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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92화 (192/211)

192화. 최후의 전투 (3)

혈불은 말과 함께 합장을 했다.

그의 몸에서 핏빛 부처의 형상이 나타나며 강대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장현이 마계에서 전투 중에 부처의 형상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회차에서는 무림의 불문 승려들 또한 꽤나 있었다. 다만 워낙 다양한 지역에서 흩어졌었기에 최후의 전투까지 살아남은 무승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림인들 중, 장현과 어울릴만한 자들 중에는 불문 승려가 없었을 뿐이다.

혈불의 등 뒤로 나타난 부처가 엄지와 중지를 모은 구품인의 자세를 취하더니, 곧 혈불이 장심을 내밀자 부처의 상 또한 손을 내밀었다.

혈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천수여래장!”

장현이 표정을 굳혔다.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천수여래의 천수여래장은 마를 퇴치하는 기운을 품고 있는 무공이다.

그게 마족이 된 혈불에게서 펼쳐지니, 사악한 기운이 담긴 수많은 손바닥이 장현을 짓누르기 위해 날아왔다.

장현은 일순 위기감을 느꼈다. 상대의 공격이 경시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때 장현은 그에게 바이러스 암기를 던지려고 준비 중이었으나, 접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공세가 생각보다 강한 데다, 손 하나하나에 실린 기운이 막강해서 암기를 쓰기에는 적절치가 않았다.

그는 대신 음양합일신공으로 응수했다.

장현의 몸에서 기운의 막이 두텁게 차오르더니 여래장을 모두 막아내기 시작했다.

“흥! 그 보호막으로 내 여래장을 막아낼 수 있을 성 싶더냐. 내게는 끊이지 않는 마력이 있다.”

혈불은 장현의 보호막을 보더니 코웃음치며 손을 움직였다.

혈불이 지권인의 자세를 취하자, 혈불 뒤의 부처상 또한 공격을 바꿨다. 수많은 손 그림자가 지워지더니 이내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그것은 일종의 대수인으로 보였다.

거대한 손은 장현의 보호막을 부수기 위해 주위의 기운을 흡수하여 갈수록 커져갔다.

‘할 수 없군. 패드의 권능을 사용하는 수밖에.’

장현은 공간 스킬을 사용했다.

데랑스에게 패드의 후임자 자격을 검증받을 때 들어간 시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스킬이다.

장현이 외치며 스킬을 발현했다.

“스킬 메타버스 변형.”

일순간 환상의 공간이 구현되었다.

그 공간 속 상황은 조금 전 장현이 보호막으로 혈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때와 같았다.

혈불에게 환상을 심어준 채 그는 보호막에서 빠져나왔다.

천수여래장이 그대로 계속해서 보호막을 두들겼다면, 아마도 혈불은 눈치챘을 것이다.

대수인 공격을 위해 천수여래장을 멈춘 덕에 장현이 만든 환상의 공간이 혈불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손이 장현이 만든 보호막을 타격하는 순간, 장현은 혈불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의 오른손엔 묠니르가 들려있었다.

혈불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대수인을 펼쳤다.

“죽어라! 이놈!”

대수인이 장현의 보호막을 박살내며 굉음을 발생시켰다.

“크하하하!”

혈불은 기뻐하며 웃다가 곧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짐과 함께 막대한 기운이 담긴 묠니르가 혈불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콰직!

그것이 혈불의 마지막이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혈불의 머리가 박살 나는 것과 함께 부처상 또한 사라졌다.

“메타버스 스킬에서 깨달음을 얻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했어.”

장현은 순간적으로 탈력감이 들었다.

한순간에 모든 내공을 쥐어짰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패드의 권능을 스킬에 사용하면서 마나 포인트 또한 급속도로 소진되었다.

가상의 환상이 담긴 공간 스킬인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힘들었다.

거기다 메타버스 변형 스킬이었다.

영감을 받아 개발했으나,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한 채 사용했기에 불완전했다.

