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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35화 (35/211)
  • 35화. 헬릭스 성주 (5)

    장현은 성삼전자의 영업사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사원으로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자연스레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

    그렇다고 디스플레이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그걸 언급한 이유가 있다.

    ‘마왕은 스마트 패드의 성능개발에 집착한다.’

    플레이어들에게 뜨는 시스템의 알림창.

    마족들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지구의 문명 중 티비와 스마트 패드를 적용했다.

    고위 마족들은 대형 화면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지만 수많은 하급 마족들은 스마트폰을 주로 활용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마계에서 보급된 이유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마족에게 마나는 강해지는 원천,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보고 싶지만 마나를 쓰는 것은 아까웠다.

    마족은 결국 정복한 인간들의 문명에서 마법과 전자기기를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음차원의 마나는 자신들의 힘이지만, 흔히 마법 세계에서 마나라고 불리는 양차원의 마나는 마족에게는 필요 없는 힘이다.

    지구인의 전기 대신 양차원의 마나를 사용한다면 음차원의 마나를 소모하지 않고 지구의 문명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흠……. 그렇군.”

    헬릭스는 장현의 대답에서 살짝 놀라긴 했지만, 특별히 기대하진 않았다.

    고작 지구인 플레이어 그것도 가구나 만들던 공방의 목수 또는 대장장이다.

    마계의 기술이 집적된 디스플레이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지 않는 게 당연하다.

    헬릭스에게는 이미 그에 관한 전문가들이 있다.

    지구인 플레이어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자신의 기술자들을 보조해 제품 생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정도에 족하다.

    장현의 아이템 제작 능력은 헬릭스에게 가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이런 반응이군.’

    장현은 자신이 디스플레이 장치를 제작할 수 있다고 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헬릭스를 보며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마계의 공학기술은 지구와 비슷하게 발달해 있다.

    만약 대한민국에서 직업이 공방 대장장이인 사람이 성삼전자 임원에게 스스로를 IT 개발자라고 소개한다면 어떨까.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그 대장장이가 가진 IT 기술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다.

    마왕 역시 그렇다.

    ‘마계는 하급 마족들까지 모두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최신 스마트폰이라 함은 디스플레이 화질 부분과 보안이 최신식이란 뜻이다.

    ‘마족들이 디스플레이 성능 향상에 집착한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 창조주가 남긴 히든 피스를 보기 위해서라는걸.’

    마족과 신족은 창조주가 남긴 히든 피스를 서로 가지기 위해 경쟁했다.

    창조주의 히든 피스를 찾아내는데 디스플레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놈들이 해상도 개선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높은 해상도에서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이번엔 그 비밀을 알아내야 해.’

    장현이 김덕배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그가 가진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과 재능이다.

    뛰어난 해커는 반대로 말하면 뛰어난 보안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안과 관련된 아이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헬릭스는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의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장현 다음은 공무원 이성훈이였다.

    “전 공무원이었습니다.”

    “ 공무원이라……. 그럼 할 줄 아는 일이 뭐가 있느냐?”

    “아……. 전 일반행정이다 보니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이성훈의 말에 헬릭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구체적으로 말하라. 다양한 일이 뭐란 말이냐?”

    “대부분의 일을 다 했습니다. 짐을 나르고 청소하고 나무를 심는 일은 물론 서류작업도 처리했습니다.”

    “서류작업?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길 해보라.”

    헬릭스는 이성훈의 말 중에 귀가 솔깃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성주가 되고 피지배 종족을 다스리면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이 서류작업이었다.

    특히 재정에 관한 기록작업이다.

    각종 물자를 비롯해 예산집행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은 마고 고위 마족인 그로서도 끔찍한 일이었다.

    “재무과에서 서무 회계업무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서무 회계업무라? 그건 숫자 계산하는 일이냐?”

    “그……. 그렇습니다.”

    “기록물도 관리하고?”

    “네…….”

    “크하하하하!”

    이성훈의 대답에 헬릭스는 의자의 손 걸이를 내려치며 껄껄껄 웃었다.

