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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200화 (200/211)
  • 200화. 최후의 전투 (11)

    마록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다시피하며 나타나 극한의 빠른 일격을 가하자, 아르헨도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다.

    “크윽!”

    아르헨이 나초를 재빨리 가슴으로 가져와 마록의 뿔을 막아냈으나 뒤로 밀렸다.

    “아니, 이 공격을 막아내다니!”

    마록은 아르헨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놀랐다.

    “흥! 이 정도에 놀라면 내가 섭섭하잖아. 네 목을 날려주면 얼마나 놀라려고.”

    아르헨은 충격을 견뎌낸 후 마록을 조롱하며 반격을 가했다.

    장현은 그 순간 태극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아르헨과 마록의 싸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에너지를 긁어모았다.

    마력폭증 상태인 마록에게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는, 이전의 일곱 녀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다.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쑤엉이 걱정스레 물었다.

    “장현! 버틸 수 있겠어?”

    “걱정 마, 쑤엉! 난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화염에너지를 불어넣어!”

    장현은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른 채 소리쳤다.

    쑤엉은 그의 요청대로 화염에너지를 최대한 불어넣었다.

    마력과 화염에너지가 장현의 신체 내부에서 충돌했다.

    막강한 두 종류의 에너지를 음양합일신공이 조율하기 시작했다.

    마치 싸우는 아이들을 달래듯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으로 두 개의 기운을 품었다.

    곧 서로 다른 상반된 에너지가 음양합일신공 아래 조화를 이루었다.

    이어서 만들어지며 형태를 잡아가는 태극.

    태극은 무한하며 어떠한 기운도 포용할 수 있다.

    태극은 마력을 음으로, 화염에너지를 양으로 삼았다.

    장현의 손이 움직였다.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이 힘을 보탰다.

    무의식중에 장현은 예전 영상 속에서 보았던 연금술사 조각의 전대 소유자가 보여준 손놀림과 똑같은 손놀림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파라셀수스이 권능이었다.

    물리적, 화학적인 작용이 장현의 손놀림에 의해 태극에 더해졌다.

    광대한 음양의 기운을 품은 태극의 형상이 음은 아래로 양은 위로 보내더니 이윽고 온전한 태극이 형성되었다. 장현은 결국 태극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다시 한번 태극기를 만들어내며 기술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마왕의 마력을 이용해서도 태극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잡념은 지우고, 우선 눈앞의 마록부터 처리하자.’

    태극기가 만들어지자 마력과 화염으로 이루어진 음양의 기운이 마계의 대기를 떨어울렸다.

    그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장현은 계속해서 연금술사의 권능을 발휘해 태극기의 기운을 키웠다.

    음과 양이 태극 안에서 맞물리며 휘돌았다.

    마치 도자기를 빚는 듯한 그 손길이 어느덧 태극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장현은 그 순간 동료들에게 외쳤다.

    “피해! 최대한 여기서 떨어진 곳으로!”

    장현의 외침에 아르헨이 서둘러 플레이어들을 후퇴시켰다.

    “후퇴하라! 전군 후퇴!”

    승기를 잡고 몰아치던 이나연과 병사 플레이어들까지도 모두 후퇴하기 시작했다.

    멋모르고 쫓아오던 몇몇 마왕군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마족 병사들은 갑자기 후퇴하는 플레이어들을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바람에 휘날리듯 태극기가 마록을 향해 날아갔다.

    아르헨을 상대로 맹렬하게 싸우던 마록은 일순 강대한 기의 흐름이 느껴져 돌아보고는 크게 놀랐다.

    소리 없이 다가온 태극기가 그를 덮쳤다.

    ‘이건 감당할 수 없다. 피해야 해.’

    마록은 위협을 느껴 신속에 달하는 속도로 피했지만, 태극기는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따라왔다.

    느릿느릿한 듯했지만 목표물은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 태극기는 마록을 쫓아왔다.

    결국 마록은 자신의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태극기를 향해 공격했다.

    그가 손을 뻗자 날카로운 흑빛 광선이 생성되어 태극기를 양단하려 했다.

    동그란 공 모양의 태극기는 흑빛 광선이 쪼개려하자 물풍선처럼 찌그러지더니 끝내 터지지 않고 형태를 회복하며 광선을 튕겨냈다.