그것이 신체에 무리를 준 것 같았다.

전신에서 극통이 일었다.

장현은 찡그린 얼굴로 웃었다.

“어쨌든 이겼다.”

순수한 마족이 아닌 무림인 출신 마족.

물론 스킬을 사용하긴 했지만, 상대의 무공에 기반한 공격에 대항해 음양합일신공을 극도로 운용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전투로 무공에 대한 깨달음과 스킬과의 연계 운용 경험을 얻었다.

스킬과 무공의 조화로운 운용은 그동안 그에게 있어 과제였다.

이번 혈불과의 전투로 과제를 어느 정도 완수한 듯해 만족스러웠다.

‘그보다, 어서 장소를 이동해야겠어.’

혈불과의 전투는 너무나도 큰 이목을 끌었다.

마왕군의 주의를 끈다는 목적에는 맞았지만, 포위되어 집중 공격을 당하는 것은 피해야 했다.

장현은 서둘러 피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마왕군 부군단장을 죽이면서 충분히 주의를 끌었다.

더불어 마왕군의 병사들에게 암기를 뿌려 코로나 바이러스도 퍼트렸다.

‘이 소식은 곧 대공군에게도 알려지겠지.’

그러면 대공군도 발에 불이 떨어진 듯 서두를 것이다.

이제 그는 잠시 물러나 기운을 회복하며 그가 뿌린 씨앗이 어떻게 발아할지 지켜볼 계획이었다.

장현이 전투를 벌이고 사라진 뒤, 대공군은 곧장 정보를 습득했다.

안젤라 덕분이었다.

장현은 혈불과 전투를 치른 후 표지를 통해 안젤라에게 연락했다.

“아버지, 장현이 지금 마르바스 성에 단독으로 갔어요. 이미 마왕군 2군단의 부군단장과 전투까지 치렀대요. 여기서 꾸물거리다가 장현이 마왕군에게 잡히게 되면 큰일이에요.”

안젤라의 말에 헬릭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마계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 장현이다.

중립을 지키는 성주들을 대공군에 합류시키기 위해서는 백신을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장현이 마르바스 성에 홀로 갔다는 소식에 헬릭스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는 조금 전에 대공 전하께 바이러스 백신을 제조해주기로 약속했거늘, 연구실로 향한 게 아니었더냐. 그가 어느새 마르바스로 갔단 말이야. 그가 마왕에게 잡힌다면 우린 끝이야.”

서둘러 장현을 쫓아가야 했다.

캄온에서 마르바스까지는 가깝긴 했지만,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안젤라와 장현이 입구에서 만나 얘기하는 것을 사장실의 창문을 통해 지켜봤었다.

그때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그가 마르바스에 도착해서 전투까지 치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패드의 공간 스킬을 모르는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안젤라가 한 얘기가 사실이라면, 빨리 대공 전하께 알려야 해.’

장현이 마왕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대공의 반란은 시작하자마자 종결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헬릭스는 고민을 가득 안고 서둘러 대공에게로 향했다.

대공은 헬릭스의 보고에 당황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침착을 되찾고 물었다.

“마르바스 성 정찰대는, 혹시 현장에 가 있나?”

“네. 드론을 보내서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틀어봐.”

대공의 지시에 헬릭스는 손을 움직였다.

손짓과 함께 허공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 속 화질이 처음에는 흐릿하다가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장현은 이미 현장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전투의 흔적만은 또렷했다.

영상을 보던 대공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때 헬릭스가 대공에게 말했다.

“전하, 저 영상으로 판단하건대, 장현이 마왕군과 전투를 치렀다는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대공은 앉아있던 의자의 손잡이를 톡톡 두들겼다.

그는 마왕과 바로 전쟁을 치를 생각이 없었다.

마르바스에 있는 킹덤의 플레이어들이 마왕군과 전쟁을 치르게 두고, 양쪽의 실력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할 수 없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대공이 헬릭스에게 물었다.

