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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회귀해서 만능캐되다-14화 (14/211)
  • 14화. 튜토리얼 두 번째 퀘스트 (7)

    “재료 감별.”

    장현은 감별 스킬을 사용했다.

    [감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오르면서 죽은 자들뿐 아니라 살아 있는 자를 대상으로도 감별할 수 있었다.

    단, 장현보다 레벨이 낮은 상대라야 가능했다.

    곧 그의 시야에 정보가 떠올랐다.

    [오크 로드]

    - 피부 방어력 : 23

    - 뿔 강도 : 43

    - 뼈 강도 : 46

    이 정도라면 일반인은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지금의 최형석과 김덕배 정도라면 합공해서 쓰러트릴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무리다.

    키만 해도 2미터가 가뿐히 넘어 보였다.

    ‘그래 봤자다….’

    장현의 상대는 아니다.

    오크 로드가 장현을 쳐다본다.

    크르륵.

    놈은 본능적으로 인간 중 강한 존재를 알아본 것이다.

    오크 로드가 먼저 움직였다.

    크워우!

    주먹을 쥐고 힘껏 팔을 뻗어온다.

    쉬이익!

    장현은 빠르게 오른손에 쥔 창을 내질렀다.

    오크 로드가 체구가 아무리 크고 팔이 길다 하더라도 창을 가진 그의 리치보다는 짧다.

    창날이 놈의 가슴을 찔렀다.

    푸푹!

    크허헝.

    오크 로드는 창에 찔리고도 재빨리 팔을 움직여 창대를 후려쳤다.

    찔린 상처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먹혔다.’

    피가 터져 나온 이상 중독은 확실하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

    고작 일성의 성취이기에 단번에 즉사시킬 순 없지만 중독된 이상 시간문제다.

    ‘이제부터 시간을 끌면서….’

    장현은 천천히 놈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다.

    독이 몸에 빨리 퍼지도록 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게 좋다.

    분노에 찬 격한 움직임이면 더 좋다.

    쿠허허허.

    오크 로드는 고통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괴성을 터트리더니 흥분한 채 장현에게 달려들었다.

    붕붕붕붕!

    쾅쾅쾅쾅!

    “좋아.”

    장현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오크 로드를 아슬한 차이로 계속해서 피했다.

    ‘어디 흑전갈 독침을 사용해볼까?’

    그는 피하는 와중에 마계 잎을 펼쳐 아직 숙성이 덜 된 독침을 꺼냈다.

    처음에 비해 독성은 상당히 줄었지만, 암기로 쓰기에는 더 좋았다.

    그는 말랑해진 흑전갈 독침을 잡아 오크 로드에게 날렸다.

    슈슈슉!

    그의 손에서 날아간 독침들이 오크 로드의 다리에 꽂혔다.

    오크 로드는 자신에게 꽂힌 독침들에 움찔했으나 별다른 충격이 없자 안심하고 움직였다.

    그러나 충격이 전혀 없는 게 아니었다.

    흑전갈의 독침은 신체를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오크 로드의 움직임은 처음보다는 확연히 느려진 것이다.

    크아악.

    오크 로드는 독침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다.

    화가 치밀어 자신을 공격한 인간을 짓이겨 죽이고 싶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오크 로드는 바닥의 돌을 비롯해 던질만한 것은 닥치는 대로 주워 장현에게 던졌다.

    콰쾅!

    퍼퍽!

    장현은 애초부터 오크 로드를 근접전으로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피하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그는 전황도 살폈다.

    ‘다행히 그럭저럭 잘 막아내고 있구나.’

    이나연이 사람들에게 가르쳐준 합격술은 꽤나 쓸모 있었다.

    하긴 무림인들도 삼재 진이라 하여 세 명이 펼치는 합격 진으로 자신보다 강한 자를 이기는 경우도 많았다.

    ‘저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장현은 오크 로드를 플레이어들에게로 유인할 생각이었다.

    오크 로드의 시선을 이나연 들에게로 분산시킨 뒤 계속해서 공격을 가해 약화시킬 계획이었다.

    “다들 조심해! 오크 로드가 온다!”

    장현의 외침에 이나연 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런! 피해!”

    오크 로드가 던진 돌을 피하며 김덕배는 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나연은 달랐다.

    오히려 오크 로드를 향해 몸을 돌리며 나섰다.

    그녀는 날아오는 돌이 마나가 실린 게 아닌 오크 로드 팔 힘만 실린 것을 알고 해볼 만하다고 느낀 것이다.

    “여러분 창을 들어 돌을 찔러요. 찔러 창!”

