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Boss-6화 (6/200)

<-- First Stage -->

***

억울, 분노, 허탈.

지금 내 심정이 딱 이랬다. 다른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녀석도 공허하긴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시원한 바람이 날아와 사타구니를 휘저었다.

휘잉.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 여기는 어디지? 아니, 그전에 걔는 귀신인가? 아차차, 그것보다 일단 뭘 좀 입어야겠는데…….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밀어 넣고 몸을 돌릴 때였다. 어둠밖에 보이지 않던 방안이 조금은 밝아졌다. 어슴푸레한 시야 사이로 흐릿한 물체가 살랑거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찾아온 으스스함에 어깨를 부르르 떨며 일단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몸을 움직여야 이 추위가 가실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조금이라도 추위가 가실 빛을 향해 맹목적으로 걸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발바닥에 이상한 게 느껴졌다.

"어? 이거 바닥이……?"

돌멩이였다.

다행히 뾰족하지 않은 개울가에 있는 자잘한 돌멩이였다. 조금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움직인 덕분인지 추위가 가셔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묘한 끌림이 더욱 강해진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잘그락, 잘그락.

내 두툼한 발바닥에 돌멩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비명을 질러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돌멩이가 조금씩 더 작아지는 게 느껴졌다. 점점 작아지던 자갈이 고운 모래처럼 느껴졌을 때. 나는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첨벙.

"아씨, 깜짝이야!"

물이 흥건했다. 바닥에 물을 쏟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마치…….

"……강? 방이 아니라 강이라고? 여기가?"

순간 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정지했다. 분명 방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분명 그랬는데…….

팟!

머릿속이 망가진 회로처럼 뒤엉킨 나를 뒤로하고 사방이 밝아졌다. 아쉽게도 대낮처럼 밝아진 건 아니었다. 농구 경기장에 백열등 하나 켜 놓은 정도?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뭐, 없는 것 보다야 낫네.

살짝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그보다 상황 파악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발로 느낀 감각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눈앞에서 강물이 굽이져 흘렀다.

쉬이, 쉬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은 저 멀리 어둠에서 흘러 나와 다시 어둠으로 흘러 들어갔다.

[노예 임무 '헐벗은 수귀 격퇴'를 생성합니다.]

난데없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음에도 너무 급하게 움직였는지 발바닥이 아려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망막에 맺힌 눈물로 인해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그 사이로 무언가 빛 무리가 보였다. 마치 게임 속 퀘스트 알림창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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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수귀 격퇴]

+ 강가를 배회하는 헐벗은 수귀를 격퇴하라.

+ 기본 보상 : 100 경험.

+ 추가 보상 : 동화 1개.

+ 노예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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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 나왔다. 오늘따라 기가 참 많이도 차는 것 같았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모르겠다.

놀람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살짝 짜증이 났다. 임무창에 보이는 마지막 한 단어가 눈에 거슬렸다.

"노예 임무? 장난해? 나 금수저거든? 은둔형 외톨이든 뭐든, 나 금수저라고! 건물주라니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니, 없을 줄 알았다.

"뽀오?"

"헉!"

갑작스런 목소리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번개보다 더 빨리 소리가 들린 강가 쪽과 반대로 몸을 날렸다. 발바닥이 아프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소리를 낸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눈앞에 쭉쭉 빵빵한 미녀가 알몸으로 서 있었다.

"아…….선녀님."

강물에서 막 나온 생명체는 선녀였다. 이성은 저게 몽마라고 악다구니를 썼지만, 내 본능은 그저 아름답고 자애로운 선녀라도 인식했다. 내 물건이 다시 의욕을 되찾은 게 확실한 증거였다.

멍한 눈으로 출렁거리며 천천히 걸어오는 선녀를 바라보았다.

가슴은 빵빵, 허리는 잘록, 다리는 쭉쭉.

게다가 피부는……어?

"핑크? 사람 피부가 저럴 수……없잖아!"

"뽀오? 뽀오?"

"젠장!"

뒤늦게 이성이 본능을 무찔렀다.

눈앞의 미녀를 선녀에서 몽마로 인식하는 순간 나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무작정 몸을 돌렸다. 발바닥이 다시 아파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다.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존재에 내 물건도……얘는 또 왜 이래?

"아씨! 뛰는데 방해되게! 쓸모없는 놈!"

가마 속에서 이레 동안 구은 자기처럼 내 물건은 여전히 딱딱했다. 달릴 때마다 크게 덜렁거리는 게 적잖이 거슬렸다. 짜증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내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무리 은둔형 외톨이라도 나름 운동은 꾸준히 했었다. 단지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을 뿐 체력이 나쁘지 않았다.

돌아온 이성이 또 다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헉헉! 헉, 아……시바. 빌어먹을 뫼비우스."

수학자는 다 죽어야한다. 아니, 이미 다 죽었나? 하여튼 이번에도 수학자가 나를 가로막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은 진짜 강가가 아니었다. 여기는 뫼비우스 띠였다. 그것이 아니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라든지.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끊임없이 덜렁거리는 물건의 압박에 나는 결국 걸음을 멈췄다.