    이성훈은 헬릭스의 반응에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지만 나쁘지는 않은 분위기란 걸 느끼고 안심했다.

    ‘재무과에서 서무 회계업무를 맡았단 말이지?’

    이 순간 장현의 마음속에서 영지의 재정담당자는 이성훈으로 낙점됐다.

    헬릭스는 이성훈의 대답을 듣고 인간 플레이어 중에 제일 쓸만한 녀석이 들어왔다고 좋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게으르고 욕심이 많은 마족이다.

    다만 방향이 좀 남다를 뿐.

    마침내 장현의 일행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강신배 에게로 질문이 넘어갔다.

    “넌 무엇을 하던 놈이냐?”

    “전 사람들을 이끄는 정치인이었습니다.”

    먼저 강신배가 대답했다.

    “이끄는 자?”

    “청년당의 수장이자 초선 국회의원 강신배, 그게 바로 접니다.”

    그 말에 장현이 기가 찬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거짓말쟁이 새끼, 지가 국회의원이라니!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구의원도 아닌 자식이.’

    그는 고작 당원이었다.

    장현은 강신배의 말에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가 1회차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강신배는 당시 최형석의 눈치를 보았고, 처음에는 나서지 않았다.

    그랬기에 최형석의 오른팔이 될 수 있었다.

    최형석이 아닌 장현이 라이벌로 인식되자, 강신배의 행동에 변화가 온 것이었다.

    성주 헬릭스는 강신배의 대답이 재밌었다.

    얼핏 봐도 10명의 인간 중 능력치가 딱히 높지 않은 인간이 리더를 자청하는 모습이 웃겼지만,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의 법칙이 있었을 터.

    헬릭스는 슬쩍 다른 인간들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대로 어이없다는 반응인 인간들이 있었다.

    문득 그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흠……. 그럼 네가 이들의 리더란 말이냐?”

    “아……. 저들과는 튜토리얼 때 함께 있지 않아 사실 이번에 처음 봅니다. 대신 저와 함께한 이쪽에서는 제가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강신배의 말에 그의 일행들은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헬릭스는 이번엔 장현 쪽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저자가 인간들의 대표라는데 동의하느냐?”

    그 질문에 김덕배가 나섰다.

    “동의 못 합니다. 우리 대표는 장현입니다. 고작 정치인 지망생, 그것도 능력 입증도 안 된 사람이 무슨 대표라고. 말도 안 돼요.”

    “덕배가 옳은 말을 했다. 여기에서 인간들의 대표라고 하려면 적어도 나 최형석에게 인정받은 큰 형님 정도는 되어야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대표라는 거냐.”

    김덕배의 말에 호응하며 최형석이 강신배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는 자신보다도 약해 보이는 저따위 놈이 대표라고 나서는 것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다.

    분명 부모를 잘 만난 덕에 정치계에 입문한 놈이리라.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게 먹혔을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그런 건 어림도 없다.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나서던 놈이 몸이 터져나가지 않았던가.

    이곳 마계에서는 오직 일신의 능력만이 의미 있을 뿐이다.

    강신배에 이어 김혜정, 이상영, 김민석까지 소개를 마치고 이정환에 이르렀을 때다.

    ‘대체 저자는 누구지?’

    장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얼굴을 가진 이정환이라는 인물이 신경 쓰였다.

    원래 파악이 끝난 상대에 대해서는 염려될 게 없다. 파악이 안 된 미지의 상대가 두려운 법이다.

    그의 본능이 저자는 무시할 상대가 아니라고 알려왔다.

    일단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헬릭스의 음성이 들렸다.

    “너는 원래 뭐하던 자냐?”

    “저는 대장간을 운영하던 대장장이였습니다.”

    “무엇을 주로 만들었느냐?”

    “주문제작으로 용도에 필요한 다양한 칼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흠. 칼이라……. 너도 저 녀석처럼 무기를 만드는 자였군. 혹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겠나?”

    헬릭스가 손짓하자 허공에서 공간이 열리며 기다란 칼이 나타났다.

    도신이 매우 넓고 길이는 2m가 좀 안 될 것 같았다.

    “한번 자세히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라.”

    스윽.