    날아오는 돌에 두려웠던 자들도 이나연이 앞장서서 돌을 향해 ‘찰!’을 시전하자 두려움을 이기고 창을 내질렀다.

    퍽퍽퍽.

    콰직!

    “으아악!”

    비록 돌에 맞아 쓰러지는 자들도 있었지만, 진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엔 저놈을 향해 공격합시다.”

    이나연이 사람들을 독려해 오크 로드를 향해 공격에 나섰다.

    오크 로드는 자신이 던진 돌을 창으로 쳐내고 도리어 자신에게 맞서는 이나연을 보자 목표를 그들로 바꿨다.

    잠시 힐끗 장현을 보았지만, 그는 이미 눈앞의 인간들 너머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오크 로드는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기 위해 바닥에 쓰러진 죽은 부하의 시체들마저 집어 던졌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던졌다.

    쉭. 쉭.

    크아아아악.

    그렇게 오크 로드와 이나연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장현은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거 내가 약을 너무 올렸나. 이제 마무리를 지어볼까.”

    장현은 사람들 틈으로 파고들어 가 오크 로드의 사각지대에서 나타나 공격했다.

    먼저 왼손의 도끼를 휘둘러 오크 로드의 왼 허벅지를 찍었다.

    퍽!

    도끼날이 허벅지에 박히자 바로 창을 들어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다.

    오크 로드는 그 공격을 허용하곤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아 여전히 흉포한 괴성을 지르며 양팔을 휘둘렀다.

    푸푸푹.

    이제는 의미 없는 움직임.

    장현은 물론이고 이나연들도 더이상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모두 창을 찔러!”

    이나연의 외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어 오크 로드에게 창을 찔렀다.

    푸푸푹.

    오크 로드의 숨통이 끊어지기 전 장현은 빠르게 다가가며 공격을 준비했다.

    최후의 공격을 자신의 손으로 가해 오크 로드 공략에 가장 큰 공적을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스킬 한방!”

    [스킬 ‘한 방’을 사용하였습니다. 5분간 근력 스탯이 세 배가 됩니다.]

    ‘한 방이면 충분하다.’

    오크 로드는 몸을 꿈틀거리며 뒤로 넘어가려 했다.

    모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장현이 놈의 허벅지에 박힌 도끼를 뽑아 들고 휘둘렀다.

    “잘 가자.”

    부우웅!

    콰콰콱!

    콰직!

    도끼가 오크 로드의 목을 반쯤 잘라버렸다.

    끄르르륵!

    털썩.

    숨 막히는 신음을 남기고 오크 로드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기어코 쓰러졌다.

    꿈틀. 꿈틀.

    놈의 팔다리가 한차례 부르르 떨리더니 꿈틀거림마저 멈췄다.

    “끝났나.”

    장현은 오크 로드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오크 로드의 시체에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 로드가 죽었음을 확인하자 일제히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저놈을 죽인 거야?”

    “이제 우리 살았어.”

    사람들은 기쁨에 못 이겨 환호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장현아!”

    “장현씨!”

    “큰형님!”

    김덕배, 이나연, 최형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현은 최형석의 큰형님 소리가 거슬렸지만, 이번에는 넘어가기로 했다.

    “수고했다. 모두들. 그리고 이나연 당신도.”

    장현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인사하자 그들도 미소를 머금었다.

    이나연은 자신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장현에게 가볍게 목을 까닥한 후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사람들의 눈앞에 연이어 올라왔다.

    [튜토리얼 2단계 던전이 종료됩니다.]

    [251명의 플레이어 중 31명 사망, 220명이 살아남았습니다.]

    [튜토리얼이 공식적으로 종료했습니다.]

    [튜토리얼에서 획득한 아이템 무리늄 도끼, 오크뼈에욤, 오크뿔이에욤의 저작권자로 등록됩니다. 추후 상점에서 플레이어들이 구매할 때마다 저작권자 수수료 10%가 책정됩니다.]

    [정산이 진행됩니다. 정산을 위해 상점으로 이동합니다.]

    [플레이어 장현이 획득한 포인트를 계산합니다.]

    [기본 공략 포인트 2000점을 획득합니다.]

    [흑전갈 던전의 히든 퀘스트 공략에 오크 로드를 단신으로 공략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가산점 3000점이 부여됩니다.]

    [총 획득 마나 포인트는 5000포인트입니다. 명성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스킬 '한 방'의 사용 횟수가 초기화됩니다. 보상으로 스킬 한 방이 업그레이드됩니다.]

    - 업그레이드 내용

    - 사용 가능 횟수 : 하루 6번

    -유지 시간 : 한 번에 15분

    장소가 바뀌며 눈앞에 상점이 나타났다.

