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뷔 후에 흡혈은 안 됩니다-13화 (13/307)

제13화

13화

―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 이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믿어 본다!

┖ 빨리 발 빼셈. 나중에 상처만 커짐. 상대는 모카 엔터다.

― 애들 상태 역대급이다. 이 정도면 화수분 엔터 아님?

┖ 솔직히 여돌도 다 괜찮은 애들밖에 없기는 했음.

┖ 그럼 뭐 함? ㅋㅋ 곧 멤버 하나 사고 친다는 데에 내 수면바지 건다.

┖ 나도 내 교통카드 건다.

┖ 화수분은 맞는데, 맨날 꽃 피기도 전에 시듬. ㅠㅠ

┖ 듬(x) -> 듦(o)

반응은 다양했다.

첫날 공개된 ‘서은우’의 얼굴을 본 이들은 ‘진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달라붙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공개된 다른 멤버들을 보면서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던 것이다.

― 민주혁, 겁나 시크하게 생긴 게 이제부터 내돌이다.

┖ 아직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벌써 내돌. ㅋㅋㅋ

― 윤치우 얼굴 익숙한데, 나만 그럼?

┖ 난 잘 모르겠는데.

― 하, 안단테. 쪼꼬미 취향 저격 제대로 당함. 벌써 향기가 난다, 향기가. ㅠㅠ

┖ 영상이랑 사진에 뭔 향기 드립. ㅋㅋ

┖ 내 취향이 나…….

┖ 아앀ㅋㅋ 미쳤나 봨ㅋㅋㅋ

― 태현우 웃는 얼굴 봐. 게다가 피어싱까지……. ㅠㅠㅠ

외모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인 글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여론이 그렇지만은 않았다.

― 딱 봐도 보정 오지게 들어갔네.

같은 댓글에 좋아요 숫자가 지금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 근데 이거 뮤비, 대체 뭔 내용임?

다소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놓은 뮤비 클립도 한몫을 했다.

길게 뻗은 일직선의 길.

그리고 그 좌우는 어두컴컴하다.

오로지 세로로 길게 떨어지는 빛이 거대한 문처럼 그 끝을 밝히고 있었다.

쿠구구궁―.

그러고는 무겁게 울리는 북 소리와 함께 영상 속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빛을 향해 걸어간다.

동시에 깔리는 ‘HaLLo’의 inst 버전.

완벽하게 똑같은 구성에서 ‘인물’만 달라졌다.

첫날은 서은우였고, 그 뒤로 민주혁, 안단테, 태현우, 윤치우의 순서였다.

그렇게 천천히 빛의 문을 향해 걷는 그들에게서 강한 노이즈가 일어났다.

치지지직―.

각자 뱀파이어, 마왕, 정령, 엘프, 용의 형상이 빠르게 겹쳤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길의 끝에 도착한 그들을 강하게 발하는 빛이 감싸 안으며 다시 암전.

이후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Another World’라는 글씨가 떠올랐다가 천천히 지워지고.

마지막으로 ‘ToT-win’이라는 그룹명과 함께, 데뷔 날짜 등이 조그맣게 적히고 끝이 나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게 될 이들이 자연스럽게 추측하게끔 떡밥을 던져서 장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금 무마시켜 보려는 의도가 담긴 모카 엔터 측의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꽤 잘 먹혔다.

― 뭔진 모르겠는데, 분위기 미쳤. 순간 몰입해서 봄.

― 이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오는 건가?

┖ ㅁㅊ 그러고 보니 얘네 데뷔 날짜가 핼러윈이네. 뭔가 연관이 있는 듯.

이것과 비슷한 댓글들이 5명의 영상에서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신기하네.’

에르제는 자신이 나오는 영상보다 그것에 대한 감상이 달리는 댓글이 더 신기했다.

자신이 음유시인으로 활동했을 때에는 인터넷이니 무튜브니 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됐었지.’

고작 음유시인들을 위해서 마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명성이라는 게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높아지는 형태였는데…….

