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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57화 (57/211)
  • 57화. 안젤라를 맞이하다 (2)

    안젤라는 장현의 영지를 둘러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것 봐라. 로메드, 여기가 원래 이런 곳이었나?”

    “아닙니다. 소성주님. 황무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지?”

    “네.”

    “그런데 이게 뭐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로메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가 인간들을 세이프존으로 데리고 올 때만 해도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 며칠 사이 인간들은 땅을 파고 물을 내서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에는 물고기들이 돌아다녔고, 경작을 한 곳에는 곡식과 과일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성주성에서 세이프존에 음차원의 마나를 공급하는 기둥의 힘이라는 것은 안젤라와 로메드도 알고 있었지만, 그 결과를 눈으로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 영주 김덕배가 안젤라 곁에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소성주님. 저희가 과일을 재배하면서 만든 와인을 드셔보시겠습니까?”

    “와인도 있어?”

    “네. 곡식과 과일을 술로 만들었더니 마나 농축이 잘돼서 흡수율이 높았습니다.”

    안젤라는 생각지도 못한 김덕배의 말에 떨떠름했다.

    ‘혹시 히든피스가 농사나 영지 가꾸기 그런 쪽인가.’

    그녀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마왕이 대공을 비롯한 마계귀족들에게 영지를 가꾸라고 파견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마왕이 만들고자 하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대체 마왕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마왕은 마족들의 유흥을 위해 피지배층들을 플레이어로 만들어 경기에 투입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안다.

    아버지 헬릭스는 분명 마왕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했다.

    헬릭스는 대공의 직속 수하로서 짐작은 하지만 그조차도 안젤라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한번 너희들이 만든 와인을 맛보도록 하지.”

    안젤라는 김덕배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어쨌거나 영지를 관리해야 할 자들이 쓸모 있을수록 헬릭스와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기에.

    어쩌면 이들이 만든 것들이 영지의 상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덕배는 안젤라의 대답을 듣자 곧장 이성훈에게 지시했다.

    “이성훈 주무관, 소성주님을 와인 샵으로 모시죠.”

    “네, 영주 님.”

    이성훈이 안내한 곳은 한 움집으로 된 건물이었다.

    나무로 만든 건물이지만 꽤 큰 건물이었다.

    건물 입구에는 ‘와인 &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라는 간판까지 걸려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그 안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흠……. 냄새가 좋은데.”

    안젤라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건물로 들어섰다.

    이 상황에 장현 역시 놀랐다.

    1회차에서는 본 적 없는 건물이었다.

    그때는 와인 샵은 고사하고 감자만 파종해서 먹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와인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라니

    그가 대뜸 김덕배를 붙들고 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너 오기 전에 이성훈 주무관이 제안해서 만들었는데 나도 이 정도까지는 기대 안 했는데 꽤 괜찮지?”

    “이성훈 주무관이라고? 그가 와인과 스테이크를 만들 줄 아는 거야?”

    “그가 원래 공무원 생활할 때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운영했대. 그때 요리랑 와인 만드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는데 본인도 배웠다는 거야.”

    “그래서 이걸 그가 만들었다고?”

    “마침 영지민 인사기록부도 만들어서 원래 가졌던 직업이랑 취미 특기 같은 것도 조사했거든. 그러다가 우리 영지민 중에 요리사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

    “허……. 그 사람 쓸모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성훈 주무관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 정말 일 잘해.”

    장현은 김덕배의 말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1회차와 너무나도 달라진 환경.

    그리고 그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 중심에 공무원 이성훈이 있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게 또 있어?”

    “혹시 하천 만든 거 봤어?”

    “오는 길에 봤어. 그러잖아도 그것도 물어보려 했는데 하천은 어떻게 만든 거야.”

    분명 이곳은 황무지였다.

    그런데 못 본 새 하천과 호수가 생기고 물고기도 있었다.

    “영지민 중에 수맥을 찾는 특기를 가진 사람이 있더라고.”

    김덕배가 웃으며 설명했다.

    “수맥?”

    예상치 못한 단어에 장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엘로드라는 작대기로 수맥 찾는 방법이 있더라고.”

    김덕배는 양손을 들고 수맥을 찾는 시늉을 했다.

    “아……. 그렇게 수맥이 찾아졌다는 거야?”