    상점은 간단히 무기 상점, 스크롤 상점, 잡상점으로 나뉘어 있다.

    ‘무기, 스크롤, 잡상점.’

    1회차에서 장현은 이곳 상점에서 최초로 망치를 얻었었다.

    “이봐, 여기야. 어서 와.”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장현이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도마뱀 외양의 종족이었다.

    [리자드맨 상인 지로발.]

    장현이 그를 스윽 쳐다봤다.

    그 시선을 느꼈음일까.

    “왜 너희 인간들은 하나같이 그런 눈빛이군. 내가 보기엔 인간들이 더 괴상한데 말이야!”

    “별로. 놀랐을 뿐이다. 그래도 마족들보단 낫군.”

    지로발은 장현의 말에 흠칫했으나 기분 나빠하던 표정을 풀었다.

    “후…. 그 말을 들으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걸? 좋아! 내 이름은 지로발이다!”

    장현의 인사에 지로발은 씨익 웃었다.

    지로발은 리자드맨이라고 불리는 파충류 종족이다.

    그들 또한 자신들처럼 마왕에게 정복당했다.

    다만 그 시점은 자신들 세계가 정복당한 것보다 빨랐다.

    지로발은 리자드맨 중에서 상인이었던 자로 본 경기의 상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게임으로 치면 NPC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겉모습과는 달리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에게 밉보였다간 제대로 된 무기를 얻기는커녕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

    실제로 1회차에도 도마뱀이 상점주인 이라며 비아냥거린 인간들이 있었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의아했지만, 그들에게 지로발은 물건을 팔지 않았다.

    다른 상점을 이용하라며 쫓아냈다.

    물론 플레이어가 신고한다면 지로발은 페널티를 받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본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죽었기에 신고할 기회조차도 없었다.

    설령 신고했더라도 관리자는 데니우스, 그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장현은 지로발을 따라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자 규칙을 알려주지! 입구 근처에 있는 무기 상점, 잡상점, 스크롤 상점 순으로 돌아보고 나올 거다. 각 상점에서 너는 원하는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 한번 지나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신중히 고르는 게 좋을 거야. 물론 빨리 포인트를 소진해버리면 나중에 좋은 물건을 발견해도 살 수 없으니 그것도 고려해야겠지!”

    장현은 지로발의 얘기를 들으며 가판대를 둘러보았다.

    신중히 골라야 한다.

    무기 상점, 잡상점, 스크롤 상점 순이다.

    ‘망치와 모루, 그리고 화염계 능력.’

    이 세 가지가 장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화염계 능력이야말로 이번 튜토리얼 보상에서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이지만 마지막 상점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럼 가진 포인트가 얼마야?”

    지로발이 물었다.

    “5000.”

    “5000?!”

    장현의 툭 던진 말에 지로발은 깜짝 놀랐다.

    그는 허공의 상태 창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상기된 듯했다.

    “튜토리얼에서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가지고 온 손님은 처음인걸! 먼저 무기 상점부터 둘러봐야 하지만 넌 특별하니 ‘특별 상점’을 소개하지!”

    “특별 상점이라고 호오…. 특별한 무기라도 있나?”

    장현의 눈이 빛났다.

    1회차를 거치면서 거의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상점을 다 둘러본 그다.

    그럼에도 특별 상점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어쩌면 예전에는 보지 못한 특별한 물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철컹. 스릉.

    지로발이 손을 흔들자 반투명한 문의 형상이 떠올랐다. 장현은 지로발의 안내에 따라 특별 상점에 입장했다.

    스윽.

    그는 들어서자마자 상점 내부를 훑었다. 그리고 혀를 찼다.

    ‘큭, 이 자식. 날 호구로 봤군.’

    굳이 감정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우욱.

    창고를 빡빡하게 채운 무기들.

    겉보기에는 새파랗게 날이 서 있지만, 내구도가 형편없이 닳아있다.

    이건 수명이 다한 무기다. 한때 최후의 대장장이였던 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마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꼼짝없이 속았을 것이다.

    ‘간 보기인가? 날 시험해?’

    그런 속내를 접어두고 대충 띄워주는 말을 했다.

    “오호 멋진 아이템들인걸.”

    “흐흐 그럼 여긴 특별 상점이라고! 여기에 있는 것들은 한때 세계를 뒤흔든 무기들이지.”

    지로발이 장현의 말에 히죽히죽 웃는 것이 보였다.

    그게 칭찬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비웃음인지는 모를 일이다.

    “스킬. 한방.”

    “엥…?”