"쥐새끼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데. 나는. 나는 사람이 돼서……. 오냐, 한 번 해보자고! 너만 믿는다, 친구!"

여전히 성내고 있는 녀석에게 한 마디를 한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내 몸을 돌려 물컹물컹 걸어오는. 아니, 기어오는 몽마를 노려보았다. 내 눈은 이미 불길이 쏟아질 것처럼 뜨거웠다.

"까짓것. 해보자고. 몽마든, 악마든. 그게 뭐든! 덤……아, 도움말!"

나름 멋들어지게 소리치다말고 나는 말을 바꿔야했다. 뒤늦게 디테가 알려준 정보가 떠올랐다. 도움말을 외치자 수많은 창이 눈앞에 쏟아졌다.

이정도면 손전등은 필요 없겠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뒤로한 나는 서둘러 지금 내게 필요한 걸 빠르게 찾아갔다. 양손으로 화투 패를 뒤섞는 것처럼 허우적거리다보니 내가 찾는 것이 보였다.

능력창과 상태창을 양손에 쥐는 순간 가슴이 찌르르 울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 줄이야."

양손에 쥐고 있는 두 창을 확인한 나는 잠시 몽마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쭉 뻗은 두 다리를 두고 포복으로 기어오는 덕분에 시간이 충분해 보였다. 몽마가 바닥을 기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마음을 다잡으며 서둘러 능력창을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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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격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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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력 : 0

+ 지력 : 0

+ 체력 : 0

+ 속도 : 0

+ 정확 : 0

+ 행운 : 0

+ 잔여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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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네."

정말 간단했다. 딱히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잔여 능력치를 근력에 밀어 넣었다.

다음은 상태창이었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초보초보자의 단검이었다. 그 난리 통에서도 본능적으로 단검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 장비창. 장비, 장비."

뒤늦게 아차 싶은 나는 서둘러 장비창을 찾기 위해 창을 뒤졌다. 다행히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지체할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바로 장비창을 활성화시켰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화면이 나타났다.

"……장비가, 장비가. 그 장비였어?"

직사각형 화면의 중심에는 내 물건과 꼭 닮은 형태로 음각되어 있었다. 심지어 두 알의 주름까지 세밀하게 나타낼 정도였다. 하늘을 바라보는 내 물건 그림의 양 옆에는 총 10개의 작은 동그라미가 호위하듯 자리했다.

잠깐 놀랐지만 내 행동은 빨랐다. 본능적으로 무기를 기다란 그림이 그려진 곳에 밀어 넣었다. 딱 맞았다. 동시에 안내음이 들렸다.

['초보초보자의 단검'을 착용합니다.]

"좋아! 이건 됐고. 다음은……."

설명을 좀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 사이 몽마가 거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면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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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 : 240/240

+ 정력 : 24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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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력 : 41

+ 마법력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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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력 : 12

+ 항마력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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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중률 : 4

+ 회피율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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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도 : 2

+ 치명 증폭 : 200%

+ 치명 저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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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한 나는 적잖이 놀랐다. 처음 보는 거라 얼마나 큰 수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아니었다. 다름 아닌 타격력이었다.

"이게 물공 같은데. 무기 하나에 20이나 차이가 나나? 아무튼 이정도면 할 만하겠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은근히 자신감이 샘솟았다. 보통 게임은 1레벨 때 물리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똑 같이 시작하는 법이었다. 지금 내 상태에서 달라진 건 고약한 이름의 단검 하나뿐이니 물리 공격력이 올라간 것으로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자신감이 생긴 증거로 나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물러서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오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열심히 기어오는 몽마를 내려다보았다. 슬며시 팔짱을 낀 내 입술이 묘하게 휘어졌다.

어차피 몽마와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임에 분명했다.

잠시 후 몽마의 손가락이 내 발가락에 닿았다.

"이런, 잡혔네?"

"뽀오오오!"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몽마가 활짝 웃으며 묘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전신으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어릴 적 봉봉을 타고 하늘 위로 떴을 때와 비슷했다. 아니, 실제로 내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어어?"

"뽀오!"

타의에 의해 허공에 떠올랐던 내 몸이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 위치가 좀 애매했다.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이는 강아지 같은 몽마의 다리 사이였다.

물컹!

기분 좋은 탄력이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가슴의 탱글탱글함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사이 몽마는 쭉 뻗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쌌다.

"뽀오, 뽀오!"

"키스해달라고?"

아, 삼십대에 접어드니 완연한 아재가 되고 말았네. 이런 개그는 안 되는데. 쩝.

스스로 자책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몽마는 그저 좋다고 나를 껴안고 몸을 비볐고, 나는 기분 좋은 느낌에 허우적거렸을 뿐이었다. 꼭 서로 온몸으로 애무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임무에 매진했을 텐데.

작은 후회를 하고 있을 때 귓가에 또 다시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30초 남았습니다.]

"공격 제한 시간?"

순간 농구가 떠올랐다. 결코 좋은 소리는 아닌 게 분명했다. 제한 시간 내에 공격을 하지 않으면 공격권을 잃는 것 같았다.

