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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44화 (144/211)

144화. 왕좌의 게임 (2)

이나연은 전투가 끝나자 김덕배에게 다가갔다.

“덕배야. 고마워. 네 덕에 살았어.”

“아니야. 나연 누나가 도와준 덕에 내 실력이 올라갈 수 있었어. 그리고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누나라면 혼자서도 놈을 쓰러트렸을 거야.”

“덕배야…….”

이나연은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다른 성의 플레이어들을 돕자고 나섰지만 되레 자신 때문에 동료들이 위험에 빠질 뻔 했다.

마족은 자신들이 상대했던 마족보다 더 강했다. 괜히 다른 성의 플레이어들이 쓰러트리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자만했어.’

이전에 추적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이뤄낸 게 오롯이 본인과 훈련시킨 경비원들의 실력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추적자팀의 마족도 개별적으로 실력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덕배가 최근 폭풍성장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위험했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쫓기고 있던 플레이어들을 돌봐야 했다.

이나연은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고작 백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몸들은 괜찮으신가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에버 성의 영지에서 온 플레이어들입니다. 저는 이들을 이끌고 있는 항다입니다.”

플레이어들 중 한명이 나섰다. 그는 한눈에 봐도 관리자급으로 보였다.

“혹시 영지의 영주이신가요?”

“아닙니다. 영주님은 오는 길에 추적자팀의 마족과 싸우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는 생존자인데,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몬스터들에게 죽었습니다. 아니, 몬스터들이 옮긴 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항다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이들은 보호막 형성 마스크도 없었다. 백신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 역시 장현이 없었다면 백신이나 마스크를 얻지 못했을 테고,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디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항다는 이나연의 뒤에 있는 장현과 그 일행들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

“우리는 헬릭스 성에서 왔습니다.”

“오는 길에 병에 걸린 몬스터들과 마주치지 않았나요?”

“물론 마주쳤지요. 우린 그들을 모두 쓰러트렸습니다.”

“대, 대체 어떻게.”

항다는 놀라워하며 물었다. 병에 걸린 몬스터들만 아니라면 그들 역시 추적자들을 충분히 해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마족이 무척 강하기도 했지만, 영주 사자인이 병에 걸려 무력화된 상태로 죽으면서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건 우리에게 바이러스를 이겨낼 백신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보호막 형성 마스크가 있어서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어쩌실 건가요?”

이나연의 말에 항다는 놀란 눈을 한 채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부디 저희들을 받아주십시오. 저희는 이미 영주님을 잃었습니다. 어차피 왕좌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헬릭스 성의 플레이어분들에게 의탁하고 싶습니다.”

이나연은 미소 지었다. 그녀가 백신과 마스크를 언급한 것 역시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말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항다의 말을 듣고는 장현과 김덕배에게 말했다.

“장현 그리고 덕배야. 저들이 우리에게 귀속되고 싶다고 해. 이대로 두면 저들은 아마도 살아남기 힘들 거야. 우리 영지민으로 받아주는 게 어떨까?”

“난 어차피 저들에 대한 처리는 이나연 너에게 맡겼어. 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장현은 흔쾌히 허락했다.

킹덤의 퀘스트를 생각하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김덕배 역시 이나연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게 에버 성의 항다와 그 일행들은 장현의 영지민이 되었다.

이후로는 가는 길이 순조로웠다.

장현은 항다 일행들을 받아들인 뒤, 쓰러진 확진된 몬스터들의 사체를 소각해 바이러스 결정체들을 추가로 모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해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킹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킹덤 동측 항구 쪽에는 인간 플레이어들이 정착을 마치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화물 컨테이너를 화물선에 싣고 내리는 일을 하면서 포인트를 벌었고. 일부는 배송, 일부는 주점과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들은 제넥스 성에서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아르헨과 그의 영지민들은 플레이어들 중 가장 먼저 킹덤에 도착했다.

운 좋게 동쪽에 도착한 이들은 항구를 발견하고는 그곳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

포인트를 벌기 위해 그들은 다양한 일에 뛰어들었는데, 항구다 보니 의뢰가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킹덤이 인간 플레이어들을 격리시키기 위한 대륙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대륙과 무역은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마계 주민들이었다.

무역에 종사하는 마계 주민들에게 의뢰를 받아 항구에 필요한 일손을 제공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역에 종사하며 킹덤 대륙까지 올 수 있는 마계주민들은 극소수였고, 그들은 선박을 이용해 물류를 이송했다.

당연히 물류를 하역하고 킹덤 대륙 곳곳에 이송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자들이 필요했고, 킹덤에는 플레이어들밖에 일손이 없었다.

아르헨과 그의 영지민들은 다른 성의 플레이어들에 비해 빨리 자리를 잡고 포인트까지 벌기 시작하자 점차 메인 퀘스트인 킹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원래 가진 무력이 인간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상위인데다가, 포인트까지 벌기 시작했기에 패권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곧 신규로 킹덤에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을 병합하기 위해 항복권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항복하는 대신 추적자들과 대신 싸워주겠다고 제안했기에, 상당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에게 항복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항복을 하기로 한 플레이어들을 병합하기 위해 아르헨은 부하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아르헨 일행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세계인 헌터 세계의 헌터들이었기에 다른 성의 플레이어들에 비해 몬스터들을 손쉽게 상대했다.

그건 확진된 몬스터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수많은 레이드 경험이 있었고, 그중에는 다양한 독이나 질병을 옮기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레이드를 성공했던 경험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아르헨과 그의 부하들은 추적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과시했다.

특히 수장인 아르헨의 무력은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는 추적자팀의 마족을 홀로 상대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죽어라! 마족”

아르헨이 공중에서 푸른 오러가 빛나는 검을 아래로 내려 그었다.