    그에 장현은 조용히 스킬을 준비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검과 도끼를 들어 보였다.

    “이거 시험 해봐도 되겠지?”

    “...”

    장현이 들어 보인 것은 휘황찬란한 이름이 붙은 아이템들이었다.

    하나는 ‘세계를 구한 용사의 검’ 그리고 ‘악명을 떨친 대마인의 도끼’.

    “어. 음, 그, 그야 물론이지….”

    지로발의 음성이 살짝 떨렸다.

    아마도 고작 튜토리얼 플레이어 따위가 저걸 어찌할 순 없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장현은 그 고작 튜토리얼 플레이어 정도가 아니었지만.

    불끈.불끈.

    장현은 한방을 사용해 힘을 끌어모았다.

    한 손에는 세계를 구한 용사의 검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악명을 떨친 대마인의 도끼를 쥐고.

    쉬익.

    사정없이 맞부딪쳤다.

    카캉! 우지끈!

    검과 도끼를 맞부딪치자 두 개가 같이 부러지고 말았다. 예상했던 결과이긴 한데 너무 딱 그대로라 허탈하기까지 했다.

    “어라, 이게 뭐야?”

    “이, 이이익.”

    지로발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장현은 과장되게 팔을 벌려 보였다.

    “이거 특별상품이라고 했는데 이게 뭐야. 이거 컴플레인 넣어야겠는데. 이런 걸 파는 건 사기 아니야?”

    “자, 잠깐! 내가 잘못했어.”

    안 걸렸다면 모르되, 걸렸다면 큰일이다. 상인에게 신뢰는 돈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로발은 일반 마인이 아닌 정복민 NPC이기 때문에 마족 관리자가 진상조사라도 들어온다면 목숨이 위태롭다.

    사정을 아는 장현은 씨익 웃으면서 밑밥을 던졌다.

    “입 다물어 달라고? 그럼 나한테 남는 게 뭔데?”

    “그. 그건….”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지? 좋아 그럼.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거로 어때?”

    “부. 부탁? 무슨 부탁인데?”

    지로발의 안색이 나빠졌다.

    나중에 무조건 들어주는 부탁이라니. 이런 걸 들어 주는 건 멍청이나 할 짓이다.

    하지만.

    “싫으면 말든가. 나야 당장 데니우스 불러서 컴플레인 걸어볼수도 있는데 말이야.”

    장현은 부러진 무기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물론 데니우스가 플레이어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줄 녀석은 아니지만, 뻔한 증거가 장현 손에 들려 있는 이상에는 조금의 흥미를 나타낼 것이다.

    그 ‘조금의 흥미’에, 지로발의 목숨이 달려있는 것은 자명했다.

    지로발은 데니우스란 이름만 듣고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아니야! 하겠어! 부탁 들어주겠다고!”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지금은 칼자루를 저 플레이어가 쥐고 있는 거였다.

    “대신! 내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요구한다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아!”

    그나마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도록, 지로발은 제한을 걸었다.

    안타깝게도, 장현은 거기까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거야 물론이지. 그럼 이 약속은 약속의 증서에 남기도록 할까?”

    “...”

    약속의 증서.

    어떤 약속의 내용을 적고, 그것을 어길 시 약속한 존재를 소멸시키는 아이템이다.

    이제 지로발은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하고 한숨만 쉬었다.

    “잠시 기다려라.”

    드르륵. 스륵.

    특별 상점의 서랍을 열고, 지로발은 약속의 증서를 가져왔다.

    증서는 기괴하게 생긴 양피지 조각이었다. 마치 살아서 흐늘거리는 듯, 테두리가 불꽃처럼 흐늘거리는 게 소름 끼쳤다.

    슥. 스슥.

    전회차의 체험으로 장현은 이 증서를 쓰는 게 익숙했다. 그런 모습에 지로발은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안 써?”

    “어!”

    지로발은 급히 자기 서명을 날인해 넣었다. 두 사람의 서명이 완료되자 약속의 증서가 흐르릇. 기분 나쁜 불꽃을 흘렸다.

    후륵. 후륵.

    그 하얀 불티 하나가 흩어져 손등 위에 닿았다. 지로발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어어 하다 보니 이제 꼼짝없이 들어줘야 하게 생긴 것이다. 저놈의 뭔지도 모를 부탁을.

    “됐네. 이걸로 퉁 치자. 그럼 이제 무기 상점으로 가볼까?”

    당연히 장현은 흡족했다. 이로써 살아 있는 한 언제든 무기상인 지로발에게 부탁을 하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래…. 그러지.”

    지로발은 불퉁거리며 특별 상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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