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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83화 (83/211)

83화. 대공의 박람회 (3)

이나연을 흉보던 자들은 최형석이 언데드를 소환하자 크게 놀랐다.

“으헉! 언데드 병사들을 저렇게나 소환하다니.”

“에잇! 나중에 경기에서 두고 보자.”

그들은 흔해빠진 소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이 새끼들아. 이게 다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니들 다 기억해뒀다.”

몸을 피하는 남자들의 뒤에다 최형석이 소리를 질렀다.

장현이 최형석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서 말했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형님. 저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않습니까. 옛날 같았으면 그냥 파묻어버렸을 겁니다.”

이나연 또한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최형석 씨. 이 빚은 내가 갚겠어요.”

최형석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김덕배만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내가 먼저 나섰어야 했는데. 경기장에서 만나면 죽여버리겠어.’

김덕배가 싸늘한 눈빛으로 도망치는 놈들의 뒤를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다.

장현 일행들은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내부는 축구장 열 개를 합친 것만큼 넓었다.

이미 수많은 플레이어가 경기장에 모여 있었다.

장현은 그들을 스윽 훑었다.

그러다 한 곳에 이르러 시선을 고정했다.

‘아르헨.’

아르헨은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의 기세는 나쁘지 않았지만, 아르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보다는 차라리 최형석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신경쓸만한 자는 역시 아르헨뿐이군.’

안젤라와 제시카의 플레이어 대리전은 사실상 아르헨과 장현의 승부나 마찬가지였다.

장현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아르헨 또한 장현을 쳐다보았다.

둘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아르헨, 미안하지만 이번엔 내가 1등을 차지해야 되겠다.’

장현은 아르헨을 쳐다본 후 시선을 돌렸다.

또 다른 최후의 동료들을 찾고 있었다.

‘다행히 그들 역시 왔구나.’

마현, 테오, 제이미까지.

모두 각 영지를 대표해서 자리해 있었다.

마도공학 박람회가 시작되면서 곧 플레이어들의 경기 역시 시작될 것이다.

마도공학 박람회는 각종 공학기술의 향연이다.

마계 각 지역에서 모인 성주 및 사업가들이 다양한 신제품들을 전시한다.

지금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폴더블 패드다.

마왕과 대공이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전기 지네차, 드론, DDR5, VR 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신제품들 역시 공개되었다.

새롭게 화제에 오른 것은 신재생 에너지였다.

메지옥 성주가 무림인들의 기를 이용해 보인 신재생 에너지는 마족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기를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는 풍력 태양열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에너지 개발 기술은 수소와 전기에너지를 저장 이동시키는 기술이었다.

전기 지네차와 자율주행 지네차가 최근 마계에 주요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그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기술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 중 수소에너지와 2차 전지를 활용한 기술개발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마법사들로 하여금 소형원자로모듈을 개발하도록 한 메지션 성주 또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편, 헬릭스는 대공의 곁에 있었다.

대공은 거대한 드래곤의 몸체를 압축시켜 만든 금빛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가 앉은 의자 옆에는 드래곤 두 마리가 엎드려 있었다. 애완동물 같은 모습이었다.

‘한때 지상계 최강의 종족이라고 하던 드래곤이 저런 모습이라니…… 역시 대공 전하.’

헬릭스는 드래곤을 보며 혀를 찼다.

드래곤 일족과의 싸움에 참전했던 그로서는 드래곤 일족의 현재 모습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드래곤에서 눈을 돌린 헬릭스는 의자에 걸터앉은 미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신 헬릭스, 루시퍼 대공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헬릭스, 오랜만이군. 성을 경영하는 건 어떠한가.”

“솔직히 지루합니다. 전투가 없으니 몸이 굳는 것 같습니다.”

“흐흐흐. 곧 몸을 풀게 될 날이 올 거야.”

“혹시 창조신의 패드를 복구하신 겁니까?”

“아직. 그러나 곧 될 거야. 슬슬 성과가 보이는군.”

“경하드립니다, 전하.”

“곧 바알을 제거하고 내가 유일한 마왕이자 창조신이 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헬릭스는 큰 소리로 외치며 주인인 루시퍼 대공의 경쟁자이자 마왕인 바알을 떠올렸다.

“그보다 헬릭스, 입구가 시끄럽던데 무슨 일이지? 바알이 온 건가?”

“용서해주십시오. 전하. 에첼비가 이곳에 나타나서 제가 분을 참지 못하였습니다.”

“에첼비가 왔다고.”

빠득.

대공 루시퍼가 손에 힘을 주자 드래곤 몸체로 만든 의자의 손잡이가 부러졌다.

“놈은 지금 어디 있나?”

“바알과 함께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손님을 맞이해야지.”

루시퍼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네, 전하.”

헬릭스는 고개를 숙여 답한 후 루시퍼의 뒤를 따랐다.

그 시각, 모든 플레이어가 경기장에 모이자 관리자 데니우스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은 각 마계 귀족 가문들의 영지전에서 승리한 자들로 그 수가 수백 명에 달했다.

데니우스의 연설과 함께 그 시작의 막이 올랐다.

“마도공학 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각 성의 영지전에서 승리한 관리자들이 이곳에 모두 모였습니다. 경기 시작에 앞서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경기의 승자는 포인트를 가장 많이 획득한 순서대로 순위를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포인트는 적을 한 명 죽일 때마다 1점씩 부여받습니다. 경기는 소인족과 거인족 둘 중 한 쪽이 전멸할 때까지 진행됩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끝까지 살아남아 승리자가 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이 승리했을 경우, 거인족을 가장 많이 죽인 1등에게는 대공 전하의 상점 이용권을 드립니다. 박람회를 기념해 개최한 이번 경기를 마튜브에서 최고 조회수를 올릴 명경기로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데니우스의 연설이 시작될 때, 장현은 재빨리 일행들에게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일단 저기 제일 뒤로 물러나도록 하자.”

