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68화 (6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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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들부들 전신을 경련하던 몽마의 육체가 마치 아침 햇살에 쫓겨나는 안개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순식간에 홀로 남은 나는 사라진 몽마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대신 상태창을 떠올렸다. 내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나며 새로 변한 수치들을 보여주었다.

    "근데 경험치가 영 그러네."

    경험치가 좀 아쉬웠다. 단순히 경험치만 본다면 전에 사냥했던 점액 고양이가 더 나아 보일 정도였다. 몽마 한 개체를 기준으로 하면 300 경험 대 380 경험이었다. 다만 이러한 표면적인 수치와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여긴 25마리가 있고, 거긴 15마리가 있으니까. 거기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이것을 사냥터 하나의 경험치로 묶는 순간 결과는 뒤바뀌었다. 강변 터미널에 있는 25마리의 여성체를 모두 사냥하면 총 7,500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지만, 외곽에 있는 고양이 15마리를 모두 잡아 봐야 폐공장은 5,700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동 시간도 이쪽이 더 나았다. 아무래도 폐공장보다는 터미널의 몽마 밀집도가 더 빼곡한 편이었다.

    당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장점만 있는 건 없듯이 사냥터도 그러했다.

    "내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관건은 내 체력이었다.

    솔직히 나도 내 체력을 믿지는 못했지만, 일단 직접 경험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팟!

    침실에서 나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내 귓가에 들리는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저, 저 사람! 지금!"

    "사라졌어! 몽마가 사라졌어!"

    "……지금 괴물을 사냥한 거야?"

    소란이 크게 일었지만 내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몽마를 사냥하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오지랖을 펼치던 이들이 사라졌다. 아마 자신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여긴 듯 보였다.

    그러든 말든 나는 움직였다.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이야 당황한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참견하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나타날 게 분명했다.

    빠르게 치고 빠진다!

    내가 사냥을 시작하는 순간 이미 내게 허용된 방관의 시계는 돌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걸음을 빨리했다.

    이윽고 나는 두 번째 사냥감과 접촉할 수 있었다.

    파핫!

    다시 침실로 돌아온 나는 바로 침대위로 향했다.

    꿈속에서까지 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 뭐.

    금세 침대로 다가선 나는 살짝 무릎을 벌리고 삐딱한 자세로 침대 끝에 앉아 있는 몽마의 머리를 그대로 붙잡아 버렸다.

    "뭐하는 짓……으흡!"

    "뭐긴, 전투지!"

    입으로 반항하려는 몽마는 엑스칼리버에 막혀 신음 소리밖에 낼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나는 일부러 거칠게 허리를 튕기며 선공을 날렸다. 내 마음 속에도 작은 가학성이 있는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허리를 튕기며 엑스칼리버를 몽마의 목구멍까지 밀어 넣자, 강한 압박감과 끈적끈적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젖히고 입을 살짝 벌리고 말았다. 벌어진 입에서는 당연히 낮은 신음 소리가 흘렀다.

    내 신음 소리가 흐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보스의 판정이 나왔다.

    ['소매치기'에게 39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공격을 끝낸 나는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방금 전 전투에서 취했던 것과 같은 자세였다.

    턱이 빠진 것처럼 입을 벌려야했던 몽마는 서슬 퍼런 눈으로 나를 죽일 듯 쏘아보았다.

    "자자. 빨리 끝내자. 뭐하고 있어?"

    "네 놈……!"

    내 도발이 먹혔는지 몽마가 진짜 화살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내 눈에는 그냥 순간 이동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무언가 흐릿해진다 싶더니 어느새 몽마가 내 엑스칼리버를 한 발로 밟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서 있었다.

    진짜 엄청나네.

    나도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다보니 자연스레 근육이 긴장됐다. 다행히 긴장한 걸 얼굴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것도 슬슬 적응되어 가는 것 같았다.

    샤샥! 샤샤샥!

    "으윽! 큭!"

    내가 그랬듯이 몽마도 예고 없이 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도 똑같이 발가락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운 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압박과 저항이 느껴졌다.

    진짜 온몸이 흉기네. 흉기야.

    고작 2번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쾌감에 나는 그저 침대 시트를 부여잡으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기술은 오래가지 않아 끝났다. 여전히 마지막에 귀두를 자극하는 게 자칫 위험했지만, 노예 상태가 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소연이와 현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듯 싶었다.