그의 앞에는 이나연과 김덕배가 상대했던 거미 몸통에 사마귀 손을 가진 마족이 한 손을 잃은 채 수세에 몰려 있었다.

아르헨의 검과 사마귀 마족의 남은 손이 맞붙었다.

차창.

“내가 고작 인간 플레이어한테 이런 수난을 당할 줄이야.”

추적자팀을 이끄는 마족이 분노에 찬 음성을 터트렸다. 그 목소리에는 공포감이 짙게 배어있었다.

이미 추적자팀의 마족이 눈앞의 플레이어에게 다섯 팀이나 죽임을 당했다.

방심하지 않았지만, 방심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눈앞의 인간은 중급 마족 이상.

고위 마족과도 싸울 수 있는 존재였다.

아르헨은 오러마스터이자 헌터왕이었다.

무결점의 헌터.

그게 아르헨을 수식하는 말이다.

쉬이익.

써걱.

결국 경악한 눈을 한 사마귀 마족의 목이 날아갔다.

아르헨은 검을 집어넣었다.

마족의 입가에는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다가 다 나오지 못하고 이내 몸통으로 흘렀다.

무심히 마족을 내려다보던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지시해 방금 싸운 전장을 뒷정리하게 했다.

“이제 다섯 번째 합병인가.”

“그렇습니다. 아르헨 영주님.”

그의 질문에 관리자인 부하 한 명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끄덕.

“저들을 병합하는 일은 이번에도 그대가 해주게. 헥터.”

“알겠습니다.”

헥터라 불린 사내는 아르헨의 명을 받자 부하들을 이끌고 새롭게 병합할 플레이어들의 영주를 만나러 갔다.

벌써 다섯 번째였기에 익숙한 작업이었다.

아르헨은 전투가 끝난 후 관리자 부하들을 이끌고 주점으로 향했다.

새롭게 그들의 영토로 편입될 곳이었다.

대부분 동쪽 항구도시에 인접한 지역들이었다.

곧 이곳에도 그들에게 포인트를 벌어다 줄 가게들을 입점 시킬 것이었다.

그전에 주점을 들러 현지 사정을 살펴 볼 생각이었다.

주점은 점주로 보이는 리자드맨과 새로 병합한 영지민 플레이어들로 보이는 자들이 몇 있었다.

킹덤 대륙은 인간 플레이어들을 위한 곳이지만, 주요 거점지대에는 필수적인 상점, 주점, 숙소 등의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리자드맨 상인들이 파견 나와 있었다.

이 지역은 추적자팀들이 가져온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플레이어들 상당수가 죽어버렸기에 손님도 그간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리자드맨 점주가 반갑게 맞았다.

“어서들 오시게. 그간 못 보던 플레이어들이군.”

“그럴 수밖에. 앞으로는 종종 보게 될 거요, 주인장. 적당히 먹을 것과 술 좀 내어 오시오.”

“알겠소. 오랜만의 새로운 손님이니 내 특별히 인간 플레이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으로 내어오지”

주인은 곧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아르헨 일행들이 기다리다 지칠 무렵,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오. 이것은 화덕 피자? 스테이크도 있어.”

“어때, 마음에 드나? 와인도 있다네. 마계에도 인간 플레이어들의 음식 문화가 꽤 많이 퍼졌다네. 우리 가게는 킹덤에 진출하기 위해 특별히 음식에 더 많은 신경을 썼지.”

“그건 훌륭한 선택인데. 역시 상인들은 뭐가 달라.”

아르헨의 동료들도 신이 나서 음식을 즐겼다.

배가 충분히 부르자 아르헨이 만족스레 배를 두들기며 물었다.

“주인장, 하나 물어볼게 있어. 여기 동네에는 주로 어떤 일자리들이 있나?”

“일자리? 일자리는 많은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자들이 없어.”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젠장. 보호막 형성 마스크 여분은 좀 가지고 있나?”

“그게 없다면 킹덤에 못 오지. 필요한 양을 말하면 구해주도록 하지. 대신 물가가 많이 비싸다는 걸 알아야 해. 혹시 그대들이 우리 일을 도와준다면 가격은 싸게 해주지. 지금 마계 전체에 물류이송 주문이 폭발하다시피 해서 일손이 많이 딸리거든.”

“대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이 시국에 물류이송 건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뭐요?”

“나도 아직 보진 못했지만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해주는 보호막 형성 마스크가 개발됐다고 하더군. 거기다 그 마스크와 진단키트만 해도 물류주문이 많았는데, 최근에 폴더블 패드까지 출시가 되었소. 뭐 이건 당신들 플레이어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만.”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해주는 마스크가 있다고? 그거 확실한가?”

“그렇다더군. 그런데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워낙 적어서 아직 구하기는 어려워. 그리고 이건 찌라시 같은데 말이지, 그대가 보통 플레이어가 아닌 것 같아서 일종의 뇌물이라 생각하고 알려주도록 하지.”

“대체 무슨 소식이기에 그러는 거지? 들어보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 기억 하도록 하지.”

“그게 말이야,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뭐? 그게 정말인가?”

“내가 찌라시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백신용 주사기와 보관함이 물류항목에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 어쩌면 단순한 찌라시가 아닐지도 몰라.”

“그 소식은 어디서 들었지?”

“드림오션의 선박을 탄 선원에게 들었어.”

“드림오션이라.”

아르헨은 그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백신 개발은 그만큼 중요한 건이었다.

확진된 몬스터를 끌고 온 추적자팀 때문에 이미 킹덤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었다.

자신은 막강한 오러 때문에 바이러스에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의 부하들은 달랐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한다면, 킹덤의 왕좌를 차지하는 일에 큰 장애가 될지도 몰랐다.

어쩌면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킹덤의 패권을 차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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