    장현 역시 어릴 적 학교에서 해본 기억이 났으나 그런 방식으로 하천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니까. 그걸 들고 물이 있는 곳이 어디냐. 나와라. 이러더니 어느새 한 지점을 가리키더라고. 그리고 그곳을 곡괭이로 삽으로 팠더니 물이 콸콸하고 쏟아졌어.”

    장현은 김덕배의 설명을 들을수록 신기했다.

    1회차에 죽었던 사람 중 일부가 살아남았고 영주가 바뀐 게 다다.

    회귀한 장현이 있다지만 그가 만든 변화가 아니다.

    그는 새삼스레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능력의 가능성에 대해 깨달았다.

    전투에는 딱히 도움이 못 되어도 영지를 발전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하긴 나 역시 마찬가지지. 내가 전투력 때문에 회귀자로 선정된 것은 아니니.’

    장현 본인부터가 대장장이였다.

    테세리움으로 마왕에게 대적할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최후의 생존자 중에 회귀자로 선택되었다.

    생각에 빠진 장현에게 김덕배는 이어서 설명했다.

    “아마도 성주성에 있던 기둥이 이곳의 마나를 관리해준 영향도 있는 거 같아. 수맥을 찾은 사람 말로는 지구에서 했을 때 보다 훨씬 잘 잡혔대. 농사도 그렇고 뭐든지 빠르고 수월해.”

    “그렇군.”

    “이제 우리에게는 물과 불이 생겼어. 이 속도로 계속해서 영지를 발전시킨다면 어쩌면 지구에서의 환경과 흡사하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더이상 전투가 없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린 지금 당장에만 해도 크로커다일을 상대해야 해. 일단 영지전의 승자가 된 후에야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겠지.”

    장현은 김덕배의 말에 내심 쓴웃음이 나왔지만, 굳이 그에게 사실을 알려줘서 희망을 꺾을 필요는 없었다.

    마왕을 쓰러트린다면 이런 곳에서 임시 영지를 가꾸는 게 아닌 지구로 돌아가서 원래 누리던 삶을 살 테니까.

    안젤라를 모시라는 분부를 받은 이성훈은 먼저 와인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미 요리사들에게 언질을 주었기에 귀빈을 맞을 준비는 끝나있었다.

    “이 레스토랑이 오늘 첫 손님을 받았는데 다행히 귀한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성훈이 레스토랑 사장처럼 인사를 하며 안내하자 안젤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게 너희들이 만든 거라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레스토랑 내부는 짜임새 있는 테이블과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풀들로 인테리어까지 해놓았다.

    성주성의 식당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며칠 만에 만들어낸 것이란 게 중요했다.

    ‘이 녀석은 꽤 사업에 소질이 있는 거 같구나.’

    안젤라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성주님. 여기에 앉으시지요.”

    이성훈은 웃으며 그녀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레스토랑은 지구에서 그가 단골로 가던 레스토랑을 그대로 흉내 냈다.

    테이블은 여러 명이 모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긴 테이블이었는데 이번에는 안젤라 한 사람을 위한 용으로 사용되었다.

    안젤라가 테이블에 앉자 이성훈은 요리사들에게 손짓했다.

    소성주의 등장에 긴장하며 대기하던 요리사들은 이성훈이 신호하자 곧장 디저트가 든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날랐다.

    순식간에 화려하게 생긴 디저트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케이크, 과일, 푸딩, 쿠키 등. 지구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성훈은 서빙하는 웨이터라도 된 양 안젤라의 옆에 시립 해서 언제든 심부름을 할 기세로 서 있었다.

    안젤라는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어.”

    눈을 휘둥그레 뜬 안젤라는 순식간에 손을 움직여 케이크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봐……. 정말 맛있어.”

    그녀의 감탄은 진심이었다.

    성주성의 요리사들이 마족 중 최고의 요리사라고 해도 그들은 기본적으로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강함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준비한다.

    안젤라는 그런 음식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인간들이 만든 디저트에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에서는 히든 피스의 존재조차도 잊혀졌다.

    상품성을 검증하려는 생각조차도 잊은 채 그저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했다.

    한편 장현은 테이블에 앉아 디저트를 먹고 있는 안젤라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1회차와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에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알기로 안젤라는 손짓 하나로 영지민들을 죽여대는 마족 그 자체였다.