    그러고 보니 걔들 요즘 뜸하네?

    문득 소연이와 현아에 대한 생각이 났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내 의지를 느꼈는지 보스가 딱 맞춰서 결과를 알려주었다.

    ['소매치기'에게 31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소매치기'에게 48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소매치기'에게 63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세 번 연속된 메시지가 흘렀다. 3연격 공격은 똑같았지만 피해는 전혀 달랐다. 덕분에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치명 증폭이 얼마나 되는 거야?"

    소매치기가 주는 데미지 편차가 많은 나는 이유는 바로 치명 증폭에 있었다. 최소한 나보다 더 높지 싶었다. 아니, 대충 3배는 되어 보였다.

    이거 3연타를 모두 크리티컬로 먹으면 사달 나겠는데?

    "142의 3배면, 대충 420쯤 되나? 응?"

    취소다. 사달은 안 날 것 같다.

    하얀 독수리의 영혼 덕분에 대폭 상승한 내 활력 덕분에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만약 전혼이 없었다면 진짜 사달이 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만약은 만약일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전혼 사냥을 한다는 게. 기사 보다가 까먹었네.

    아침에 알람을 끄며 사냥하려고 했지만 까먹은 게 뒤늦게 생각했다. 어차피 하루에 알람이 2번 울리도록 해 놨기에 잊을 리는 거의 없었다.

    "그것보다, 이거……. 테이밍을 해? 말아?"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일단 지금 상황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게다가 아직 사냥할 몽마들이 넘쳤다. 어차피 맹약의 반지는 3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3마리로 시도하지 뭐. 물론 그때 가서 피가 넉넉해야겠지만.

    가볍게 결정한 나는 그대로 일어나 누워있는 몽마를 덮쳤다.

    퍼퍽! 콰앙!

    "아아아악……!"

    더블 어택이 터졌구나. 거기에 크리까지.

    보스의 판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몽마의 전신은 경련의 노예가 된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가 승자를 선언했다.

    "내일부터는 조금 강한 놈으로 해 볼까?"

    살짝 호기가 생겼다.

    ***

    침대 위에서 음란한 소리가 퍼졌다.

    찌걱! 찌걱!

    "후. 이젠 좀 지겹네."

    침대 위에서 몽마가 열심히 양발로 엑스칼리버를 감싸며 문질렀지만 내 표정은 심드렁할 뿐이었다. 물론 처음에 이 풋 잡을 당했을 때는 나도 이렇게 덤덤하지는 않았다. 다만 벌써 스무 번 넘게 당하다보니 2연타 공격이든, 3연타 공격이든 거기서 거기였다.

    오늘 하루 지겹게 여자 발에 문질러지는 구나.

    내 심드렁한 기분 때문일까.

    [방어에 성공합니다.]

    운 좋게 연속으로 회피에 성공했다.

    그제야 내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피어났다. 활짝 핀 얼굴을 한 채 나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투 시작 직후 나타난 창이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

    [맹약의 조건]

    + 몽마의 공격을 3회 방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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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 번 남았네. 아오, 진짜 조건 한 번 드럽게 까다롭네."

    소매치기의 테이밍 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본래 회피는 거의 뜨지 않았고, 처음 이 조건이 나왔을 때 나는 쌍욕을 내뱉고 말았다. 다행히 밑져야 본적이라는 생각으로 장기전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지만.

    소매치기는 회피율은 높은 편이었지만, 명중률을 낮은 편이었다.

    "근데 소매치기는 명중률도 높아야 말이 되지 않나? 아님 그냥 말단이라 그런가?"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 잡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것보다 방어 메뉴가 없어진 게 뼈아프네."

    평민으로 승급하면 안 좋아 진 점이 또 있었다. 본래 삽입 공격, 삽입 방어, 기술 공격, 물품 사용의 4가지 선택이 있었지만, 평민이 된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다. 방어 대신 그 자리에 포기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규칙이 그렇다는데 뭐라 할 수는 없었고, 나는 선선히 공격 포기를 선택하며 공격권을 넘겼다.

    내 속내를 모른 채 몽마는 그저 공으로 공격권을 얻어서 좋다고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엉골 공격이냐?"