“중립을 표방하던 성주들에게는 제안서를 보냈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결정하게 해야겠군.”

“온라인 회의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재미난 얘기를 들었어. 드림히트 성의 몽슈 백작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던데, 비대면 화상회의를 지원해 주는 서비스업 업체라더군. 드림서포트였나, 보안 문제를 강화한 듯하던데 그걸 사용해 봐. 온라인 회의는 마왕군에게 해킹될 수도 있을 테니 가능한 한 보안에 신경 써야지.”

대공은 헬릭스에게 말하고는 나실 장로를 불렀다.

“나실 장로, 화상회의를 준비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공 전하.”

나실은 즉시 드림서포트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최근 사용 목록에는 중립을 표방하는 성주들의 이름이 있었다.

이미 비밀리에 대공과 회의를 했던 것이었다.

곧 화면에 신호가 가기 시작하더니 연결되었다.

아스멜, 투스멕, 일렉, 에이티, 플레어.

다섯 성주들이 동시에 화면에 잡혔다. 단체 화상회의가 열린 것이다.

화상회의 준비가 완료되자 대공이 패드의 카메라 앞으로 다가갔다.

영상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대공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후 입을 열었다.

“반갑소, 성주들. 내가 했던 제안은 어찌 좀 생각해 보셨소?”

“대공 전하. 백신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긴 하지만, 마왕에게 반기를 든다는 결정을 금방 내리긴 어렵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장 먼저 입을 연 성주는 아스멜 성주.

그는 굳이 전투에 나서고 싶지 않아 했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계의 민심이 안 좋다고 해도, 마계 주민들이 마왕의 정부군에 대항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그는 마왕이 대공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공장 운영이 어렵기는 했지만, 독점적 기술을 갖고 있기에 대공이 설령 마왕이 되더라도 자신의 사업은 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반도체 장비 제작 사업은, 마계의 패권을 누가 차지하든 계속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보수적으로 선택해야 했다.

아스멜의 말에 대공은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소. 지금 출전을 할 것이기에, 군대를 합류시킬지 말지 당장 결정해주시오.”

“그렇다면 저는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대공.”

아스멜이 그렇게 대답하자 대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건방진 놈. 네놈은 내가 마왕이 되고 나서 가만두지 않을 테다.’

대공은 아스멜 성주에게 속으로 욕하고는 다른 성주들에게 물었다.

“다른 성주분들은 어떻소. 아스멜 성주와 같은 생각이오?”

“저는 대공 전하께 군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투스멕 성주였다.

투스멕은 아스멜과 달리 독점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기에, 후발주자와의 기술적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대공의 측근인 헬릭스 성주가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발을 뺐다가 대공이 패권을 잡는다면?

그동안 마계를 호령하던 투스멕의 사업은 한순간에 헬릭스에게 밀리고 말 게 분명했다.

“오, 고맙소. 투스멕 성주. 내 그대의 결정을 결코 잊지 않겠소.”

중립을 표방하던 성주들 중 가장 콧대가 높은 두 명의 성주. 그중 한 명이 그를 지지하자 대공은 크게 기뻐했다.

아스멜 성주는 투스멕 성주를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한심한지고. 마왕이 대공한테 이기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나.’

아스멜은 대공에게 이만 회의에서 빠지겠다고 통보했다.

“대공 전하, 비록 돕지는 못하지만 이번일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만 회의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시오, 그럼.”

대공은 손을 휘휘 저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팟!

아스멜은 사라졌다.

이제 대공과 네 명의 성주만이 화상회의에 남아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시오?”

대공이 일렉, 에이티, 플레어를 보며 물었다.

이들은 투스멕과 비슷한 포지션이었다.

따라서 대공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일렉 성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공 전하. 전하께서 제안하신 조건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너무 큰 리스크를 안아야만 합니다. 그러니 제가 대공 전하의 편을 들어 마왕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는 좀 더 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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