이 세계에서는 ‘서은우’라는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하루가 아니라 채 한 시간도 걸리질 않았다.

그렇게 디지털 세계에 빠져 있던 에르제의 위로 조그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오, 은우 형. 사람들 반응 모니터링 중?”

고개를 들자, 안단테가 서 있었다. 혼자만 맛있어 보이는 것을 먹고 있었다.

“그건 뭐야?”

“이거여? 단백질 덩어린데여.”

안단테가 갈색의 네모난 것을 살살 흔들었다.

“맛없어여. 근데 키 크라고 매일 먹으래여.”

맛없다는 말에 흥미가 짜게 식었다.

그렇게 가만히 안단테를 보고 있자, 그가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아무튼 LAK 선배님들 왔대여. 인사하러 가야 함!”

에르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LAK라…….’

분명 그 사람이 있던 그룹명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이채선이란 선배가 있는 그룹 말이다.

그는 앞장서서 걷는 안단테를 따라 천천히 발을 맞춰서 걸었다.

* * *

‘토트윈(ToT-win)’ 멤버들이 현재 와 있는 곳은 ‘LAK’의 컴백 콘서트 무대였다.

그들이 데뷔하기 전, LAK의 컴백 콘서트의 초청석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LAK의 소속사 대표인 박정훈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장 대표가 추진한 일이었다.

- 아니, 우리 애들 컴백 시기랑 너네 애들 데뷔 시기랑 왜 겹치게 하냐고!

- 우린 무조건 10월 31일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 이 양반아. 안 해 주면 이채선이랑 우리 블링블링 애들 협업하는 거 취소한다?

- 나 참, 이제 별걸 가지고 다 협박하네.

물론, 두 대표간의 유치한 싸움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LAK의 컴백 콘서트 당일, 토트윈 멤버들은 조그만 대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선배 아이돌이 도착했다는 말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가는 중이었다.

“은우야, 알지?”

그리고 이윤은 저번 엘리베이터 사건 때문에 특별히 에르제의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음……. 보자마자 사과하면 되지 않을까.’

저번에 집사라고 불렀던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에르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LAK가 너희보다 선배이기도 하고, 또 특별히 콘서트에 초대해 준 거니까 저번처럼 무례하게 굴면 절대 안 돼. 인사도 LAK 멤버들한테 한 명씩 다 하고.”

“네.”

에르제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불안한 모양이었다.

“제가 옆에 계속 붙어 있을게요.”

윤치우가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고 말했다.

그제야 조금 안심한 눈빛으로 이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LAK 매니저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있을게.”

아이들끼리 얘기하게끔 자리를 비켜 주려는 의도였다.

물론 다른 스태프들이 안에 있겠지만, LAK의 매니저가 바깥에 따로 빠져나와 있으니 이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똑똑―.

“선배님들, 토트윈입니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아! 들어와요!”

윤치우가 노크를 하며 말하자, 안에서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콘서트 준비를 위해 열심히 치장하고 있는 LAK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총 7명이나 되는 그룹이기에 대기실도 넓었고, 그들에게 붙어 있는 스태프들의 숫자도 꽤 되었다.

‘복잡하네.’

머리와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분주한 광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여, 선배님!”

윤치우를 위시한 멤버들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오자, LAK의 리더 제이가 거울을 통해 인사했다.

“아! 반가워요!”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여유 있을 때 인사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저희가 자컨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바람에.”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오히려 방해를 한 게 아닌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가요.”

두 리더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볼만했다.

‘음, 그냥 인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었네.’

하긴, 곧 LAK가 무대에 오르면 두 그룹이 이야기를 나눌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윤치우가 먼저 빈 소파에 다소곳하게 앉자, 다른 멤버들도 알아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러고는 LAK의 다른 멤버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디 있지?’

그사이, 에르제는 자신의 목표물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핸드폰을 만지며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이채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찾았다.’

에르제는 자리에 앉는 대신에 이채선의 옆에 공손한 자세로 섰다.

