리를 포식하고자 하는 열망에 빠져 있었던 오이누스는 먹잇감이 한꺼번에 사라지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무표정했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환수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오이누스에게서 멀리 떨어졌던 나는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파충류 군주를 응시하며 난감함에 마른침을 삼켰다.

오이누스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한 마리 짐승이나 다름없다.

그와는 다른 군주들과 그랬던 것처럼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본능에 충실한 파충류가 어찌어찌 55위 군주의 땅에 가게 되어 우연히 군주의 표식을 손에 넣게 된 것에 불과하다.

본질은 몬스터가 아닐지 모르지만 행동은 몬스터보다도 단순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놈의 대리인이었던 가브리엘에게 약간의 동정심이 생겼다.

물론 그 역시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는 환상의 복식조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떡하나…….’

일단 닥치는 대로 마법을 쏘아보았다.

‘라이트닝 볼트!’

‘파이어 볼트!’

‘아쿠아 볼트!’

각기 다른 성질의 마법을 날린 것은 혹시라도 이 중 하나가 오이누스에게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세 줄기 마법이 몸을 강타하는 동안에도 놈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갑옷이 단단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방어력이 강한 건지 모르겠지만 마법이 몸에 닿자마자 사그라져 버렸다.

이번엔 자기 차례라고 생각한 걸까?

오이누스의 주둥이가 쩍 벌어졌다.

촤악-!

흉물스러운 혀가 나를 향해 뻗어왔다.

피하기 어려운 공격이 아닌 터라 회피를 준비하고 있던 나는 중간에서 갑자기 혀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각으로 휘어진 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암젤이었다.

암젤은 잽싸게 도망가며 소환수들을 불러냈다. 하지만 소환수는 결과적으로 오이누스의 공격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환되자마자 단단한 혀에 몸이 꿰뚫려 죽어버린 것.

아주 지능이 없지는 않은지 오이누스는 호랑이가 실질적인 먹잇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뚱이를 휘감아 집어삼키는 대신 방해물을 치우고 암젤을 쫓는 데 주력한다.

펑! 펑-!

암젤과 혓바닥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소환술을 사용하는 암젤의 마나가 곧 떨어질 것이었으므로 추격전의 끝이 어떤 모양이 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본체를 공격해 혀를 회수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겠으나, 오이누스의 비정상적으로 강한 방어력을 감안하면 그것도 헛짓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바키움.

재빨리 마나를 충전해 화살을 날렸다.

‘연사!’

처음 두 대의 화살은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혓바닥을 놓치고 말았지만, 마지막 한 대는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박혔다.

“캬악!”

혀에 화살이 꽂히자 오이누스는 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 혓바닥이 출렁대며 재빨리 입안으로 되돌아갔다.

그것을 보며 나는 하나의 가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오이누스는 외피의 방어력이 무시무시하게 강하지만 대신 혀와 촉수의 방어력은 그만큼 강하지 않다.

그를 공략하고자 한다면 이 점을 이용해야 할 것이었다.

“캬갸각!”

뜻밖에 약점을 공격받은 오이누스가 커다란 주둥이를 짭짭거리며 괴로워했다.

그렇다고 큰 대미지를 입은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흡사 뜨거운 것에 혀를 데인 수준의 반응이었다.

그걸 보자니 이 싸움이 어려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한층 커졌다.

‘잠깐…….’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동시에 내 눈은 가브리엘에게 향했다.

죽어서 사체가 되었지만 아직 스탯스톤이나 스킬 스톤을 토해낸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봐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마 오이누스까지 쓰러뜨린 뒤에야 결정석이 나오거나, 아니면 대리인이 군주의 통로 역할을 할 경우에는 결정석을 뱉어내지 않는 것이리라 여겨졌다.

물론 내 기대는 결정석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쏠린 것이 아니다.

시체를 이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관건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이런 마당에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암젤, 시간 좀 끌어줘.”

“시간 말이냐옹?”

마나 포션을 복용하고 있던 암젤이 되물었다.

방금 필사적으로 오이누스의 혓바닥의 추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말투에 자신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한 듯 금세 고개를 끄덕이고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구나옹. 알았다옹.”