    소매치기는 3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2가지는 발가락으로 하는 3연타 공격과 발바닥으로 하는 2연타 공격이었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엉덩이 골 사이에 내 물건을 끼고 앞뒤로 긁어내리는 일명 엉골 공격이었다.

    어느새 내 무릎을 양손으로 잡으며 자리를 잡은 몽마가 힘차게 엉덩이로 그네를 탔다.

    슉! 슈욱! 슈슉!

    "으흠! 이건 좀, 윽! 좋네."

    유일한 단타 공격이라서 그런지 더욱 느낌이 좋았다. 음문에서 흘러내린 몽마의 애액이 적절 윤활유 역할을 하며 밀착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몽마는 간간히 괄약근에 바짝 힘을 주었고, 그때마다 나는 짙은 신음을 흘려야했다.

    몽마의 3가지 기술 중 가장 긴 기술이 점점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현란하게 엉덩이만 앞뒤로 흔들던 몽마가 살짝 들썩였다.

    푸욱! 쫘악!

    "큭!"

    잔뜩 민감해진 엑스칼리버를 그대로 몸 안으로 밀어 넣은 몽마가 반시계 방향으로 허리를 비틀었다. 가뜩이나 가느다란 허리가 부러질까 걱정될 정도였다.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허리를 비틀며 엑스칼리버를 쥐어짜는 몽마의 마지막 기술은 위력 면에서 단연 최고였다.

    크리터졌을 때 500정도 까였던가?

    비록 지금까지 마지막 기술이 치명타로 들어온 적은 딱 한 번뿐이었지만, 워낙 강렬한 기억이다 보니 잊을 수 없었다.

    살짝 긴장한 채 보스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방어에 성공합니다.]

    "오예!"

    처음으로 연속 회피가 뜨며 동시에 환희가 터졌다.

    벌떡 상체를 일으킨 나는 허망한 눈빛으로 누워있는 몽마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순간 몽마가 표독스러운 눈빛을 드러내며 내 손길을 거부했다. 몽마가 홱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미소를 풀지 않았다.

    조건을 만족한 이상 몽마는 맹약을 거부할 수 없었다.

    ['소매치기'와 맹약에 성공합니다.]

    ['맹약의 가락지 1개'를 획득합니다.]

    "나중에 보자고."

    테이밍에 성공했기에 경험치나 다른 물품을 얻을 수 없었지만 한껏 들뜬 내 기분을 거꾸러트릴 이유는 되지 못했다. 더욱이 총 3번의 시도 중에 2번이나 성공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 때도 시간은 흘렀고, 나는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버릇처럼 적응하기 위해 눈을 깜빡거렸다.

    얼씨구? 누가 보면 영화배우라도 나타난 줄 알겠네.

    엄청난 인파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던 것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몽마가 하나씩 사라지자 그 수가 점점 불어났다. 고작 3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급변해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위기감이 느껴졌다.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조금씩 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몇몇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내 모습을 막무가내로 찍고 있었다.

    이 양반들이 초상권 무시하네? 확 고소를 먹여?

    당연히 그럴 수 없었다. 물론 법적으로는 가능했다. 단지 쪽팔림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튀자!

    결정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반대쪽 출구로 달렸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날 찌르며 소리쳤다.

    "저 사람 도망친다!"

    "잡아! 얼른!"

    "익스큐즈 미!"

    적반하장.

    죄지은 것도 없는데 도망치는 나도 웃겼고, 죄 없는 나를 가리키며 잡으라는 사람도 웃겼다.

    사람들의 고함에 속으로 욱하는 것도 없지 않았지만, 나는 다리에서 힘을 빼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다리에 힘을 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말 혼신을 다한 달리기였다.

    사발! 해발! 족발!

    마음 같아서는 뒤 돌아서 으름장을 놓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저 좀비 떼에 따라잡히는 순간 내 신상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될 것만 같았다. 뒤늦게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자책이 들었지만, 지금 필요한 건 후회 따위가 아니었다.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였다.

    ========== 작품 후기 ==========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거기에 주말까지 다 갔습니다.

    아아, 주말이 갔습니다. 날씨가 맛이 갔습니다. 저도 맛이 갔습니다.

    출근하기 정말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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