    “어어, 이럴 수가. 안 돼!”

    재차 마록을 향해 날아간 태극기는 기어이 그의 몸에 충돌하고 말았다.

    콰콰콰쾅!

    태극기에 담긴 힘은 마록의 마력과 쑤엉의 정령왕급 화염에너지, 더불어 연금술사 조각의 권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조화의 힘이었다.

    그런 조화의 힘이 마록과 부딪치는 순간, 태극기는 그의 몸에서 마력을 추출해내며 더욱 몸집을 키웠다.

    “끄아아아아악!”

    마록은 태극기에 마력이 강제로 추출되면서 신체가 파괴되기 시작하더니 곧 산산이 부서졌다.

    산산조각 난 마록의 신체는 어느새 태극기 속으로 들어가 형체도 남지 않았다.

    마록의 마력에너지는 기어코 태극기에 모두 흡수가 되었고, 그 순간 태극기가 이루고 있던 조화의 힘이 깨졌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폭발이 터져 나왔다.

    쿠쿠쿠쿠쿠쿵.

    허공에서 강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버섯 모양의 검붉은 화염이 막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퍼졌다.

    폭발은 마록의 병사들이 있던 곳까지 퍼져나갔고, 순식간에 병사들 대부분이 폭발에 휘말렸다.

    폭발에 휘말린 병사들 중 생존자는 전무했다.

    그렇게 마왕의 2군단은 철저하게 궤멸되었다.

    그때 한동안 반응하지 않던 장현의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며 알림이 울렸다.

    [마계 군단장 마록을 쓰러트렸습니다. 포인트 외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화염의 정령 쑤엉이 ‘화염의 정령왕’으로 레벨업합니다.]

    장현은 갑자기 떠오른 알림에 의문을 가졌다.

    ‘무슨 일인 거지? 갑자기 반응하지 않던 시스템 상태창이 다시 떠오르다니. 그리고 쑤엉이 화염의 정령왕이 되었다고?’

    혹시 마록을 죽인 것과 시스템 상태창이 다시 작동한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답을 알 순 없으니 곧 고개를 흔들며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렸다.

    실제로는 장현의 추측대로였다. 마록이 죽으면서 마르바스의 통신과 플레이어들의 시스템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맞았다.

    마록은 마왕의 명령에 따라 마력을 주입해 마르바스 일대의 시스템과 통신을 끊었다.

    그가 죽으면서 통신을 끊고 있던 마력 역시 사라져 통신이 작동된 것이다.

    장현은 쑤엉을 불러 상태창의 내용대로 그가 정령왕이 되었는지 확인했다.

    “쑤엉! 방금 네가 화염의 정령왕으로 레벨업했다는 알림을 들었어. 정말이야?”

    “맞아, 장현. 화염의 정령왕으로 승격된 거 같아. 다 네 덕이야. 그동안 투정부리기만 해서 미안해.”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축하해, 쑤엉.”

    장현은 갑작스레 사과를 받자 당황했다.

    언제나 떼쓰고 투정부리기만 하던 쑤엉이 사과를 하다니. 그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장현, 내게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화염의 정령왕은 함부로 정령 세계를 떠날 수 없거든. 난 정령계로 가야만 해. 이제부터 인과가 없지 않고는 이곳에 존재할 수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쑤엉. 난 지금 네가 필요해. 아직 마왕도 없애지 못했다고.”

    “넌 패드가 있으니 그 권능으로 날 소환할 수 있어. 우리는 계약을 맺은 데다, 패드에 깃든 창조신의 권능이 인과를 대신 지불할 거야. 그럼 내가 잠시 이곳에 와서 정령왕으로서 힘을 쓸 수 있어.”

    “패드의 권능이 인과를 지불한다고? 정말 가야만 하는 거야?”

    “그래. 장현, 그동안 고마웠어. 날 정령왕으로 만들어준 것으로 보상은 세 배 아니 열 배로 받은 것으로 생각할게.”

    “쑤엉, 난 네가 필요해.”