궁중 예법을 그대로 가져온 덕분에, 그의 자세는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어?”

그제야 이채선도 그의 얼굴을 확인했는지 놀란 눈치였다.

“이야, 인연이네요.”

이채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토트윈에 서은우 씨가 있을 줄이야. 일반 연습생인 줄 알았는데, 데뷔조였네요?”

분명 알고서 이러는 거다.

황급히 뒤집는 핸드폰 화면에 에르제 본인이 나오는 트레일러가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오늘 내가 올 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고…….’

그럼에도 이렇게 모르는 척 반응을 하는 이유라면.

‘아직도 기분이 상해 있구나.’

게다가 친한 척하면서 말도 놓았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존댓말이다.

‘어쩔 수 없지.’

확실하다고 여긴 에르제가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죄송해요, 선배님.”

“……??”

당황한 이채선이 흠칫 놀라자, 스태프가 빠르게 말했다.

“우, 움직이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이채선이 빠르게 스태프에게 사과하며 에르제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후배님?”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에르제에게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쉽게 넘어가 줄 생각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선배님께 무례하게 행동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었어요. 마침 오늘 기회가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니…….”

이채선은 당황했고, 스태프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에르제가 그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는 발언에 조심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꼭 제가 누르도록 할게요. 그리고 또 집…….”

“자, 잠깐만.”

“아하하하. 후배님, 잠시만요.”

다급한 이채선의 목소리를 누르며 제이가 빠르게 둘에게로 다가왔다.

“우리 그렇게 빡빡한 사람들 아니에요. 채선이도 그렇고요. 그렇지?”

“어, 어어. 맞아! 내가 언제 엘리베이터 버튼 가지고…… 그러니까 이제 허리 펴고…….”

제이가 이채선을 노려보자, 그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지금 분위기에서 이채선이 입을 열면 열수록 상황이 더 이상해질 거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제이가 재빠르게 에르제의 어깨를 잡아 세우고 해맑게 웃었다.

“우리 후배님, 고민 같은 건 없어요?”

“어…….”

이렇게 대충 묻어 갈 생각인가.

“혹시 사과가 부족한…….”

“아! 사과! 혹시 사과 있어요? 아니면 다른 과일 종류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제이의 말에 스태프들이 고개를 저었다.

“간식은 있어요. 그거라도…….”

그러자 윤치우가 제이에게서 에르제를 빠르게 인수해 가며 대답했다.

“저희가 체중 관리를 하는 중이라서.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제이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에르제를 넘겨주고는 이채선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모카 엔터에서 뭔 짓을 저지른 거냐’고 묻고 있는 눈빛이었다.

둘이 접점이 있을 만한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선배님들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윤치우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며 다른 멤버들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 무대 잘하세여!”

“파이팅!!”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다른 세 명도 분위기를 최대한 띄워 놓고, LAK의 대기실을 나왔다.

이윤은 조금 떨어진 곳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윤치우가 ‘저희 대기실에서 나왔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태현우가 에르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끅끅 웃었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엿을 먹이냐?”

“……? 내가 뭘 먹였어?”

“아주 빅 엿을 먹였지.”

태현우의 말에 민주혁이 차분한 말투로 받았다.

“아마 스태프들 사이에서 소문 조금 날걸. 이채선이 후배들한테 갑질했다고?”

“맞아여. 엘베 정도는 자기 손으로 누르면 어디 덧나나? 솔직히 사과한 건 은우 형인데, 내가 기분 나빴음.”

“그만들 해.”

윤치우도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그는 멤버들을 다독였다.

“복도에도 사람이 많아. 목소리 낮춰.”

“네에.”

“그리고 은우도 그런 건 사과하지 마.”

윤치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가 결연해진 눈으로 말했다.

“오늘 LAK 무대 보고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워. 자기가 못하는 것도 다 체크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 데뷔 쇼케에서 다 써먹자.”

“좋아여!”

“꼭 성공하자.”

에르제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토트윈 멤버들의 전투력은 200%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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