근데 공격을 어떻게 하지?

[공격 제한 시간까지 20초 남았습니다.]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보스의 재촉에 슬슬 조급함이 밀려왔다. 여전히 공격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아, 씨! 뭔데! 뭐 어떻게 해야 공격하는 건데!"

내 성난 불만이 터지는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공격][방어][지원][기술][물품]

다섯 개의 창이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는 소극적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보스의 재촉이 빨라졌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4초 남았습니다.]

[공격 제한 시간까지 3초 남았습니다.]

"공격! 공격한다고!"

보스의 자비 없는 재촉에 나는 악다구니를 쓰며 눈앞의 공격창을 눌렀다.

그 순간 반짝이던 창이 사라지며 내 몸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뒤로 쑤욱 빠지더니 이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퍼억!

"으윽!"

"뽀옹!"

야릇한 감각이 내 무기를 파고들었다.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왠지 모르게 억울한 감정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악마면 어떻고, 몽마면 어떠리.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

그때 내 신선유람을 깨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보스였다.

['헐벗은 수귀'에게 2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응? 아, 이거 섹스 배틀이었지. 근데 피해를 받으면 어떻게…….

['헐벗은 수귀'에게 6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커억!"

몽마의 공격은 방식은 똑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신체 특성상 소리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더 위협적이었다.

난데없이 뿌리가 뽑히는 고통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데미지 6짜리 공격이 뭐 이래? 이거 사기 아냐? 아오!

괜한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다시 나에게 공격권이 넘어왔다는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충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오래전 즐겼던 롤플레잉 게임과 아주 유사했다.

"RPG의 제왕이라고, 내가! 뒤져!"

내 고함에도 몽마는 여전히 홍조 띤 얼굴로 내 몸에 자기 몸을 살살 문지를 뿐이었다.

안 돼. 속으면 안 돼. 저건 요물이다, 요물이야.

순간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허리를 뒤로 뺐다. 이전과 달랐다. 이번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내 몸을 통제했다.

내 엉덩이가 최고 높이까지 올랐을 때 나는 이를 악물고 허리에 힘을 주었다.

"가라, 엑스칼리……아니, 초보초보자의 단검!"

반드시 엑스칼리버를 손에 넣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쥐어짰다.

전심전력을 다한 덕분일까.

몽마의 속살을 파고들며 우렁찬 소리가 터졌다.

푸푹!

"뽀오오오옹!"

[치명적인 일격에 성공합니다.]

럭키! 크리티컬!

['헐벗은 수귀'에게 11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헐, 대박.

['헐벗은 수귀'가 절정에 올랐습니다.]

……그런 거냐?

[노예 임무 '헐벗은 수귀 격퇴'를 완료합니다.]

오냐.

[기본 보상 '경험 100'을 획득합니다.]

그래.

[추가 보상 '동화 1개'를 획득합니다.]

그렇지!

['헐벗은 수귀의 상징 파편'을 획득합니다.]

어이쿠, 뭐 이런 걸 다.

[칭호 '최초의 승리'를 획득합니다.]

어?

[칭호는 칭호창에서 활성이 가능합니다.]

오호!

[업적 '최초의 동정'을 달성합니다.]

어?

['최초의 동정 증표'를 획득합니다.]

잠깐. 잠깐만!

[업적 증표는 업적창에서 활성이 가능합니다.]

"……미안한데 나 이제 동정 아니거든?"

이건 좀 억울하다. 나는 분명 디테에게 따 먹……. 아니, 빼앗겼는데. 나는 더 이상 동정이 아니라고!

뒤늦게 억울함을 표출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내 아래에 깔려 부르르 사지를 떨고 있던 몽마에게서 분홍빛이 폭사했다. 난데없는 기현상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살짝 움찔하는 게 전부였다. 피하고 자시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런 일이었다.

흠칫하는 사이 분홍빛이 내 심장을……. 아니, 중심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짜릿한 쾌감이 중심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에 나는 더욱 크게 온몸을 떨었다.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불가능한 일에 대항하기보다는 나는 그저 쾌락에 몸을 맡겼다.

부르르…….

"으윽, 으으윽!"

찰나의 시간이 흐르자, 전신을 휘몰아쳤던 쾌감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래, 이거야! 이게 사정이지!

분명했다. 싸 본적이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헤픈 미소가 흘러 나왔다.

"흐흐, 흐흐흐……."

헤프다 못해 조금 음흉한 미소를 마구잡이로 흘리고 있을 때였다.

[음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음격? 아! 레벨! 렙업한 건가?

아, 근데 왜 눈물이 흐르지?

어쨌든 나는 해냈다. 몽마와 싸워서 이겼고, 내 자존심도 일어섰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고했다, 엑스칼리버.

========== 작품 후기 ==========

몽마(음마)들의 이름과 명칭은 튜토리얼 이후 자유도가 상승합니다.

작은 강박이라 우기는 옹고집이 이것만큼은 용납을 못하네요.

한국놈에게 영어로 표기하는 시스템은...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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