    “장현, 마왕을 상대할 때 태극기를 다시 사용하려면 내가 정령왕의 자리에 올라야만 해. 지금으로서는 군단장 정도가 내 능력의 한계치야. 마왕을 쓰러트리려는 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난 지금 정령계로 돌아가서 정령왕이 되어야 해.”

    “알겠어. 쑤엉. 정령왕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또 보도록 하자.”

    쑤엉은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는 그렇게 사라졌다.

    항상 몸 안에서 느껴지던 쑤엉의 존재가, 지금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장현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무척 허했다.

    그래도 패드의 권능으로 쑤엉을 불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이제 마왕과의 전투를 준비해야 해. 정말로 마지막이다.’

    장현은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포인트가 생겨나 있었다.

    마록을 잡은 경험치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포인트로 몸의 상처와 태극기를 사용하는 데 소모된 내공을 회복했다.

    포인트를 주입하자 내공이 회복되더니 이어서 내공을 담는 그릇인 단전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욱 거대해졌다.

    단전의 크기에 따라 담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이 정해졌다.

    단전이 커지면서 안젤라와 합격진을 운용할 때나 사용 가능했던 내공을 혼자의 힘으로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젤라와 합격진을 운용한다면, 내공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었다.

    기존 장현의 단전 크기는 안젤라보다 훨씬 작았다.

    종족의 차이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후욱. 후욱.

    변한 몸 상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지친 안젤라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장현은 그제야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차. 그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쑤엉이 화염의 정령왕이 되면서 떠난 것 때문에 안젤라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장현은 서둘러 말했다.

    “안젤라, 괜찮아?”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합격진을 운용하며 마록을 상대하느라 무리한 것이었다.

    장현은 태극기 기술을 사용할 때 안젤라의 내공까지 한줌 남기지 않고 전부 끌어다 썼다.

    지금의 그녀는 옆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전투 상황이었기에 마음 놓고 주저앉지도 못한 것이었다.

    장현이 그녀를 안았다.

    “이제 내게 맡겨.”

    “내가, 도움이 된 거야?”

    안젤라가 희미하게 웃으며 물었다.

    장현은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큰 도움이 되었어. 네가 아니었음 난 마록에게 죽었을 거야.”

    “다행이야. 도움이 되어서.”

    안젤라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장현은 순간 놀라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단순히 피곤에 절어 잠이 든 상황이었다.

    안도한 그는 그녀를 양팔로 들어올렸다.

    이내 그는 음양합일신공을 운공하며 안젤라의 소모된 내공을 회복시켜주기 시작했다.

    ‘과연, 단전이 커지면서 내공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어.’

    그는 운기행공을 하면서 변한 자신의 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서 놀랐다.

    이어 그는 안젤라의 내공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운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안젤라가 완전히 회복이 되자 그는 몸을 일으켰다.

    안젤라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이미 몸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지금은 그저 단순히 잠든 상태였다.

    장현이 주위를 둘러보니 전장의 분위기는 완벽히 플레이어팀으로 넘어와 있었다.

    마록 군단의 병사들은 대부분 죽었고, 살아남은 몇몇 조차 마왕군의 본대로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나연이 병사들을 이끌어 패잔병을 추격하며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나연의 부대는 점점 대공군과 마왕군의 교전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장현은 그 모습을 보고서 이나연에게 소리쳤다.

    “이나연, 무리하게 추격하지 마.”

    이나연은 장현의 말에 소수의 패잔병들을 살려 보내고 몸을 돌렸다.

    돌아온 그녀가 장현에게 물었다.

    “장현, 놈들을 마저 처리하고 마왕군을 공격하려 했는데 왜 말린 거야?”

    “지금은 마왕군과 대공군이 먼저 싸우도록 하고 우린 전력을 아껴야 돼. 지금 우리는 대공군과 반란군이 마왕군에 대항해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해. 곧 마왕군과 대공군 그리고 반란군의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울 거야. 우린 그때 움직일 거야.”

    “음, 알겠어.”

    이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단 전술로 플레이어들을 지휘해 마왕군을 쓸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그것이 부하들의 목숨보다 우선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부하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튜토리얼 던전에서 자신의 명령을 따르다 죽어간 부하들과 영지전에서 죽어갔던 부하들까지 전부.

    그녀는 돌아가 부하들을 챙겼다.

    우선 지금은 부하들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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