암젤을 두고 나는 점프 스킬을 사용해 훌쩍 가브리엘의 시체 쪽으로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오이누스의 두 눈은 암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입안에 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약간 집착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멍청한 악어 놈아! 나 잡아보라옹!”

암젤이 등을 돌리기가 무섭게 오이누스의 입이 벌어졌다. 이번엔 혓바닥뿐만 아니라 등의 촉수까지 모조리 날렸다.

촤라라락-!

암젤은 달아나면서 또다시 소환술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불러낸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그보다 덩치가 작고 민첩한 스라소니였다.

수준이 떨어지는 소환수일수록 한 번에 불러낼 수 있는 숫자가 많다.

수십 마리의 스라소니가 암젤의 꽁무니에 잇따라 나타났다.

암젤은 소환수들에게 혀와 촉수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아까 화살 한 방에 혀가 회수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촉수도 그와 마찬가지로 내구력이 약할 거라고 판단한 그녀였다.

“캬악!”

“캬아악!”

용맹한 스라소니들은 지시받은 바를 성실히 수행했다.

추격하는 촉수가 다섯 가닥이나 되었지만, 소환수의 숫자는 그보다 다섯 배는 더 많다.

오이누스는 집요하게 이빨을 들이대는 스라소니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퍼엉!

펑-!

추격전이 마구 엉키면서 암젤이 시간을 끌 여유가 많아졌다.

나는 가브리엘의 시체에 두 손을 뻗어 마나를 발현시켰다.

가브리엘을 검은 소환수로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이다.

아직 인간 능력자를 상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시체 또한 심하게 손상됐으니까.

몸뚱이가 찢어지면서 뼈도 박살 났기 때문에 소환술이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결코 없었다.

‘제발 되라!’

평소 같았으면 반응을 보일 단계가 이미 지났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마나를 퍼부었다.

스라소니들의 비명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 가브리엘의 시체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들썩거리며 움직이더니 가위처럼 벌어져 있던 가브리엘의 상반신이 조금씩 엉겨 붙었다.

부서진 뼈가 제자리로 찾아들어 가 조립되기 시작한다.

쿠과과과-!

시체가 찢어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자 그 위로 검은 회오리가 피어올랐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옷과 피부를 찢고 뼈마디만 남겼다.

“오케이!”

이쯤 되면 소환술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긴박한 중에도 어떤 소환수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쿠구구구-

회오리가 사라진 뒤에 새까만 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칼과 피부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왠지 내게는 가브리엘 특유의 사악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듯했다.

[‘가브리엘 모헤이라’가 검은 소환수가 되었습니다.]

[게이머를 소환수로 만든 것은 최초입니다. 검은 소환술이 한 단계 발전했습니다.]

[슬롯이 열 개로 줄어들었습니다.]

“뭐?”

검은 소환술이 발전했다면서 슬롯이 줄었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린지.

나는 의아한 마음에 슬롯 정보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열 개의 슬롯 중 한 개에만 가브리엘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거였군.’

이전까지는 만들어진 소환수의 수준에 비례해 소요되는 슬롯의 수가 달랐다.

가브리엘은 물론 나와 필적하는, 아니, 더 강력한 인물이었으므로 대부분의 슬롯이 사용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소모된 슬롯은 단 하나!

소환수 하나당 하나씩의 슬롯만 소모된다면 가브리엘처럼 강한 소환수를 열 마리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좋네.’

잠시 상황을 잊고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찰나, 암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아직 멀었냐옹?!”

그녀가 소환한 스라소니는 이제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르는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소환술을 사용할 마나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쪽으로 와!”

내 부름에 암젤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 하나의 혀와 네 개의 촉수가 쫓아온다.

나는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싸워라.”

간단한 명령이지만 자고로 소환수는 주인의 명령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법이다.

“끄으윽…….”

가브리엘의 시선이 오이누스 쪽을 향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괴팍한 아우라가 한층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탁탁탁탁!

발소리를 울리며 달려간 가브리엘이 텅 빈 동공 밖으로 멜팅 레이저를 쏘았다.

지이이잉-

그것은 나와 암젤을 공격하던 때보다 훨씬 강력한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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