    마족과 플레이어와의 전쟁 때 그녀는 죽임을 당했고, 영지전에서도 일개 관리자에 불과한 장현은 그녀와 딱히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녀에게 희생당하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느 평범한 여자처럼 디저트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안젤라의 이미지에 대해 혼란이 생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마족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했다는 정도, 그게 다였다.

    그때 이나연이 장현과 김덕배를 비롯한 관리자들을 불렀다.

    “이봐, 너희들도 와서 먹어봐. 그리고 로메드, 그대도 먹어봐. 이거 성주성에서도 먹어보지 못했던 맛이야.”

    “감사합니다. 소성주님.”

    로메드는 소성주를 호위하며 함께 식사한 적이 많았는지, 그녀의 제안에 바로 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와……. 진짜 맛있습니다. 소성주님.”

    “그치. 로메드 당신은 나만 따라다니면 복이 생긴다니깐.”

    “감사합니다. 소성주님. 앞으로도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안젤라는 로메드에서 고개를 돌려 인간 관리자들을 보았다.

    “너희들도 앉아. 이렇게 함께 모였는데 식사라도 같이하지. 옆에 그렇게 서서 뻔히 보고 있으면 먹기가 불편하잖아.”

    안젤라의 말에 장현 일행들은 서로 눈을 보며 의견을 조율했다.

    결국, 그들은 장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장현이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테이블에 앉았다.

    이어 그들 역시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케이크야.”

    이나연이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렀다.

    레스토랑 오픈한 이래 첫 손님이니만큼 그동안 누구도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요리를 연구한 이들 외에는 관리자들도 이성훈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이성훈은 자신이 기획하고 준비한 음식을 동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고작 며칠 만에 영지를 이 정도까지 가꾸는 데만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나머지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고향 생각에 젖은 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얼추 디저트를 다 먹은듯하여 보이자 이성훈이 말했다.

    “이제 메인 메뉴를 준비하겠습니다.”

    그가 주방 쪽을 향해 손짓했다.

    곧 주방의 수석 요리사가 요리를 접시에 담아 내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수석 요리사 김민우입니다. 메인 요리가 나왔습니다.”

    접시 위에는 고기 스테이크가 뜨끈뜨끈한 김을 모락모락 피어 올리고 있었다.

    “이건 스테이크 아냐?”

    “네. 두더지 스테이크입니다.”

    “이건 성주성에서도 자주 먹어보던 건데, 어디 맛이 어떤지 먹어볼까.”

    안젤라는 디저트와 달리 평소 자주 먹던 두더지 스테이크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소성주님 고기를 옆에 소스에 찍어 드시면 더욱 괜찮을 것입니다.”

    “흠……. 그러도록 하지.”

    김민우 수석 요리사가 내어놓은 스테이크를 흘낏 본 안젤라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집은 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음……. 맛있어. 평소 먹던 두더지 스테이크랑 달라. 안 그래 로메드?”

    “정말 맛있습니다. 소성주님. 이봐 인간. 이거 비결이 뭐냐.”

    “소스와 굽기입니다. 소스는 쉐프가 개발한 특제 소스여서 인간 세상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고 합니다. 다행히 소성주님의 입맛에 맞으시는군요.”

    수석 요리사 김민우는 마족인 소성주와 그녀의 부하로 보이는 크로커다일 병사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이성훈이 대신 대답했다.

    안젤라는 김민우를 흘깃 보더니 은근히 제안했다.

    “너 성주성에서 지낼래?”

    “네?”

    김민우는 예상치 못한 안젤라의 제안에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관리자들을 흘깃 보았다.

    그가 가장 먼저 본 사람은 이성훈이었다.

    실질적으로 레스토랑을 만들고 지원해준 사람이 그였다.

    이성훈은 김민우가 자신을 바라보자 난감했다.

    그도 이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에 영주인 김덕배를 바라보았다.

    김덕배는 다시 장현을 돌아보며 그의 의사를 확인하려 했다.

    안젤라는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순식간에 읽었다.

    마족인 그녀가 그런 정도도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이봐 어때? 내가 이 인간을 데려가도 돼?”

    안젤라는 장현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그에게 서큐버스 특유의 매혹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매혹 기술에 당한 장현이 순간 멍해졌다가 기운을 떨쳤다.

    그때 옆에 있던 로메드가 큰소리를 내지르며 안젤라를 만류했다.

    “안젤라 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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