    이정환은 성주가 건넨 칼을 받아 살폈다.

    도신을 두드려보고 한참을 살피던 그는 음! 하는 탄성을 터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놀랍군요.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이 정도라니……. 그런데 이것은 지구에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재료와 도구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군요. 혹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말해줘도 네 놈은 모를 것이다. 신족의 대장장이 놈의 창고에서 얻은 것이다. 그놈이 비록 신족이지만 무기로는 꽤 이름난 놈이라 이 몸이 챙겼지 흐흐.”

    헬릭스는 자신의 소장품에 대해 감탄을 하는 이정환에게 자랑하며 뽐냈다.

    이어 헬릭스는 이정환을 위아래로 스윽 훑더니 격려의 말을 건넸다.

    “너도 노력하면 어쩜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저놈과 마찬가지로 희귀한 것을 갖고 있군.”

    헬릭스는 장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성주님.”

    헬릭스의 말에 이정환은 공손히 인사했으나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장현을 쳐다보았다.

    장현과 이정환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장현은 알 수 있었다.

    ‘희귀한 것이라……. 저자 히든 피스를 가지고 있군.’

    헬릭스가 자신을 언급하며 말한 희귀한 것이라면 연금술사 조각일 것이다.

    동시에 그 희귀한 것을 이정환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나.’

    저 정도의 대장장이라면 결코 자신이 기억 못 할 리가 없다.

    장현은 1회차 마계 최고의 대장장이였으며, 이름을 떨친 대장장이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는 꿰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정환은 장현의 기억 속에 없는 자다.

    그가 모르는 자라면 튜토리얼에서 죽었거나 알 필요도 없는 수준 낮은 대장장이였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1회차에서는 대장장이가 아니었든지.

    장현은 의문이 들었다.

    ‘뭐지? 무엇 때문에 바뀐 걸까. 역시 내가 회귀했기 때문인가.’

    장현이 회귀함으로써 이미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1회차에서는 최형석과 장현만이 이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이나연, 김덕배에 이어 이성훈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늘었다.

    그렇다면 저자도 그 영향으로 살아났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

    ‘이곳은 내가 개입했지만, 강신배 일행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이건 머릿속 친구들의 기억을 뒤져봐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현은 헬릭스가 언급한 ‘희귀한 것’과 이정환이 대장장이라는 부분에서 어쩌면 그가 헤파이스토스의 조각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일단 저자가 정말 헤파이스토스 조각을 가졌는지 확인해야 해.’

    그때 헬릭스는 장현과 강신배의 양쪽을 번갈아 보고는 말을 이었다.

    “너희들에 대해서 들었으니 이제 내 성에서 할 일을 알려주마. 나의 목표는 이곳 영지를 개척하는 것이다. 대공 전하께 받은 중요한 임무다. 너희가 우선할 일은 영지전에서 승자가 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명확한 지휘계통이 필수겠지. 너희 중에 인간 관리자의 리더를 뽑으려고 했으나 각자 다른 구역을 통해 온 만큼 그 방법은 좋지 않다. 두 무리에 각각이 부릴 수 있는 영지민들을 나눠주겠다. 어디 능력을 보이도록 해라. 난 능력 있는 자를 원한다.”

    “평가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강신배가 질문했다.

    그는 시험이라면 자신 있었다.

    대한민국 자타공인 최고 명문인 한국대학교의 법대출신 총학생회장이 바로 그였다.

    “평가 기준은 어렵지 않다. 살아남아 지배하는 것이다. 영지에는 너희 외에도 두 종족이 있다. 영지전을 통해 종족 간의 계급이 나눠질 것이다. 살아남아 지배하라.”

    헬릭스의 말에 장현과 강신배 일행의 눈이 빛났다.

    “자 그럼 이만 물러들 가라. 자세한 내용은 로메드에게 듣도록.”

    “넵. 성주님. 너희들은 이제 나와 함께 지네 차를 타고 이동한다.”

    헬릭스의 말이 떨어지자 곧장 로메드가 장현과 강신배 무리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렇게 장현과 강신배 일행은 헬릭스와의 첫 대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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