장현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경기장으로 거인족들이 난입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놈들이 들어올 장소는 경기장 좌측 입구쪽.

일행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한 이유는 경기 시작과 함께 거인족이 입구로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다.

동시에 플레이어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순간의 혼란만 벗어날 수 있다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지만.

폐쇄된 경기장과 예상보다 강한 적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게 했다.

그때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방금 장현이 가리킨 경기장의 뒤쪽뿐이었다.

데니우스는 연설을 통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서둘러 전투에 뛰어들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방심하게 만든 후 곧장 거인족이 들이닥쳐 기습하게 한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장현은 동료들에게 지시한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둘러댈 거리를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덕배가 그의 생각을 짐작한 듯 말한 것이다.

“알겠어. 일단 뒤로 물러나서 다른 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려는 거지?”

“맞아.”

장현은 그저 동의만 해주면 되었다.

김덕배가 이번엔 자신들의 목적을 확인하듯 물었다.

“우선 우린 저기 제넥스의 플레이어들보다는 높은 순위를 얻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래. 다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게 더 중요해.”

“알겠어.”

어차피 승부는 장현과 아르헨에게 달렸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는 동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게 더 나았다.

김덕배, 최형석, 김태석 그리고 이나연까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빠질 준비를 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

장현은 일행들에게 행동지침을 알려준 후 단상 위의 관리자 데니우스를 유심히 바라봤다.

데니우스의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곧 벌어질 일이 기대된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거인족은 몬스터가 아닌 인류의 한 종족.

비록 마족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상대했던 몬스터나 이종족들과 비교해 격이 다른 수준의 강자들이다.

이 경기를 우습게 여긴 자들은 거인족을 상대한 직후 곧장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자신들이 움직일 때는 바로 그때다.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데니우스의 경기 선언과 함께 퀘스트가 모두에게 주어졌다.

[퀘스트 발생 – 거인족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거인족을 모두 죽여야 퀘스트가 끝납니다. 살아있는 거인족을 모두 죽이십시오.]

스르릉.

광장을 둘러싼 벽의 좌측 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거인족 백여 명이 들이닥쳤다.

“크르르. 난장이들을 모두 죽여라.”

“죽인다.”

거인족들은 표현 그대로 흉포하게 생겼다.

키는 최소 5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았으며, 커다란 입 밖으로는 송곳니가 길게 솟아 있었다.

전신에는 털이 가득하고 팔다리가 길어 원시인을 연상시키게 했다.

플레이어들은 당황해 주춤주춤했다.

“어, 이놈들 보통 놈들이 아닌 거 같아.”

거인족들에게서 강자의 기세가 풍겨 나온 탓에 두려움에 몸이 굳어진 것이다.

비록 영지전의 승리자들이었지만, 거인족들은 이전에 상대해왔던 자들과는 기운의 수준이 달랐다.

거인족 한 마리가 마족이 된 크레온과 비슷할 정도였다.

거인족들이 광포하게 난입하자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그래도 영지전에서 승리한 자들 중 최고 관리자들만 뽑아놓아서 그런지 두려워 벌벌 떨기만 하는 자들은 없었다.

“겁먹을 거 없어, 우리 저런 몬스터들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잖아.”

“맞아. 우리가 얻은 능력을 생각해봐. 저런 몬스터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몇몇이 용기를 북돋우자 처음에 당황했던 플레이어들도 차츰 자신감을 되찾았다.

영지전을 치렀던 게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크아아아!

거인족들의 포효와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크아아악!

차창!

플레이어들은 각자 검과 칼, 창 등을 꺼내 거인족과 맞붙었다.

쉬이익.

플레이어들의 스킬이 동시다발적으로 거인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거인족과 가장 근접해 있던 건 무림인들이었다.

그들은 주로 검기 형태의 공격을 가했다.

대부분 흐릿한 기운이 검날에 살짝 맺혀 있는 수준이었지만, 절대 얕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장현은 그들을 지켜보며 고개를 저었다.

일반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강한 편이었지만 거인족들을 상대로는 아직 부족하다.

콰쾅!

예상대로였다.

거인족은 무림인들의 검기 공격을 맞고도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은 듯 했다.

공격한 무림인들이 비로소 당황한 목소리로 신음을 내뱉었다.

“헉! 이놈들 엄청 단단해! 검기가 먹히지 않아.”

“비켜!”

그때 후열에 있던 녹의의 여자가 날듯이 뛰어올라 거인족에게 손을 펼쳤다.

여자의 손에서 수많은 암기들이 쏟아져 나아갔다.

암기 하나하나에는 검기에 준하는 기운이 씌어있었다.

티팅팅!

이번에도 거인족은 버텨냈지만 다행히 성과는 있었다.

“크아아악!”

몇몇 거인족이 주춤거리며 눈을 감싸고 비명을 질러댔다.

녹의의 여성이 던진 암기 중 일부가 눈에 꽂힌 것이다.

“오라버니, 지금이에요!”

암기를 뿌린 여인이 소리치자, 도복을 입은 남자가 초식 이름을 외치며 거인족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태극일섬!”

도사의 검에서 60센티미터 정도의 검기가 솟구쳤다.

처음 공격했던 무림인들의 검기와 비교하면 한 눈에 보기에도 기운의 형태가 뚜렷하고 위력도 강해보였다.

푸욱!

도사의 검기는 비명을 지르는 거인족의 입을 꿰뚫었다.

그는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검을 휘둘러 거인족의 목을 베기도 했다.

데구르르, 쿵.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이어 거인족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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